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도봉산을 우청룡 좌백호로 

 

 

상장능선-우이능선 

2005.12.31(토) 맑음 

사이버 산악회 60여명의 일원으로 

 

 

불광역 (9:45) - 솔고개 (10:10) - 325(10:33-42) - 상장봉(543m,11:20) -3 (11:31) -5(11:51) - 552 (12:20) - 육모정 고개(12:43) - 헬기장-(점심,13:04-40) -  영봉(14:08-21) - 하루재(14:42) - 인수대피소 (14:48) - 숨은벽 전망바위(16:00) - 밤골매표소 (17:25) 

 

 

                                   인수봉, 숨으벽, 백운대의 원효능선이 손에 닿을 듯



영봉에서 바라 본 거대한 보석 덩어리 인수봉

 

산행 리뷰 

 

수능 만점의 산행지 선택이었다. 송년산행으로써 로또보다 더 한 대박이었다. 상장-우이 능선은 내내 삼각산과 도봉을 애인처럼 양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관계로 춥지도 않았다.  또한 7시간 반  동안 내내 두 산의 기를 다 받았으니 신년은 만사 형통이다. 눈이 덮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수봉과 백운대는 쌍 다이아몬드 알에 새끼 다이아몬도가 박힌격이다. 그것도 수 천 억 캐럿짜리다. 쌍다이아가 눈부셔  소박하게 서 있는 도봉산의  오봉, 정상봉 (만장봉, 선인봉, 자운봉)이 좀 멀리서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참여 회원들 모두를 황홀지경으로 빠뜨렸다.  이 겨울 다시 한번 더 가고 싶고 진달래 피는 봄과 붉은 단풍드는 가을에 상장 능선의 암봉들을 오르내리면서 즐기고 싶다. 산행의 맛이 배증 할 것 같다. 우리 국민의 역동성이 마치 삼각산에서 나온 것 같은 생각도 든다.  60명의 대부대이면서 대장의 리더쉽이 돋보이고, 걸맞게 회원들도 돌출이 거의 없다. 그리고 곳곳에 힘든 곳은 베테랑들이 곁에서  도와 줘 사고 없는 송년 산행이 된 것 같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즐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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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산행지로 상장능선을

 

을유년도 과거 어느 해 못지 않게  연말이면 흔히 쓰는 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이 한해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해야 멋있게 장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산악회의 삼각산 상장능선 산행 일정을 보고 적소로 보았다. 내가 한번도 가지 않은 코스로만 되어 있어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현장에서의 번잡함을 피하려고 병술년 원단의 해맞이 무박은 일찍 접었다.

 

그런데 신청자가 60명이 넘어 보인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마음에 너무 걸린다. 안면이 있는 닉이 눈을 씻고 보아야 1명밖에 안되는 것 같다. 일반 안내산악회라면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니 당연 지사이지만, 이 산악회는 적을 둔지가 5개월 가량 되는데 자주 다니지 않았고 인터넷상에서도 익혀 놓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되었다. 

 

전날밤 대장님에 전화를 해 그 많은 사람들이 불광역에서 어떻게 이동할 거냐고 대단한 걱정거리라도 되는 듯이 물었더니 시외버스를 줄지어 타면 전세 낸거나 다름없이  모두 한꺼번에 타고 간단다. 

 

9:10분 불광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니 지정된 의자에  한 사람 한 사람 모이기 시작한다. 호박꽃 총무님, 흑사자 대장님과 안면을 텄다. 같은 사이버 클럽 멤버이면서 알지도 못하고 같이 모이는 것을 보면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9시 40분쯤해서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를 빼면 산행객들은 거의 없을 뿐더러 출발 정류소라 다 같이 탈 수 있다는 게 마음이 놓인다. 대장님과 총무님의 핸폰에 도착하지 못한 분들이 위치를 알리면서 합류하는 방법을 묻는다. 중도에 두 분을 픽업했다. 

