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봉(1028m)에서 본 눈덮인 서봉(왼쪽;1492m)과 남덕유 (1507m)

 

 

                                향적봉, 중봉, 백암봉, 무룡산, 삿갓봉등 덕유능선이 차례로 (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이 하늘금으로 (서봉에서)/  오른쪽 중간 진한 봉이 할미봉

청명한 날 눈덮인 준봉 남덕유(1507m)를

 

-2006/01/07(토) 청명

-위치: 전분 장수군 계북면, 경남 함양군 상면, 거창군 북상면

-안내산악회 80명 (40인승 버스 2대)의 일원

-등산코스: 육십령(723m;10:35) – 할미봉(1028m;11:53) – 교육원 삼거리 (13:42) - 헬기장(13:52) -  전망바위(14:33) - 서봉(장수 덕유, 1492m;15:25) – 남덕유(1507m;16:08) – 월성치(1240m;16:49) – 황점 매표소(17:50)

 

-육십령- 5.3k – 교육원삼거리 - 2.1k – 서봉 -1.5k - 남덕유 – 1.4k – 월령치-3.8k – 황점매표소 : 14.1k=7시간 15분

 

 

덕유산 (남덕유 포함), 소백산, 태백산, 계방산 등은 겨울의 산행지로 손꼽히는 산들이다. 겨울산은 아무래도 눈이 첫째 조건이고, 빙화나 설화가 있어 천상의 백색 세계로 이끈다면 극치일 것이다. 흔히 평안도의 묘향산(1909m)을 아기자기한 설악과 장쾌한 능선을 가진 지리의 퓨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혹자는 남덕유를 묘향과 비슷하다고 한다.

 

2006년 첫 산행지로 남덕유를 잡은 것은 우선 영동지방의 산들에는 눈이 약하다는 것과 북덕유는 과거 두 번 다녀 온 때문이었다. 지난 12월 하순 덕유산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특히 육십령- 삿갓재(당초 산악회 계획)는 백두대간 상에 있어 능선을 타면서 눈이 내린 겨울산을 즐기는 맛이 그만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일기예보로는 아침기온이 영하 두 자리 숫자로 일요일에나 추위가 풀린다고 했으나 바람없어 추위은 덜했고 청명한 날이라서 사방을 조망하기 좋았다. 특히 서봉과 남덕유에 서니 남으로는 지리산의 천왕봉과 서쪽으로 연이은  반야와 노고까지 하늘금으로 잡혔고, 동북으로는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1614m)을 시작으로 중봉 (1594m), 백암봉 (1490m, 백두대간 빼재쪽 갈림봉), 무룡산(1492m), 삿갓봉(1419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하얀 눈으로 인해 더욱 또렷했다.

 

육십령에서 오르면서 남사면은 포근한 날씨로 눈이 녹고 있었으나  서봉(장수덕유)에 가까워지면서 눈이 많아져 겨울산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형제처럼 서있는 서봉과 남덕유는 눈이 덮인 부드러운 능선으로 듬직하게 보였다. 서봉에서 월성재까지는 북쪽사면이 되다보니 등로에 눈이 다져져 미끄름 타듯 내려가는 편이 나았고 내내 발아래에서는 발을 디딜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걷는 맛을 배가 시켰다. 스틱 꼿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월성재에서부터 1시간 가량의 하산 코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스패츠를 하지 않았는데도 눈이 신발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눈이 잘 다져져 있었다. 그런데 서봉에서부터 하산길이 툭툭 떨어지는 바람에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갔다. 다른 산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스틱 2개를 지참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바람은 늦잠을 자다 서봉과 남덕유 정상에 오르니 깨어, 날을 좀 세우는 통해 꽤 추웠고 밧데리가 금방 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정상에서의 좋은 사진 컷을 잡지 못했다.

 

산행기에서 설화나 빙화 (상고대)를 종종 보와 온 사람들에게는 이걸 못 보고서 호들갑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를 더 한다면  카드에서 말하는 스트레이트 플러쉬 아닌가. 청명한 날씨와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눈으로 신년 산행의 출발이 좋았던 것 같다.

 

                                  남덕유의 육십령 들머리(734m)/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의 경계


        

                                            대간길 초입이라 산악팀 리본도 많고

        

                                          아이젠을 미쳐 안한 사람들이 눈이 많아 무장을

 

 

아침이라서 인지 바람끝이 매우 차갑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안하고 들어섰다 아이젠만을 끼었다. 

손이 너무 시려워 장갑낀 양손을 번갈아 겨드랑이에...


왼쪽 할미봉에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오른쪽으로는 암봉 셋이 할미봉에서 보니 아래 사진처럼 보임

                   할미봉 좀 못미쳐 암봉 셋과 남령(왼쪽 움푹 들어간 곳)으로부터 남으로 뻣어오른 월봉산(1279m) 

 

아래서 본 세개의 암봉이

조금 위에서는 이렇게 웅장한 기암으로...

 

 

할미봉에 이르는 마지막  바위 위로 오르면서
 남덕유 정상(왼쪽 끝)에서 영각재, 남령으로 떨어져 오른쪽 월봉산능선으로 다시 올라감, 영각사가 파랗게...


