계룡 대종주로 산사랑과 우정을.... 


 

언제 : 2005. 5. 28~29  날씨 : 맑음 기온 : 15~30℃

산행 거리 : 43km 산행 시간 : 선두 18시간 후미 20시간 40분

산행 코스 : 우산봉-쌀개봉-청벽산 동행 : 대평마루 외 8명 


 

산행 경로

구암사

18:40

통천문

04:50

우산봉(5분휴식)

19:30

쌀개봉(일출)

05:20

570봉

20:20

관음봉(휴식30분)

06:00

갑하산(5분 휴식)

20:50

삼불봉 갈림길

07:40

삽재(휴식10분)

21:30

금잔디고개(휴식)출발

09:35

무명봉(5분휴식)

22:10

금남정맥갈림길

10:20

도덕봉(휴식10분)

22:40

큰 구재

11:25

가리울골삼거리

23:05

와룡암

12:00

백운삼거리(휴식5분)

23:35

마티고개(점심 휴식)

12:15

관암산

24:00

356.6봉

14:15

밀목재(휴식15분)

00:35

임도

14:25

황적봉(10분휴식)

01:30

청벽산

14:50

천왕봉

02:25

청벽 조망터

15:00

헬기장(5분휴식)

04:10

마암리

15:20

 

 

 

 

<名山에서 보는 山>

 

 

우리 江山의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을 보려면 날이 샐 무렵의 새벽과 그것도 추운 날이나 비온 뒤가 좋다. 그래서 산 아래에서 자고 날이 새기 전 어두울 때에 불을 켜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혼자서 깊은 산속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헤 뜰 무렵에는 산 고스락에 서야 하기 때문이었다. 고스락은 바람도 세고 추위도 매섭다. 어떤 때는 너무 추워서 손가락이 얼어 사진기를 조작할 수가 없었고, 구름 때문에 산이 보이지 않을 때는 행여 구름이 걷힐까 해서 추위에 떨며 서성거리다 해질 무렵에야 산을 내려 온 때도 많았다.

깜깜한 밤이나 날이 새기 전 어둠 속에 깊은 산속을 혼자 다니려면 무서움을 이기는 담력도 필요했다.

날이 맑고 좋아도 산에 올라 보면 대기가 오염된 탓인지 검거나 뿌연 안개 띠가 깔려 있어 먼 산을 볼 수 없는 때가 많았다. 산 위에서 다른 산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 하는 것은 산 아래에서는 알 수 없고 산에 올라 고스락에 서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보려면 하나의 산을 예닐곱 차례는 올라야 했다.

                                   

- 素山 김홍주의 ‘조망의 즐거움’에서 -

 

 

<구암사에서 종주 계획 설명>

 

 

<계룡대종주 산꾼들>

 

<山太極 水太極의 名山 鷄龍>


 

계룡산은 풍수지리상의 요지이며 회룡고조(回龍顧祖)의 명산 계룡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도읍으로 삼으려 했고,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 와 무속 신앙이 성한 곳이다. 4계절 일출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으며, 단풍과 설경 그리고 운무와 조망을 두루 갖춘 대전-충남의 진산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달려 갈 수 있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함을 느끼기도 한다.

호젓함과 넉넉함 그리고 암릉과 숲의 조화가 있고, 아름다운 산에 대한 사랑과 향수 그리고 늘 다가설 수 있음을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있어 좋다.

그런 계룡은 무수한 산행 코스가 있는데 일반적인 갑사에서 동학사 구간, 신원사에서 갑사 가는 산길, 그리고 긴 능선을 따라 걷는 종주 산행들이 있어 다양함까지 갖추고 있다.

장군봉에서 황적봉까지 이어 걷는 황금의 능선 산행이 있고, 향적산에서 머리봉을 거쳐 계룡산 어디든 갈 수 있는 일주 코스도 있다.

그런 산길 중에서 계룡산의 진면목을 모두 볼 수 있는 계룡 대종주라 일컫는 산길이 있다. 그건 우리 고장 산꾼 강산에 등이 개척한 구암산에서 시작하여 둘레 산길을 따라 계룡산으로 이어지는 온전한 능선 종주이다.

대전을 조망하고 둘레 산길 잇기의 진수를 맛보며 온전한 계룡산의 진면목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먼 거리이다.

이제 대전 주변의 긴 능선 종주에 종지부를 찍는 계룡 대종주를 진행하며 무던히도 길었던 모든 종주 코스에 대한 감회와 기쁨을 느껴 본다.

