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숨결을 느끼며..(관룡산,화왕산을 다녀와서)


 

떠나는 날은 음력 시월 열 이튿날,  자상스런 장손의 며느리는 부엌 오가기가 바쁘고 골목길의 떡방앗간의 떡손은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조상님께 드릴 제수품을 정성껏 장만하여 차 드렁크에 몇겹의 신문지를 깔고 덮어 조심스레 싣습니다.


 

거리마다 도로마다 말 그대로 차량이 넘쳐납니다  산과 들녘에 자손들의 마음을 기다리는 조상님을 찾아 떠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그 속에서 산을 찾는 또 한 군단의 산군들도 합세하여 도로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찾을 산은 경남 창령군에 있는 관룡산화왕산입니다


 <산, 일반적 설명>


 

화왕산(火旺山) 756.6m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경상남도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는 창녕의 진산이다.

옛날 이 산은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불뫼· 큰불뫼로 불림


 

화왕산은 봄의 진달래, 가을의 억새로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산이며

대체로 창녕 읍쪽이 밋밋한 반면 북쪽과 동쪽이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화왕산 일대는 화왕산성 성곽이 있던 흔적이 있으며 동문부근에는 석축이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친 것을 기리는

의병전승비가 있어서 장군의 업적을 돌이켜보게 한다.


 

화왕산에서 볼거리는 억새와 함께 화왕산 북쪽 사면과 동쪽 사면의 바위지대.

여기에 진달래가 피면 화왕산 급준한 산록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관룡산(觀龍山) 740m


 

관룡산은 원효대사가 백일 기도를 드릴 때 화왕산에 있는 세 개의 못에서 아홉 마리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하여 이름 붙인 산이다. 그 때 원효대사는 자신이 백일 기도를 했던 그 가람 이름을 관룡사라 짓고, 그 관룡사를 품고 있는 뒷산을 아홉 마리의 용이 날아오른 산이라 하여 구룡산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태백 산맥이 영남 알프스를 이루기 직전에 일부 지맥이 경산 달성쪽으로 빠지면서

최정산(915m), 비슬산(1084m)을 솟구치며

여력으로 그 아래 화왕산과 관룡산을 빚어 놓았다.

산은 비록 높지 않으나 이웃한 화왕산과 더불어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고

능선 가득히 억새로 뒤덮인 광경은 마치 고원을 연상케 하며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특히 봄철에는 산 전체가 진달래꽃으로 덮여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옥천리에서 정상일대를 보면 오른쪽 암릉이 날카로운 공룡의 지느러미를 연상케 하며

구불 구불 이어져 나가 장관이다.

 

 

 

《산행기》


 

  정각 8시에 부산을 떠난 버스는 시내 몇 군데에서 오신 회원들을 태우고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했지만 이미 넘쳐나는 차량으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오늘의 산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 염려가 된다.  겨우 장유휴게소를 지나 냉정분기점의  넓은 고속도로에 다다르자 다소 숨통이 트여 진행할 수 있었지만  마산분기점에 가서는 칠서쪽으로 진행을 못하고 동마산 방향으로 내려서고자 했으나 마산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허비하게 되었다

  


 

차는 동마산으로 내려와 창원쪽으로 되돌아서서  다시 동창원 쪽으로 달렸고 대산을 거쳐 부곡온천 앞으로 해서 창녕의 옥천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옥천주차장에 도착할 때에는 벌써 11시 30분이다  부산에서 이곳까지 무려 3시간30분이 소요된 것이다


 

◎ 간 날 : 2005. 11. 13 (일요일) 


 

◎ 함께한 분들 : 안내산악회를 따라


 

◎ 날 씨 : 매우 따뜻하고 포근하였슴


 

◎ 산행소요시간 : 4시간 50분


 

▷ 08:00 부산 출발

▷ 09:10 진영

▷ 09:45 마산톨게이트

▷ 11:05 부곡온천

▷ 11:30 옥천매표소(제1주차장에 하차)

▷ 12:00 관룡사


 

▷ 12:20 청룡암 아래 샘터

▷ 12:40 능선에 올라 섬(부곡온천과 화왕산 갈림 길)

▷ 13:00 관룡사 가는 갈림길

▷ 13:15-13:50 능선(점심식사)

▷ 14:10 사거리 길

▷ 14:20 허준 세트장

▷ 14:30 동문(산성)

