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지리산국립공원

산행일시: 05.12.31~~06.1.2

산행코스: 화엄사~노고단~벽소령~천왕봉~중산리

산행자: 나와 친구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05년을 마감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친구와 함께 지리산종주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06년엔 개인적으로 저의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터라 무언가 제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할 수 있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정엔 일주일전에 출발하려 하였으나 남부지방의 폭설로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던 차에 일출산행과 연계하여 지리산종주를 계획하니 더욱더 의미가 있게 되었습니다. 


 

05년의 마지막

아침 일찍 일어나 청주 집을 떠나 조치원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지리산의 입구인 구례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다되었습니다.

저만치 지리산 노고단 빨리 오라 손짓 합니다.

 

중식 후 화엄사행 시내버스에 올라타니 버스승객은 산행복장의 승객 두 분뿐  입니다.

 

화엄사에 도착하니 여느 겨울 산의  산사처럼 고찰의 중후함보단 적막감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화엄사 뒷쪽 암자 길을 따라 화엄사계곡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내가 앞장서고 그의 친구는 묵묵히도 친구의 발걸음을 따라 오릅니다.

 

옛날 얘기 잠깐하자면..

01년 9월이니 벌써 4년전의 일이지요

입대를 2주남기고 새벽기차타고 홀로 지리산에 첫 입산한 길이 바로 이 화엄사길인데..

이 돌너덜길을 아무것도 모르고 괴로운 마음에  병소주, 캔맥주를 가득지고 오르다 너무 힘들어 다 마시며 올라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마디로 술기운에 올랐지요..

또한 길을 잘못 들어 엄한 암자에서 스님을 깨워서 길을 물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푸훗~

 

(원빈을 아주 쪼금 닮은 친구~)

 

친구도 잘 따라 올라오고 능선쪽에 눈도 보이고 이번산행은 느낌이 좋습니다.


 

코재에 올라 종석대 뒤로 넘어가는 올해 마지막 일몰을 바라보며 05년과 작별을 고합니다.

굿바이 2005~!!


 노고단에서 여장을 푼 후 지인들께 전화를 걸어 새해인사를 건 낸 후 종주를 위해 취침모드로 들어갑니다.


 

새벽5시에 일어나 밖을 보니 벌써 사람들이 성삼재 에서 상당수 올라오셨습니다.

오늘은 노고단을 개방하는 날이기에 그동안 눈으로만 보아왔던 노고단을 직접 오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노고단 정상에 오른 현재시각은 7:20분

희망찬 새해가 구름 속에서 용솟음침을 느끼는 순간 주위를 바라보니 순식간에 발밑에 운해가 밀려옵니다. 지리10경중 하나인 노고운해를 직접 체험하니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역시 체험학습의 위력이란...z


(06년의 노고단표 일출)

(나와 친구~)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르신 해님께 올 한해 작은 소망을 빌은 후 천왕봉으로의 종주를 시작합니다.


 

능선에는  얼마 전 내린 큰 눈으로 인해 러셀 된 좁은 길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무릎까진 빠집니다.


 (토끼봉에서 필자)

임걸령샘에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한 후 삼도봉, 화개재를 지나 연하천산장까지 배고픔, 눈과 싸우며 드디어 연하천대피소에서 중식을 해결합니다.

 

화개재부터 연하천까지의 길은 러셀이 되어있지만 눈의 양도 상당하여 신설이 내리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길이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야간산행은 상당히 위험할 듯합니다.

 

 

삼각고지와 형제봉을 넘어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벽소령대피소에 도착 하였습니다.

친구와 오늘 산행을 자축하며 석식을 하려하는데 식수가 고갈되었답니다. 700m아래 계곡까지 내려가야 한다기에 사람들 모두 대피소에서 생수를 구입하여 해결하고 있었습니다.(참고하세요)


 친구의 등산화도 다 젖고 내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보 때문에 친구는 음정으로 하산한다합니다. 전 아직 기력도 많이 남아있고 이번 산행 후 당분간은 산엘 올 수 없기에

천왕봉을 경유하여 중산리로 해서 오늘 청주로 올라가거나 여차하면 치밭목대피소에서 1박을 더한 후 청주로 올 생각에 종주를 강행하기로 다짐합니다.


 

친구가 산에 싫증을 느끼게 되는 시점인 어언 3일차..

친구는 자신은 사실 노고단으로  만족했다며 천왕봉에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합니다. 사실 녀석은 왜 화장실이 밖에 있느냐? 물은 왜 안나오느냐?며 산장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느끼며 당장 하산할 것을 저에게 종용하던 차에 등산화가 젖은것은 사실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어쩌면 산행내내 괜히 눈속을 헤집던 모습에서 녀석의 의중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때는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 친구들에게 황금팬더라고 놀림받는 필자 ㅠ.ㅠ)

 

친구와 벽소령에서 청주에서 다시만나자고 약속한 후 천왕봉을 향해 홀로 출발한 시간이 8:20분이니 천왕봉을 찍고 하산하여 청주에 오려면 엄청난 스피드를 발휘해야 합니다.

