廣坪秋波, 황금물결의 사자평... 재약산

                                                          (능동산에서 사자봉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능선)

 

재약산(1189m)은 경상남도 밀양시와 울산시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산군의 하나이다.

재약산의 가장 큰 특징은 산 정상부에 펼쳐지는 약125만평 규모의 광활한 억새밭. 한창 억새가 만발할 때면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의 바다이다. 산 남쪽 기슭에는 유서 깊은 표충사와 절경인 옥류동천이 있으며 북쪽에는 얼음골 등이 자리 잡아 등산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산이다.

재약산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뛰어나다. 동쪽으로는 신불산, 간월산과 북쪽으로는 가지산, 운문산의 굵은 하늘금은 영남알프스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산행개요〕


- 산행일 : 2005. 10. 22(토)

- 산행자 : san001, 한국인 등 

 

- 산행요약

■ 코스 : 석남고개~능동산~샘물상회~재약산정상(수미봉)~사자봉~고사리분교터~층층폭포~홍룡폭포~표충사

■ 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18.6km, 산행시간 6시간32분, 총시간 9시간5분

■ 구간별 거리

석남터널~(0.4km)~석남고개~(3.3km)~능동산~(4.5km)~샘물상회~(1.0km)~얼음골갈림길~(1.4km)~사자봉~(0.8km)~천황재~(0.9km)~수미봉~(1.2km)~고사리분교터~(0.5km)~층층폭포~(1.2km)~흑룡폭포전망대~(2.0km)~표충사~(1.4km)~주차장

■ 구간별 시간

석남터널~(0.4km,17분)~석남고개~(1시간8분)~배내고개갈림길~(5분)~능동산~(7분)~쇠점골약수터~(22분)~헬기장~(28분)~기상관측탑(봉우리)~(7분)~얼음골갈림길(봉우리)~(17분)~샘물상회~(11분)~얼음골갈림길~(28분)~사자봉~(25분)~천황재~(20분)~주암계곡갈림길~(10분)~수미봉~(23분)~진불암갈림길~(13분)~고사리분교터~(9분)~층층폭포~(34분)~흑룡폭포전망대~(30분)~표충사~(18분)~주차장(집단상가지구)

 

 

- 산행지도

(출처 : 부산일보, 재약산 이후의 붉은 선은 산행구간과 다름니다)


 

 

〔산행기〕

 

가을을 찾아 석남터널로

 

가을비치고는 비교적 많은 양의 비가 내린 후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온 신경이 날씨에 쏠린다. 제발 맑아야 되는데.. 밤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문득 한 개의 별이 보인다. 그것도 잠시, 비가 흩날린다. 심난한 마음과 달리 일행들이 모두 정시에 모여 일단 무박산행의 출발은 산뜻하다. 

 

6년만에 다시 찾는 재약산. 고사리분교가 없어졌다는 소식과 억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을 가끔 접하지만 최근 사진으로 보는 재약산은 여전히 은빛 물결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향하는 곳은 석남터널. 언양IC를 나와 밀양으로 가는 국도에 접어든다. 배내고개 갈림길을 지나 석남터널 50M 앞에 있는 도로 좌측 주차장에 도착한다. 급하게 내려 먼저 들머리를 확인한다. 터널 직전 우측에서 만나는 반가운 이정표(가지산 3.1km). 사실 산행을 떠나며 가장 걱정하던 부분. 어둠 속에서 들머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기우 아닌 기우가 해소되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오늘 산행은 광평추파(廣坪秋波)라 일컬어지는 사자평의 억새 축제를 느긋하게 즐기는 게 목표이다. 능동산으로 올라 재약산을 거쳐 표충사로 하산하는 길. 능동산으로 가는 방법은 대부분 배내고개를 들머리로 하지만 오늘은 조금 편안한 방향으로 선정한다. 그래서 선정한 들머리가 석남터널. 20분 정도만 올라가면 석남고개로 그 이후 등산길은 편안한 발걸음이다.

