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6. 19(일)
ㅇ 코스 : 한계령(03:00)-끝청-중청-대청(07:00)-중청-소청-희운각산장(08:30)-공룡능선-마등령(11:50)-비선대(14:20)-설악동(15:30) (25km, 소요시간 12시 30분)
ㅇ 구간별 세부소요시간 : 한계령-대청(4시간) -          총 4시간
                         대청-희운각산장(1시간 30분) - 총 5시간 30분
                         희운각산장-마등령(3시간 20분)-총 8시간 50분
                         마등령-비선대(2시간 30분) -   총 11시간 20분
                         비선대-설악동(1시간 10분) -   총 12시간 30분
ㅇ 누구와 : 혼자 안내산악회 따라


   누군가 왜 산에 오르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내 마음의 골짜기. 저 산의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싶은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아직은 세상의 탐욕이 운무처럼 휘감겨 있는 골짜기. 저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 채워 넣고 싶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한 골짜기, 한 골짜기 그렇게 채워 넣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산 하나로 설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내 마음의 골짜기에도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아름다운 새들이 놀러와 울어대고, 푸르고 싱그러운 초목이 무성히 자라나겠지요. 그런 날이 오면 참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 날이 오면 세상은 참 아름다워 보일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계속하여 오르렵니다.

  

   새벽 3시. 한계령에서 내립니다. 바람이 심하고 날씨가 흐립니다. 비탈지고 미끄러운 길을 불빛에 의지해서 나아가는데 무척 더디기만 합니다. 1시간 30여분 진행하자 어디선가 새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드디어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어둠을 깨우는 것은 역시 새소리. 새가 울자 산목련 냄새도 한결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새벽입니다. 산줄기들도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하고, 초목들은 이슬을 함뿍 머금은 채, 어둠을 이겨낸 또 하루를 즐거이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신선하고, 깨끗하고, 고요하고, 차분한 새벽 숲. 저는 이 새벽 숲 걷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새벽 숲을 걷고 있다보면, 저도 이슬에 함뿍 젖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느낌입니다.

  

   끝청. 중청. 대청. 비가 간간이 내리다가 그치고, 산행시작 네 시간만에 대청봉에 오릅니다. 대청봉에 오르자 바람이 몹시 불고, 이 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집니다. 설악의 암릉들은 어쩜 이런 곳이 있나 싶게 마음을 쏙 빼앗아 가 버립니다. 그렇지만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내려와 희운각 산장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희운각 산장 가는 길은 그 암릉들을 점점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즐겁기만 한 내림 길입니다.

  

   희운각 산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이제 본격적인 공룡능선 길에 들어섭니다. 공룡에 들어서기 전 다시 한번 배낭끈을 단단히 매어 봅니다.

  

   드디어 공룡능선. 첫 능선에 올라 마주하는 풍경부터 1275봉, 나한봉, 세존봉까지.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고 있다는 느낌뿐입니다. 무척 가파른 길이지만 풍경에 취하여 힘든 지도 모르고 나아갑니다. 하나의 암봉을 넘고 또 하나의 골짜기를 지나고,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에, 그저 마음의 골짜기를 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 채워 넣고 싶다는 욕심뿐입니다.

  

   그렇게 마음의 골짜기를 채우며, 한 발 한 발 떼어놓다 보니,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  이 암릉에 길이 나 있다는 것이 신기해 보이기만 합니다. 산다는 것도 저와 같은 것일까요?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한 세월이지만, 막상 살아가다 보면 길이 생기고, 때론 저렇게 생각지도 못하였던 아름다운 길을 만나기도 하고----

  

   가장 조망이 아름다운 1275봉을 지나고, 나한봉을 오를 때에는 정말 힘이 듭니다. 그러나 막상 나한봉에 올라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또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저런 곳에 길이 있었다는 것이--- 저런 길을 내가 걸어 왔다는 것이---걸어온 저 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었다는 것이---삶을 다 끝내고 뒤돌아보았을 때, 내 살아온 길도 저렇게 아름답고, 누구나 쉬이 갈 수는 없는 저런 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이제 하산길이지만, 이 풍경을 놓고 내려가기가 싫어 한참을 주저앉습니다. 풍경도, 그 먼 곳에서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벌써 내려가느냐고 붙드는 듯 합니다. 마등령이 보이는 산등성에서, 바람과 햇살과 지나온 능선과 암봉들을 마음 속 깊이 깊이 새겨 넣습니다.  

  

   이제 하산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머물러 있는 곳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길인가 봅니다. 아쉬운 발길을 천천히 내려놓는데, 굽이도는 길목마다에서 만나는 공룡의 모습이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힘들고, 매우 비탈진 길이, 천천히 내려가라고 붙드는 것 같아 고맙기까지 합니다.

  

   두시간 삼십여분만에 비선대에 내려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이제까지 길을 걷는데 버팀목이 되어 준 발목을 계곡물에 담궈 봅니다. 상처처럼 짓눌려 있던 발가락을 씻어 내리니,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겨져 내립니다.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참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누군가 왜 산에 오르냐고 물으신다면, 반문 할 것입니다. 이 좋은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 오르지 않을 수 있으신지요---

  

(깨어나기 시작하는 설악산)

 

(중청에서 본 대청봉)

 

(희운각대피소로 하산하며 본 설악)

 

(희운각대피소로 하산하며 본 공룡)

 

(공룡 첫 능선에서 본 풍경)

 

(공룡 첫 능선에서 본 풍경)

 

(공룡 첫 능선에서 본 용소골 풍경)

 

(공룡 풍경)

 

(공룡풍경)

 

(공룡풍경)

 

(공룡풍경)

 

(공룡풍경)

 

(공룡풍경)

 

(공룡풍경-1275봉 가지전 뒤돌아 본 모습)

 

(공룡풍경-잦은 바위골 모습)

 

(공룡풍경-1275봉)

 

(공룡풍경-잦은 바위골 모습)

 

(공룡풍경-뒤돌아 본 모습)

 

(1275봉에서 가야 할 나한봉 모습-가운데 뽀족한 곳이 나한봉)

 

(공룡풍경-나한봉 가는 길에 본 모습)

 

(공룡풍경-지나온 1275봉)

 

(공룡풍경-지나온 1275봉)

 

(공룡풍경-나한봉에서 본 설악)

 

(나한봉에서 본 세존봉)

 

(하산길에 본 공룡)

 

(하산길에 본 세존봉 암봉)

 

(하산길에 본 공룡)

 

(하산길에 본 공룡)

 

(하산길에 본 풍경)

 

(유선대에서 본 설악풍경)

 

(유선대에서 본 금강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