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년제 해제구간 답사... 북한산

 

새로운 길은 산행의 활력이다. 오랫동안 묶여왔던 그리움의 길을 찾아 신년 첫산행을 떠난다. 북한산 코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느끼며...

(법안사 능선길상의 두번째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영봉일대) 

 

- 산행일 : 2006. 1. 1(알) 흐림

- 산행자 : san001 등 

 

- 산행요약

■ 코스 : 용덕사입구~법안사~상장능선~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지장암입구

■ 시간 : 산행시간 3시간44분, 총시간 4시간54분

■ 구간별

그린파크호텔~(13분)~용덕사입구~(4분)~법안사갈림길~(6분)~법안사~(26분)~전망봉우리(1)~(9분)~전망봉우리(2)~(39분)~상장능선~(10분)~육모정고개~(21분)~봉우리(참호)~(29분)~영봉~(17분)~하루재~(14분)~능선갈림길~(36분)~지장암입구


 

- 산행기

 

2006년 북한산국립공원 자연휴식년제 통제 개념의 변화

 

휴식년제 개념에 대해 그동안 갖고 있던 의문이 이번 「2006년 휴식년제 통제 탐방로」 발표를 계기로 상당부분 해소가 되었다. 휴식년제 통제의 기준이 線(탐방로)과 범위로 분명히 나누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 주위까지 일괄 통제하던 관행이, 이번 휴식년제 발표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결과가 되었다.

북한산국립공원 경우 작년까지 면적으로 통제하는 지역은 유일하게 보현봉과 형제봉 일원이었고 나머지는 오직 등산로(탐방로)만을 통제하였다. 물론 산행에 있어 등산로 통제와 범위 통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 인식의 차이가 실제 산행 시에는 문제가 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통제의 기준이 탐방로라는 개념에서 범위라는 개념으로 전환된 것이 이번 휴식년제 구간 발표의 핵심이다. 

그리고 대폭적인 개방으로 북한산 코스를 좀더 다양하게 엮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북한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계곡휴식년제 구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깔딱고개 일대의 0.8km만 통제가 되어 북한산 대부분 지역이 개방된 것과 다름이 없다.  

 

주요 개방 코스를 보면

① 사기막능선 : 사기막능선의 상부지역은 숨은벽암릉으로 원래는 모든 지역이 통제지역이지만 숨은벽 암릉지대에 대해서는 그동안 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양성화함으로 밤골입구에서 시작하는 사기막능선을 꼬리부터 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② 육모정고개에서 하루재까지의 구간 : 이 구간이 개방되므로 상장능선부터 시작하는 북한산 종주의 길이 열렸다.

③ 지장암(우이동의 진달래능선 입구 맞은편)에서 하루재로 가는 능선길 : 이 길은 도선사까지의 아스팔트길을 가지 않고 하루재로 직접 가는 길로써 이 길의 개방으로 우이동코스의 격이 한단계 높아졌다.  


 

법안사에서 상장능선으로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에 신년 일출을 포기하고 대신 새로움의 의미를 담아 올해부터 개방되는 영봉 구간을 찾아 나선다.

오늘이 휴일인가 싶을 정도로 의외로 한적한 우이동 그린파크호텔 앞에서 보이는 건 오직 우리 일행들뿐이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약1km 걸어 들어가면 용덕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한다. 약20일전 여기서 상장능선으로 가려다 공익요원으로부터 강력한 제지를 받은 곳이다. 상장능선도 휴식년제이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물론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상장능선은 휴식년제가 아니고 군사지역 통제구간일 따름이다. 원칙은 갈 수 없는 길이지만 일반 등산로처럼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범법자인 것이다. 하여튼 불과 20일만에 휴식년제 구간이 해제되리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입구에는 육모정매표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된 상태로 매표요원 조차 없다. 부드러운 눈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용덕사와 법안사 갈림길이다. 여기서 직진하는 길이 용덕사를 지나 육모정고개로 가는 길이다. 휴식년제가 실시되었던 구간은 용덕사 위에서부터 영봉을 거쳐 하루재까지.