(언양방향에서 바라본 석남터널, 터널 우측에 이정표가 있다)

 

 

영남알프스란

 

영남알프스.

영남에 있는 산들, 특히 언양과 밀양 일대에 밀집되어 있는 1000m가 넘는 산들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가지산, 운문산, 고헌산, 재약산,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등 일반적으로 7개의 산군을 지칭하지만 공식적인 이름은 아니다. 아름다움을 말한다면 천성산도 포함할 수도 있지만 경부고속도로에 의해 흐름이 단절되어 누락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영남알프스를 완전히 종주하려면 세 번 또는 네 번 정도의 산행을 하여야 한다. 전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능선 방향이 달라 한꺼번에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종주는

첫째 취서산, 신불산, 간월산, 배내봉으로 연결하는 코스

둘째 능동산, 재약산코스

셋째 가지산, 운문산, 억산을 연결하는 코스이다.

이 중 준족의 경우 세가지 코스 중 두가지를 연결하는 산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남알프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광활한 산상고원에 펼쳐지는 억새. 우리나라 최대의 억새고원인 신불산의 신불평원과 재약산의 사자평은 가을이면 은빛 억새의 물결이 넘친다.

 

 

석남고개

 

오전5시15분. 아직도 어둠이 짙다. 약간 쌀쌀하지만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고 바람 한점 없이 잔잔한 최상의 날씨. 일출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터널 우측으로 접어든다. 입구에서 석남고개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고도를 높이며 언양의 야경이 꿈결같이 출렁인다. 짙은 실루엣으로 선을 그리는 산능선, 멀리 도심의 깜빡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새벽산행의 신선한 매력을 느낀다. 

굳었던 몸이 풀리며 약간 더위를 느낄 무렵 능선에 오른다. 우측길은 가지산으로 가는 길, 능동산은 좌측 방향이다. 가지산은 검은 실루엣이 의외로 가깝다.   

 


편안한 숲터널... 능동산으로 가는 길

 

능동산까지는 약3.3km. 거리상으로는 멀지만 능동산 오름길의 마지막 20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드러운 산책길이다. 산새마저 잠든 새벽을 부지런히 걷는다. 능선은 키 높이만한 잡목들이 묘하게 터널을 이루고 있다. 눈이 온다면 그야말로 눈꽃터널을 이루는 환상적인 광경을 떠올린다.

능선에서는 특별히 전망 좋은 곳은 없지만 답답하지는 않다. 점점 희미해지는 랜턴 불빛속에 언양의 야경 또한 점점 잠들어간다.

40분 만에 동쪽 방면의 시야가 터지는 소나무지대에서 첫 휴식을 갖는다. 붉은 기운이 서서히 감도는 하늘 앞쪽에는 배내봉에서 오두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실루엣이 뚜렷하다. 이 일대가 857봉. 1분 거리에 삼각점이 있다. 삼각점에서는 서쪽 방향으로 운문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처음으로 그동안 감추어졌던 능동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출을 능동산에서 보고자 다시 산행을 서두른다.

 

삼각점을 지나며 능동산으로 가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잠시 후 뒤돌아 보이는 유연한 능선. 걸어온 길이 상당히 부드럽다.

잠시 후 나타나는 갈림길(이정표 없음). 능동산을 거치지 않고 배내고개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능동산에서 일출을 보려는 마음과 달리 동쪽 하늘은 곧 해가 솟아날 듯 붉다. 일단 전망 좋은 곳에서 기다린다. 잠시 등산화끈을 조이는 사이 순식간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 대자연의 환상이 아닐 수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출을 잠시 여유 있게 즐긴다. 

(능동산으로 오르는 도중 바라보는 걸어온 능선길)

(일출, 앞의 봉우리가 오도산이다)


 

능동산

 

능동산은 5분 거리에 있다. 작은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능동산은 사자평 방향으로 시원하게 터져있다.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드는 사자평의 대평원이 싱그럽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빛의 조화는 가히 경이롭다. 

