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3일(목)

       무주리조트-향적봉.........................산길을 걸어.....................................삿갓재대피소(1박)

2005년 11월4일(금)

        삿갓재대피소.............................오늘도 산길을 걸어...........................오수자굴.......삼공리

 

덕유산 산길이 무척이나  걷고 싶어 해가 뜨기도 전  이른 새벽

과속으로... 과속으로... 차를 몰아 덕유산을 찾습니다.

딱 1년만에....

 

무주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에 올라

남쪽을 향해 배낭 짊어지고 산길을 걷습니다. 터덜 터덜........

 

억새가 가득 핀 능선길을 지나고

조릿대가 키를 넘는 산길도 지나며

간혹 발가벗은 나목 사이를 지나기도 하며.....

 

그리곤 삿갓재 대피소

1년전과 마찬가지로 텅빈 대피소

고량주 한 병을 치우고 검은 하늘을 보니 별들이 총총합니다. 

 

담요 석장을 빌려 깔고, 덥고, 베고

그렇게 하룻밤

단언하건데 코는 골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코는 결코 골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새벽 5시 일어나

미역국에 떡국을 끓여 먹고

6시 20분

지리산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고....

 

이번엔 떠나 온 북쪽을 향해

지나온 길을 되짚어 다시 걷습니다.

 

 

바지를 온통 적셔 버리는 이슬 가득한 산죽길 사이를 걷기도 하고

아침 빛을 받지 못해 아직도 어두운 나목 사이의 길을 걷기도 하며

하얀 바위틈 사잇길을 지나기도 하고

나무계단 길을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그렇게......

 

그렇게 이런 길 저런 길을 지나 이번엔 중봉에서 오수자굴로

떨어집니다.

또 다시 길을 따라서.....

터덜....터덜....

 

 

 

헌데 오수자굴에서..

그 안내판에 씌여져 있기를....

"오수자가 得道한 곳이라하여 오수자굴이라 한다"

 

得道??????

得道??????

得道??????

得道??????

????????????????????????????????????????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모르겠습니다.

 

삿갓재 대피소까지 왔다갔다 10시간이 넘도록 길을 걸었지만

지금껏 "걸어 온 길"은 무엇이며 오수자가 " 얻어버린 길 "은 도대체 어떠한 길일까?

 

전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 대단한 길 " 이기에 안내판에도 써 놓았겠지요.

 

괜스레히 힘들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터덜 터덜 산 길을

걸을 것이 아니라 굴 아래 좌선하여 걷지도 않으며 오수자처럼 길을 얻어나 볼까.

길은 똑 같은 길일텐데...

 

여하튼 모르겠네.

 

오수자굴에서 삼공리까지 지루하고 지루한 길을.......

붉게 타오르는 단풍도

붉은 물이 들어버린 계곡수도

힘든 하산 길에는 눈에 차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앞 마당엔 붉은 단풍과 갈색 잎새들이 낙엽되어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 하루종일 빗자루질......

빗자루질을 하며 길을 얻을 수는 없을까?

 

쓰잘데 없는 생각말고 낙엽이나 모아 불에 태워야 겠습니다.

갓 볶은 커피 냄세가 난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