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화엄사(화엄골)에서 연곡사(피아골)까지 단풍산행

 

산행일 : 2005. 10. 22(토). 쾌청

같이 간 사람들 : 나 홀로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화엄사 주차장 (06:40)

 ☞ 일주문 (06:44)

 ☞ 화엄사 (07:00~07:26)

 ☞ 어진교, 어은교 (첫 번째 다리) (07:58)

 ☞ 연기암 사거리 (08:05)

 ☞ 참샘터 (08:14)

 ☞ 국수등 (08:42. 약 760m)

 ☞ 눈썹바위 (09:58~10:01. 약 1,275m)

 ☞ 코재 (10:06)

 ☞ 노고단 대피소 (10:18~10:22)

 ☞ 노고단 고개 (10:30~10:37)

 ☞ 돼지평전 (10:59)

 ☞ 1424봉 (11:13~11:20)

 ☞ 피아골 삼거리 (11:38)

 ☞ 불로교 (12:26)

 ☞ 피아골 대피소 (12:40~13:22. 850m. 점심식사)

 ☞ 구계포 계곡 (14:09~14:10)

 ☞ 구계포교 (14:12~14:17)

 ☞ 삼홍소(교) (14:33~14:37)

 ☞ 표고막터 다리 (마지막 다리) (15:02)

 ☞ 직전마을 (15:13)

 ☞ 연곡사 (15:40)

 

총 산행시간 : 9 시간 

구간별 거리 :

화엄사주차장→(2.0km)→화엄사→(2.0km)→연기암사거리→(0.5km)→참샘터→(1.0km)→국수등→(2.0km)→눈썹바위→(0.2km)→코재→(1.0km)→노고단대피소→(0.36km)→노고단고개→(2.7km)→피아골 삼거리→(2.0km)→피아골대피소(1.0km)→구계포계곡→(0.5km)→삼홍소→(2.5km)→직전마을→(2.7km)→연곡사

총 산행거리 : 약 20.46 km

산행지도


 

산행기

 

  새벽공기를 가르고 달려온 자동차 한 대가 구례 공용터미널 앞 큰길 옆에 서더니, 배낭을 맨 한 중년의 남자가 차에서 빠져나와 터미널로 들어선다.

터미널 안에는 등산복차림의 남자들 서너 명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한 쌍이 서성이고 있다.

  중년의 남자가 매표를 한다.

“화엄사 얼마에요?”

“850원입니다.”

군내버스는 정확히 6시 30분에 출발하여 십분 만에 화엄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중년의 사내가 아스팔트포장도로를 무엇에 쫓긴 듯이 바삐 올라간다. 같은 버스에 탔던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대학생 커플이 천천히 그 사내의 뒤를 따라간다. 일주문을 지나 얼마인가를 올라가 오른쪽 계곡 쪽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인도위로 올라선다.

 맞은편에서 젊은청춘남녀가 내려오고 있다. 화엄사까지 산책 갔다오나보다.

순진한 남자가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마주치면서 스쳐지나가는 순간 호기심에 흘깃 쳐다본다. 동시에 그들도 사내를 쳐다본다. 놀랍게도 왼쪽에 있는 남자로 보이던 사람은 여자였다. 애초부터 둘 다 여자였던 것이다.

곱게 물든 단풍나무 한 그루가 머리 위를 스쳐지나간다.


화엄사 가다가 뒤돌아보면서

 

  화엄사입구에선 스님들이 낙엽을 쓰느라 고요한 산사의 정적을 깨트리고 있다.

화엄사의 아침은 정갈하다. 약수 한 모금을 마신 사내가 화엄사를 한 바퀴 다 돌 무렵 아까 뒤따라오던 대학생 커플이 경내에 들어선다.

 각황전 왼쪽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그 유명한 사사자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사내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다말고 심호흡을 하며 가쁜 숨을 진정시킨다. 삼층석탑도 아름답지만 오른쪽의 노송이 더 아름답다.

  삼층석탑을 한 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빠른 걸음으로 화엄사를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 왼쪽 길로 들어선다. 시누대숲에 들어서는가 싶더니 이내 대나무 숲으로 바뀐다. 바닥은 평평하고 넓은 돌을 자연스럽게 깔아놓아 여유가 있다.

