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같이 출발했는데 워낙 거리가 멀어서 인지 성삼재에 11시쯤 도착했다.

얼마전에도 철쭉이 유명한 바래봉에서 세걸산을 지나 정령치앞 고리봉까지 다녀왔거늘 먼 발치에서 본 지리산 능선이 나를 다시 불러 산을 찾았다.

11시에 성삼재를 출발해서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 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걸어야만 한다.

너무 늦게 도착한지라 날씨는 덥고 노고단까지 포장도로를 오르려니 출발부터 컨디션이 안좋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힘을 내어 출발이다.

점심때쯤 가까워서인지 산님들과 학생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다.

어느덧 출발한지 얼마안돼 노고단대피소가 나를 반긴다..

공단 직원들만 없으면 노고단에 올랐다가 반야봉쪽으로 기수를 돌리련만 직원이 입구부터 가려 올려 보낸다.

몇년 전에는 직원이 없어 갔던 길이었는데 말이다.

아쉽지만 막바로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다음 지리산 3대 고봉인 반야봉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해 본다.

역시 우리나라의 모산이자 아주 큰 산이다.

70%가 산으로 이어진 우리의 산을 보면서 난 정말 복받은 사람이란걸 느끼게 되었다.

수 많은 취미 중에서 등산이 내게 딱히 좋은 건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인간 태초의 꿈이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반야봉에서 하산 하듯 내려 우리나라에 3개도가 있는 삼도봉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민주지산에도 역시 같은 삼도봉을 떠올리며 산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침을 꿀떡 삼키고 난 외로이 걷기만 한다.

여럿이 산행하는 맛도 있지만 나는 나홀로 산행이 참좋고 지금껏 이렇게 해 오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하는 산행의 묘미를 알면 산님들과 함께하리다.

화개재를 지나는데 좌측으로 뱀사골로 하산을 많이들 한다.

뱀사골 골짜기도 참 좋은 곳이다.

워낙 산이 큰 지리산이라 좀 부족한 사람이 왔다 가더라도 지혜로움을 준다는 말뜻대로 지리산은 모든사람들을 돌이켜 보게 하는 우리의 영산인 것이다.

흔히들 땅덩어리가 좁다고 하는데 건강한 두발로 우리의 산하를 다니다 보면 결코 작지 않은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며 교훈을 얻기 바란다.

나홀로 산행을 하다 보면 5감을 느끼며 인생의 길을 걷듯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등산인의 3대정신인 자유,평화,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산을 찾는다.

어느덧 토끼봉을 오르고 총각샘을 지나 명선봉,연하천 산장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늦은 식사를 간단히 한다.

아무리 좋은 구경이라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조금 속만 채우고 또 출발한다.

특히 산에선 과유불급이란 말이 딱히 맞는 말이다.

너무 과해도 너무 모자라도 안된다는 뜻대로 적당히 채워야 계속 산행을 할수있다.

난 정말 여름 산행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힙쌕만 가지고 다닌다.

꼭 필요한것만 가지고 다닌다.물론 겨울은 큰 배낭을 꾸려 많이 가지고 다니지만 말이다.

간단한 먹거리를 권한다면 일회용 비닐 봉투에 맨 밥과 굽지않은 김과 간장또는 비닐에 고추장 정도만 담아가면 무거운 코펠과 버너를 준비하지 않아도 거뜬한 1박2일의 식사는 간단히 해결된다.

늦은 식사를 하고 1462삼각고지를 거쳐 형제봉,벽소령 산장에 도착했다.

산속에 있는 산장이라 사람들이 많이들 북적대고 술들을 마셨는지 한가락 노래도 부른다.

자기좋아 하는 짓들이지만 군중심리에 술마시고 노래한들 다른 사람들한테는 분명 좋게 안들릴 것이다.

벽소령을 한참 지났는데 죄진것도 없는 나를 향해서인지 천둥 번개가 난리다.

물론 기상청 예보로는 5mm내외가 내릴수 있다고 했다.비를 피할곳이 없다.

하느님,부처님을 찾으며 계속 진행하는데 이젠 우박까지 쏟아 붓는다.

이몸은 속세를 떠날 준비를 하기 때문에 머리를 빡빡깍은 관계로 머리가 터 질것 같았다.

온몸은 비에 젖고 우박을 맞고 한참을 걸어 선비샘을 지나 칠선봉에 다다르니 나의 기도가 통했는지 햇빛이 나기 시작한다.

웃옷을 벗어 물기를 짜내고 털고해서 다시입고 또 걸어 세석산장을 지나는데 역시 얼마전 다녀온 황매산 황매평전의 철쭉만큼이나 아름다운 세석평전이 나를 반갑게 맞는다.

우리나라의 몇안되는 아름다운 철쭉꽃들이, 오면서 비를 맞은 나를 힘이나게 만든다.

링컨이 행복은 자기 맘속에 생각한 만큼있다고 얘기했거늘  딱히 맞는 말인거 같다.

맘 같아선 피곤도 해서 세석산장에서 여장을 풀고 싶었지만  산장을 지나 촛대봉 정상에서 멀리 천왕봉을 보고 지나온 준봉들을 보면서 간단히 맥주 한캔과 행동식을 먹고 연하봉을 거쳐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에 도착했는데 잠자리가 걱정이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그냥 떠나왔기 대문에 또 설악산 중봉산장에서 예약없이 자본 경험이 있기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줄을 서서 캔슬된 자리를 넘보고 기다리는데 오후 7시까지 기다리란다.하절기에는 원래 6시까지인데 공단직원들 맘대로다.

