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금정산

 

          다방동 - 장군봉 - 금정산 고당봉 - 동문

 

 

                                        2005. 11. 20

 

                                        산거북이 홀로

 

 

 

 

            코스 : 양산시 동면 석산리 계석마을 - 다방봉 - 장군봉 - 금정산 고당봉 - 동문 - 산성고갯길

 

            시간 : 7시간 (약 11.7 km,   여유있는 산행으로 대개 6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함)

 

 

 

 

 

               <산행 전의 사연 : 홀로가는 초행의 긴장감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토곡산에서 명전고개, 널밭고개 지나 완성되어가는 골프장의 낌새를 엿보며 염수봉

                    가는 길을 찾아보고 다시한번 영남 알프스의 남쪽 끝단을 밟아 보고픈 욕망에 며칠간

                    안그래도 바쁜 일상에 준비하느라 괜스레 번잡스러움을 더하였다.  

 

 

              

                    계획상, 일요일에 오전7시에 사상역에서  출근열차를 타고 원동역에서 시작, 원동초등

                    학교 우측길로 들머리로 삼는 토곡산 코스중 평이한 코스였는데도, 자꾸만 뒤를 잡아당

                    기는 긴장감에 젖어 있었다.  명전, 널밭고개길의 불투명함도 걸리지만 골프장에서 뒷삐

                    알산 오르는 길은 또한  어찌 헤집고 가야할 지도 숙제인지라 이런저런 생각이 첩첩히 쌓

                    여만 갔다.

 

 

 

                    깊은 밤중까지 잠을 못이루고 이런 저런 산행자료를 뒤지다가, 내가 지금 추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갑작스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에 관한 생각은 따로 피력한 바 있

                    다. 결국 그냥 금정산 구경이나 하고자하며 이런 저런 짐을 또한 잔뜩 꾸렸다.

 

 

 

                    다방리 출발코스는 처음인데다, 장차 종주도 해 볼 생각도 가진 터라 자주 다녀보고 싶

                    었던 바다. 하지만 이곳도 로프에 매달리고(?) 암릉도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지라,

                    소풍가는 기분만은 아니었다.

                    홀로가는 초행의 긴장감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금정산 줄기의 북쪽 끝단, 다방동, 혹은 계석마을에서 산행시작.

                 - 숲 속은 언제나 우선 그들의 것.>

 

 

                    대정그린파크 아파트는 동면 다방동이 아니라 석산리 계석마을에 있다. 다방리라는

                    옛이름은 다방동으로 바뀌었지만 부산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는 교통요지라서 통

                    상 '다방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는 표기가 대체로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그러한 관용에는 '다방리'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향수도 있을 것이다. 다방동에 다방

                    (茶房)이 있는 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시골 다방의 추억이 있는 중장년들에게는

                    다방리라는 단어가 잊혀진 기억을 문득 되살리게 하는 짜릿함이 있을게다.(나만 그런

                    가?^^)

 

 

 

 

<계석마을 극동아파트 지나 대정 그린파크 아파트 끝. 우측에 산행로가 열려있다.>

 

 

 

 

 

 

 

 

               새벽같이 준비를 마쳤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산행은 9시 반을 넘겨 시작되었다.

               초입 길가에 장미 한송이가 큼지막하게 피어 있다. 부산에 살면서 금정산 곳곳이 미답지

               인 산거북이에게 건네는 '축 방문 '의 선물인가 여긴다. 접사로 한컷 담고 발걸음을 옮긴

               다. 다시 늘어난 몸무게가 걸음을 더욱 더디게 할 것 같다.

 

 

 

               가을의 끝은 여느 계절의 끝보다 다음 절기를 재촉하니, 남쪽에도 겨울이 땅에 스미었다.

               봄기운은 대기를 먼저 감싸고 겨울 기운은 땅에 먼저 스민다.  건조한 나날이 계속되는

               와중에 땅에는 벌써 설릿발이 날까롭게 서 동절기를 무색케 한다. 

              

 

 

               그래도 햇살은 어디 그러한가.

               아침 솔향 번지는 숲 속에, 남은 단풍을 투과하여 깊은 가을 빛을 쏟아낸다.(아래사진) 

               완만힌 경삿길을 오르는 기분이 경쾌해진다.

