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리에 들 기회가 생겨 꿈에 부풀어 있었고,

이달들어 매주 산행이라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잘 설득을 하고

마음은 이미 지리에 들었었는데......

 

갑자기 후배한테 걸려 온 전화

자리가 없어서 갈 수가 없단다.

 

차안에서 통화를 들은 딸은 환호를 지르고 야단법석이다.

 

----- 아빠하고 있는게 그리도 좋을까?

 

우리딸은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 못한다.(?)

홍 길동도 아니고 이 개명천지에.....

 

아빠를 "아삐", "아뿌"등등 자기기분에 따라 호칭을 달리한다.

나도 늘 들어서인지 "아삐"가 편하다.

----- 멕시코에서 아빠를 빠삐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그래서 토요일을 온전히 딸과 함께 보내기로 하고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영화도 보고, 영화 토론도 하면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재잘거림.....

오랜만의 행복한 풍경이다.

 

지리에 못든 것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가지못한 사람들이 다음 날 삼각산에서 만나기로 했다.

코스는 정하지 않은 채...

 

이상하게 지금도 산행 전날이면 설레임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가 없다.

----- 내 안에 산이 들어 있나?

 

연신내에서 만나 일행이 단촐하니 염초를 다시 오르기로 했다.

- 그래 가는 거야~

 

삼각산입구에서 무슨 의식을 치루듯이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원효봉으로 달음질 쳤다.

 

단풍은 삼각산에도 어김없이 찿아들고, 골골이 부처님이 잠 깨어 나신다.

 

원효봉 초입부터 시작되는 긴~슬랩은 아직도 흡연을하고 있는 불쌍한 중생을 시험에 들게하고

숨은 점점 가빠져 한번에 오르지 못하고 기어이 중간에 쉬게 만들었다.

어~휴 힘들어~

 

원효봉 오름길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치마바위

릿지싸부가 시범을 보이고 포즈를 취하는 여유까지보인다.

 

오늘하루 우리 초짜들을 어여삐여기시고 부디 빡센코스만 고집하지 마옵소서~

 

고행의 길?

자기가 좋아서 위험을 무릎쓰는 산꾼들.....

 

이 구간은 아래를 보면 오금이 저려오는 짜릿함을 맛 볼수 있다.

싸부는 여유만만~( 그래도 속으로는 떨고 있겠지~)

 

아침부터 왜 이리 힘을 빼는지~ 염초가 오라한것도 아닌데~

 

 

폼 한번 잡아 보았습니다.  2번째에서 인지 약간의 여유가 생깁디다.(쎈척은~ㅎㅎㅎ)

 

원효는 통과하고 더 무서운 염초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과연 저곳을 통과하여 백운대에서 정상주를 마실 수 있을까?....

 

단풍구경이나 하면서 점심이나 먹고 하산하라고 단풍들이 유혹하고 있다.

----- 그렇게는 못합니다.

 

염초초입의 직벽    하늘에 오르는 기분이었다..

덜 위험한 릿지구간도 있으나 다시 직벽을 통해 하늘에 닿았다.

 

일단 염초에 들면 바위들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진다.

 

백운대는 아직 멀기만 하다.

 

오르고 또 오르면 백운대에 도착하겠지~

 

백운대가 신기루처럼 아른 거린다.

 

릿지싸부가 초보자를 낚시 즐기듯 하고 있네요.

무서워서 자일을 덥석.....

 

이 구간도 스릴이 엄첨~

왜 저 좁은 곳을 오르려 하는지.....(아래가 까마득해서 아래를 보면 진행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백운대에서 태극기가 펄럭인다.

왜 그리 태극기가 반갑던지~ 애국가 부를 뻔 했습니다.ㅎㅎㅎㅎ

 

염초에서 보는 숨은 벽은 숨을 수가 없어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 낼 뿐이다.

 

뒤 돌아본 풍경

멀리 원효봉이 보이고 땀을 뿌린 암봉들이 순하게 들어 온다.

 

하강훈련을 했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다시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염초의 마지막 구간인 개 구멍

어쩌면 저렇게 잘 길까요? (배낭을 미리 건네면 수월합니다.)

 

저도 체면불구하고 납짝 엎드려 기었습니다.

먼저 하강한 산님들은 딱하는 듯이 혀를 차고 계시더군요.

마지막 구간이라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통과 했습니다.

 

이젠 느긋한 마음으로 통과한 구간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힘들 내세요~

 

이곳도 멋있다고 자태를 뽐내는 망경대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인산인해인 백운대 오름길

 

긴 행렬을 피해 릿지로 통과 했습니다.

 

하루재를 거쳐 도선사광장을 통과하고 막걸리와 생맥주로 산행을 마감했습니다.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은 환하고, 아래에는 검은 산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우리는 불콰해져

다시 염초를 얘기 했습니다.

 

단풍속에서 빼어났던 염초봉 다시 오르렵니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30일)  셋이서 잘 다녀왔습니다.

 

 

* 가급적 인물사진을 자제하려고 하였으나 염초봉 특성상 바위와 인물이 있어야

제대로 염초를 표현할것 같아 인물사진을 게재하였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