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5년 10월 21 ~ 22일

산행인원 : 영수,상규,종훈,일권,동근,남일

산행장소 : 설악산 백담사에서 마등령 비선대 설악동

산행기록 : 백담사-마등령-비선대-설악동 (7시간 50분) 13.9km

  

오늘 드디어 설악의 단풍 그리고 말로 만 듣던 무시무시한(?) 공룡능선에 간다.지난

10월초 산악회를 따라 가려던 계획이 취소되고 올해도 못갈까 했는 데 이렇게  가게

어 마음이 설레인다.그도 그럴듯이 요즘에는 문득 오늘 안가면 살아 생전에 언제?

는 의문이 부쩍 붙어 다닌다.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적어서일까,아님 멀쩡하고 건

강하던  친구가 소리소문 없이 멀리 떠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벌써 아침이다. 어제부터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조그만 배낭에  옷

지 몇개외에는 들어갈 것이 없다.오늘 친구들한테 한소리 듣겠다 싶다...그렇다고

 지금 배낭을 살 수 도 없고..아침을 가르는 싸늘한 날씨가 설악에서 어떻게 변할 지

 그리고 별탈없이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을 가린다.공룡을 타게 되면  대략

20시간을 가게 될 것 같은데,하지만 오늘은 차를 안가지고 가서 무엇보다 좋다.항상

내차지 였던 운전이 무척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간다.

  

자 출발이다.차안에서 실컷 자다보니 어느새 백담사 주차장이다. 내내 운전한 친구

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그동안 나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겠지. 

서울에서 온 영수와   상규를 만나보니  완전무장을  했다. 그러나 통영에서  출발한

우리모습은 완전히 동네 뒷산 복장이다.날씨도 장난이 아니다.장갑도 제대로 없다.

하지만     뭐 가을인데..하면서 위안을 삼지만 내심 불안하다.주차장 근처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 바깥 날씨가 무척 차갑다 . 옆자리

식사하는 이들이나     식당 주인들이 한 마디씩 건네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뭐 입산

통제라나 ~ 대청에 눈이 20cm 나 왔고 길이 안 뚫려서 도저히 산행을 할수 없다나..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고 해서 우리는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죽더라도 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뭐 아직 아침식사 기운도 남아있고 몸도 따뜻하게 데워

 있으니 그럴 용기가 난다

                              <아침식사 후 산행 준비중>

                                 <백담사행 버스 매표소>

  

이렇게 산행하는데 웬 요금징수하는데는 그렇게나  많은지 , 주차장 요금 , 국립공원

입장료,버스비..정말 칼만 안들었지 강도들이다.그 돈 걷어서 다들 뭐하는지.... 기껏

해야 사다리 몇개,이정표,대피소,..그 정도인데 그 많은 입장료 수익은 어디로 가는지...

  

그러나 싱그러운 아침공기를 가르며 산을 나서는 기분은 이런 모든 불편과 불합리를

상쇄하고도 남는다.주위에 산악회에서 많이 오셨다. 인파속에 나홀로 문득 외톨이가

 되어버린 듯한 그 기분...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긴산행은 하실 것 같지 않다. 그저

단풍구경하러 오신 것 같다. .오세암 정도 올라가고 말 것 같다 .자 이제 백담사를 지

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 07:00) 백담사에서 출발

  

                                        < 백담사 수심교>

  

                                                  <백담사>

.

                                    <한폭의 그림같은 단풍>

                                  <이제부터 산행시작이다>

  

                      <어제 내린 비와 눈으로  물줄기가 시원하다>

                               < 아직 산아래는 여명전이다.>

                                 <단풍이 있는 첫번째 다리>

  

백담사를 출발하여 오르는 길이 평탄하다.마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가는 것 같다.

지나 가면서 눈을 떼지 못한다.

멀리 뒤로는 흰눈이 있고 그 아래는 단풍의 조화가 아름답다.정상에서는 눈이 서려

있고  그 밑에는 오색찬란한 단풍이 현란하다.아! 하는 탄식이 말을 가로막는다. 자

연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여기저기 서서 사진 찍느라 일행을 놓친다.구

형 200만화소 디카라 찍는데 시간이 걸린다.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사진이 이상하다.

정말 아날로그 같은 투박한 디지털이다.

  

  

(문수도량 영시암 : 08:00) : 단풍에 취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영시암이다.

 복원공사가 진행중인데  얼굴도 곱게 늙으신 마음 좋은  아주머니께서  곡차를

 주신다   . 성의껏(?) 곡차비를 내고 당귀를 우려낸 곡차를  마시니 따뜻한 곡차

한잔이 목을 타고  위에까지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 조금 올라오니 날씨가 

법 쌀쌀한 모양이다.

                                         <영시암>

  

(영시암 출발 ~오세암이정표 : 08:15 ~ 09:00) 영시암을 출발하여 조금만   오르니

완전히  설산이다.우리가 그리던 단풍은 흰눈으로 뒤덮여 그 고운자태를  감추

버리고 이른 시간의 흐름에도 도도함을..내비치지만  가차없이 시간의 흐름을 거

역하는 만물을  내리 누르는 자연의 이치란 ...

그 자연의 이치인  흰눈에 축 느려진 측은한 단풍들 자연의 오묘한 운행...    어느

누구도 시간에 맛설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  고요한  그 아름다운  오색의

자태가 설익은 눈에 짓눌려 그 아름다움을 놓아버리는 허무함.. 하지만 언제 또다

시 10월의 이른 눈과  오색단풍을 요묘하게 즐길수 있을까..  오늘  정말 잘 왔다는

느낌이 팍팍온다.

