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31일 (토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
사내터미널(06:30-08:22)
창안교(08:37)
창안산(09:05)
사거리안부(09:28)
637봉(09:50)
암봉(10:36)
두류산(11:13)
주능선(11:28)
명월리갈림길(11:40)
장군산갈림길(12:04)
남쪽갈림봉(12:44)
774봉(13:07)
장군산(13:28)
논미천(15:31)
철망(16:24)
안평리(16:33)
화천터미널
춘천터미널(17:10-18:05)
남춘천역
성북역(18:25-20:14)

◈ 도상거리
약 14km

◈ 산행시간
7시간 56분

◈ 산행기

- 창안산
언제나 젊은 군인들로 북적거리는 사창리에서 김밥 한줄을 사고 대성사를 향해서 창안교를 건너려니 이른 아침부터 자식들을 면회온 부모들이 차안에서 연신 명월리를 물어본다.
대성사뒤로 이어지는 능선은 수직절벽이라 잘 나있는 주민들의 등산로로 들어가면 최근 공사를 했는지 깨끗한 나무계단이 줄지어 설치되어있고 굵은 밧줄이 걸려있다.
왼쪽으로는 허옇게 눈을 쓰고있는 복주산과 오른쪽으로 군부대가 있는 화악산을 바라하며 체육시설들이 있는 등로를 올라가니 절 뒤로도 뚜렸한 등로가 이어진다.
잘룩이안부로 쏙 들어간 명지현과 놀미뒷산을 바라보며 눈덮힌 길을 따라가면 체육시설과 오석이 서있는 창안산(542.0m) 정상이 나오는데 시야가 확 트여서 두류산 전위봉의 험준한 암벽들이 잘 보이고 맞은 편으로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 창안산 정상



▲ 창안산에서 바라본 두류산



▲ 창안산에서 바라본 명지현과 오른쪽의 놀미뒷산



- 두류산
누군가 진행한 발자국을 따라 초소와 빈 부대건물들이 서있는 능선을 따라가면 공터봉에서 발자국은 오른쪽의 명지맥으로 내려가버리고 곱디 고운 깨끗한 눈길이 이어진다.
찬바람을 맞으며 명월리와 명지맥을 잇는 뚜렸한 사거리안부를 만나고 원형철조망을 넘어 올라가니 참호들 주위로 드러난 맨흙이 더욱 황량하게 보인다.
헬기장에 억새가 가득한 637봉에 오르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며 표지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험준한 암봉이 눈앞에 장벽처럼 서있어 긴장이 된다.
낙엽이 잔뜩 덮힌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긴 밧줄들을 잡고 올라가다 표지기 하나를 보고 암릉을 직등해서 올라가지만 너무나 가팔라 밑으로 우회한다.
바위 틈으로 매어져있는 밧줄들을 몇번이나 잡고 노송들이 서있는 검은 암릉을 올라가면 명월리에서 올라오는 일반등로와 만나며 길이 좋아진다.
조금 위의 공터가 있는 암봉 정상으로 올라가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 화악산밑으로 창안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발아래로 보이고 빙 둘러 복주산에서 광덕산과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산줄기가 가없이 펼쳐진다.
미루고 미루다 스펫츠를 착용하고 눈이 덮혀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가면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 차디찬 골바람에 귀와 뺨이 아려온다.
눈길에 푹푹 빠지며 예상보다 훨씬 시간을 많이 써서 두류산(993.2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1977/건설부)이 머리를 내밀고있고 몇년전 기억으로는 오석이 있었던 것 같아 한동안 눈을 헤치며 정상석을 찾아본다.



