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벽 꿈길 속으로 (삼각산 숨은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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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05.06.18 (토)

산행코스 : 사기막골 매표소(09:50) - 효자리 계곡 능선- 해골 바위-숨은 벽 -밤골  계곡 - 밤골 매표소 (15:10)

35년 지기 5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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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련한 젊은 날의 추억을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 자리가 술자리든 경조사에서

만나든 그 시절의 추억의 보따리를 푸는 게 마냥 즐겁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면

반가운 35년 지기들의 얼굴들이 구파발역 인공폭포 앞에 하나 둘씩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35년 전 같은 전공을 이유로 우리는 4년 동안 함께 같은 하숙방에서 뒹굴기도 하고, 밤늦은

 

캠퍼스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기도 하고, 그 보다 세상을 격분하며 얼마나 많은 격론의 밤을

 

지새웠던가. 학교 앞 주막 막걸리 파티에 더많이 동석했던 벗들이다. 이젠 몇 년 전부터 세월이

 

그리고 세상이 우리들을 정기적으로 두 달에 한번씩 산행하는 모임으로 만들어버렸다.


 

 사기막골 매표소를 들머리로 숨은 벽을 만나러 간다. 모두 숨은 벽은 초행길이다. 삼각산

 숨은 벽은 삼각산 여러 코스를 섭렵하고 난 후 나중에 길을 내 주는 곳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이젠 ‘숨은 벽’을 만나고나면, 나에겐 꿈길 속에서나 만나던

‘들킨 벽’이 될 것이다. 능선을 치고 오르니 한 떨기 애기나리가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산행 보조를 맞추느라고 오름길에 자주 쉬다보니 종아리 근육이 좋아한다. 내 쉬는

숨소리도 조용하다. 녹음으로 우거진 숲 속 길은 조망을 감추고 구름 낀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


 

 요즘 회사일로 지친 친구 Y가 해골바위 아래 숲 속 바위에서 참선(參禪)이나 할 테니 먼저

 

올라갔다가 내려오라며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원점회귀 산행으로 바뀌어 버린다. 조금만

올라가면 해골바위도 만나고 숨은 벽을 조망하는 좋은 조망처가 나타난다고 회유해도 오늘은

막무가내다. 그러고 보니 그 친구 얼굴색이 예전하고 다르게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같이

올라 숨은 벽도 보고 바람 골의 바람도 쐬면서 백운대 정상에서 지나온 숨은 벽을 내려다보기는

이젠 다 틀렸다.


 

 나머지 일행은 땀을 흘리며 해골바위 암릉 길을 오른다. 해골바위를 지나 경사 40도 정도의

 

 바위를 타오르니 숨은 벽 능선이 좌로 인수봉, 우로 염초능선을 대동하고 깎아지른 대 슬랩

 

암벽을 드러내놓고 자세를 낮추고 몸을 숨긴 채 용이 되어 등천(登天)하고 있다. 눈을 들어

 

좌측을 보니 상장능선이 삼각산의 좌측을 받치고 균형을 잡아준다. 숨은 벽은 삼각산의

 

 숨은 진주 같다. 숨은 벽 능선 초입에서 발길을 돌리는 아쉬움을 접고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와서 뵙겠습니다”독백하며 하산길을 서두른다.


 

 숲 속에서 기다리는 친구를 만나 숲 속에 자리를 펴고 시장기를 때운다. 친구 K의 부인이

 정성들여 만들어 온 김밥과 일동막걸리 5병이 금방 동이 나고 얘기꽃을 피우다가 밤골 계곡으로

하산한다. 계곡의 물이 줄어 숨소리가 고요하다.탁족을 간단히 즐기고 효자비로 내려선다.

개울가 노천 음식점에 다시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로 하산주를 들며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추억 속의 여행을 계속한다.     


 

 졸업과 군 생활을 마치고 기업체 임직원으로 은행 지점장으로 공무원 신분으로 아직도

현역에서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두 달 만에 한번씩 하는 산행 만남이 반갑고 즐겁다.

이젠 하나씩 현역 은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게 화제에 오르고 노후생활과 창업 이야기가

술자리의 메뉴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주 메뉴는 학창 시절의 하숙집 주인 딸의 정성어린

 밥상 얘기, 고무신 이야기, 팬티 사건 등과 영문과 혜숙이와 짝사랑 이야기 등 몇 번 씩이나

 다시 들어도 새롭기만 한 젊은 날의 로맨스가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한다.  (200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