할수 없이조금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술마신60대 산님들께서 인터넷 예약을 자기들은 모른다나 하면서 시비를 붙는데 바로 내 뒤에서 직원한테 항의하는데 보다못한 내가 어르신들은 먼저 잠자리를 구할수 있고 내가 양보 해드린다고 조용히 하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제야 조용히 한다.우리나라가 예부터 동방예의 지국 아닌가.어른 공경이 맞는 얘기지만 막가파식의 예를 얘기해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공단 직원들도 노인분과 어린아이들이 있으면 먼저 자리를 주고 먼저와 기다리는 사람도 아무 불평없이 양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인것이다.

난 운이 좋게도 그날 캔슬 된 사람이 많아 40대인 나도 행운을 잡을수 있었다.산장에서 저녁은 아주 간단히 해결하고 씻고 양치질까지하고 오늘 걸어온 약 30km 등반길을 되네이며 럭키쎄븐이 두개인 77번의 자리에서 담요를 깔고 오늘 산행과 내일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그려본다.워낙 초저녁 잠이 많은 사람이고 한데도 예민한 성격이라 9시 소등을 했는데도 잠을 들수가 없다. 코고는 사람에 속삭이는 말소리,방귀뀌는 소리와 냄새들,거의 한잠 못자고 새벽이 됐는데 일찍들 서둘르는데 나도 깰수 밖에 없어 씻고 볼일 보고 아침도 먹고 출발 준비는 다했는데 5시5분에 일출인데 일찍 올라가봐야 추울거 같아 산장에서 좀 있다가 시간 맞춰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은 일찍와 추위에 떨고 있는게 아닌가?산장에서 천왕봉까지 1.7km거리인데 제석봉을 지나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을 오르는데 빠른 걸음으로 30여분이면 오르는데 우리나라사람들 성격 참 급하다.3대가 덕을 잘 쌓아야 본다는 천왕봉 일출은 5시20분이 돼서야 운무속에 가려 어렴풋이 보여 준다. 1915m의 천왕봉 비석에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라고 써 있는 모습이 한국인이라면 이곳을 꼭 오르기를 권해 본다.몇년전 겨울 산행때는 참멋지게 본 기억이 난다.전국의 유명산에서의 일출은 참으로 많이 봐왔다.

아쉽지만 나름대로 천왕봉 일출을 보며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도했고 특히 다음달 군대가는 아들 공군 28개월동안 군복무 잘하고 건강하게 돌아 올수 있길 바랬다.흔히들 있는 집 자식들은 국적 포기 해서 군에  가지 않으려 하거늘 우리 나라을 누가 지키랴?우리님들과 내생각이 같으리라 믿는다. 천왕봉을 뒤로하고 어제밤 묵었던 장터목산장을 지나 연하봉 촛대봉 세석산장 까지 와서 식수를 보충하고 초코파이 다섯개을 사고 영신봉 능선을 타고 음양수에서 목을 축이고 한벗샘을 지나 한참 만에 삼신봉에 이르렀다.

계룡산에 세 부처님 모양의 삼불봉이 있듯 이곳 삼신봉은 아마도 세분의 신이 계신듯 멀리 어제 걸어온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조망이 참으로 멋져 보인다.이곳은 청학동에서 올라 오는 사람이 참 많다.지리산 능선을 조망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행동식을 맛나게 먹는다.

삼신봉에서의 하산은 바로 옆 내삼신봉으로 좌로 청학동 마을을 보며 쇠통 바위를 릿지하며 삼불재를 지나 한참을 내려 오다 계곡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60m높이의 지리산 십경 중 하나인 불일 폭포를 찾아 보조국사 지눌이 수도했다는 불일암에 잠시 둘러 약수를 한잔마시고 폭포의 위력에 빠져본다. 몇번 본 폭포지만 정말 멋진 곳이다.이제 천천히 하산하며 맘속으로 쌍계사에 도착해 이번 산행을 마무리 할 생각을 해 본다.양쪽으로 계곡이 흐르며 사이에 절이 있다 해서 생긴 이름이 쌍계사가 아니던가? 쌍계사의 벗꽃은 우리나라의 최고인 것이다. 

몸도 씻고 맘도 씻었으니 대웅전에서 108배를 올리려 했거늘 대웅전 수리관계로 2006년 12월 까지는 대웅전에서는 기도를 못한단다.

하는 수 없이 오대산 적멸보궁 같이 부처님 모시지 않고 하듯 정성을 다해 땀을 흘리며 오체투지로 도봉산 삼봉사  적연 스님한테 배운대로 108배를 하고 나니 불자는 아니지만 맘이 한결 가벼웠고 좋았다.

이번 지리산 나홀로 산행은 참으로 나를 돌이켜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1박2일간 아무 탈 없이 잘 견뎌낸 내 두다리와 내몸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다음에도 또 계속 도전은 시작 될것이다.

이 몸이 가는 곳마다 항상 건강과 행운이 깃듯길 스스로 기도 해 본다.

우리 산님들 가정에도 행운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