아름다운 산길인 대전 주변의 종주 코스에 이름을 붙이고, 다른 산꾼들에게 알리고 그리고 진정한 산에 대한 애정을 느껴보는 계기가 된 것도 보람이다.

계룡 대종주!

친구이며 애인이며 포근한 어머니 품을 찾는 나그네의 발길처럼 계룡 대종주의 산줄기를 걷는다.

그 곳에서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며 진정한 산꾼으로 거듭나고 아름다운 계룡산의 정취와 모습을 자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구암사 대웅전>

 

 

<구암사 새로운 부도>

 

 

<구암사 절간에 빛나는 낙조>

 

 

<우산봉에서 570봉 능선>

 

<우산봉 능선을 따라 낙조의 정취를 느끼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 구암사에는 계룡 대종주에 나서는 8인의 산꾼이 모였다. 지난 번 보만식계를 위하여 힘을 모았던 일행은 간단하면서 질서 있는 몸놀림으로 출발 전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우산봉(574m)을 오르기 전 구암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구암사는 죽은 영혼을 모시는 곳으로 많이도 변모했지만 명산 계룡산의 든든함으로 발전하는 절이다.

바짝 마른 바위 밑 약수터를 지나 구암산을 오르고 이내 조망이 트인 오솔길을 지나니 우산봉 오르는 가파른 산길이다. 늬엇 늬엇 석양의 불그레함이 대지를 땅거미 지게 하지만 아름다운 저녁 햇살은 계룡 자락에 가득하다.

우산봉에 오르니 계룡산 연천봉에 걸린 낙조의 절경이 이름답다고 한다. 계룡 8경의 하나인 연천봉 낙조라는데 구름 때문에 절경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계룡산을 건너다보며 바위와 숲을 지나며 걷는 산길은 풍요롭고 호젓하고 낭만적이다. 어둠이 밀려오는 계룡 자락은 긴 그늘과 실루엣을 선사하는데 그 중 으뜸은 쌀개봉 V자 협곡의 아름다움이며, 또 하나 멋있는 모습은 누워있는 부처님 모습인 삼불봉이다.

너무도 인자함과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삼불봉 부처님 실루엣은 해가 지는 저녁노을에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취이다.

일행은 번개같이 570봉에 올라 계룡을 조망하고 불빛 반짝이는 대전 시가지를 응시하며 삽재로 내려선다.

갑하산(469m)과 570봉에 대한 이름의 헷갈림이 이제는 대강 정리되는 듯 여겨지는데 문헌과 대동여지도를 분석해 볼 때 현재의 갑하산은 국립묘지 바로 위 봉우리를 말함이며, 570봉을 갑봉, 날나리봉 또는 날개봉이라 부르는 경우도 정착되어 가는 듯 하다.

일관된 우리의 지명이 바로 서기를 기대하며 그 옛날 도둑들이 극성을 부리던 활 모양의 삽재로 내려서니 합류하기로 했던 일행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언덕을 오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계룡산과 도심의 경계에 걸려 묘한 대비를 이룬다.

낭떠러지 저편에 유성과 둔산 그리고 대전 시가지의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보만식계에서 보문산 시루봉의 야경이 일품이었는데 오늘 종주에서는 삽재 절벽 야경이 너무 멋있다.

하나의 고개를 지나 숲과 산지가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휘황찬란한 도심의 풍요가 존재함도 계룡산의 풍수지리적 귀중함이다.  


 

 

 

<우산봉 정상 표지목>

 

 

<계룡산 학봉리 야경>

 

 

<대전 시가지 야경>

 

 

<유성에서 삽재로 가는 야경>

 

 

<삽재 가로 야경>

 

 

<수통골 폭포>

 

 

<수통골 명산 금수봉>

 

<도덕봉과 백운봉을 따라 걷는 둘레 산길 잇기> 


 

삽재에서 시작된 가파른 오르막은 울창한 삼림을 지나 곧바로 시작된다. 오늘 산행을 시작하며 처음 맞는 힘든 산길인데 모두들 자신만만하게 바위 조망터에 오른다.

굉음을 내며 지나치는 차량과 환한 헤드라이트가 대전과 공주를 잇는 국도에 가득하다.

이젠 완연한 어둠의 산길로 접어들며 된비알 도덕봉으로 향하는 결음에 등줄기에는 땀이 맺힌다.