               고요하나, 작은 새때들이 군락으로 움직여 풀섶을 흔들리게 하는 기척에 귀가 간지럽다.

               숲속은 언제나 우선 그들-나무와 풀벌레, 새와 짐승-의 것이다. 

 

 

 

 

   <아침 솔향 번지는 숲 속에, 남은 단풍을 투과하여 깊은 가을 빛이 쏟아진다.>

 

 

 

 

 

<때로 평탄해지고 완만한 솔 숲 산책로.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가 안타깝기만 하다.>

 

 

 

               <병고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것이 어디 이 땅의 소나무 뿐이랴.>

 

 

                    금정산은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며 극심한 상흔을 안고 진행 중

                    인 곳이다. 이곳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장차 그 예후를 알 수 없어도 많은 소나무들

                    이 불치의 에이즈로 알려진 재선충병에 대해 안간힘을 다해 버티어 내고 있다.

 

 

 

                    재선충도 생명이고, 소나무도 생명이다.

                    어떤 인연으로 이 땅에 재선충의 맹위가 떨치게 되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버티고 버

                    티어 내면 그 활기도 스스로 수그러들어 적당히 공존을 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확산을 막기위한 단호한 조치에 시민단체들이 환경보전이라는 이

                    유로 반대를 한 탓을 못마땅해 하였으나, 따지고보면 그것도 '남탓 타령'일 뿐.

 

 

 

                   투병하며 살아있는 많은 소나무들도 결국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인간의 모습과 다

                   를 바가  없는 생로병사의 고(苦)를 겪는 즉,  동병상린을 느끼면서 보호대책을 지속해

                   나가야겠다. 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때로 나무들을 위해 기도발원을 해

                   야겠다.

            

 

 

 

<임도. 538 봉-다방봉-으로 오르기 전의 임도다.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다.>

 

 

 

 

 

<로프구간을 올라서 아래를 내려보니 제법 긴 거리다. 하지만 위험한 코스는 아니다.>

 

 

 

 

 

<538봉 바로 아래의 암반. 멋있는 곳이다. 갈길이 바쁘지 않으면 반드시 능선에서 내려서

시간을 한참 보내고도 아깝지 않는 명당이다.>

 

 

 

 

<538봉 꼭대기 즈음이다. 오름길 끝에 보이는 것이 727 봉일 것이다.>

 

 

 

 

              <초행길의 즐거움에 앞서 때늦은 경험에 탄식같은 후회가.....>

 

                    은동굴 삼거리는 간단한 촬영만 하고 그냥 지나쳤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평지 능선길과 암반 직벽, 그리고 완만한 하강을 리드미컬

                    하게 이어간다. 동남방향으로 진행해 가기에 해가 정면으로 부딪힌다.

 

 

 

                    햇살에 눈부시고

                    여늬 금정산 코스처럼 사람 붐비지 않아 좋고

                    어우러지는 풍경에 또한 눈부신다.

                    한번씩 개금에서 금정산 남문까지, 혹은 성지곡수원지에서 고당봉까지 다닐 때도 금정

                    산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토하게 되는데 오늘은 너무 늦게 밟아보는 코스인지라 탄식같

                    은 후회가 앞선다.

 

                                    

 

 

<오봉산 아래 물금마을은 이제 도회지가 도었다. 양산천 끼고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물류단지,

섬과 같은 증산, 이곳에 왜성이 있다. 가운데 높은 산덩이는 무척산...... 이 시간대 이후로는 조

망의 깊이가 갑자기 줄어들었다. 스모그가 점차 하늘로 퍼져 올랐기 때문이다.>

 

 

 

 

 

 

<조망의 기호를 발휘하자면 저 방향에 솟은 봉우리는 지리산이 틀림없다.