        

                               <  이제는 완전히 설산이다. >

  

                               <눈과 단풍에 파묻힌 친구 >

        <곱디 곱게아름다운  자태를 빛낼 단풍이 뜻하지 않는 불청객을 맞아 축

                            늘어진 모습이사뭇 쓸쓸해 보인다. >

  

                < 엄청 큰 아날로그스런 옛 이정표가 오히려 정답다.>

  

(오세암 이정표~오세암 : 09:11~09:25)

아직까지는 눈도 따뜻하다 . 그리고 단풍과 눈에 흠뻑 젖어  산행이  너무  즐겁다.

도무지 힘들다는 것을 모르겠다.가다가 서다 하면서 셔터를 눌러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와닿고..

아 산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야 !!!  벌써 오세암이다. 깨긋하고  제법  큰절이니 사람

들도 많이 붐빈다.아마 여기까지가 관광 모드인 것 같다 . 이제부터는 산도 좀 힘들

고 눈이 맣이 와서 길도 제대로 나 있을 것 같지 같다.

  

  

  

                    <오세암 가는길에서 : 눈과 단풍의 아름다운 조화>

                                                    <오세암>

                                   <오세암에서 친구들과 한 컷.>

  

  

(오세암 ~ 마등령가는 이정표 : 09:30~10:00)

가다 쉬다를 반복하지만  힘들어서라기  보다  즐기면서  가는 것이다 . 이러다가

공룡에 늦을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 마등령도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속도를

 내야하지만, 앞서 나간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없다.

                                       < 마등령가는 이정표>

  

(마등령가는 이정표 ~ 마등령 : 10:00 ~ 10:40)

이제는 길이 없다.우리 앞에 유일하게 난발자국의 주인들이 길이 없다며 하산한다.

그러나 앞을 보니 능선이 보인다  . 노련한 영수가 리드하며 길을 찾았다.우리를 뒤

따라  오다가 길을 찾으니 고맙다 하며 먼저 간다.아마다 공룡에서 다시 만날 것 같

다  . 가뿐숨을 몰아쉬며 길을 오르니  이제는 눈과 단풍에   들 뜬 마음이 가라 앉고

시린손과 눈이 스며든 젖은발이 차갑다.

  

                           <눈이시리도록 아름다운 눈길:사진마저 시리다 ?>

이럴 때 누군가가 생각날까 ?   요즘 마누라들은 다음 생에는 절대로 지금 남편과

같이 하지 않을거라고 보무도 당당하게, 아니 당당하다 못해 거칠게(?) 얘기하는

세상이다.우리 40대 남정네들의 왜소한 마음 한 곳에는  다음생도 함께 할 그런사

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다..넉넉한 돈과 너무도 잘생긴 총각들이(김

래원,욘사마,...등등) 이상형인 요즘 잘 나가는 마눌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활개 짓

할 수 있는 여기 이  산들이 좋아서 다들 산에오는가 싶다.우리는 정말 옛날 그 순

수함으로 ,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세상의  따뜻함이  있는  세상,그런 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시골은 아직까지도 그런 인간적인 세상이 잇는 것

일까

  

  

                                      <눈이 거의 10 cm 이상이다>

  

  

( 마등령 ~ 비선대~신흥사 : 11:00 ~ 14:00 ~ 14:50)

아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마등령인가 !!.시간이 벌써 초과다 . 손에 잡힐 듯 눈

속에 파묻힌 공룡이 보인다.여기서 가져온 떡과 군것질거리 좀 하고 공룡능선

향할 준비를 한다.우리보다 먼저 비선대 쪽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한마디 거

든다.아니 겁을 준다.공룡에 두팀이 갔다가 한팀은 그냥 돌아오고 한팀은 아직

이라나...그 얘기를 듣는 순간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진다.다들 나만 바라본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공룡능선을 눈앞에두고 있으니 아무도 그

냥 내려가자고 말을  못꺼낸다. 나도 그냥 이제 망설이지 말고 가자고 했다.그

래도 날씨가 추우니 커피 한잔이라도 한잔하고 가자고 한다.커피가 없어 물만

마신다.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들어가니 모두들 긴장의 끈이 놓였는지 마음이

풀린것 같다.또 모두들 나만 바라본다...  그래 날씨도 춥고하니 공룡은 다음에

가자..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 아이젠도 없고 겨울장갑도 없으니 어찌 갈수 있

겠는가.. 나도 한번도 간일이 없어 객기(?) 부릴 처지가 아니다.더구나 눈이 온

공룡을...그래 비선대로 해서  속초에서 소주나 한잔 하는 걸로 위로를 삼고 그

냥 다들 신나게 내려간다.

  

                                                   <마등령>

                    <이길이 무척 가파른길인데 밧줄이 너무 부실하다>

                                      <멀리 공룡능선이 보인다>

    < 비선대 내려가는 길에서 본 눈 덮인 공룡능선 : 올해도 공룡을 못가보네!!>

                            <비선대로의 하산길 : 속초시내가 보인다.>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친구들과 정담게 한컷>

  

                                   <울산바위를 화폭에 담으시는 화가>

                         <연지곤지찍은 새색시보다 더 눈이 부시도록 빠알간 단풍들>

                          <단풍이 아직 물들지 않는 비선대 아래길>

                                            <신흥사>

  

(사족)공룡의 단풍을 기필코 보고자 내디딘 산행이었지만  올해도  그냥 지나가니

조금은 서운하지만 만일 강행 했다 하더라도 무리한 산행이었을거라 생각이 미치

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해서 즐겁고 10월 이른 첫 눈과

중턱의 눈이 부시도록 빠알간 단풍이 즐길수 있어서 행복한 산행이었다 .   비선대

하산길에서는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안았으니 10월 마지막주가 비선대쪽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지 않나 싶다. 친구들아 모두들 수고했다 . 몸건강하고 내년 봄 산행시

 다시 뭉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