 

포근한 2005년 마지막 날 

 

날씨는 영상으로 포근하다. 금년 마지막 날이지만  거리는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시내를 빠져나가면서 양 도로가에는 녹지 않은 눈이 보인다. 북쪽이라서 더 추운가!!!  산성입구에서 일부 산행객들이 내리고 우리는 몇 정거장 더 가 들머리인 솔고개에서 하차. ‘종로, 중구 에비군 훈련장‘ 팻말이 보인다. 2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간밤에 내린눈인지 겨울 맛을 돋운다. 60명 대부대다. 이런 대부대는 원정산행 때나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너무도 어색했다. 그러나 하나 같이 이 번 산행이 맘에 드는지 얼굴 표정들이 무척 밝다. 시골길을 따라 일렬로 산속으로 들어간다. 아이젠을 빼 놓고 와 내심 불안했는데 끼는 쪽이 더 부담스러울 정도로 깔려 있는 눈이 애매하다. 아는 사람들 끼리 앞뒤를 서 말을 나누며 단조로움을 줄여본다. 간혹 미끄러운 곳도 있고 조금 가파르다 싶으면 걱정스러워 하는 말들도 흘러 나온다. 나는 마냥 똑같은 행렬에 디카를 눌러봤다. 


 


 


325봉에서 회원간 인사시간을 

 

20여분 준비운동이나 다름없는 걷기 운동을 하면서 처음 닿은 공터가 325봉. 한 켠에는 페타이어로 참호를 만들어 놓았다. 여려겹 옷을 입은 사람들은 일부 벗고 목이 마른 사람들은 목을 축인다. 흑사자 대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고 대충의 산행 일정 소개와 함께 산방에서만 알고 지냈던 서로들의 얼굴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원형으로 둘러서서 한사람씩 자기 닉을 말하면 궁금했던 사람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끄덕...... 내가 알고 있는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영아님이 새해 복많이 받고 즐산하라는 멘트를 겸한 소개도... 핸섬맨과 함께 지난 마이산 정산에서 만났던 분이다. 


 


사기막골로 떨어지는 상장능선 남쪽 너머로 백운대와 인수봉이 위풍당당하게 윗 모습을 들어낸다. 인수봉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승천할 기세다. 동쪽으로는 부드러운 능선의 상장봉(543m)이 가까이 보인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 뜻도 모를 상장(上將)에 능선이름과 타이틀 봉이다 


 


산성입구를 지나는 서울-의정부 도로

소개를 하고 나더니 좀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다시 오르막길로 들어선다. 위에서부터 조망이 넓어지면서 인수봉 백운대의 서북쪽 모습이 커진다. 구파발에서 산성입구를 지나 송추로 빠지는 길도 발아래 서북쪽으로 보인다. 그런데 좀  올라오다보니 푹 삭힌 홍어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 11시 채 안됐는데 길 옆 조그만 공터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지나는 사람들의 횟배를 동하게 한다. 혼자라면 끼어들고 싶지만 후미인데다 늦어서 그냥 지나쳤다. 10여분 더 오르다 전망이 좋은 지점에서 몇 명이 발길을 멈춘다. 인수봉과 백운대 서쪽으로 뻗은 자락이 모두 들어온다.  삼각산 주능선인 산성능선이나 의상능선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가까이 서 있다. 살짝 덮인 눈이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끼워주고 싶은 수 천억  캐럿 짜리  다이아몬드라고나 할까? 인수봉은 물개가 혼신을 다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수도권의 기는 이 삼각산에 다 몰려있는 것 같다. 처음 의상능선에서 삼각산의 다른 모습을 보고 놀랐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년 내내 지방 산행을 주로 하다 연말에서야 오고나니 왜 일찍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삼각산을 배경으로 일행들에 사진 몇 컷 찍고 일어섰다. 


 

                                      영봉(왼쪽)과 함께 잡은 삼각산 (뽀족하게 솟은게 인수봉, 그 옆 정상이 백운대)

 

오똑한 첫 암봉 (2봉)이 

 

밋밋한 상장봉에 올라서니 오똑한 암봉이 동쪽에 들어오고 그 뒤로 계속 능선이 거의 1자로 되어있다. 북동쪽으로 도봉산의 오봉이 성큼 가까이 와 있다. 몇 년 전 우중 안개가 짙게 끼어 성봉을 지나면서도 가까이서 보지 못했던 경험이 있던 봉이다. 그 뒤로 도봉산 주봉이 연이어 있다. 이제는 인수봉 백운대가  정면으로 보이고 왼쪽에서 영봉도 형님들을 따라 잡아보겠다는 기세다. 후미그룹을 이룬 11명이 포즈를 취해봤다. 


