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솜씨에 가슴 졸인 하루 (月出山을 다녀와서..)


  

★ 찾은 날 : 2005. 10. 23 (일요일)

★ 날 씨: 다소 아침에는 쌀쌀하였으나 오후부터는 포근한 가을 날

★ 하루의 정감을 나눈 이 : 부산청봉산악회원  00 명

 

★ 순수 산행소요시간 :  5시간


 

06:20 부산 출발

08:30 문산휴게소(행락객이 너무 많아 일부회원 화장실 이용 불가)

09:15 사천휴게소(화장실 이용을 위해 잠시정차)

10:30 보성 기러기휴게소

11:45 도갑사(道岬寺)

13:00 미왕재(억새밭)

13:40 구정봉 앞 향로봉

13:50 구정봉(738m) (점심식사 후 14:30 출발)

13:55 베틀굴

14:45 바람재(경포대 갈림 길)

14:55 남근석(男根石)


 

15:30 천황봉(809m)

15:40 통천문(通天門)

16:10 바람폭포

16:30 천황사 갈림길

16:45 천황사 주차장 (산행종료)


 

소요거리 :약 11㎞

도갑사 주차장-1.0㎞-도갑사-3.7㎞-미왕재-1.5㎞- 구정봉-0.4㎞-바람재-1.1㎞-천황봉-1.3㎞-

바람폭포-2.0㎞-주차장


 

시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그리워했던 구절초,   파르름했던 줄기는 빛이 바래 가면서

흰색의 꽃잎을 한닢 두닢 토양에 흩트리고 있습니다


 

월출산,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했던 산!

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 아름다운지 몰라 그 작품을 보려 먼 길을 떠납니다

그 손끝에 빚어진 작품에 대하여 품평할 수 없는 작은 내 마음은, 그저 아~아 탄식뿐이었습니다

                                                           

                                                                -잎새소리 생각중에서-


 

가을을 보려 갑니다

아니 神의 나라인 월출산을 보려갑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쓴다하여도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탄식만 지으며 바라볼 뿐 이죠

구름 한 점 없는 전남의 영암 땅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먼 길을 달려온 이곳, 야트만한 산야로 좀처럼 산이라곤 여겨지지 않던 국도변

을 따라 우리나라 최대의 보성차밭을 넘고 장흥 땅을 지나 강진으로 들어설 때에 저 곳에 눈이 덮힌 듯 다가오는 산 하나가  있으니 오늘 우리가 찾아갈  산, 바로 月出山입니다


 

버스는 도갑사의 좁은 길을 뱀처럼 몸을 흔들며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새벽 06:20분에 출발하여 도착한 시간은 11시를 넘어 정오에 다가서고 있다


  

11:45 도갑사로 들며


 

버스는 주차장에 우릴 내려놓기 무섭게 하산 지점인 반대편 천황사 주차장으로 휑하니 떠나버린다

주차장에 잠시 앉아 등산양말을 신고 가방을 추스르니 내 그림자(아내)는 다른 분들은 다 떠났는데 빨리 따라 가지 않는다고 성화다

그래요 빨리 간다고 별수 있나요, 오늘의 산행은 소요시간을 맘 둘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神國의 나라에서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해 가면서 가야하니까요  허허


 

 

 

 

도갑사 경내

 


 도갑사 매표소 앞에서 산악회총무님이 마지막 손님인 우리를 카운트하며 입장료를 정리한다


 

) 월출산일주산행은 크게 도갑사에서 출발과 반대편 천황사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도갑사에서 출발할 시에는 입장료가 1,400원이 더 많다.  도갑사에서는 사찰의 국보재 관람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을 지나니 경내로 들어서는데 지금 도갑사는 한창 불사가 증축 중에 있다

벌써 앞장선 선두팀은 저만치에서 절을 빠져나가며 도갑사계곡으로 들어서고 있다

경내의 사진을 디카에 담고 나니 후미도 다 떠나버렸다

그래도 다소 여유있게 주변을 둘려보며 나도 도갑사계곡으로 오른다

많은 산님들이 도갑사로 내려서고 있고 가족단위의 산행도 눈에 많이 보인다

 

 

 

 


 

 

 

미왕재로 오르는 등로는 제법 가팔라 이마에서 부터 조금씩 땀이 흐른다

약 1시간이 소요되는 미왕재까지는 초등자를 힘들게하는 구간이지만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다


 

13:00  미왕재


 

이미 먼저 도착한 팀들은 앞서 가버리고 없는데 중간대열에 들어선 우리는 후미가 올 때까지 억새를 배경으로 또한 기암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후미까지 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이제 구정봉을 향해 떠난다

짧은 억새구간이었지만  천상의 잔치상에 놓여진 갖가지 요리품의 한 구성원으로써 당당히 제 몫을 다 한다.

