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의 나들이 산행-마감산(여주)

 

 

 


  프롤로그

 

  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아침, 74명의 등산객을 태운 버스(2대, 목동 G산악회 주관)가 영동고속도로 여주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42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가 이호대교를 건너자마자  경기도학생야영장 간판을 보고 우회전하여 7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걸은리 야영장입구에 도착합니다(10:00).


  오늘은 G산악회에서 창립 6주년기념행사를 겸한 등산이어서 반나절코스의 마감산(馬甘山)등산을 실시한 후 기념행사를 겸한 뒤풀이가 준비되어 있기에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의 산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산행들머리 산림욕장입구


 


  학생야영장 입구∼마감산 정상 

 

  등산로 입구 주차장에는 개별적으로 찾아온 등산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몇 대 보여 오히려 반가움을 느낍니다. 이름이 있는 산행지에 갔을 때 주차장에 늘어선 수많은 차량을 보고 기가 질리던 것과는 퍽 대조적입니다. 마감산은 해발이 382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한국의 산하"에도 소개되어 있고, 또 "월간 산"에서도 특집기사(2003년 3월호)를 다룬 일이 있는 조용한 산입니다.


  아늑한 등산로로 들어서니 바위위로 흘러내리는 조그마한 규모의 폭포가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끕니다. 다시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의 평탄한 길을 따라가면 마감산 정상을 지난 능선으로 이어지므로 우리들은 왼쪽의 오르막으로 접어들어 마감산 정상을 향해 오릅니다. 


  오르는 길은 여느 고산 못지 않은 된비알입니다. 정상 직전에는 보조로프까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오르는 데 땀을 한번 흘리게 해 주니 산행기분을 만끽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소규모 폭포

 


  마감산 정상과 보금산 산행시도

 

  산행을 시작한지 불과 30분만에 정상에 오릅니다(10:29). 지금까지의 산행경험으로 보아 가장 짧은 시간에 정상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정상에는 큰 규모의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데 그 옆에는 한 산악회에서 설치한 정상표석이 쓸쓸히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소나무 사이로 남한강의 물줄기가 보인다고 하지만 오늘은 시계(視界)가 흐려 조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위 산행을 좀 한다는 사람들은 이런 산행코스로는 만족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7-8명이 의기투합하여 마감산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대신 북서쪽 1.7km 지점에 위치한 보금산(364m)을 왕복하기로 결심하고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감산 정상에서 통나무로 조성된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왼쪽의 정상등산로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능선을 따라 똑바로 진행하니 도로공사로 만들어진 절벽 위에 도착합니다. 도로 맞은편 저쪽에 보금산이 보이지만 이 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침에 산행들머리로 이용했던 곳까지 다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산악회에서 뒤풀이 행사를 하는 데도 지장을 줄 것 같아 S선두대장은 보금산 산행을 포기하기로 제안하여 다시 마감산 정상으로 되돌아옵니다(10:46).
 


 

           마감산 정상 이정표

 


 

             마감산 정상 표석

 


 

        정상에 위치한 팔각정

 

 

  마감산∼성주봉 
  
  정상에서 온천장이 있는 당고개(5.5km)까지 가기 위해 남릉을 따라 진행하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능선으로 가면 암릉길이고 왼쪽은 우회하는 부드러운 길입니다.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두 개의 바위틈을 연결하는 수평의 사다리가 놓여 있고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등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암릉산행의 맛을 살짝 보여주는 재미있는 길입니다.


  특히 "마귀할멈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 옆에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다만 아침에 끼였던 짙은 안개가 상당히 걷혀졌음에도 아직도 엷은 안개가 대기에 남아 있어 먼 산의 능선조망이 그리 맑지 못한 것이 흠입니다.


  마귀할멈바위는 치마를 두른 여인이 앉아서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이라고 하는 데 필자의 아둔한 머리로는 이의 형상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시인 천상병의 '귀천(歸天)'이라는 시와 이신재의 '할미꽃하늘'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어 바쁠 것이 하나도 없는 필자는 느긋하게 시도 읽어보면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냅니다. 지나가는 길에 귀천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볼까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등산로 주변은 울창하게 자리고 있는 송림(松林)으로 인하여 공기가 시원하고 또 등산로도 매우 부드러워 시골의 동네뒷산을 걷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렇게 취미생활을 하며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내린 것은 아니었지요. 연탄마저도 보급되기 이전인 1960년대 초 아궁이에 불을 집힐 땔감을 채집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렸으니 그리 기분 좋은 추억은 아닙니다.


  부드러운 길을 한참 가다가 약간 높아 보이는 곳에 이르렀지만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산행개념도와 마감산 정상에서 출발한 시간 등을 감안해 성주봉(345m)임을 짐작합니다. 성주봉임을 알리는 이정표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입니다.


 

         가야할 남쪽 능선


 

                         암릉구간의 기암

 


 

         기암 뒤로 보이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

 


 

          암릉구간의 노송과 마귀할멈바위

 


 

          암릉에서 바라본 보금산의 모습

 


 

                          천상병의 귀천

 


 

       이신재의 할미꽃 하늘

 


 

        향기 그윽한 노송길


  성주봉∼뚜걱봉∼여주온천

 

  성주봉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는 다시 일어서서 등산로 옆으로 살짝 벗어나 묘지 쪽으로 들어가니 처음 보는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간간이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을 만납니다. 가벼운 차림의 가족단위 나들이 객도 있는 반면 큰 배낭을 짊어진 전문 산꾼도 지나갑니다. 송전철탑에 이르자 카메라를 켜고 하늘을 향해 초점을 맞추어봅니다(12:10). 철탑의 한가운데에 서서 올려다보니 사각의 디자인이 시야 가득히 들어옵니다. 