오늘 산행의 테마는 다시 체력강화모드로 되겠군요..씁쓸합니다..

(선비샘)
 

선비샘에서 식수를 충분히 보충한 후 칠선봉 영신봉능선의 심설을 헤치고 동빙한설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아갑니다. 이 구간은 러셀이 되어있어도 등산로가 주로 북쪽사면으로 나있어 눈이 상당히 쌓여 등산로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세석에 도착하니 11:00를 막 지나고 있습니다.

중식을 빠르게 해결한 후 이 시간이면 중산리에서 17:05분에 출발하는 진주행 차를 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촛대봉을 힘차게 오릅니다.

날씨만 좋아도 하루 더 있다 갈터 인데 시계가 너무 좋지 못하고 바람이 심해 능선에서 여유를 즐 길수 없습니다.


 

 

연하봉 못미쳐 전망좋은 곳에서 경치가 너무 좋아 사진을 찍는데 그 짧은시간 동안 장갑은 얼어있고 물통은 이미 얼어서 입구가 막힐 정도로 강한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래도 경치가 너무 좋아 사진을 연신 찍어댑니다.


 촛대봉에서 장터목까지의 능선은 그야말로 신선세계 그 자체입니다. 엄청난 양의 눈과 바람이 빚어낸 설화가 꽃을 화려하게 피웠습니다. 달력에서나 보던 그런 광경을 내눈으로 직접확인하니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가는 동안 사람 한명 보지 못할 정도이니 겨울산은 정말 매니아 분들만 오시나 봅니다.


 

세석에서 11시45분에 출발하여 장터목에 도착하니 13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약된 걸 취소한 후 바로 천왕봉으로 출발합니다.


 

제석봉오름길이 워낙 가파른데다가 눈도 많이 싸여 굉장히 힘이 듭니다.

지난 산행동안 처음으로 숨이 참을 느낍니다..헉헉

제석봉과 천왕봉쪽 능선은 운무로 가득하여 한치 앞도 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천왕봉 전 눈꽃터널~)

 

통천문과 눈꽃 터널을 지나고 부턴 몸이 천근만근에다가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냉동고에 보관된 동태도 이보단 따뜻하겠지..

 

드디어눈앞에 천왕봉비석이 보이고 괴성을 지르며 정상비석과 포옹합니다.

에베레스트를 오른 엄홍길도 이처럼 감격스러웠을까요??

8개월만에 찾은 천왕봉 그 과정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버스시간만 아니어도....

(14:00정각)


 사진을 찍고 싶은데 주위에 사람도 없고 구름 속에서 바람은 불어대고 사진기를 바위에 올려놓고 쇼를 해보지만 각도가 잡히지 않던 차에 앞에서 아저씨한분이 나타나셔서 서로 상부상조했습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엄청난 칼바람속이 불어오는 와중에 구름 속에서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난 너무도 작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견한건 화엄사 출발할 때 세운 종주에 대한 목표를 비록 지금은 친구가 내려간 혼자지만 해냈다는 사실에 내 자신에게 마음껏 칭찬을 해줍니다. 그리고 06년엔 05년보다도 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여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은 후 버스시간관계로 중산리로 바로 하산합니다.


 중산리하산길이 가파른 건 알았지만 잘못하면 미끄러져서 수십미터 아래로 눌러 떨어질 것 같습니다. 비료 푸대라도 준비한다면 봅슬레이속도는 족히 나올 것 같았으며 중산리까지 10분 이내로 갈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군요 인생이 5분안에 끝났을 수도..ㅋ

다행히 제 손에 비료푸대는 없었습니다.


 한발 한발 조심조심 내딛으며 전진합니다.


 하산 중 이번 산행을 정리하며 내 자신을 다독이고 힘을 내봅니다.


 06년이 편하진 않겠지만 또한 괴롭고 외로운 싸움을 홀로 해야 하겠지만 이번 지리산산행을 기억하여 저의 정신적인 버팀목으로 삼고자 합니다.


 사람이 젊어서 편한 것만 추구하지 말고 극한의 고통도 느껴보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시도를 해봄으로써 훗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다가올 시련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하게 믿으며 이번 산행이 저의 앞날에 있어 그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중산리에서 본 천왕봉)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결국엔 버스시간에 10분 일찍 맞춰서 내려왔으며 그 무겁던 배낭을 메고 벽소령에서 천왕봉경유 중산리까지 8시간40분만에 내려옴으로써 ‘시도해 보지 않고 포기하는 법은 없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새해복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