 

 

미왕재 억새
 

구정봉으로 오르는 암릉 길에서 본격적인 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기기묘묘한 온갖 형상에 복잡한 세상사를 송두리째 잊어버리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가까운 곳, 그리고 저 먼 곳 눈길이 닿는 바위 바위마다 보는 눈에 따라 현존의 온갖 형상들이 나타나니 그 어찌 졸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미왕재에서

 

구정봉 가는 오름 길

 

 


 

13:50 구정봉(九井峰)


 

거대한 바위위에 9개의 우물이 있어 구정봉이라 했던가

이곳에 서면 월출산의 최고의 전망지다 정상에는 바위 홈 속에 물이 고여있는데 마르지 않고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천황봉을 바로 쳐다볼 수 있으며 안개골과 경포대로 내려가는 바람재를 눈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으며 서쪽으로는 600m 떨어진 곳에 마애여래좌상이 있고 그 너머에는 영암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구정봉 아래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는다 모두 정성껏 싸온 점심을 펼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취인지 모른다


 

 

 

 

 


 구정봉 앞에서

 

구정봉정상

 

13:55 베틀굴 (일명 음굴(陰窟), 음혈(陰穴)


 

구정봉을 내려서면 5분도 채 안되어 베틀굴을 만나게된다

베틀굴을 만나는 순간 잠시호흡이 멎는다 왜냐하면 어떻게 자연의 모습이 세상에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인간의 신체 일부분과 이렇게도 닮았다는 말인가

뒤따라 온 두 여성 산님은 이곳 동굴이 별로 볼 것이 없다 하는데 ... 그렇죠 안에 들어가 보면 별로인데 밖에서 이렇게 거리를 두고 보면 영락없는 그 모습이외다 ㅎㅎㅎ


 

더욱 신기한 것은 바로 건너편에 천황봉으로 오르는 바람재 위쪽에는 어느 남성의 왕성한 男根石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데 그 사이에 바람이 많은 바람재가 있어 남녀의 그리움도 바람이라는 자연의 조화가 있어야만 만남이 가능했던 것일까


 

베틀굴

 

 

15:30 천황봉(809m)


 

바람재를 지나면 이제 고개를 땅에 떨구고 오름길을 재촉해야한다

남근석을 지나고 고깔처럼 생긴 바위 옆으로 길을 오른다

뒤돌아 본 구정봉은 저만치 멀어져 가는데 서녘하늘은 긴 햇살을 드리우고 월출의 능선 뒤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男根石
 

안개골에서 올라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넘어 이제 쌀쌀한 늦가을의 모습으로 몸속으로 파고 든다

고깔 암봉 옆을  올라서니 이제 바로 위가 천황봉인가 싶다  잠시 쉼을 하며 저 아래에서 오늘 다소 어렵게 올라오는 이호장군님의 가족이 보인다

이번 월출산 산행을 위해 봉래산과 집주변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몸을 만들었다는 그분들은

마지막 이 오름이 한 없이 멀어 보일련지 모른다

 


 

잠시 후 오늘의 정상에 올라서고 선두에 섰던 님들과 이곳에서 반가운 만남을 갖는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몇장 찍고 천황사로 내려선다

10분 후 통천문을 통과하여 갈림길에 서게된다 원래는 천황사로 올라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나  황제님을 뵈어야하는데 어찌할꼬  황제님을 먼저 뵙고 통천문을 지나니 순서가 뒤바뀐것 같은데

황제님이 용서해 주실련지...ㅠㅠ

우측은 구름다리로 해서 가는 길이고 왼편은 바람재로해서 내려가는 길이다


 

 


 

그러나 구름다리는 2005. 10월부터 12월말까지 3개월간 다리보수공사를 위해 통행을 막는다

아쉽다 월출산의 최고 명물인 구름다리는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데  길이가 52m, 폭 0.6m, 깊이가 120m의 최장구름다리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다리이지만 오늘은 그곳으로 건너지 못한다

이제 26년이 지나 안전성 때문에  교체공사는 필수불가결한 모양이다(내년이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오겠지...)


 

 

 


 

천황사로 내려서면서

 

 

 

 

 


 

16:10 바람폭포


 

천황사 계곡을 휘몰아쳐 올라온 바람이 바람재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밀어 올려 바람폭포라 했던가

그러나 아쉽구나 폭포에는 실낱같은 물줄기는 간데없고 물기만 바위에 스그먼히 붙어있구나

이곳에서 목마른 산님들은 가느다란 줄기에 흘려내리는 샘물에 목을 추기고 내림 길을 계속한다

벌써 골짜기는 서서히 밝은 빛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다소 긴장되었던 산님들의 얼굴이 풀려가며

걷기에만 급급했던 그들도 이제 서로의 가벼운 대화로 하산 길을 재촉한다


 


 

 

구름다리는 현재 공사중으로 통제되어있다
 

 

16:30 영암아리랑 노래碑에서


 

달이~~뜬다

달이~~뜬다


 

영암 거을에~ 둥근 달이 뜬~다


 


 

중략.....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중략....


 


 

천황사 주차장을 내려서면서 영암아리랑 시비를 보니 하춘화씨의 구수한 노래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평온한 천황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아직도 신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장엄한 자연의

자태에 눌리어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미 산행을 마친 선두팀의 반가운 인사가 건너온다

문득 현실세계로 돌아오며 이마에 뽀얀 화장을 한 월출산의 자태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이어지는 하산주에 정감이 오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먼 동쪽 끝을 향해  우리를 실은 버스는 어두운 밤길을 하염없이 달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