수통골에서 오를 때 너무도 험한 코스가 있음에 놀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대전을 조망하기 좋은 곳은 도덕봉(534m)이다.

 

비록 계룡산 줄기를 볼 수 없음은 안타깝지만 오색 불빛 야경을 본다는 것은 너무도 큰 기쁨이다. 특히 갑천을 따라 이어진 가로등과 물빛은 여름에 다가서는 도심의 정경을 너무도 멋지게 보여준다.

가리울 삼거리를 지나 조금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잘 닦여진 산길은 일행들의 산행 속도를 높여준다. 간간히 자벌레들이 지나는 길손을 잡고 거미줄이 머리를 감싸지만 오솔길 같은 산길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준마처럼 날램을 뽐낸다.

백운봉 삼거리를 지나 백운봉에 오르는데 저 멀리 계룡대의 넓은 터전이 조망되고 황적봉의 검은 삼각 봉우리가 시야에 다가선다.

조금 늦게 당도하니 일행 4명이 직진하여 방향에 착오가 생겼다. 잠시 지체하여 행보를 되돌리고 조금 쉬게 한 다음 우측으로 돌아 관암산을 향해 달리니 어느 덧  밤 12시에 다가 선다.

헤드 렌턴에 의지하며 밤길을 걷는 모두의 모습이 조금은 우습다. 전혀 보이지도 않는 밤 산행은 백두대간이나 먼 산을 다닐 때 진행하는데 근교 산행인 계룡산에도 밤을 밝히며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 하다.

하지만 산줄기를 연결시켜 산을 타려는 산꾼들의 열정은 보만식계와 계룡 대종주라는 너무도 근사한 산행 코스를 만들 수 있었고, 이제는 산꾼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친밀해 지고 있는 것이다.


 

 

 

<백운봉 표지석>

 

 

<관암산 정상>

 

 

<수통골 능선-우산봉, 570봉, 도덕봉>

 

 

<동월계곡-장군봉, 우산봉 조망>

 

 

<밀목재>

 

<관암산을 지나 밀목재와 황적봉으로>

    

백운봉(536m)에서 관암산(826m)에 이르는 길은 지난 번 답사를 통하여 세세하게 길목을 알아 두었기 때문에 쉽게 지날 수 있다. 대전 시계 종주를 위하여 관암산에서 왼쪽 갈림길로 가지만 오늘 대종주는 오른쪽 방향으로 틀어 관암산 쪽으로 가야 한다.

김정길님의 1500산 표지기가 보이고 서쪽으로 큼직한 계룡산의 검은 실루엣이 살며시 다가선다.

여기서 밀목재까지는 반시간이면 갈 수 있다. 초반 산행 진행이 원만하여 예정 시간에 정확히 맞춰 밀목재에 이른다.

밀목재에 낮에 가져다 논 식수와 간식은 오늘 산행의 너무도 귀중한 보급품이 되었다. 예상을 웃도는 밤 기온과 바람이 불지 않아 모두들 갈증에 시달렸고 준비한 식수가 일찍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밀목재는 계룡대가 생기면서 너무도 중요한 길목이 되었다. 주말만 되면 엄청난 차량들로 체증까지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삽재 밑을 통과하는 터널이 뚫리고 계룡대까지의 도로가 열리면 이 밀목재는 또 다른 쓸쓸한 조그만 고개로 전락할 것이다.

언젠가 대관령 구 고갯길에서 느꼈던 흥망성쇠 그리고 육십령 고개의 허전함 그런 것이 우리 주변 곳곳에서 생겨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밀목재에서 음료와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조금의 피로를 푼다. 높은 황적봉을 오르려면 체력의 비축이 필요하다.

모두들 아직은 체력이 괜찮은 듯 이내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스산한 밤바람이 옷깃을 스쳐 땀을 식힌다. 밤하늘에 별이 교교하고 계룡대의 쓸쓸한 불빛과 적막이 산중에 가득하다.

달빛에 여러 생각을 해 본다. 지나온 세월 그리고 삶. 그런 모든 추억과 아픔이 있어 시간은 귀중한가 보다.

호젓하게 산길을 홀로 걷다보면 늘 나와 대화하는 게 좋다. 자문자답이라는 것이 해답이 없음에 좋고 내 나름대로의 상상이 있어 좋다.

혼잣말도 거리낌 없어 좋고 완벽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서 좋다. 그저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의 각오와 새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평안하다.