 

                                                                  상장봉에서 본 첫 암봉

     

                                                                    짤린 꼬리 축구팀 만들어 한 컷

                                                                           4암봉이 눈앞에

잘생긴 이 암봉을 올라가보면 좋겠지만, 겨울인데다  60명이라는 대부대로는 생각할 수 없다. 이 암봉의 오른쪽 옆구리를 안고 돌아 3봉에 서니 어디 숨었다 온 바람인지 우리를 날려버릴 듯 불어온다. 기온만 낮으면 금방이라도 귀와 코도 떼어갈 태세다. 한사람 한사람 조심조심 바위 틈새를 힘겹게 빠져내려왔다. 철렁내려앉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앞을 쳐다보니 암봉(4봉)이 또 서 있다. 듬직한 우람한 봉우리다. 그러나 길은 오른쪽으로 아래로 떨어진다. 바위아래에 대장을 비롯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솔길 같은 능선을 따라 가다 5봉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왔던 봉우리들이 상장봉부터 서 있다. 아찔했던 3봉도 4봉뒤에 여유있게 서 있다. 북쪽으로는 오봉이 도봉산 주봉들과 더욱 가까이 와 버티고 있다. 


 

                                                                뒤 돌아 본 상장봉,  2봉, 3봉,  4봉(뒤에서부터)

삼각산 보석은 보기에 너무 눈 부셔 

 

 “불혹“과 ”지천명“의 산행객들이 서에서 동으로 상장능선을 타는데 가까이서 환영하려는 것처럼 삼각산과 도봉이 남쪽과 북쪽에 있다. 삼각산이 남자생도라면 도봉은 여성생도로, 삼각이 우청룡이라면 도봉은 좌백호로, 삼각이 아버지어라면 도봉은 어머니로 다가서는 것 같다. 옆으로 멀리 떠나 있다 온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이... 아니면 애인 둘이 남북에서 한 발짝 한 발짝 구애하러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갖가지 이미지가 다 들어온다.


                                                             도봉산 오봉과 맨 오른쪽 끝에 주봉
                                                                             

                                                                        552m 봉

평탄한 능선 길을 따라 가다보니 일행일부가 오른쪽 옆길에서 다시 올라온다. 선두가 길을 잘못들어 백하는 거란다. 그러면서 도봉이 더욱 가까운 모습으로 와 있다. 그냥 두고 가기에 아까운지 일행들이 사진을 한 장 부탁. 앞쪽 정면으로는 북사면과 함께 비슷한 암봉이 두개가 더 보인다. 이내 없어지고 우리는  다시 평탄한 등로를 따라간다. 그러더니 다시 쫑긋한 말귀마냥 앞의 시야를 막는다. 지도상의 552봉. 오른쪽으로는 영봉이 우뚝하다. 우리는 말귀같은 암봉 오른쪽 아래로 돌아 내려온다. 진달래관목과 단풍나무가 많아 봄에는 연분홍 꽃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등산객들을 기쁘게 할 것 같다. 우이령 가는 길 반대편으로 육모정 고개를 향했다. 갑자기 영아님이 무릎을 나무에 찧었다며 고통스러워 한다.  산에 다니면서 무척 주의해서 다니는데 찧었다며 잘려난 나무그루터기를 나무라는 것 같다. 호위병들이 옆에 있어 바로 따라붙는다. 다른  한 일행도 잘 못 스쳐 아파하는데 둘 모두 큰 부상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육모정 고개 

 

이제 상장능선을 버리고  육모정 고개에서 영봉을 품고 있는 우이능선을 탄다. 동쪽으로 떨어지면 육모정매표소를 지나  우이동 그린 파크로, 서쪽으로는 효자리계곡을 지나 사기막 매표소로 떨어진다. 우이능선으로 들어서자 마자 조그만 비석이 하나 서 있다. 李昌烈 博士 묘. 1917년 3. 25生 1974. 8.11 卒 “님은 그렇게 산을 좋아하더니/ 여기서 산과 하나가 되다” 한국산악회장 이은상 글로 서울산악회 동지회가 1974년 10.10 세웠다고 돼 있다. 


 


눈길을 조심조심 밟으며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갔다. 도봉산쪽에는 우이봉이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한다. 백운대와 인수봉이 영봉 뒤로 숨어 머리만 빼꼼이 내보이고 있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 후미 몇 명이 도봉산을 배경으로 한 컷. 역시 가깝다. 수락산과 불암산 아래로 펼쳐진 성냥갑 같은 아파트만 빼곡하다. 30년전과 비교했을 대 쓰는 말이 상전벽해. 당시는 논밭이었으니... 