이 갈림길에서 우측 법안사 방향으로 향한다. 이 길은 상장능선의 마지막 봉우리(9봉)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지능선길이다. 즉 20일전에 가려 했던 길도 분명 휴식년제는 아니다. 그런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근무하는 자신보다 북한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냐는 공익요원의 건방진 말투가 아직도 생생하다.

(편안한 육모정길)

 

초반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법안사 앞에서 절을 올려다보면 거대한 굴뚝 모양의 구조물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우뚝 솟아있다. 무언가 하였더니 구조물 위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와불도 아니고 앉아 계신 정좌한 자세도 아니고 어정쩡한 모습이다.

(법안사 가는 길)

(법안사 입구)

(법안사 불상)

 

법안사 정문 앞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에 오른다. 여기서부터 바윗길이 자주 나타난다. 슬랩은 영락없이 얼어붙어 있다. 슬링줄을 연결하여 한명씩 오르며 시간이 상당히 지체가 된다.

(바윗길에서 바라본 맞은편 능선상의 바위, 코끼리바위로 추정된다)

(올라가면서 바라본 우측 영봉으로 가는 능선과, 좌측 영산법화사로 가는 지능선)

 

눈이 소복이 쌓인 첫 전망바위에 오르면 영봉으로 향하는 우이능선과 상장능선의 9봉이 희긋희긋한 겨울의 옷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모습을 드러낸다.

(첫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완쪽 상장 능선 9봉과 우측 우이령 갈림길 봉우리)

(첫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우이남능선)

(되돌아본 첫 전망바위)

 

두 번째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비로소 영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야는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깊은 겨울산의 맛이 느껴진다. 이후에도 두 번의 슬링을 풀어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두번째 전망바위)

(두번째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상장능선상의 9봉)

(얼어붙은 슬랩)

(이어지는 바윗길)

(올라가면서 되돌아본 좌측 첫번째 전망바위와 가장 우측의 두번째 전망바위)

(바윗길은 영락없이 미끄럽다)

 

마지막 동앗줄이 설치된 구간을 지나면 상장능선에 오른다. 한시간이면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무려 1시간반이나 소요되었다. 상장능선과 만나는 지점은 솔고개에서 상장능선 산행을 시작한 경우 마지막 9봉 직전에서 우회하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동앗줄 지대를 올라 바라본 상장능선 9봉)


 

해제된 휴식년제길, 육모정고개에서 영봉을 거쳐 하루재까지

 

10분 정도 내려가면 용덕사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육모정고개.

육모정이란 유래에 대해 설명한 자료를 본 적이 없다. 다만 추측컨대 군부대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상장봉이란 명칭도 군의 상장군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하였듯, 육모정이란 정자가 사기막계곡 안에 있는 군부대에 있었던 정자가 아닌가 한다. 그 위의 고개란 뜻에서 육모정고개가 아닐까.

(육모정고개)

 

이제 가슴 졸일 필요 없이 떳떳하게 영봉으로 향한다. 너럭바위가 있는 첫봉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가늘게 흩날리던 싸리눈이 이제 제법 많이 내린다. 안개를 모든 것을 집어삼켜 시야가 전혀 없다.

너럭바위을 지나면 바로 지능선이 갈라진다. 여기가 우이동 영산법화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정표 없음)이다.

(영봉으로 가는 길)

(영봉으로 가는 길)

(첫봉우리의 너럭바위)

 

너럭바위에서 암봉을 우회하여 참호가 설치된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른다. 여기도 대단한 전망봉우리로 평상시에는 걸어온 우이능선과 상장능선 그리고 우이동이 잘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이다. 마땅히 점심 먹을 장소가 없어 여기서 배낭을 내려놓는다. 점점 굵어지는 싸리눈이 잠깐 사이에 배낭을 하얗게 만든다. 다소 쌀쌀하지만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 바위와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는 산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운치가 있다.

(두번째 봉우리의 참호)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숨은벽 방향 전경)

(바위와 소나무)

(운치있는 풍경)

(두번째 봉우리의 바위)

 

영봉으로 가는 길 곳곳에는 예전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마 이 때문에 휴식년제구간으로 지정되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바윗길은 여전히 빙판이다.