산길!

그것은 숲과 바위 그리고 산능성이의 조망과 더불어 산꾼들에게 너무도 아름다운 노정이다.

엄청난 대상도 아니면서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암릉과 절벽은 사람의 정신을 무념무상과 하나의 생각으로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난 어렵고 힘들고 결정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고 산에 간다. 그러면 분명히 해답이 찾아지고 조급했던 마음이 넉넉해지며 일상의 생활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50여분의 거친 호흡으로 황적산이 발아래 있다. 일행 중에서 잠시 산행을 등한시했던 산꼭대기가 많이 힘들어한다. 황적봉 정상에서 한림정과 둘이서 맨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무리한 산행에 대하여 잠시 반성해 보기도 한다.

 

계룡산 국립공원에서 만든 안내도에는 황적봉을 치개봉으로 이름 지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산꾼들이 부르는 지명인 황적봉이 사라져 어설프다.

무슨 고증과 연유로 치개봉으로 바뀌어졌는지 대충산사에서 토론되던 연유를 더 알아보아야겠다.

 

 

<황적봉>

 

 

<계룡산 능선>

 

 

<황적봉-천왕봉 능선>

 

<닫힌 암릉 구간을 뚫고 쌀개봉으로>


 

조금씩 산하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계룡의 산줄기가 밤하늘 달빛을 받아 교교하다. 나무로 뒤엉킨 산줄기를 따라 걷는 밤길도 어언 10시간에 가까워져 온다. 모두들 피로가 엄습하고 곧 닥칠 절벽 밧줄 코스에 대한 불안으로 발걸음이 무겁다.

널따란 바위에서 일행은 피로도 풀고 허기도 채우며 절벽을 타기 위한 에너지 보충에 시간을 보낸다.

동학사 대웅전에서는 벌써 새벽 북소리가 요란하고 산사의 분주함이 느껴지듯 생동감이 돈다.

한 사람씩 조심조심 밧줄을 잡고 내려서는데 모두들 랜턴 불빛으로 도움을 주며 안전하게 절벽을 하강한다.

너무도 위험한 야간 절벽 하강은 오늘 종주 중에서 제일 위험하다. 하지만 노련한 모두는 거침없이 밧줄을 타고 안전하게 코스를 지난다.

 

이젠 바위 지대인 암릉 구간만 무사히 지나면 쌀개봉이다. 동녘에는 벌써 붉은 기운이 돌고 숲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대지의 살아 숨쉼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호젓하고 암릉을 즐기는 산길로 일품인 남부 능선. 아직은 공단의 출입금지 지역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지 못하지만 결코 묶어두어서는 안 될 우리의 계룡 줄기이다.

충남 도민과 대전 시민 그리고 산꾼들에게 안전한 시설과 코스 개발과 쾌적한 산행이 되도록 도움주고 알려야할 코스이다.

군사적인 측면이나 안일한 행정의 편의성으로 아름다운 계룡의 둘레를 걸을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막는 일이다.

좀더 적극적인 시도로 계룡의 남부 능선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쌀개능을 향한 재미있는 암릉을 오른다.

 

쌀개봉을 오르는 능선은 설악산의 암릉 코스를 연상시키는 듯 스릴과 위험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특히 은선 폭포 근처의 암릉은 일행 중 한 사람이 용아 장성과 견줄 만 하다고 얘기할 정도로 난코스이다.

산행 시간이 길어지자 한림정과 산꼭대기와 난 다리에 고통을 느낀다. 쉬는 횟수가 많아지고 자연히 선두와 거리가 생긴다.

그래도 예정 시간에 맞춰 산행을 조절하니 어느 덧 쌀개봉 및 통천문이다.

벌써 아침 정성을 바치고 하산하는 세 사람을 만난다. 계룡산의 풍수지리는 너무도 유명하지만 쌀개에 오를 때 마다 볼 수 있는 신비로운 모습이다.

 

 

<천황봉과 하현달>

 

 

<동학사 계곡 일출>

 

 

<우산봉 능선에 뜨는 일출>

 

 

<쌀개능선>

 

 

<쌀개능과 천황봉>

 

 

<천황봉과 쌀개봉>

 

 

<관음봉과 문필, 연천봉>

 

 

<계룡산 남부 능선>

<쌀개봉에서 계룡의 아침을 보고 관음봉으로>


 

통천문을 지나 쌀개에 오르니 논산들판이 광활함 그 자체로 다가선다. 논에 물을 가둬 하얗게 보이는 들판의 시원함이 아침 바람에 너무도 근사하다.