▲ 암봉에서 바라본 중앙의 화악산과 밑의 창안산에서 이어지는 능선



▲ 암봉에서바라본 복주산과 한북정맥



▲ 암봉에서 바라본 실내고개로 이어지는 능선



▲ 두류산 정상



- 장군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봉우리를 내려가 사면으로 우회해서 주능선에 닿고 눈속에 서서 얼은 김밥을 씹고있으니 2005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에 너무 궁상을 떤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전에 비해 엄청나게 쌓인 눈길을 따라가며 명월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나뭇가지사이로 장군산으로 꺽어지는 능선을 주의깊게 살펴본다.
적적한 눈길을 따라가다 능선이 갈라지는 861봉에서 눈속에 쓰러져있는 옛 이정표를 찾아 세우고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참호따라 동쪽 능선으로 들어간다.
정강이까지 빠지는 능선을 따라가니 시야는 가려있지만 백적산쪽 능선보다 잡목도 덜하고 까시덤불들이 없어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글씨도 보이지않는 오래된 표지기 한장을 만나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 암봉을 넘어서 연이어 굵은 노송들이 서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남쪽에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눈이 덮혀 미끄러운 낙엽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석축을 둘른 참호들을 지나서 펑퍼짐한 774봉에 오르니 장백산악회의 표지기 하나가 반겨준다.
옆으로 백적산을 바라보며 무성해진 잡목과 억새들을 헤치고 무릅까지 빠지는 눈길을 얼마간 따라가면 산불지대를 지나 돌로 쌓은 참호가 파여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봉천 오상호'님과 '산사랑산악회'의 표지기가 걸려있지만 삼각점도 없고 특징이 없어 선뜻 장군산으로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진행방향으로 10여분 더 내려가 산세를 살펴보니 장군산(847.3m)이 확실해 다시 올라와 삼각점도 찾아보고 사방을 둘러보지만 공군사격장의 흔적은 어디에서고 보이지 않는다.



▲ 장군산 갈림봉



▲ 장군산 정상



- 논미천
30여분 시간을 보내고 남동방향으로 내려가 급사면의 너덜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해서 노송들이 서있는 험한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내려간다.
능선만 가늠하고 급하게 산길을 내려가면 첩첩산중에는 인적도 없고 좌우로 급한 산줄기들이 도열해있어 방향이 헷갈려진다.
한동안 내려가다 오른쪽인 동쪽방향으로 꺽이는 지점을 놓친 것 같아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래된 장기일님의 표지기도 한장 보이고 해 짧은 겨울날에는 애초 생각한 계성리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낙엽이 잔뜩 쌓인 적적한 눈길을 따라가면 산불이 났던 송림지대가 나타나고, 급사면을 조심해서 내려가니 임도라고 착각한 얼어붙은 계곡이 나오는데 합수부를 이루고있다.
계곡을 건너서 맞은 편으로 올라서다 언뜻 나무에 걸려있는 오상호님의 표지기를 발견하고는 똑같이 잘못 내려왔다는 생각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온다.


- 안평리
눈덮힌 뚜렷한 소로를 따라가다 길은 종종 사라지고 꽁꽁 얼어붙은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두터운 얼음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억새들이 만발한 계곡을 한동안 내려가니 넓은 임도가 나오고 검붉은 암벽들로 둘려쳐진 양안의 산봉들이 오지중의 오지임을 실감케 해준다.
원래 계획했었던, 계성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쓸쓸한 발길을 이으면 철망이 가로막으며 안평리3반부터 가래울계곡 6km가 자연휴식년제라 적혀있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안평리로 내려가니 화천가는 버스는 2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고 해 택시를 부르고 마을회관앞 정자에서 몸을 정리한다.
감기기운 있는 노곤한 몸으로 소주 한잔 마시고 정자에서 올려다 보면 아쉽게도 장군산은 모습을 보이지않고 내려왔었던 험한 암봉 두개만이 쌍둥이처럼 솟아 눈에 들어온다.
화천으로 나와 춘천부부산행의 김우항님을 잘 안다는 분식집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에 오르니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너머로 용화산의 암봉들이 중세기의 성처럼 멋지게 솟아있다.



▲ 얼어붙은 계곡



▲ 자연휴식년제 철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