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기초 암릉 즐기기

(향로봉으로 가는 도중 바라본 족두리봉)


 

- 산행일 : 2005. 10. 30(일) 맑음

- 산행자 : san001, 한국인 등

 

- 산행요약

■ 코스 : 용화Ⅱ매표소~족두리봉남릉~족두리봉~향로봉~비봉능선~문수봉~대남문~구기계곡~구기매표소         

■ 시간 : 산행시간 5시간41분, 총시간 6시간27분

■ 구간별

대교정앞~(11분)~용화Ⅱ매표소~(34분)~족두리봉~(41분)~족두리봉우회갈림길~(13분)~사거리안부~(10분)~향로봉우회갈림길~(1시간9분)~향로봉~(29분)~비봉~(7분)~사모바위~(22분)~문수봉암릉갈림길~(51분)~문수봉~(4분)~대남문~(38분)~승가사갈림길~(12분)~구기매표소


 

- 산행기

 

암릉 산행에 대한 고민

 

암릉 산행, 일명 리지산행은 묘한 매력이 있다. 무서워 벌벌 떨다가도, 갔다 오면 다시 생각나고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짜릿한 기억이 더욱 생생한 산행. 그리고 처음 경험한 길을 몇 번 가다보면 초심의 어려움은 잊어버리고 더 큰 스릴을 찾아 갈수록 난이도 있는 구간을 찾아 떠나는 산행. 

그래서 워킹 산행을 아무리 많이 하였더라도 일단 암릉 산행의 매력에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어떤 산행이 올바른 산행인가?

산행의 방법이야 개인마다 다르고 목적 또한 달라, 어떤 산행이 올바른 산행인지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려운 화두를 가지고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구도 해답을 주지 않은 질문.

 

산을 처음 찾으면서 바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작정 걷는 것이 산행이고 그런 산행이 가장 좋았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암릉 산행이 묘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즐기면서도 어느 순간 암릉 산행에 대한 미련을 놓는다. 길지 않는 시간 동안 암릉을 즐겼지만 하면 할수록 무서워지는 암릉, 종종 들려오는 사고 소식, 그리고 너무 한부분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나 자신의 고민.

 

고민 끝에 얻은 내 스스로의 결론은 나 자신이 어떤 산행이 어울리는지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맞는 산행을 즐기면 된다는 판단이다.

 

그 후 가벼운 리지만 즐긴다. 즉 산행을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되는 정도의 생활리지 수준 정도만. 

암릉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다시 산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산은 넓고 무궁무진하다. 가야할 산은 많고 가야할 코스도 많다. 이 부분이 내가 추구하는 산행이다.

중용의 미라는 말도 산에서도 통용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문득 문득 산에서 마주치는 암릉, 암벽하는 분들을 보며 동경을 갖는다.

아! 도대체 내 마음은 정리가 된 것일까.

 


북한산의 암릉 구간

 

북한산이 다른 산과 다른 점은 바위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지방에도 유명한 바위산이 많다. 하지만 지방 바위산은 주로 보는 바위산으로 실제 산행 시에는 바위나 슬랩을 타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에 반해, 북한산의 바위는 실제 타는 바위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산에서의 암릉 산행은 필연적으로 산행의 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북한산 암릉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 대표적인 코스가 인수봉 등반이다.

둘째는 암릉으로서 난이도가 있는 구간, 숨은벽, 만경대, 원효, 염초 암릉구간등을 들 수가 있다.

셋째는 기초암릉코스,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워킹구간과 병행되는 환상의 암릉코스이다.

암릉을 제대로 타기 위해선 기초암릉구간인 세번째의 코스를 필연적으로 다녀와야 한다.

 

오늘은 기초암릉구간을 즐기기 위한 산행이다. 기초암릉구간이라고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소위 리지라 불리는 암릉 산행은 한순간이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떤 경우라도 안전을 확보하여 산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릉에 경험이 많은 한걸음님과 만경님의 도움을 받고 자일 등 기본 장비를 갖추어 암릉 즐기기에 나선다.  


 

족두리봉 코스

 

족두리봉은 비봉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 중 관문에 해당하는 봉우리이다.

족두리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약9가지 정도가 있다. 이 중 암릉을 즐기는 구간은 족두리봉남릉으로 오르는 길이다. 들머리는 용화Ⅰ, Ⅱ매표소.

(용화Ⅱ매표소)

 

용화Ⅱ매표소을 지나 첫 전망바위에 오르면 족두리봉의 슬랩이 시원하게 보인다. 단풍의 절정을 맞이한 북한산에는 수많은 단풍객과 등산객이 어우러져 슬랩은 개미가 붙은 듯 복잡하다.  암릉보다도 인파를 헤치는 일이 더 걱정이 된다. 대슬랩에 붙은 많은 등산객들, 자세나 행동으로 보아 얼떨결에 쫓아온 듯한 등산객들이 영 불안하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중앙의 대슬랩)

 

전망바위를 조금 걸어가면 본격적인 대슬랩이 나타난다. 거의 50m 거리. 만만한 경사도는 아니다. 물론 우회길은 대슬랩 우측에 있다.

(대슬랩)

(대슬랩길)

 

대슬랩을 오르면 이후 족두리봉까지는 별 어려운 곳은 없다. 여기서 암릉을 더 즐기려면 우측 공룡발자국 같은 모양의 슬랩을 오를 수 있다.

(대슬랩 우측에 있는 공룡발자국 모양의 홈이 있는 슬랩길)

 

족두리봉은 완전 시장바닥 같다.

향로봉으로 가는 족두리봉 북동 슬랩으로 가는 길은 족두리봉 정상 좌, 우측으로 돌아간다. 물론 정상을 바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조금 까다롭다.