동녘에 대지를 박차고 해가 뜨려 한다. 오색의 광채를 머금은 태양의 용트림이 저 멀리 고리산과 식장산 그리고 한밭의 넓은 대지에서 떠오른다.

아침 서기의 햇살과 기운은 언제나 산행 중 느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또한 이때의 광선은 사진 찍기에 너무도 안성맞춤이다. 확연한 계룡의 능선을 새벽 공기와 서기에 조화시켜 렌즈에 담는 것은 어둠을 가르고 오른 산꾼만의 보람인 것이다.

아름다운 일출의 광채는 높은 쌀개봉과 능선에 어울려 한편의 서시시인 양 아름답다.

붉은 광채 그리고 황홀한 빛의 향연. 그것은 엊저녁 노을의 불그레한 태양의 이지러짐보다 생기 있고 발랄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일출은 희망과 포부 그리고 역동을 느끼게 한다. 계룡의 828m 쌀개봉에서 맞는 5월의 일출은 그저 한없는 축복처럼 일행에게 다가온다.

아침의 한기를 타고 떠 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계룡산 줄기의 아름다움과 동학사 계곡을 타고 펼쳐진 계룡의 전부를 느껴본다. 일출을 보며 우리 산하를 사랑하고 아끼며 간직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이 새벽에 어둠을 헤치고 올라 왔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보며 아침 조망을 살핀다.

북으로 계족산과 속리산을 지적하고 동으로 식장산, 천태산, 마성산, 장룡산, 덕유산, 진악산, 만인산, 대둔산, 운잔산을 본다.

또한 남으로 향적산과 멀리 모악산을 보며 서쪽으로 칠갑산과 오서산을 바라본다. 새벽에 올라 멀리 볼 수 있는 조망의 즐거움은 부지런한 산꾼들만이 영위할 수 있는 보배로운 산물이다.


 

바위틈에 핀 철쭉이 아침 햇살에 너무도 아름답고 앙증맞다.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천왕봉과 황적봉 그리고 관암산과 도덕봉, 우산봉을 가리키며 긴 휴식 시간을 갖는다.

밧줄을 타고 쌀개봉 V자 협곡을 내려서는데 강산에 일행을 만난다. 설마 했는데 쌀개 능선에서 맞으니 반갑다. 거브기와 풍선 그리고 강산에는 쌀개산장에서 아침을 지어 먹고 휴식한다고 한다.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길을 재촉하여 관음봉 고개에 닿는다.

우회 통로를 이용하여 관음봉에 오르니 어느 새 대지는 환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며 계룡산 모든 봉우리를 간직하며 인사한다.

일행 중 일부를 금잔디 고개로 보내고 셋은 관음봉 정자에서 잠을 청한다. 파리 떼의 극성으로 선잠을 자지만 피로에 지친 일행에게는 너무도 간절한 꿀잠이다.

문필과 연천봉이 그리고 자연성릉을 따라 삼불봉과 신선봉이 줄지어 위엄을 뽐낸다.

동학사 계곡 건너 천왕봉과 황적봉이 흐릿한 연무와 함께 아침의 고요함에서 깨어난다.

자연성릉은 아침 햇살을 받아 암벽과 노송 그리고 잘 뻗은 산줄기로 산수화를 연상하듯 아름답게 다가온다.


 

몰려온 다른 일행의 방해로 잠을 깨고 이내 자연성릉으로 들어서니 모두들 다리가 안 좋은지 걷는 모습이 불편하다.

조심하여 계단을 여러 번 통과하여 삼불봉 우회길에서 금잔디 고개로 향한다.

 

 

<자연성능>

 

 

<쌀개봉 오르는 능선의 장관>

 

 

<삼불봉-수정봉-금남정맥>

 

 

<쌀개능선>

 

 

<금잔디 고개>

 

 

<훈훈한 정이 가득한 금잔디 고개>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금잔디 고개에 식수가 풍부하다고 전화가 온다. 다행이다. 우리들은 서둘러 삼불봉을 우회하여 금잔디 고개에 당도한다.