아침 청소에 나선 스님들

 

 

아름다운 화엄사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국보 35호 사사자 삼층석탑. 불국사의 다보탑과 쌍벽을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 중에 하나이다.  오른쪽의 노송이 너무 아름다워 보는이마다 감탄을 하게된다.

 

대나무숲을 지나며

 

  이따금 왼쪽 계곡 쪽으로 나무울타리로 길을 갈라놓아 관망대 비슷하게 만들어 놓고 계곡쪽 경치 좋은 곳으로 유도하고 있다. 예전에 없던 시설이다.

첫 번째 관망대로 가보니 별 볼일이 없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관망대는 작은 폭포와 소가 있어서 잠깐 들러서 눈을 즐겁게 해줄 만도 하다.

 사내와 대학생커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화엄골을 올라간다.

첫 번째 돌계단을 지나고 두 번째 돌계단을 오르기 전에 잠시 숨도 고를 겸 바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두 번째 관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무명폭포

  

세 번째 관망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화엄골

 

 보이지 않는 돌계단 아래쪽이 시끄럽다. 돌계단을 뛰어서 올라오는 남자 대학생에 이어 여학생도 뛰어서 올라온다. 역시 젊음이 좋긴 좋은가보다. 하지만 저런 기세로 코재까지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이단 무명폭포에서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후 사내가 먼저 올라가고 그 뒤로 그들과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게 된다.

  화엄골은 해발 900m 전후에서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눈썹바위를 지나 얼마인가를 오르니 위에서 많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코재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이단 무명폭포

 

코재 가다가.

화엄골은 해발 900m 전후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피아골은 거의 전 구간에 걸쳐서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눈썹바위

 

  코재에 올라서니 초겨울이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성삼재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노고단 쪽을 바라보니 정상부위가 서리가 내렸는지 하얗게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임도에서 오른쪽 지름길 산행로로 접어들어 올라가니 무척 힘이 들어 잠시 서서 휴식을 취한다. 화엄사에서 코재까지 보통 3시간 40분 걸리는 거리를 2시간 40분 만에 올랐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 찍느라 잠깐 잠깐씩 서있는 시간을 빼곤 거의 휴식을 취하지 않고 올라간 대가를 치르는 모양이다. 사진촬영(코재까지 121장 촬영. 오늘 산행 중 총 416장 촬영)을 하지 않고 오른다면 2시간 20분이면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저기만 올라서면 코재 

 

  노고단 대피소에서 장갑과 모자를 꺼내 착용한 사내는 또 다시 힘겹게 계단을 올라간다.

노고단 고개에 올라서니 선택된 사람들만이 노고단 정상으로 올라가는 제한입장을 하고 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입장을 하려는 일부 산님들의 항의에 공단사람들이 일일이 친절하게 답변을 하고 있다. 결론은 입장 불가.

하얗게 서리꽃이 핀줄 알았던 노고단 일대는 자세히 보니 얼음꽃이다. 제대로 된 얼음꽃이기 보다는 설익은 빙화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바라본 노고단 일대. 정상부위가 서리가 내렸는지 하얗게 겨울옷으로 갈아 입었다.

 

 

노고단 고개

 

예약된 사람들만이 노고단에 오를 수 있다.

 

얼음꽃으로 갈아 입은 노고단

 

 주능선에 내려서서 앞뒤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렬에 갇혀 앞사람의 등산화 뒤꿈치만 내려다보며 원치 않는 걸음을 걷는다. 호젓한 산행을 즐겨하던 사내는 사람들로 꽉 막힌 시끄럽고 답답한 산행에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지 산행로가 넓어지는 구간에서 몇 번 추월하여 맨 앞으로 나서서 돼지평전에 도착하게 된다. 왕시리봉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또 다시 사람들 틈새에 갇힌 답답한 산행에 들어간다. 이미 주능선상의 단풍들은 시들어서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돼지평전

 

 

돼지평전에서 바라본 왕시리봉. 멀리 희미하게 백운산이 보인다.

