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과 함께 월악산 암릉길을 오르락 내리락


2005.10.16(일, 맑음)

수산교(08:50)→숫갓마을→보덕암(08:30)→하봉(10:15~35)→중봉(10:50~11:15)→영봉(11:40~12:00)→신륵삼거리→송계삼거리→헬기장(12:30)→960봉(12:50~13:20))→제1봉→864봉→867봉→제4봉→849봉→제6봉(14:00~20)→860봉(14:35)→855봉→삼거리(15:00~10)→덕주봉(15:25)→절벽(15:50)→덕주사(16:40)→덕주루→주차장(16:50)



다음주 수요일이 어머님의 2주기라 집에 올라가야 하니 이번 일요일은 이곳에서 보낼 생각이다.
월악산 신령님께 인사드릴 방안을 열심히 찾아보는데 대중교통이 매우 뜸하고 일찍 끊어진다. 신탄진에서 제천행 열차(06:26) 타고 충주로 무작정 달여간다.

짙은 안개로 차창밖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데 조치원 청주 음성 증평을 지나 충주역(07:58)이다.
내리자마자 시외버스 정류장을 물어가며 10여분 달음질 치니 한적한 곳 마트건물안에 있다.
단양행 숫갓정류장 매표하자마자 탑승구로 달려가니 08:10분발 첫차가 뒤로 후진하다 기사님 다행이도 문을 열어 주신다.

충주역을 다시 지나 가는데 이곳에 정류장이 있으면 참 좋겠다. 아침 첫차의 승객은 총 8명이다.
기사님께 숫갓정류장을 부탁하니 알았다고 하신다. 그제서야 호흡이 가라앉고 안도감에 여유가 생긴다.

홀로 모르는 곳을 찾아 마음 조리는 나자신이 우습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 야릇한 즐거움도 있는 것 같다.
안개 자욱한 충주시 외곽도로를 달려 충주호쪽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드디어 물안개가 가물가물 피어 오르는 바다같은 충주호가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안개도 걷히면서 바닷물에 잠긴듯한 산자락이 수면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거울면 같은 물위엔 쪽배 하나가 고기 그물을 걷는지....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다도해같은 풍경 어찌나 좋은지 디카에 담아봤으면 좋겠는데 차는 마구 달려 선착장을 지나 협곡으로 들어가더니만 수산교에 세워주신다.(08:50) 보덕암 가시는 아줌마 한분도 내리고....




위로 보이는 봉우리들이 월악산 하봉 같은데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가로운 농촌 마을엔 발갛게 익은 감나무들이 여기저기다. 밭가의 오래된 감나무 밑을 보니 역시...
죽탕이 되다시피한 홍시중에서 몇개 골라 먹어보니 꿀맛이다.


언덕 길가엔 싱싱한 케일밭이 계속되는데 빨간 고추도 주렁주렁....
하지만 저렇게 많은 것을 사람손으로 일일이 따야 할 것 같으니 수확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게다가 힘들게 환가해 봤자 순익을 따져 보면 수확하는 즐거움도 별로일 것 같고.....
조상의 얼이 깃든 밭인지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직까지는 정성으로 경작하고 있지만 그분들 돌아가시면 산비탈 돌작밭은 어떻게 될까...


산비탈을 돌아가니 보덕암이다.
북쪽면에 위치하여 아침햇살이 아직 들지 않했고 선원 툇마루엔 신발 한두켈래와 그을린 아궁이도 보인다.
조용히 되돌아나와 하봉 오름길을 찾아간다.

급경사길에 단면을 드러낸 바위들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주름진 얇은 판들이 시루떡처럼 뭉쳐 있다.
충주 제천지방에 특이한 수석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런 것 때문일 것 같다.


커다란 바위봉우리 바로 옆으로 돌아가는데 조금전과 달리 시루떡 모양은 볼수 없고 군데군데 떨어져 내린 돌이 너덜지대를 이루고 있다.


급경사 계단에 올라 되돌아보니 방금전의 바위가 하봉인 것 같은데 잔잔한 충주호와 선착장을 배경으로 그야말로 아름답다.


로프구간을 올라 잠시 완만해 지다가 다시 하늘로 치솟은 철계단을 올라가는데 바로 옆엔 굴러내린 바위가 암봉사이에 끼이면서 천연 구름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이제부턴 좌우가 칼날같은 낭떠러지라 철난간에 의지하며 올라가는데 자칫 실수하면 곧바로......

뒤따라 오신 산악회분들 먼저 통과하시게 한쪽으로 비켜 나와 한사람 앉을 만한 공간에서 배 먹으며 무르 익어가는 가을풍광을 만끽한다. 저멀리 남쪽 능선상의 뾰족한 봉이 주흘산 같고 우측으로 마폐봉과 신선봉이 이어질 것 같다.





중봉을 지나 영봉이 바로 앞인데 내려갔다가 좌측으로 돌아 급계단을 올라간다. 이곳부턴 오르내리는 산님들로 매우 붐비기 시작한다.
계단길 끝에서 각진 바위길로 이어지더니 드디어 영봉 정상(1097m)인데 칼날같이 솟구친 바위면이라 서있기 곤란하고 쉴만한 여유공간도 없다.





중봉에서 멋찐 풍광을 많이 본지라 기념사진만 찍고 곧바로 내려간다.
올라왔던 계단길로 내렸다가 신륵사 삼거리에서 영봉를 감싸고 덕주사 가는 능선길로 다시 오른다.