주위의 가을빛 또한 온통 황금물결이다.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빛으로 가을을 물들이는 사자평. 아침 햇살과 조화되어 마음조차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정상인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의 흐름은 생각보다 폭이 크지만 대평원의 평온함에 묻혀 어려워 보이질 않는다. 좌우로 이어지는 대평원의 가장자리는 급격히 경사를 이룬 사면이다. 문득 잃어버린 도시 공중도시 마추피추를 떠올린다. 지금은 산중까지 차가 들어오고 간이식당이 주인처럼 자리 잡았지만, 그 옛날 감추어진 이 공간을 그 누가 쉽게 알았을까.

저 멀리 아득히 멀리 보이는 수미봉. 멀어서 도리어 원 없이 재약산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 다른 산에서 느끼는 감정과 상반된다.

(능동산에서 바라보는 좌측 수미봉, 우측 사자봉은 안개에 잠겨있다)

(능동산에서 바라보는 우측 배내봉에서 좌측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샘물상회로 가는 길... 임도와 능선이 병행되며

 

샘물상회는 식당 겸 산장으로 본격적으로 사자평의 대고원이 시작되는 곳이다. 샘물상회까지는 임도와 능선길이 병행되며 이어진다.

능동산을 지나면 한동안 내리막. 7분 정도 내려가면 수량이 풍부한 쇠점골약수터가 있다. 쇠점골은 석남고개 근처에서 발원하여 밀양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산내천 계곡의 상류를 이야기한다.

(능동산을 지나자마자 바라본 전경, 중앙이 수미봉이다)

(쇠점골약수터)


약수터를 지나면 바로 배내고개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며 거의 9부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능선 좌측으로 이어져 가지산, 억산을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임도에서 능선으로 가는 길은 세 번에 걸쳐 분리되고 합쳐진다. 이정표는 없고 리본을 따르면 된다. 세 번 모두 능선상의 봉우리를 거치는 약간의 오르막을 수반한다. 세번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능선길은 반드시 들려야 될 코스로 결코 후회하지 않는 전망을 볼 수 있다.    

(임도길)

 

자주 올 수 없는 산. 힘들어도 무조건 능선으로 방향으로 선택한다.

약수터를 지나 임도를 만나면 얼마가지 않아 곧 능선길을 표시하는 리본이 있다. 생각보다 긴 10분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면 964.5봉이다. 여기도 전망이 그런대로 괜찮지만 6분 정도 더 나아간 헬기장이 최고의 전망장소이다. 샘물상회로 가는 도중 가장 시원하게 트인 장소. 저 아래 임도를 따르며 볼거리를 보지 못하는 일행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가야할 능선길은 환상적이다. 옅은 구름에 가린 사자봉을 제외하고는 싱그러운 하늘 아래 사자평과 수미봉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다만, 북쪽의 가지산과 운문산 정상부가 여전히 구름에 휘감겨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백운산(885봉)만이 나도 산이라는 듯 하얗게 빛나는 바위를 자랑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비경은 수미봉에서 북동쪽으로 뻗어 내려간 능선상의 마지막 봉우리인 주계봉(사람과 산에서는 심종태바위라 표시)의 전경. 964.5봉에서는 기대보다는 위압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맞은편 간월산에서 쳐다볼 때는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부에서 삼면이 상당히 가파르게 떨어지는 형상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인다. 신불산, 간월산 종주를 다녀온 후 이 봉우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수없이 인터넷을 검색했던 곳. 다음에 주계봉을 중심으로 한 코스를 나름대로 가늠해본다. 

(964.5봉에서 바라보는 정경, 사자봉은 우측 봉우리 뒤에 살짝 보이고 좌측으로 임도길이 보인다)

(964.5봉에서 뒤돌아본 능동산)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가야할 능선길, 우측 구름에 가린 곳이 사자봉 일대)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수미봉 방향, 수미봉은 우중앙의 봉우리 뒤에 있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백운산, 운문산 일대는 안개에 가려져 있다)

(주계봉)


두 번째 능선길은 잡목이 거추장스러운 길이다. 마른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며 특별히 볼거리가 없는 길이다. 두 번째 능선길의 정상은 기상관측철탑이다.