 

헬기장에서 눈의 즐거움에서 먹는 즐거움으로 

 

암능사이와 오솔길을 번갈아 따라 가다 선두가 점심을 먹고있는 헬기장에서 배낭을 내려 놓았다. 구면이라고 핸섬맨이 동석하자고 청한다. 컵라면 하나 달랑 가져 왔으니 물만 부으면 된다. 적당한 곳에 적절히 친분 따라 모여 40여분 동안 일행들이 눈의 즐거움에서 입의 즐거움으로 옮긴다. 옆에 앉은 일행이 소주를 권한다. 사실 오면서 내내 눈 덮인 삼각산과 도봉산의 모습에 취해 있다. 여기에 소주를 마시니 불길에 기름 붓는 격이라는 표현을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놓은 것 같다. 삼각-도봉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빈약했던 망년을 오늘 낮에 하는 기분이다. 신년에도 일상생활에서의 선택이 매일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소가... 포즈, 구도까지....

 




 

우리는 다시 영봉을 향해 일어섰다. 북사면이라 아무래도 눈이 덜 녹아 미끄럽다. 산불이 났었는지 소나무가 새까맣게 타 고사목처럼 서 있는 곳도 있다. 영봉을 가기 전 미끄러운 슬랩이 한 곳 있다. 대장님이 위에서 끈을 내려줘 여성분들을 안전하게 오르게 한다. 여지껏 온 길에서 미끄러워 제일 험한 것 같았으나 모두 안전하게 올랐다. 안전 제일의 정신이 이 클럽의 리더들에게 꽉 박혀있는 것 같다. 도봉산이 아직도 가까이서 떡 버티고 있다.

 

영봉은 인수봉 눈으로 즐기는 최적지 

 

이내 영봉에 이른다. 너나 없이 탄성이다. 제일 가까이서 인수봉 북동사면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보석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태극기가 꼳힌 백운대는 왼쪽에서 조연으로 나타난다. 사진에서 본 히말라야의 한 고봉을 보는 것 같다. 안아보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고, 안겨보고 싶고, 옆구리에 끼고 걷고 싶고....여지껏 오면서 고조되어 온 감정이 절정에 이른 감이다. 말로 표현한다는 게 부질없다. 삼각산을 가까이 두고 사는 서울 시민이라는게 그렇게 축복일 수 없음을 다시 느껴본다. 도둑이 훔쳐 갈까봐 집에 가져다 숨겨 놓고 싶은 인수봉... 이 곳에 서면 어느 생명체보다 더 생명력을 갖고 있어 침체된 삶에 대한 용기가 저절로 솟아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수봉 정상에서 짜른  북사면


    영아님의 포효에 키 낮춘 인수봉


영봉의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 산을 어디라/손 대려 하느냐/ 산에 들면 가득한/ 靈氣에 감사할지니/山의 精氣 있으매/푸른 氣運 솟고/山의 自然 있으매/ 맑은 물도 흘러/ 우리 生命 더불어/ 모든 生命 사노니/山이여 靈峯이여/萬古不變하여라” 산을 훼손시키지 말라는 뜻인지 싶다. 여기에서 인수봉을 바라보면 너무나도 값진 자연의 선물이니 말이다. 

 

산이 되어버린 영령들의 포근한 안식처인 영봉 

 

그런데 이봉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많이 서 있다. 육모정에서 하나의 비를 보았듯이 산행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인수봉과 인근에서 유명을 랄리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고 타국 산에서 죽은 사람들의  비도 있다. 수려한 인수봉을 곁에 두고 보라는 뜻이겠다. 

 

“아우여!/ 너의 하얀 꿈은/ 꽃잎 되어 피어오르고/너의 정렬은/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 우리들 가슴속에 언제나 기억되리라!” 1995년 7월24일 

 

임인철 1975-1997 “산이 좋아/산에 살다/산이 되다” 1999.12. 서울대 산악회 

 

岳友 이진철 이곳에 잠들다 1957.9.15 ~1997.2.26 

 

추모비 트리츠마르에 잠이 든 악우 조준용 신흥전문대학 외솔 산악회 

 

백운대 푸른 하늘에 / 그대들 산새되어 날고/ 인수봉 바위틈에/ 그대들 산꽃으로 피고/ 

우리는 여기 올라서서/그대들 이를 부르리/ 이은상 

 

여기/ 산에 올라/ 구름 되었네/ 백마의 넋이 되어/ 오르고 또 오르리 

 