시원한 식수를 마시고 병마다 가득 물을 채운다. 어젯밤의 엄청난 갈증과 식수난..그것은 너무 일찍 다가온 여름 날씨의 복병이다. 모두들 넉넉히 갈증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동행할 일행을 기다린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맥주와 김밥 그리고 과일과 채소를 공급해 주려 달려온 동료들이 고맙다. 배낭 가득 빵을 지고 오신 고문님도 너무 감사하다.

모두들 맛나게 허기를 채우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뒤늦게 도착한 강산에 일행과도 반가운 인사와 우정을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다.

또한 근육통으로 힘들어하는 거부기님을 맛사지와 파스 그리고 진통제로 도움을 준다. 산에서의 강한 우정을 느껴본다.


 

 

<금불사 가는 길>

 

 

<와룡암>

 

모두들 재충전으로 활력을 찾고 금잔디 고개를 떠나 수정봉과 와룡암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준족 일행을 먼저 보내고 느린 우리 일행은 노련한 고문님과 강산에님의 안내로 마티재로 향한다. 금남정맥 갈림길과 큰 구재를 지나 와룡암에 가는 동안 전혀 조망이 없어 갑갑하다.

하지만 낙엽과 부드러운 산길 그리고 가끔씩 접하는 오르막으로 무리 없이 진행한다.

간간이 흩날리는 표시기들이 산행의 통로를 열고 우린 와룡암에 당도하여 갈증을 해소한다.

와룡암까지 2시간 30분을 달려 왔는데 거리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계룡산을 도는 코스 중에서 거리가 멀고 지루한 구간으로 매우 힘겨운 코스이다.

마티고개에 당도하니 예전 구도로의 정취가 그대로 여서 반갑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시원한 맥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랜다. 라면과 밥으로 점심을 먹으니 다시 힘이 솟는 것을 느낀다.

산에서 느끼는 묘한 것은 갈증을 풀고 에너지를 보충하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숱한 어려움에서도 종주의 기쁨은 언제나 가능했다. 계룡대종주에서도 그와 같은 힘의 보충은 꾸준한 걷기를 안정적으로 유도한다.


 

 

 

<마티고개>

 

 

<마티고개 표지석>

 

 

<청벽산 > 

 

 

<청벽산 가는 길>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충분히 쉬고 마티고개에서 해발 392m 국사봉에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힘들다. 기도터를 지나 임도에 접어들고 능선을 따라 지루하고 긴 산길을 걷는다.

묘한 느낌이 산행 중 들기도 하지만 강산에 팀과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산행 말미를 함께 하게 되어 희한하다.

또한 어려웠지만 같이 종주에 참여했던 동행자가 둘이나 중도에서 산행을 마쳐 마음이 아프다.

너무 어려운 종주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 보고 앞으로는 절대로 무리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청벽산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가서 금강을 조망하기 좋은 보금자리를 만난다. 사진작가들이 금가의 낙조를 촬영하기 위해 안성맞춤인 곳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실제로 금강을 굽어보는 명당이고 산록과 강줄기가 너무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

하지를 중심으로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낙조를 멋지게 촬영할 수 있다하니 후에 다시 오고 싶다.

간단한 완주식을 마치고 급한 등로를 내려오니 마암리의 유명한 대성당약국 옆으로 하산한다.

길고도 먼 항해가 끝나는 순간이다.

 

 

<마티고개 넘어 수정봉 가는 능선>

 

<에필로그>


 

20시간의 대장정!

그것은 좀 무리했던 여정이었다.

또한 보만식계보다 산행의 어려움이 크고 오르내림과 암릉이 많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산꾼들이 엮어내는 우정과 끈기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긍지가 있어 좋았다.

격려하며 함께 한 동료애도 느꼈고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산꾼의 진실도 배웠다.

이제 계룡대종주를 마치며 한층 성숙된 산꾼으로 거듭나고 조금은 원숙한 멋을 간직한 모습으로 변모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얀 빛을 반사하며 균형 잡힌 사진 포커스를 제공하는 금강을 보며 생각한다.

삶이란 어떤 것이며 그 살아가는 현장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질곡의 아픈 사연들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것일까?

산을 통하여 산에서 만나고 그 산을 공유함이 행복인데 그것이 주제이고 과정이라면 모순일까?

산이 있어 산에 오르고 거기서 그를 만날 수 있음은 산이 주는 애정이 아닐는지.........

 

 

<청벽산 조망터에서 본 금강의 아름다움>

 

 

<마암리 대성당 약국-왼쪽으로 산행 끝자락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