 

세 번째 능선길의 정상은 1048.9봉. 얼음길로 하산하는 이정표(얼음골 4.7km)가 있다. 갈림길을 지나 10분 정도 완만한 길을 따르면 샘물상회가 보이는 너른 터(119 4-1, 무명 1010능선)에 도착한다. 샘물상회까지는 700m 거리이다.

(1048.9봉에서 뒤돌아본 능선길, 가장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능동산이다)

(신불산 방향을 바라본 전경, 짙게 안개가 뒤덮고 있다)


 

샘물상회

 

샘물상회 일대는 상당히 너른 안부이다. 개인소유의 땅에 세워진 식당으로 스레트 지붕으로 만들어진 가건물 같다. 아무리 산에 차가 올라온다지만 산악인을 위한 운치 있는 대피소도 아니고 식당이 산중에 들어섰다니 씁쓸한 마음이다. 

샘물상회에 도착하면서 날씨가 급격하게 변화를 보이며 바람이 거세진다. 기온마저 떨어져 추위를 느낀다. 할 수 없이 음식 몇 개를 시키고 샘물상회 안에 들어가 아침상을 펼친다.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밥과 반찬이 차다. 노춘향님이 끊인 김치찌개로 추위를 녹인다.  한시간여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바람과 안개구름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귀까지 덮는 모자를 쓰고 완전무장을 한 후 다시 산행에 나선다.

(샘물상회)


 

재약산의 정상 사자봉을 향하여... 안개속의 아쉬움

 

사자봉으로 가는 길은 한동안 키 작은 잡목길이지만 이후 본격적인 억새길이다. 구릉같이 완만하게 솟아오른 사자봉. 그 정상에 세워진 돌탑은 여성의 유두를 보는 듯하다.

광활한 재약산의 시작을 느낄 사이도 없이 밀려오는 구름 안개는 사자봉을 순식간에 삼켰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샘물상회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얼음골 갈림길. 이 길이 일반적으로 얼음골의 천황사를 거쳐 올라오는 길이다.

전망바위에 왔지만 완전 안개로 잠들어버린 사방천지. 가지산, 운문산을 거쳐 억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북쪽 등줄기를 보는 최고의 전망바위에서 안타까운 마음만 더할 뿐이다.

변화물쌍한 날씨는 급기야 싸라기눈까지 뿌린다. 그것도 잠시 곧 안개가 걷히면서 사자봉 너머 수미봉이 시야에 드러나고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빛을 발한다. 하늘을 빠르게 지나가는 안개는 어느새 사자평을 뒤덮으며 서서히 동쪽으로 물러가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새로운 세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간절하다.

 

필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 일대는 억새밭. 아직도 완전히 피려면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등산로는 봉우리 좌측 사면을 지나 사자봉으로 향한다. 앞서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이다가 잠깐 사이 사자봉이 불현듯 나타난다. 억새밭 사이에 훤히 들어난 흙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이다.

(수미봉)

(부드러운 둔덕 같은 재약산 정상 사자봉)

(사자봉으로 가는 길)


 

재약산의 정상 사자봉

 

재약산의 정상인 사자봉은 과거 천황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정상석도 역시 천황산이다. 일제치하에 바뀐 이름이라 하여 지금은 재약산 사자봉으로 부르고, 기존에 재약산이라 부르던 봉우리는 재약산 수미봉으로 부른다. 이런 원래 이름 찾기 운동이 당연히 타당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선시대에도 천황산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어 좀 더 검증해야할 과제이다.

 

사자봉에 오르자 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매섭게 몰아친다. 사자봉의 안개는 사라졌지만 사자평을 휘감는 안개는 빛과 그늘의 조화를 부린다. 하늘에 깔린 안개를 뚫고 투명하게 내려 비추는 햇빛은 생명의 빛처럼 환상적이다.