 

1424봉 올라가다가 되돌아본 노고단

 

구름에 가린 만복대

 

 헬기장과 관목지대를 지나니 전망 좋은 1424봉이다. 멀리 천왕봉이 구름에 가렸다가 보였다가 하면서 그 신비한 모습을 잠깐씩 보여주곤 한다. 덩치 큰 반야봉이 단풍에 물들어 고운 자태를 여지없이 드러내놓고 있다.

갑자기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OO이!”

사내가 뒤를 돌아보니 그의 대학선배(여수 모 중학교 근무)가 웃으며 서있었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반갑기도 하지만 너무 의외였던 것이다.

“어? 선배님!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까지.”

“식구들하고 올라왔어.”

“성삼재에서 올라오셨어요?”

“응.”

“전 화엄사에서 올라왔습니다.”

“등산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 백두대간은 종주했나?”

“아니요. 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아직 생각 중입니다. 대간을 타고 올라갈수록 집하고 멀어지니 그게 어렵겠더라고요. 그리고 대간은 아무나 타나요.”

1424봉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지리산. 마치 어머니 품같이 넉넉한 반야봉과 멀리 천왕봉(오른쪽)이 보인다. 

 

 

 

  자기들은 빨리 못가니 먼저 가라는 선배가족과 헤어져 피아골 삼거리로 향한다. 피아골 삼거리에 다다른 사내는 곧바로 피아골로 내려선다. 피아골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인해 가끔씩 병목구간이 발생하지만 그다지 큰 기다림은 없다.

  예년에 비해 곱게 물든 단풍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씩 서서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한 빨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인지 사내는 넋을 잃고 바라보곤 한다.

 

  조금은 지루한 내리막길. 첫 번째 다리 (불로교)를 지나면서부터 단풍이 더욱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잎을 빠알갛게 태우면서 혹독한 지리의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 그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피아골 내려가다가


 

피아골 가면서

 

  피아골 대피소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컵라면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었고, 점심 먹을 만한 마땅한 자리도 보이질 않는다. 사진을 몇 컷 찍고 대피소를 빠져나와 조금 아래 계곡으로 내려선 사내는 핏빛으로 물들은 피아골에 도취되어 사진촬영에 몰입한다.

그리고 제법 경치가 그럴싸한 너럭바위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아 아내가 정성들여 싸준 도시락을 꺼낸다.

  여기저기 널따란 바위 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모두가 시인이 되어 깊어가는 이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인산인해의 피아골 대피소


 

아름다운 피아골

 

점심을 먹으며

 

  하산 길의 사내는 산행로를 이탈하여 단풍이 곱게 물든 계곡 아래로 십여 차례나 오르내리며 사진촬영을 한다. 구계포교에서 정체가 약간 있을 뿐이고, 그 외의 다른 구간에선 정체현상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산님들이 오르내린다.

삼홍소에 이르렀지만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3시 30분 차를 타기 위하여 빠른 걸음으로 표고막터를 지나간다.

하산길에

 

 

피아골 동쪽능선

 

하산길

 

피아골의 단풍

 

산행로에서 내려다본 피아골

 

구계포 계곡

 

구계포교

 

구계포교를 건너서

 

삼홍소 못미쳐서

 

삼홍소. 아직은 단풍이 덜 들었다.

 

  여유 있게 직전마을에 도착하여 버스종점에 이르니 버스를 기다려야할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사내가 가게 주인에게 묻는다.

“세시 반 버스 올라옵니까?”

“차 때문에 길이 막혀서 못 올라올겁니다. 연곡사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사내는 무어라 투덜대며 아스팔트길을 내려간다.

연곡사 까지 그 먼 길이 왼쪽은 주차장이다.

 

  시간도 남고해서 사내는 연곡사에 들어가 한 바퀴 돌아보고 바로 아래의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대형버스들로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일반승용차들은 길가에 주차를 할 수밖에…….

 

  구례로 향하는 버스(오후 4시 30분차. 한 시간 간격) 안에서 자리도 못 잡고 서서 졸고 있던 사내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본 만족감(지리산의 단풍이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어서 다음주 일요일 30일 전후에 단풍은 절정을 이룰 것이지만)과 그다지 극심한 인파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교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