이 길도 산악회원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중장년 분들이 대부분이다.
영봉이 바로 전면에 보여 다 온줄 알고 물어보지만 이제부터가 월악산의 진면목을 맛보는 고행길이라 끝내는 괜히 왔다는 생각은 안할런지....



송계삼거리와 헬기장을 지나 덕주사로 내려가는 길인데 점심도 먹을 겸 희미한 능선길로 들어가 본다.
김밥 3줄로 충전하고 나니 이 길로 조금가면 보일것 같은 10m 직벽이 궁굼하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 되돌아 나올 생각으로 능선을 따라가 보니 V자로 움푹 드러간 곳에 직벽이 보인다.

보조 자일이 없으면 못가는 곳이라 했는데 이게 왠 행운인가 바위면이 바짝 말라 있고....
홀로 어렵게 올라서고 나니 윤도균 선배님의 발자취를 따라 만수교까지 가고 싶어진다. 홀로 가는 초행길이라 걱정도 되지만 문제될 것 같으면 덕주봉으로 하산할 생각으로 달려간다.






칼날같은 능선 바위사이를 요리저리 돌아 마치 산양처럼 뛰어 넘기도 하고 올라 타기도 하면서 수도없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
톱날처럼 뾰족하게 솟았다가 다시 다음 봉으로 넘어가려면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데 예상외로 보통 길이 아니다.
중간 중간 로프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곳도 있고......

지금까지 와는 달리 부드러운 암질의 너럭바위도 만나는데 따뜻한 바위에 누워 쉬었다가면 좋으련만 바라만 보고 지나친다.
마주오는 산님들은 가끔 만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를 따라 오는 분도 없고 앞서 가는 분도 하나도 없다.




바위길이 흐릿하고 낙엽이 쌓여 길 아닌 곳으로 빠져 들기도 하는데 일찍 어두워지는 산길에선 더욱 문제될 것 같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경치구경도 좋지만 이런식으로 가다보면 만수교 하산길은 어두워 질 판이다.
그쪽 계곡길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밤시간이니 버스가 먼저 세워주지 않으면 자칫 깊은 산중에 나홀로 외톨이가 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서둘다 보니 만수봉과 덕주골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배 먹으며 이리갈까 저리갈까 남은 시간으로 봐서는 적정할 것 같은데 산중이라 금방 어두워질 것 같고 게다가 나홀로 초행 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위험을 무릅쓴 종주보다는 여유있는 산행으로 안전이 최고지 하며 덕주골로 결정한다.


더욱 흐릿해진 길이지만 마음만은 한층 여유로워 진다. 여기선 길 잃어도 계곡만 따라 내려가면 될터이니......

덕주봉에서 지나온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니 깍아지른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역시 천연 요새라 할만하다.
계곡으로 빠질 것같은 길로 접근해 보는데 이쪽편도 낭떠러지가 계속된다.





다시 능선길로 올라붙어 내려가는데 로프없이 내려가기 힘든 절벽이 막아선다.
좌우를 살펴보지만 다른 길은 없다. 다행이도 내려간 흔적도 보이고 물기가 없어 조심스럽게 네발로 뒤걸음치다 뛰어 내린다.



계곡으로 떨어지는 언저리엔 오늘 본 것중 제일 아름다운 단풍나무 한그루가 이제부턴 느긋하게 가도 된다며 반겨준다.



호박돌만 뒹구는 매마른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또 다른 계곡과 만나는데도 이상하게 물흐르는 소리가 일체 들리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반가운 물소리를 내며 천연 욕탕이 유혹하는데....
흐르는 물은 잠시후 어디론가 몽땅 사라졌다가 한참 지난후 다시 세상밖으로.....
두서너번 숨박꼭질하더니만 덕주사 옆에선 온몸을 드러내고 유유히 흘러간다.






학소대와 덕주루를 벗어나면서 이곳으로 은거한 신라말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남매를 생각해 본다.
왕궁에 있을땐 좋았겠지만 갑자기 일반 평민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을 테니 굶주리는 가운데 나라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감자전 두장에 곡주 두잔으로 나역시 허기를 때우고 나니 수안보 온천욕이 그리워진다.
15,000원이면 갈수 있다는데 수안보에서 충주행 막차시간(19:40)을 보니 목욕시간도 충분치 않을 것 같다.

느긋하게 된장찌개로 저녁 먹고 충주행 막차(18:20)을 기다리는데 산악회 버스들이 하나둘 출발하고 상가들도 문을 닫으니 깊은 산중은 더욱 빠르게 어둠속으로 빠져 들며 갑자기 쓸쓸해 진다.

모두가 떠나간 것을 알아차렸는지 숨어있던 달님이 얼굴을 내미니 월악산 계곡과 봉우리마다 은은한 달빛이 가득한데 어디선가 잘 가고 또 오라 하시는 남매의 목소리가......

막차 타고 오다보니 닷돈재 야영장에서도 타시는 승객이 있고 만수교에서도 승객이 있더군요. 충주까지 3300원이라서인지 기사님 마구 지나치시지는 않았습니다.
만수봉으로 가는 길은 매우 위험한 편이고 로프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곳도 상당이 많더군요. 게다가 10개의 봉을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길이 뚜럿하지 않은 편이라 어두워지면 길잃기 쉬우니 유의하셔서 안전산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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