필봉능선에 시선이 고정된다. 표충사로 이어지는 필봉능선은 사자봉과 수미봉을 바라보는 전망대능선이다. 예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능선이지만 그 능선의 가치를 알면서 이제서 보이는 평범한 진리. 과연 산을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사자봉에서 바라보는 수미봉과 사자평)

(사자봉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능선길)

(사자봉에서 바라보는 백운산, 가지산과 운문산은 안개에 잠겨져 있다)

 


천황재로 가는 길

 

사자봉과 수미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가는 길은 억새와 돌길이 혼재된 길이다. 집채만한 바위가 부드러운 억새밭에 강렬한 변화를 준다. 바위 주위에는 온통 납작한 돌을 세로로 세워놓은 돌탑군. 흔히 보는 돌탑과는 모양이 달라 이색적이다.

아름다움에 취한 발걸음은 상당히 느리다. 아니 빨리 가는 게 아까워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구름맛이 틀리다」라는 교수님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안개도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광활한 사자평과 그 너머 신불산, 간월산의 하늘금을 마음껏 즐긴다.

(천황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수미봉과 사자평)

(천황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필봉능선)

(천황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좌측 수미봉)

(기묘한 돌탑)

(바위지대)

(좌중앙 간월산과 우중앙의 신불산)


 

천황재

 

천황재는 안부. 예전에 없던 식당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 부분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다른 산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산에 있던 시설물을 철거하는 상황인데 여긴 버젓이 영업을 하는 식당이 들어서고, 화기 사용이 전혀 거리낌이 없으니 도대체 모슨 속셈인지.

천황재에서 바라보는 사자봉은 능동산 방향에서 볼 때의 여성스러움은 사라지고 남성적인 위엄이 있다.


 

수미봉으로 가는 바윗길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나무도 보이고 암릉, 억새도 나타나는 사자봉과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역광으로 비추이는 햇빛에 은빛 억새가 출렁인다.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억새의 물결이다. 그것도 잠시 하늘의 구름은 순식간에 다시 그늘을 만든다.

 

약20분 정도 오르면 주암계곡 갈림길이 나온다. 신비한 봉우리 주계봉으로 가는 길. 너른 평원에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지나 갑자기 뚝 떨어지는 지점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 잠시 자리에 서서 언젠가 가야할 길에 대한 그림을 드리고 또 그린다.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완전 바윗길이다. 하늘이 보여 금방 나타날 것 같은 정상도 몇 번의 바위봉을 지나야 한다. 정상은 역시 속살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법.  

(수미봉 가는 도중의 은빛억새)

(수미봉 가는 길의 바위지대와 억새)

(뒤돌아본 사자봉)

(수미봉 가는 도중 바라본 간월산과 좌중앙의 신불산, 앞의 사자평)

(주계봉으로 가는 길)

 

 

수미봉

 

정상은 비록 너르지 않지만 암릉으로 이루어져 아름답다. 사자봉과 같이 거칠 것이 없는 전망이다. 남서쪽으로는 표충사와 필봉능선의 끝에 있는 필봉이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예전 고사리분교터 그리고 동쪽으로는 신불산, 간월산 능선도 잘 보인다. 수미봉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상의 바위지대도 상당히 아름답다.

(바위로 이루어진 수미봉 정상)

(수미봉에서 남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예전 고사리분교터

 

고사리분교로 하산하는 길은 속도를 낼 수 없는, 약간은 너덜길이다. 등산로 주위는 억새지대. 한창 햇빛이 적절한 각도에서 비추어 억새가 상당히 눈부시다.

 

30여분 내려오면 고사리분교터. 96년에 폐교되었지만 99년까지 남아있던 고사리분교는 철거되고 공터에는 식당만이 진을 치며 성황리에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높은 지역에 자리 잡았다던 고사리분교를 살릴 방법을 그렇게 없었던 말인가. 관광객들의 몸살에 의미를 잃어가는 영남알프스에 대해 서글픈 생각이 스친다.