  철탑을 지나 내리막 안부에 이르러 뒤돌아보니 G산악회 회원 중 가장 산을 잘 타는 두 사람(K선생과 74세의 L씨)이 씩씩하게 걸어와 순식간에 필자를 추월해 갑니다. 이들은 마감산 북서쪽의 보금산을 다녀오는 길인데 꼭 산악 경주를 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다시 두 번째 철탑 밑에서 각도를 달리하여 한 장의 사진을 더 찍습니다.


  산행개념도를 보면 첫 번째 철탑과 두 번째 철탑사이에 뚜갈봉(320m)이 있다고 허지만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두 번째 철탑을 지나 천천히 길을 가니 남쪽과 서쪽의 시계가 트이는 전망대인데 푹 쉬어 가라고 벤치가 놓여져 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은 채 느긋하게 숨을 돌리며 조망을 하고 있으려니 먼저 갔던 K선생이 다시 되돌아옵니다. 보금산까지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산행이 부족하여 지나온 길을 다시 간다니 한마디로 못 말리는 건각(健脚)입니다. 


  O후미대장을 만나 다함께 조금 내려오니 여주온천(당고개, 일명 삿갓재)입니다(12:50). 오늘 산행에 2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거리는 6.2km이지만 마감산 정상에서 북쪽 도로변까지 왕복했기에 약 7.0km는 걸었을 것입니다. 산행코스는 경기도학생야영장입구/마감산/북쪽도로/마감산/성주봉/뚜갈봉/여주온천입니다.


  도로변 등산로 입구에는 마감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데, 이를 보니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부터 보금산을 오른 후 마감산을 거쳐 일주하는 산행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산행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여주온천에서 시작하여 마감산∼보금산∼마감산∼여주온천으로 원점 회귀하는 산행을 권합니다. 

 


 

         이름 모를 야생화


 

         송전철탑

 


 

                         송전철탑

 


 

          송전철탑의 또 다른 모습

 


 


 


 

                 시원하게 뚫린 42번 국도


 

           여주온천의 산행 날머리

 


 

        마감산 등산안내도

 


 

             여주온천

 


 


           

              주차장의 야생화(1)

 


 

            주차장의 야생화(2)



  산악회 창립 6주년 산제 및 김애경무용단의 특별공연

 

  산악회 측에서는 여주온천 옆의 반 영구천막을 빌려 창립행사를 개최합니다. 오후 1시가 지난 시각이라 먼저 점심식사부터 하고는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산제(山祭)를 올립니다. 


  공식적인 절차가 모두 끝나자 특별순서로 김애경 무용단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김애경무용단의 김단장은 한국고전무용가이며 우리 춤 체조연구가입니다.

 

  G산악회 S회장은 매월 1회 장애우와 함께 산행을 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또 산악회 M고문도 여러 자선단체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이렇게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가 김애경단장을 만나 서로 뜻이 맞아 친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단장은 어려운 이웃에서 공연을 요청하면 전국 어디에나 기꺼이 달려간다고 하면서 앞으로 더 큰 봉사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춤에 관해 문외한인 필자도 은은한 우리가락이 흘러나오자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첫 번째 무용단(5명)의 공연이 끝나고 전통의상을 갈아입을 동안 오늘 이 행사에 참여한 장애우에게 노래를 권합니다. 한 장애우가 남행열차를 열창하는 사이 무대는 장애우와 일반인의 한판 춤 마당이 벌어집니다.


  두 번째 공연이 끝나고 남성 무용수가 독창으로 장구를 치며 육자배기타령을 온몸으로 토해내니 장내는 박수갈채가 터집니다. 세 번째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늘 행사는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져 일부는 여주온천(알카리성 중탄산온천으로 관절염과 신경통에 좋다고 함)에서 찌든 때를 씻고 또 일부는 노래방기기를 이용해 노래실력을 자랑합니다. 또 일부 부지런한 사람들은 하산했던 산 속으로 다시 들어가 송림의 향기에 취합니다.
           


 

        산악회의 창립 6주년 기념행사

 


 

 


 

           살풀이춤을 추는 김애경 단장

 


 

          김애경무용단의 공연

 


 


 

   여성무용수가 의상을 갈아입는 막간을 이용하여 남자 무용수가 장구를

   치며 육자배기타령을 하자 흥이 난 장애우들이 무대앞으로 나옴





 


 
 

       장애우가 남행열차를 열창하자 산악회 S회장, M고문, P대장도

       덩달아 신이나서

 


 


 

 


 

 

  에필로그

 

  능선의 길이만 약 5km를 넘는 마감산은 평소 오르내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젓한 가운데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꿈의 송림길이며, 여주온천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지만 지나다니는 차량은 거의 볼 수 없는 호젓한 길섶에 있어 붐비지 않아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므로 어디에나 얕은 야산이 많습니다. 평소 시간이 있을 때 인근의 산을 찾아 자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마감산은 화려함은 없지만 얕은 산이 주는 편안하고 조용한 멋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런 산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