(영봉으로 가는 길 주위의 산불 흔적)

(산불흔적이 뚜렷하다)

(미끄러운 바윗길)

(미끄러운 바윗길)

(미끄러운 바윗길)

 

마침내 너른 헬기장이 있는 영봉에 오른다. 영봉. 신령스러운 이름만큼이나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감싼다. 안개에 감추어진 인수봉이 빠르게 흘러가는 바람에 순간 순간 그 베일을 벗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모습을 감춘다.

인수봉 최고의 전망대인 영봉. 그 장엄한 모습을 안타깝게 상상만으로 만족한다.

(영봉)

(영봉 주위의 풍경)

(영봉에서 바라보는 인수봉, 아쉽게 정상은 보이질 않는다)

 

원래 오늘 하산 계획은 영봉에서 다시 육모정고개 방향으로 돌아서서 중간에 사기막골로 하산하는 지름길을 택하기로 하였으나 올라오는 도중에 길을 찾지 못한다. 원래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길이고, 눈까지 쌓여 조그만 흔적조차도 찾기가 어렵다.

 

방향을 수정하여 하루재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10여분만 내려오면 하루재. 조용하던 북한산이 다시 속세로 돌아온 느낌이다.

(하루재 하산길의 풍경)

(하루재로 하산하는 길)

(하루재)


 

우이동길의 재발견, 아스팔트길을 피하여

 

하루재에서 백운매표소로 가는 길에서 몇 번을 미끄러지며 넘어진다. 고속도로라고 판단하여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안이한 생각 탓이다.

14분 정도 내려오면 「백운매표소가 0.3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 지점이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기존의 백운매표소길, 좌측이 이번에 개방된 구간이다. 작년까지 설치되어 있던 하얀 줄도 철거되고 없다. 개방된 구간은 등산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아스팔트길을 생략하고 우이동으로 직접 내려가는 능선길이다. 산행할 때만 해도 아직 휴식년제가 해제되지 않았는가 생각을 하였으나, 길이 열려있는 것이 이상하여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해제된 구간이 분명하다.

(우이동으로 직접 하산하는 부드러운 능선길)

 

능선길은 상당히 부드럽고 오랜 기간 휴식년제로 통제되었음에도 불구하도 길이 뚜렷하다. 약30분 정도 내려오면 정자가 보이고 석탑이 나온다. 역사의 떼가 묻어있는 석탑은 겉으로 보기에 상당히 오래된 석탑인 듯하다. 탑 주위의 너른터에는 분명한 절터의 흔적이 보인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북한산. 마음은 다시 요동치며 바빠진다.

이 모든 궁금증을 언제 해소할 수 있을까.

날머리는 도선사 가는 도로 상의 지장암 입구이다. 맞은편에 진달래능선 입구가 있다.

(정자)

(등산로 바로 옆에 있는 석탑)

(도선사 가는 도로 옆의 지장암 입구)

 

                  

북한산 코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며

 

신년산행을 올해부터 개방되는 휴식년제 구간을 걸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길은 역시 활력이다. 오랜만에 찾은 영봉구간은 신선하고 처음으로 밟은 우이동 능선길은 산행코스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싸리눈과 함께 하여 더욱 분위기 있는 겨울산의 정취를 느낀 산행. 북한산의 다양한 코스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올해 평상시보다 더욱 부지런히 다닐 내 자신을 그려본다.

  

 

- 산행일정

 

  09:43   우이동 그린파크호텔 앞

  09:56   오크밸리식당, 용덕사 입구

  10:03   출발

  10:07   용덕사, 법안사 갈림길

  10:13   법안사 앞, 철조망

  10:26   휴식

  10:31   출발

  10:44   전망바위

  10:53   전망바위

  11:27   밧줄

  11:32   상장능선

  11:42   육모정고개

  11:57   너럭바위(첫번째 봉우리)

  12:03   두 번째 봉우리, 참호

  12:51   출발

  13:20   영봉

  13:30   출발

  13:47   하루재

  14:01   이정표, 능선갈림길 : 백운대 1.3km, 하루재 0.4km, 백운매표소 0.3km

  14:07   능선

  14:29   집

  14:32   정자, 석탑

  14:37   지장암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