▷ 14:40 배바위 아래 헬기장

▷ 14:50 배바위


 

▷ 15:40 제1등산로 전망대(정자)

▷ 15:50 자연휴양림

▷ 16:20 자하곡주차장(산행종료)


 


 11:30 옥천에서 산행시작


 

잘 정비된 옥천 제1주차장에서 하차하여 관룡사로 오른다 전국 각지에서 한꺼번에 몰려든 산객들로 인해 약 4m의 도로가 비좁다  또 그 사이로 승용차들은 오가고 산객들은 이리저리 피한다

관룡사로 오르는 주변에는 각종 음식점들이 즐비하다보니 승용차로 오르내리는 나들이 객들로 인해 조금은 매연을 맡으며 오를 수밖에..

관룡사로 오르는 길

 

12:00 관룡사 도착


 

관룡사는 오르는 등산로의 좌측에 위치해 있는데 잠시 들려 사찰내부를 둘려본다


 

관룡사는 신라 진평왕 5년(583년) 중법국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가 한때 화엄경을 설법한 수도장이기도 하며 보물 제146호인 약사전과

대웅전(보물 제212호)등이 조선 초기의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절 윗쪽으로 신라때 창건된 청룡암이 있고,

서쪽의 용선대 위에 석가여래좌상(보물 제295호)이 조성되어 있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용선대로 올라 석굴암의 본존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석가여래좌상을 꼭 보고 싶었는데 이곳 관룡사를 거쳐 700미터 위쪽에 위치해 있어 그곳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청룡암으로 올라야하기 때문에 너무 늦게 이곳에 도착한 까닭으로 용선대보는 것을 포기하고 절을 빠져나와 등로를 따른다


 


 

관룡사를 지나면 서서히 고도가 가팔라지는데 약 30분간은 제법 땀을 흘려야한다

창녕군에서는 등산객을 위해 쇠말뚝에 로프를 설치하여 많은 안전을 도모하였다

등산로에는 대전, 경북 등에서 온 단체 산행인들로 인해 긴 줄이 형성되어 진행이 많이 더디다

 

관룡사 대웅전

 

청룡암

 

12:20 청룡암과 샘터


 

관룡사에서 20여분 오르면 청룡암이 나타나는데 청룡암 바로 아래는 숨가쁜 산님들이 목을 축일수있는 약수가 흐른다  그러나 그 양이 너무 적어 약수를 맛보려면 잠시 기다려야한다  갈 길이 바쁜님 들은 그냥 지나치고... 그러나 청룡암을 직접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오르는 길에서 뒷모습만 쳐다본다


 


 12:40 능선에 올라섬


 

이제 가파른 등로를 치고 오르니 능선에 올라선다 많은 산님들이 좁은 날 능선에 잠시 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두 갈래 길로 갈라지는데 우측은 부곡온천으로 좌측은 오늘 우리가 가야할 화왕산 방향이다

칼날 같은 능선을 로프에 의지하여 조심스럽게 등로에 따르고  잠시 후면 거대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에서 함께한 일행과 함께 거암(巨巖)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13:00 관룡사 가는 갈림 길


 

이곳에서는 위험구간이 사라지고 전형적인 육산이 나타나며  갈림길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진행방향에서 직진은 관룡사로 내려가는 길인데 이 길을 따르면  조금 전 내가 가고 싶어했던 용선대를 거쳐 관룡사로 내려설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90도 방향으로 길을 틀어 약간 내리막길을 따른다

잠시  능선을 내려선 후 시원한 조망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다소 늦은 점심을 먹는다

가져온 점심을 펼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꿀맛 같은 음식을 먹으며  또 각자 준비해온 한잔의 반주가 한순 돈다


 


 14:20 허준 세트장


 

점심식사 후 평안한 임도를 따라 화왕산으로 향하는데 넓은 임도에는 산객과 나들이 나온 가족팀이 어우려져  등산로가 좁을 지경이다  마치 초가을 날씨처럼 따뜻한 날씨에 많은 산님들이  떠나가는 억새향연을 즐긴다

가는 도중에 허준 세트장에 들려  시설물을 잠시 둘려본다

이곳 세트장은

허준 선생께서 삼적사에서 나병 환자를 돌보는 과정을 촬영한 곳으로,

너와집과 굴피집이 각각 3채, 움막 2채가 있다.