하긴 영남알프스 산들 중 재약산이 가장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유서 깊은 표충사를 비롯하여 옥류동천의 아름다운 계곡 그리고 사자평을 고사리분교터에서 맛 볼 수 있으니...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는 듯. 식당을 한편으로는 즐기는 우리들의 모순된 마음이 빚어낸 자업자득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신불산, 가지산 등은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들이 찾기가 어려운 힘든 산이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아 마지막 남은 술과 안주를 전부 꺼낸다. 쾌청한 가을 하늘빛은 더욱 푸르고 주위의 억새는 제대로 피어 하얀빛을 더한다.

그렇지만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도 한참이나 멀다. 대평원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협곡. 그 험난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한잔을 마시는 일행들의 표정은 산행이 다 끝난 듯 유쾌하다.   

(고사리분교터로 하산하는 은빛 억새 사이의 길)

(분지처럼 자리잡은 고사리분교터)

(하산도중 만발한 억새)


 

험란한 협곡... 옥류동천

 

옥류동천은 해발 800m대의 사자평에서 아주 가파르게 아래로 떨어지는 협곡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서도 상상을 할 수 없는 비경이 있는 계곡. 500m 정도 가면 임도를 벗어나 협곡으로 내려간다.

 

가파른 길을 조금 내려가면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와 더불어 거대한 층층폭포의 비경이 나타난다. 30m 높이의 직벽에서 떨어지는 2단으로 된 폭포이다. 계곡 아래쪽 역시 양쪽 사면은 천길 낭떠러지의 형상이다.

(층층폭포 중 상단폭포)

(층층폭포가 있는 출렁다리에서 아래로 바라본 계곡)


층층폭포를 지나면 등산로는 계곡과 한참이나 떨어져 우측 산허리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계곡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아찔하다. 곳곳에 나타나는 거대한 암벽은 끝을 모르게 추락하듯 밑으로 향한다.

층층폭포에서 30여분 내려가면 옥류동천 최고의 절경인 흑룡폭포가 나타난다. 좁은 바위틈협곡을 따라 가파르게 물줄기를 내려 보내는 흑룡폭포(등산지도에는 홍류폭포라고도 표기됨)는 범접을 할 수 없는 장소에 있다. 강렬한 햇빛 그림자 속에 진하게 파묻힌 폭포. 짙푸른 소와 더불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맛본다.      

너무나 아쉬운 점은 아직도 단풍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재약산의 억새와 단풍을 모두 제대로 즐기려면 11월초가 적당할 듯하다. 

(두번째 출렁다리 근처의 대암벽)

(흑룡폭포)


흑룡폭포를 지나 한차례 가파른 내리막을 따르면 처음으로 계곡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비교적 편안한 길. 간단히 탁족을 즐기고 쉬엄쉬엄 걸어 내려오면 표충사이다.


 

표충사

 

재약산의 아름다운 암봉에 둘러싸인 표충사는 역사가 깊은 사찰답게 고색창연함을 과시한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승병을 훈련시킨 곳으로 사명, 서산, 기허대사의 충의를 표창하고자 나라에서 표충사라 명명하였다. 절 안에는 사명대사 유물전시관과 표충사 사당이 있다.

고즈넉한 표충사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관광객들이 많다. 사찰 경내는 온통 연등의 물결. 경건함보다는 너무나 어수선한 느낌이다. 사진 한 장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표충사에서 보이는 필봉은 하늘로 붓끝을 올린 형상. 표충사를 굽어보는 멋진 봉우리이다.