과연 그럴까?하겠지만 방향각과 높이를 보면 의심할 수 없다.>

 

 

 

 

 

  

 

 

<두개의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 생각보다 오름길이 편하다.>

 

 

 

 

<727봉을 내려서 또 한 봉우리를 넘어야 장군봉 능선에 바짝 다가선다.>

 

 

 

 

               <장군봉 정상에서, 평원같은 억새봉과 천연요새 금정산 고당봉의 뒷모습.>

 

 

                    장군봉 정상은 초행길에 자칫 놓지기 쉬운 길로 접어들 수 있다하니 산세를 봐가며

                    등로를 꼼꼼히 짚어나가야 한다고 미리 생각하고 가서 그런지 쉽게 판단할 수 있었

                    다. 잡목과 바위가 엉킨 코스라 썩 좋은 등로가 아니었지만, 이내 장군봉의 정상부가

                    드러났다. 

                  

 

 

                    우선은 역광 속에 우뚝한 금정산 고당봉을 가장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가 마음

                    에 쏙 든다. 말로만 듣던 억새지대도 생각보다 광활하다.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코스

                    는 지도상으로는 고도차가 얼마나지 않는 것 같은데 보기에 상당한 고도차가 나 보인

                    다. 계명봉 가는 코스도 얼마간 확인 해두어야겠다.

 

 

 

 

<장군봉 능선은 우측 편한 길로 계속 가면 억새능선으로 직진한다는 것 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키지 않지만 암릉을 타야한다. 물론 억새평원에

갔다가 되올라 올 수도 있지만......> 

 

 

 

<드디어 남쪽의 금정산 정상 마주보기를 한다.>

 

 

 

 

<장군봉의 정상부>

 

 

 

 

<생각보다 광대한 억새지대>

 

 

 

 

 

 

               억새는 산불지대의 자연복원과정이다. 소나무씨가 날리어 어느사이 띄엄띄엄 어린 소나무가

               생육을 시작한다. 씨가 자연스레 땅에 뭍혀 싹을 틔우고 어린 소나무로 자라는 과정은 거의

               기적과도 같은 확률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적당한 깊이로 파묻히고 거기에 낙엽이나 부토가

               쌓이고 수분과 온기가 유지되어야 싹을 틔우는 것이다. 이러니 저 어린 한그루의 나무가 어찌

               소중한 생명이 아니겠는가. 싸리나무와 잡목은 눈에 띄질 않고 철쭉과 진달래가 사면을 채우

               고 생존경쟁을 하는 것 같아 당분간 근사한 억새지대를 유지할 것 같다.

 

 

 

 

                    거기에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가을은 아직 한참 여유가 있다.

                   

 

 

                     금정산은 철탑도 많이 지나가야만 한다.

                     양산에서 바라보면 온통 고압선 철탑 투성이고,  이제 곧 고속철도도 관통된다.

                     그러나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산이 인내하므로 내가 사랑하고 보듬어 줄 일.

 

 

 

 

  

 

<빛바랜 단풍이지만 한그루의 늦가을이 억새풍경 속에서 근사한 자태를 뽐낸다.>

 

 

 

 

 

<억새지대 정상부까지 올라와 장군봉을 되돌아 보았다.>

 

 

 

               <금정산으로>

 

 

                    장군봉에서 억새밭 정상부까지는 미끈한 능선을 이룬다.

                    정상부에서 내려와 억새밭 정상부 쪽으로 동남방향 직진하여 하산하면 200 미터 고도

                    를 낮춘 뒤 계명봉으로 오르게 되고, 미끈한 능선의 적당한 곳에서(많은 길이 나있다.)

                    오른쪽으로 90도를 꺽어, 그러니까 남서쪽으로 고당봉을 향해 방향을 틀어야한다. 

 

 

                    아래에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머지 않는 곳에 안부가 있나보다 짐작하였는데, 생각

                    지도 않았던 정갈한 샘터가 나타났다. 안그래도 북문에서 물보충을 할 작정이었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중요포인트를 모르고 오다니....@ #@#!!   

 

 

 

 

                    샘터에서 점심을 먹으며 지도를 들여다보니, 지금 진행하는 능선이 경남 양산과 부산

                    광역시의 경계선상(금정산 정상도 호포 쪽 사면이 양산과 경계고, 장군봉은 양산영역

                    이며 억새밭 정상부가 양산과 부산의 경계다.) 이다.