세트장 맞은편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약수터가 있다고 입간판이 표시되어 있는데 가보지 않았다

 

허준 세트장

 

동문 城

 

14:30 동문 산성


 

따사로운 햇살 속에 東門에 도착하여 성(城)안으로 들어선다  우측 높은 마루금에 걸린 화왕산의 정상을 올려다 본다

다소 황량하게 보이기도 하는 정상너머로는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무수히 흩날리고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의 늦바람에 억새의 숱이 땅위로 떨어지는 것이 마냥 안타까운 듯 무리지어 하늘거리고

있다

그 정상 아래에는 수많은 산님들의 형형색색의 물결이 억새를 가르며 긴 줄을 잇고 있다


 

억새의 노래


 

김영천


 

파아랗게 곤두 선 신경.

그 날카로운 시선.

잘못하면 손이 아니라

가슴까지도 버힐라.


 

너는 늘

너무 과격해 보이는구나.

뼈와 살과

실핏줄까지도 모두 다

날이 서 있구나


 

엉거주춤 기어오르던 언덕바지에

바람처럼 서서


 


백발이 성성하도록 곧게만 살아서도

옳지.

늘 꼿꼿하기 만한 고집보다는

낮은 바람에도 제법 휘어지는 게 좋은 거구나.


 

이제야 푸른 하늘 아래 결연히

꽃대 내밀고

어디 너의 일생을 하얗게 피워 보아라.


 

구름처럼 까마득히

흘러보아라.


 


 14:40 배바위 아래 헬기장에서


 

동문에서 화왕산 정상을 꼭 보고 싶었으나 그곳까지 갔다 오려면 최소한 30분은 더 소요될 것 같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서측의 배바위로 오르면서  이곳 창녕조씨의 영지인  용지(龍池)를 거쳐 오른다

지금 龍池에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화왕산성 용지(龍池)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창녕조씨 시조 관태사공 계룡( 官太師公 繼龍)께서 잉태한 영지이며, 선사시대 때 화산의 분화구 인 것이다.


 

 억새의 사잇길로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조금 땀이 흐를 즈음 배바위 아래 헬기장에 닿는다

억새사이로 산님과 화왕정상을 배경으로 그림을 퍼 담는다  모두가 화사한 소년소녀처럼 맑은 표정이  카메라에 와 닿는다

 

동문에서 본 화왕산

 

배바위

 

14:50 배바위


 

이곳에 서면 화왕산의 최고 전망대로 막힘없는 사위에 뭉쳤던 가슴을 궤뚫어 놓는다 

그러나 배바위에 올려 서려면 다소 강심장이 필요하다 일망무제의 비경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소 위험을 감수한다 아래로 내려다 보는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곳에서 가보지 못한 화왕산 정상을 다시 조망해 본다 낙타의 등처럼 아니면 어느 젊은 여성의 허리의 선처럼 너무나 부드럽게 이어진 두 봉으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까만 점으로 머물고 있는 그 곳 산정의 산님을 만나본다

또 동측으로는 오늘 걸어온 관룡산과 구룡산이 잡힐 듯 가까이 와 있고

그 아래쪽에는 붉은색과 그 사이에는 노란색 그리고 맨 위에는 백옥처럼 빛나는 뽀족한 봉우리가 한데 어울려진 모습은 만추(晩秋)의 비경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남측으로는 작년 초 여름 답사하였던 영취산과 고깔봉(병봉)이 다가온다

 

15:40 제1등산로 전망대


 

배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능선을 따라 서측방면으로 길을 잇는다  서측에서 장군암으로 내려서서 화왕산의 비경을 보기위해서다  암벽을 타야하는 다소 위험한 구간도 있지만 화왕산 명성에 걸맞는 산세를 보는데는 이 코스 만큼 더 좋은 곳이 없을 듯 하다

내려서면서 뒤로 자꾸만 눈이 간다  거대한 대리석으로 신비스럽게 온갖 형상을 지은 조물주의 솜씨에  탄성을 지르고도 남는다

중간 제1전망대에서 올려다보는 그림은 그 어떤 필설로 하랴/

 

제1 전망대에서 본 장군바위

 

16:20 자하곡 주차장


 

오늘의 산행은 끝났다

새롭게 단장된 자하곡주차장에서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른 산객들의 차량들이 거의 떠난 주차장 한 켠에서 오늘  참여한 회원들의 소리만 드높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