(표충사 경내에 있는 표충사 사당과 좌측의 필봉)

 

 

공용 주차장

 

주차장은 표충사에서 약20분 정도 걸린다. 일반 관광객을 위한 주차는 표충사 경내에 까지 가능하면서 대중교통 주차장은 저 멀리 만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모두 배고픈 시간. 서둘러 식당을 예약하고 산채비빔밥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표충사 입구의 분위기 있는 소나무지대)


 

산행을 다녀와서

 

재약산. 역시 영남알프스의 명산이다. 아직 억새가 완전 만발하지 않고 옥류동천의 단풍 또한 제철이 아니지만 광활한 사자평을 바라보는 전망은 그 아쉬움을 보충하고도 남는다. 변화가 심한 날씨에서 오히려 재약산의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느끼고, 능동산에서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임도와 능선에서 고산의 부드러운 풍취를 맛보는 아주 환상적인 산행이다.

더구나 언양의 야경과 일출까지 감상하고, 잘 몰랐던 주계봉과 필봉능선의 존재를 확인하며 언젠가 다시 찾을 재약산의 새로운 산행을 꿈꾼다. 


 

- 산행일정

   05:15   석남터널 : 가지산 3km

   05:32   능선 : 능동산 3.3m, 가지산 2.7km, 석남터널 0.4km

   06:12   소나무지대 : 처음으로 언양 방향 시야가 제대로 트임

   06:15   삼각점 : 밀양 방향으로 시야 좋음

   06:40   배내고개 갈림길

   06:41   휴식

   06:44   일출

   06:46   출발

   06:50   능동산

   06:58   출발

   07:05   쇠점골약수터

   07:12   임도, 능선 갈림길(1)

   07:21   봉우리(964.5봉)

   07:27   헬기장 : 전망 좋음

   07:32   임도와 합류

   07:45   임도, 능선 갈림길(2)

   07:55   기상관측탑, 봉우리

   07:56   임도와 합류

   07:57   임도, 능선 갈림길(3)

   08:02   봉우리(1048.9봉), 얼음골갈림길 : 얼음골 4.7km

   08:11   119 4-1(무명1010능선) : 샘물상회 0.7km

   08:18   임도와 합류 : 천황산 2.37km, 얼음골 5.45km, 배내골 5km

   08:19   샘물상회

   09:11   출발

   09:22   얼음골 갈림길 : 배내골 6km, 천황산 1.4km, 얼음골 3.55km

   09:29   신평마을 갈림길 : 신평마을 2km

   09:41   전망바위 : 가지산, 억산이 제대로 보이는 장소

   09:50   사자봉 : 재약산 1.7km, 얼음골 3.5km, 한계암 2.3km

   09:57   출발

   10:22   천황재 : 사자봉 0.8km, 재약산 0.9km, 표충사 3.7km

   10:29   출발

   10:49   주암계곡 갈림길

   10:59   수미봉

   11:10   출발

   11:33   진불암 갈림길 : 진불암 0.7km, 고사리분교 0.4km, 재약산 0.7km

   11:43   이정표 : 진불암 1.0km, 재약산 1.0km, 층층폭포 0.7km

   11:46   고사리분교터

   12:12   출발 : 재약산 1.2km, 층층폭포 0.5km

   12:18   옥류동천(임도) 갈림길 : 재약산 1.7km, 층층폭포 0.15km

   12:21   층층폭포, 출렁다리

   12:36   출렁다리, 대암벽

   12:55   흑룡폭포 전망대 : 층층폭포 1.2km, 표충사 2.0km

   13:03   출발

   13:07   계곡

   13:14   휴식 : 계곡 건넘

   13:30   출발

   13:47   이정표 : 층층폭포 3.2km

   13:49   표충사

   14:02   출발

   14:20   주차장

  

 

(기타 사진)

(능동산으로 오르는 도중 바라본 신불산 방향)

(헬기장에서 바라본 사자봉)

(샘물상회로 가는 도중 남쪽 전경)

(수미봉)

(사자봉)

(안개속의 사자평)

(사자평)

(수미봉과 사자평)

(사자평과 신불산 방향 전경)

(사자봉 바위지대와 필봉능선)

(사자평과 신불산)

(옥류동천의 대암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