 

 

 

 

 

 

                    심심하기 짝이 없는 식사(혼자 산행하면 밥먹기가 제일 싫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먹

                    는 것이다.) 를 마치고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천천히 걷는다. 고도차는 약

                    100 미터 남짓. 가장 낮은 곳에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곳에 서니 내 고도계로 620 m .

                    고당봉 정상이 801 m 미터이니 오름길이 멀지만 제법 긴 길로 경사가 완만하다.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갈림길이다.

                    진행방향으로 오른쪽으로 약 고도 100 m 를 내려가야하는데, 망설이다가 포기하였다.

                    왼쪽으로는 청련암 내려서는 길도 있는 요지다. (아래 사진)

 

 

 

 

 

<마애여래입상 하산길>

 

 

 

 

<마른가지와 암봉, 그리고 하얀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산님>

 

 

 

                    이곳에서 얼마지 않아 주길과 샛길이 갈린다. 보아하니 능선진행길이 샛길이고 잣나무

                    숲길로 진행하는 주길은 트래버스하는 길이다. 쨍한 햇살이 얼굴에 떨어져 낯을 태우는

                    일이 성가셔서 그런지 발길은 향긋한 그늘 속으로 향한다.

 

 

                    이 잣나무 숲은 범어사에서 애써 조림했느니...... 좋은 일 해가지고 청설모가 다 먹어치

                    우느니...... 앞서가는 노익장들의 대화가  흥미롭다. 얼마지 않아 잣나무 숲을 빠져나오

                    고 탁 트인 평지가 드러나고 금정산 고당봉이 요새성벽 같은 위용을 드러낸다.

                    역광에 눈을 뜰 수 없다. 고글을 이럴때 안 챙겨오고...... 그늘을 찾아 나즈막히 쪼구려

                    보니 겨우 차광이 된다. 억새가 앞을 가리는 정도가 심하지만 그래도 찰칵!!! (아래사진)

 

 

 

 

 

 

 

 

               <금정산 고당봉에 서다.>

 

 

                    북사면의 금정산 정상으로 오르는 암벽길에 한군데 로프구간이 있다.

                    그 구간을 가지 전에 금샘 쪽으로 진행하다가 되돌아왔다. 고도도 100 미터나 낮추어

                    야 하고 생각보다 거리가 멀다. 늘 느끼지만 금정산 정상부는 안전한 곳이 아니다.

                    어디서 오르나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암봉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특히 비오는 날

                    은 매우 미끄러웠고, 경험하지 못했지만 눈오는 날도 당연히 상당히 위험할 것도 같다. 

 

 

 

<금정산 정상>

 

 

 

 

<정상의 서쪽, 햇살 눈부신 낙동강 방면>

 

 

 

 

<굽이치는 낙동강을 따라 신어산, 무척산 방면>

 

 

 

 

 

<정상 북쪽 방향 : 좌측의 경부고속도로 방향으로 영축산과 천성산 잇는 줄기가 갈리며

727봉과 장군봉, 억새지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잣나무 지대도 보인다.>

 

 

 

 

 

 

<광안리, 광안대교도 당겨진다. APEC 때 이곳에서 경계근무를 선 군인들은 정말 좋았겠다.^^>

 

 

 

 

<극기훈련 : 기압소리와 기합소리에 금정산이 쩌렁쩌렁 울렸다.>

 

 

 

                    금정산에서 북문에 내려서니 온 산을 뒤흔드는 구령과 복창소리가 가득하다. 또 어느 

                    단체에서 무수한 깃발을 들고 결전의 의지를 다지러 왔나보다하였는데, 학생들이 극

                    기 훈련을 하고 있는 듯했다. 곧 군대갈 큰아이 또래라서 귀여워보인다.

 

 

                

                    호, 불호를 떠나 이런 곳은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오늘의 고통은 자기단련의 계기로 삼되,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어른들은 자연 속

                    에서 조용하고 경건한 자세로 극기(克己)하는 훈련을 시켰으면 좋겠다. 

                    극기의 가장 고귀한 미덕은

                    '자신을 누르고 타인에 대해 세련된 배려를 하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저런 문화가 우리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원효봉-의상봉 지나 제4, 3 망루 거쳐 동문까지>

 

 

                    북문을 지나 원효봉 의상봉 거쳐 동문까지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걸어보았

                    슴직한 코스. 사시사철, 시간 날씨따라 달라지는 경치에 누구나 매혹을 느끼는 경관이

                    다.