우측 길 또한 급경사면 옆으로 지나가는 길로써 초보자들에게는 고도감이 상당하다. 자일을 설치하고 한명씩 건너게 하지만 힘겨워 하는 발걸음에 장사진을 이룬다. 멋모르고 쫓아온 일부 등산객들도 덕분에 도움을 받는다.

(족두리봉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

 

내려가는 슬랩 또한 완전 정체. 걸어서 내려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홈이 파져 있어 마지막 2m 정도의 구간을 제외하고는 별 어려움이 없다. 수많은 초보자들이 가파른 슬랩에서 엉거주춤 앉아있어 진행이 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약간 좌측에 자일을 설치하지만 일행들이 전부 내려오는데 약5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가야 할 능선길과 향로봉)

(족두리봉 내려오는 길)

(족두리봉을 내려와서 바라본 족두리봉)

(향로봉으로 가면서 뒤볼아본 족두리봉)

(향로봉 오름길에 바라본 향로봉)

(향로봉 오름길에 바라본 좌측 324봉과 우측 기자촌능선 정상)


  

향로봉 코스

 

향로봉 암릉구간 시작되는 지점에 왔지만 관리공단 직원들이 우회할 것을 권유하지만 제재는 하지 않는다. 

향로봉으로 오르는 암릉구간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는 가장 좌측으로 오르는 길, 굴곡이 많은 슬랩과 홀드로 되어 있지만 약간의 고도감이 있고 거리가 길다.

(첫째길)

 

둘째는 중간 고리가 달려있는 길. 계단 같이 생긴 바위를 밟고 오르는 구간으로 손가락 하나 넣을 수 있는 고리가 두개 정도 있다. 거리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직벽에 가까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가장 위험하다. 

(둘째길, 첫째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셋째는 고리가 있는 길 우측 크랙을 따라 오르는 길, 가장 안전한 길이며, 윗부분에서 둘째길과 만난다.

 

첫 번째 길에 자일을 설치하여 한명씩 올라간다. 속도를 낼 수 없어 아래에서 그리고 바위 중간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귀여운 강아지(?) 같다. 결국 일행들이 모두 올라가는데 약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첫째길을 오르는 일행)

(차례를 기다리며)

(중간에서 역시 정체가 되어 기다린다)

(바위 옆을 건너며)

(어려운 구간의 끝)

 

암릉 구간을 오르면 너럭바위. 비봉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 후 향로봉 정상까지는 아기자기한 바윗길이다.

작은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 작은 안부에서 오이 같이 길죽한 모양의 바위를 잡고 오르는 구간이 재미있다. 발디딤이 좋고 잡을 곳이 있어 어려움은 없다.

(향로봉 능선길)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비봉능선)

(아기자기한 바윗길)

(뒤돌아본 전망바위)

(중앙 하단의 오이 모양의 바위를 잡고 오르는 길)

(비봉능선)

(오이바위 오르는 길)

(이 길을 내려오면 오이바위가 있다)

(오이바위를 올라서서)

(향로봉 능선길)


 

비봉 코스

 

비봉은 비봉능선의 상징적인 봉우리. 일반적으로 동쪽 방향에서 쉽게 오른다. 서쪽에서 오르는 길은 약2m의 직벽 구간만이 조금 까다롭지만 역시 홈이 잘 파져있다.

(비봉 직벽구간)

 

오늘은 2m의 직벽 구간 약간 전에서 우측으로 비봉 사면을 돌아가는 길이다. 상당한 고도감이 있는 구간으로 향로봉과 비봉남릉을 바라보는 전망은 상당히 좋다. 자일을 설치하였지만 인수봉에 갔다왔다는 명하님도 암벽과 다른 리지의 무서움을 호소한다.

(직벽구간 전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 차례를 기다리며)

(비봉 우측 사면을 돌아가는 길)

(비봉 우측 사면길에서 바라본 고래바위와 우측 비봉남릉상의 380봉)

 

사모바위에 왔지만 우회팀들은 보이질 않는다. 너무 일정이 지체되어 계속 기다릴 수 없어 코스를 변경하여 단풍을 구경하는 산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문수봉 코스

 

승가봉에서 바라보는 문수봉 암릉 구간은 등산객들의 긴 띠를 이루고 있다. 암릉길 역시 사람들로 넘친다.

문수봉 암릉은 다른 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길이다.

문수봉 암릉 갈림길에서 7분 정도 오르면 문수봉 암릉이 시작되는 암릉 아래에 도착한다. 여기서 암릉 위로 오르는 길은 계단길과 슬랩길이 혼재되어 있는 거의 공식화된 길이다. 난이도가 낮아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문수봉 암릉길 초입)

(문수봉 암릉으로 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길)


 

오늘 코스는 기본적인 길 우측으로 오르는 길. 가파른 문수봉의 남쪽 사면을 돌아 오른다. 고도감은 있지만 슬랩이 살아 있어 바위에 잘 붙는다.

(문수봉 우측 사면으로 돌아오르는 길)

(우측 사면길)

(우측 사면길의 마지막 부분)

(암릉구간을 올라와 바라본 문수봉)


 

즐거운 산행을 마감하며

 

사상최대의 등산객들이 북한산 구석구석에 퍼진 날. 리지를 즐기기에 적당한 5명에서 10명 정도보다 인원이 많았으나 무리 없이 산행을 마무리했다. 어쩔 수 없이 산행시간도 예상보다 훨씬 초과되고 앞선 간 분들이 많이 기다리는 미덕을 발휘해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암릉에 대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산행이 아니었나 한다. 

가벼운 리지산행이지만 오래간만의 맛본 암릉은 신선한 기분 전환이 되었다. 겨울이면 즐기기 어려운 암릉.

가을을 마무리하며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