 
 


대장이 버스안에서 할미봉에서 잼이 생기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올라 올때 별일이 없어 탈없이 지나는 줄 알았는데 할미봉에서 사진 몇컷 찍고 몇 발짝 내려서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400m 서쪽으로 내려가면 있다는 대포바위의 간판이 서 있는 곳이다. 거의 수직 하강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밧줄이 있으나 바위를 잘 디디고 내려야 돼 경험 부족인 사람들에게 힘이 든 곳이었다. 여기서 30여분이 지체됐다. 다른 두팀의 산악회가 버스 두대분씩을 부려 놓았는데 이들이 먼져 지나간 바람에 지체가 덜 된 듯하다.

 

 

                                                   1차로 몇발짝 내려 와 대기


 

                                                      잼을 일으킨 지점,  아래서 본 장면(아래 사진)

 

   


 

여기를 내려온 다음은 참나무가 서 있는

능선길을 따라 편안하게 걷는다.

하얀 눈을 밟고 보면서.

 

한시가 넘다보니 양지끝에 앉아 점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암벽 한다는 분과 막걸리 한잔 하고 과일 좀 먹고 일어섰다.

 


 

                                               소나무 아래 양지아끝에서 식사를

                                              산죽이 무성한 지점에 교육원, 남덕유, 육십령 삼거리가

 

삼거리에서부터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좋은 설경을 볼려면 좀 대가를 치뤄야 하지 않겠나...

 


 

                                          헬기장가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일행 일부


 

                         깃대봉 (1015m)을 배경으로 우리가 지나온 할미봉(세 암봉이 왼쪽으로 보임)과  연이은 능선이

 

                                                       노송의 가지를 보면 방향이 저절로

 

                                 모진 바람을 맞고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살아남는 산죽이 무리를 지어

 

                                                전망바위에서 본 서봉(위)과 남덕유(아래)
   



 

                                                        정상에 성큼 다가서면서


 

                                          이 봉을 넘어서면 서봉이/ 눈밭이 너무 기분 좋아

                                    서봉 정상이(위), 더욱 가까워진 바위투성이의 서봉 (아래)
 


 

                                         서봉에서  남덕유(오른쪽)로 가는 개미 허리 부분

 

                                              서봉의 이정표/ 오른쪽에 헬기장과 남덕유로 가는 길

                                            대장이  남덕유를 향해 내려가는 서봉 헬기장 끝에

                                                             서봉에서 하강 철사다리

 

 

                            눈이 훨씬 많이 다져진 서봉에서 남덕유가는 길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을 밟으며 내려 왔다. 이런 소리를 내며

장시간을 걸어 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남덕유 중턱에서  뒤돌아본 서봉

 

 

  대장 말을 듣고 옆길로 샐번했다 남덕유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참을 혼자 힘들여 오르는데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총무(?)가 길이 맞느나고 묻는다.

  힘겹게 겨우 올라가니 바람이 날을 세우고 달려든다.

  밧데리가 나갈 것 같아 총무님 디카로 한 컷 찍어달래고 몇 컥 찍어 주었다.

  올라오면서 따뜻하게 가슴에 품으며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불어대니 내 디카 밧데리는 금새 나가 버린다.

  (디카의 좋고 나쁜점이 이런 결정적인 곳에서...)

 

  사방이 너무 맑아 조망이 좋다. 

  남으로 지리산 천왕봉도, 북동으로 덕유능선이 황적봉까지 뚜렷하다.

  동쪽으로도 수 많은 능선과 봉우리가 있다. 지리산 버금가는 장쾌한 능선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1박을 하며 이 덕유능선을 종주하는 모양이다.

  영각사로 내려가다 보면 연이은 철사다리가 장관인데 우리는 월성재로

  내려가기로 해 그 장관은 후일로 미뤄야만 한다.


 

 

                                                 표지석  뒤로 덕유의 장쾌한 능선이

 

                                 
우리가 내려갈 황점이 동쪽 아래에(남덕유 정상에서)
                               
                                                                                       

 

                                         월성재 내려오는 다져진 눈길 (낙차가 심한 이런 눈길이 계속)

                                            남덕유에서 40여분 다져진 눈길을 내려오니 월성재

 

  40여분을 정신없이 내려왔다. 우리가 후미란다.

  여기서부터 황점 매표소도 비슷하게 툭툭 떨어지는데

  정신 없이 내려갔다. 해가 떨어져간다.

 

 

                                옹달샘이 길가에.. 서봉에서 못 마신 남덕유 약수를 여기서 한 모금

   

                                                삿갓봉이 지는해의 빛을 받아

 

 버스 한대는 금방 떠났고 남은 한대에는

 대여섯명이 앉아 있다. 뒤에 많이 쳐져 있다는 뜻이다.

 총무와 대장이 내려온 사람들한테서 헤드랜턴을

 수거해 가지고 산으로 간다. 반달이 떠 있긴 하지만...

 

 마지막 사람이 내려온 시각이 나보다 1시간 25분
 늦은 7시 15분이었다.

 

 신탄진에서 20분 쉬고 양재에 도착 하니 10시 25분.

 3시간만에 주파했다. 집에 와서 보니 생수병에는

 얼었던 얼음이 아직도 다 녹지 않았다.

 즐거운 신년 초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