 

 

 

 

 

<뒤돌아본 금정산>

 

 

 

 

<왼쪽 금정산 고당봉, 뒤로 오른쪽에 727 봉과 장군봉, 억새능선>

 

 

 

 

<회동 수원지와 금정구 일대>

 

 

 

 

<멀리 장산과 황련산 사이로 광안리 바다가 보인다.>

 

 

 

 

<언젠가는 이곳도 푸른 소나무로 뒤 덮히기를....>

 

 

 

 

<......>

 

 

 

 

<상계봉(상학산) 쪽 푸른 산을 배경으로 억새능선이 펼쳐진다.>

 

 

 

 

<황금빛 억새는 만추의 금정산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노년의 산객.

                    관조하는 그의 자세가, 스러진 목책과 어울려 아름답다.

                    그는 무엇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까.

                    미동도 않는 진지함에 카메라가 저절로 간다.

 

 

 

                    잠시 후, 그의 동료 한 사람이 올라온다.

                    사진 속의 산객 : -(버럭 화를 내며) 문디xx! 지x한다!!  하루종일 기다리게 할라카나!!

                    친구 :이 x자슥아. 그래 니 혼자 함 가봐라.오데까지 갈 수 있을낀고.

 

 

                

                    얼핏보면 싸움같지만, 노년 친구의 정다운(?) 대화다.

                    이리하자 저리하자 금새 낄낄거리는 모습이 어린아이와 꼭 같다.^^

 

 

 

 

               <유전자 속에는 기마민족의 흔적이 있으나, 코 끝에는 사라진듯>

 

 

                    제3망루에서부터는 이제까지 느렸던 산행길에 시간만회나 하듯이 속보다.

                    한가하게 사진기나 들이밀 곳도 없기도 하지만 길 자체가 속도를 내기에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말을 탄 두명의 남녀가 억새밭 속에서 달려온다.

                    제법 속도를 내니 말발굽 뒤로 제법 먼지를 일으킨다.

 

 

 

                    멀리서 보면 멋있어 절로 턴성이 나지만 가까이 다가오니 말냄새가 지독하여 코가 절로

                    찌푸려진다. 게다가 이놈의 말이 나와 너무 근접하였는 지, 푸르르르~거리며 위협적인

                    콧방귀를 뀌며 지나가는데 콧물이 다 튀기는듯하여 혼비백산하였다.

 

 

 

                    기마민족의 후예인지라 말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뛸 것이다.

                    실제로 그런 충동은 우리에게 보편적이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냄새는 영 아니다. 옛사람들은 냄새에 거북해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강렬했고

                    적당히 둔감했으며 자연의 냄새에는 친근했기 때문이다.

 

 

 

                    이미 문명은 거친 음식과 역한 냄새로부터 현대인을 너무 멀리 떨어지게했다.

                    그래서 어드벤처와 다큐멘트는 이런 문명 이전의 자연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산행잡념이 가꾸만 가지를 친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 놈의 말 때문에....                 

 

 

 

 

<동문을 내려오면서>

 

 

 

                <금정산 동문(東門)의 추억은 아름답고, 그래서 오늘은 행복하다.>

 

 

                    가슴이 뜨거워 충혈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학창시절에, 금정산은 무모한 열정을

                         식혀주곤 하였다. 산성의 막걸리에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동문을 내려서곤 하

                         였고,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썰렁한 하숙방에서 객기와 허튼 관념을

                         구토하곤 하였다.

 

 

 

                         그런 추억이 겹쳐지면서 바라보는 동문의 성루는 너무나 정갈하고 깔끔하여, 옛추억

                         이 자꾸만 흐릿하여진다. 다시한번 뒤돌아보아도 누런 옛모습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다방동에서는 문득 '다방'의 옛추억을 되살리더니, 동문(東門)에서는 흙밭 속의 남루

                         한 東門의 추억이 되려 희미해져가는 듯하다. 그렇지만 추억은 아름답고, 오늘은 그래

                         서 행복하다.

 

 

 

Minor 님이 제작해주셨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