산을 꿈꾸던 산우/ 이제 산에 두노라/ 고 이병림 

 

나 여기 잠드나 산에/항상 매어 있노라/ 고 권재균 


 


 

 

대충 눈에 띄는 것들이다. 너무 숙연해진다. 산이 좋아 산이 되어버린 고인들... 한마디 한마디 글귀가 시인들보다 더 시적인 말로 산에 온 내 마음을 뒤 흔들어 놓는다. 이들 덕분에 내가 더 안전하게 산행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고개 숙여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어쩌면 이 봉우리가 산에서 간 “영령”들을 모셨다는 뜻인가도 싶다. 

 

하루재에서 재정비 

 

우리는 미끄러운 곳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하루재로 내려왔다. 전 인원을 다시 한번 모은다. 백운대 매표소 0.6km/ 백운대1.5km/ 우리는 이 두 방향이 아닌  오른쪽으로 인수봉 자락을 돌아가기로 되어있다. 5분여를 가다 문잠긴 인수봉대피소를 만난다. 인수봉을 왼팔에 끼고 눈이 낙엽과 뒤범벅이 된 비탈길을 50여분 간다. 키가 너무 커 역시 상상속에서 팔장을 끼는게 나아보인다. 능선에 올라서니 다시 깍아지른 인수봉 북사면이 위용을 드러낸다. 1차 조망지에서 숨은벽을 끼워 사진을 찍어 준다. 나도 다른 일행에 한 장 찍어 달랬다. 제2 조망지에 오니 눈도 내려 앉지 못하는 숨은벽 서사면이 인수봉과 백운대와 고난도 염초봉이있는 원효 능선 사이에 기세 등등하게 뻗어내려 오고 있다. 사자의 기개를 보는 것 같다. 

 

                                                                      하루재에서 재정비

 


 

 

 

                                                          인수봉을 머리에 이고있는 문 잠긴 인수대피소

 

숨은벽 전망대에서의 삼각산 조망은 이날의 클라이막스 

 

여기서 일행들은 마지막 장면을 놓치기 싫어하는 것 같다. 너나 없이 한 컷씩 부탁. 독사진을 정신없이 눌러댔다. 네 개의 밧데리가 다 나가고 필름의 메모리도 거의 다 돼 간다. 송년 산행의 클라이맥스다. 인수봉이 만들어내 능선, 숨은벽 능선, 백운대로 이어지는 원효능선이 펼치는 3중주는 어느 오케스트라보다 웅장하고 삼각산 어느 능선의 추종을 불허한다. 

 

 

 


백두대간이 평강분수령에서 한북정맥으로 뻗어나와 도봉산으로 내려와 심호흡을 거세게 한다. 우이령에서 기를 잔뜩 모아 서쪽으로 상장능선에 일부 내 놓고 육모정에서다시 한번 숨을 몰아쉬면서 영봉까지 가더니 만장봉으로 불뚝 일어서면서 남은 여력으로 인수봉과 백운대를 세운다. 그 다음 주능선인 산성능선을 여유롭게 흘러오다 형제봉으로 해서 청와대 의 정수리인 북악에서 그친다. 기가 제일 세게 움직이는 인수봉, 백운대를 하루내내 마주하고 지냈으니 신년에는 힘이 넘칠 듯 싶다. 도봉산까지 가세를 했으니 이 날 받은 기는 짐작이 갈 듯 싶다. 


 


우리가 지나온 상장 능선


이제는 마지막 슬랩 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이 곳 전망대 바위에 올라오기 위한 슬랩. 손잡이가 있어 어려움이 없는데 여성들이 좀 겁을 낸다. 너나 없이 송년산행에 대 만족 한다.

 

                                                     전망대 바위의 슬랩지대 하강

음식점에서 뒤풀이 

 

그 길로  사기막 매표소와 효자리 사이에 있는 밤골 매표소에 도착하니 5:25분. 기다리는 음식점 봉고차에 타고 음식점에 모인다. 거의가 다 모인 것 같다.  삼겹과 오리약탕에 소주가있으니 말할게 있나. 등산 올 때 마다 아는 사람이 없어 소외감을 느낀다는 서희님이 양주를 가져와 돌리는 바람에 일행들은 더 없이 즐거워 했다. 집에 올 때 지하철 내내 그랬고 집에 돌아와서 재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도 내 가슴은 계속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