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산행-명지산에서 귀목봉 이어가기

 

 


    명지산과 귀목봉

 

  명지산(明智山, 1,267m)은 경기도 가평에서 북쪽으로 18km 지점에 위치한 산으로 경기도내에서 화악산(1,468m) 다음으로 높은 산입니다.


  명지산은 산세가 크고 웅장하며 산 위에 오르면 멀리 보이는 용문산의 봉우리와 북한강의 물줄기, 발 아래로 계곡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물이 경기도에서는 제일 아름다우며, 특히 30㎞에 이르는 명지계곡은 여름철 수도권의 피서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명지산 정상을 향하는 능선에는 전나무·굴참나무 군락과 고사목 등이 장관이고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 겨울에는 능선의 설화가 장관을 이룹니다(자료 : 경기도).


  명지산은 경기도 제2의 고산으로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과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주변에 강씨봉·귀목봉·청계산·연인산 등 산세가 웅장하고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점 등을 감안하여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포함된 산입니다. 


  한편, 가평군 북면에 위치한 귀목봉(鬼木峰, 1,036m)은 귀목고개 위에 있다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으며, 동쪽으로 명지산, 남서쪽으로 청계산, 북쪽으로 강씨봉이 인접해 있습니다.


  귀목봉은 산의 높이에 비해 대체로 경사가 완만하여 험준하지 않으며 장쾌한 능선과 더불어 십여 개의 폭포가 이어지는 장재울계곡이 명소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청계산의 연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자료 : 한국관광공사). 

 

 


  적목리 논남기∼명지산

 

  민초들을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에서 실망과 좌절 속으로 몰아넣은 황우석 파동이 일어난 을유(乙酉)년도 어느 듯 저물어 이제 마지막 일력(日曆) 한 장이 쓸쓸하게 정육점의 벽면에 나부끼는 2005년 12월 31일 토요일, 47명의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M산악회 주관)가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 논남기에 도착합니다(09:33).


  산악회에서 경기도의 명산인 명지산과 귀목봉 및 강씨봉을 연계하여 6시간 동안 종주산행을 한다는 고지에 귀가 솔깃했는지, 그야말로 등산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정원초과가 되었습니다.


  도로변에 서 있는 산행이정표에는 명지산 7.5km, 귀목봉 4.9km, 귀목고개 3.8km 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차내에서 산악회 P회장이 산행개요를 설명하며 명지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했기에, 7.5km의 거리를 축지법을 사용하는 신이 아니고서야 이토록 짧은 시간에 어떻게 주파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는데, 이 산행기를 쓰면서 확인해 보니 이정표에 표시된 명지산 정상까지의 거리(7.5km)는 귀목고개를 거쳐가는 경우이고 우리는 바로 왼쪽의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산행이정표

 


  '하늘마루', '서소문교회 가평수양관', '임산계곡 유원지', '영안비젼하우스' 등의 안내간판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곳에서 개울의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낯선 이방인을 보고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는 꼴이 하룻밤만 자고 나면 자기들의 세상(개띠인 병술년)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인간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모습입니다.


  임산생태계 감시초소를 통과하여 계속 진행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산장 가는 길로 접어드니 오른쪽에 아름다운 서구식 3층 회백색 건물이 흰눈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3층 건물


 


  왼쪽에 계곡을 끼고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걸어갑니다. 주변에 늘어진 잡목의 잔가지가 자꾸만 얼굴을 스쳐 매우 신경이 쓰입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려는데 앞서 가던 선두그룹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길을 잘 못 들었다고 뒤로 후퇴합니다. 가는 길이 너무 좁고 또 잡목이 많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결국은 일을 그르치고 말았나 봅니다.


  되돌아가다가 보니 갈림길이 보입니다. 선두조가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실수를 했으므로 왼쪽 계곡을 따라 갑니다. 꽁꽁 얼어 빙판으로 변한 개울을 조심스럽게 건너 왼쪽 사면에 붙으니 희미한 등산로가 길을 안내합니다.


  왼쪽으로 몸을 돌려 세워 대각선을 따라 고도를 높여 가다가 어느 지점부터는 거의 길도 없는 낙엽진 급사면을 겨우 오르니 정상적인 등산로와 만납니다. 아마도 산행들머리 가까운 곳에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산행 초입부터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였으니 오늘 산행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낙엽과 눈이 쌓인 길을 교대로 지나며 점점 고도를 높여 갑니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고사목이 모든 것은 세월이 흐르면 늙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깨우쳐줍니다. 사람들은 힘이 있을 때 항상 겸손해야하며 그 힘을 옳은 일을 위하여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한 줌뿐인 권력을 일시적으로 잘 못 사용하여 한 평생 쌓은 인생을 파멸시키는 세도가의 경우를 흔히 봅니다. 겨울의 산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고사목을 바라보며 짧은 순간이나마 숙연해 지는 것은 필자도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보다 앞으로 살아야할 세월이 훨씬 짧기에 이제 비로소 철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고사목 두 그루

 


 

                      다른 방향에서 본 고사목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뭇가지에는 엷은 바람서리꽃(상고대)이 피기 시작합니다. 그 동안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가 계속 된 것과 비교하면 오늘은 정말 포근한 날씨입니다.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통나무 계단을 힘주어 오르니 드디어 명지산 정상(제1봉)입니다(12:20). 정상까지 오르는데 자그마치 2시간 47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명지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통나무계단

 

 


  명지산 정상의 조망

 

  큰 바위 옆에는 명지 2봉 1.2km, 상판리 6.2km, 백둔리 6.8km, 적목리 7.5km, 익근리 5.3km 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정상의 정수리를 차지하고 있는 왼쪽의 바위로 오르니 막대모양인 직사각형의 화강암표석이 등산객을 반겨줍니다.


  남쪽으로는 가야할 명지2봉(1,250m)으로 이어진 능선이 빤히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가평천 너머 경기의 최고봉인 화악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서쪽으로는 가야할 귀목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필자는 2003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명지산에 올랐는데 계절이 달라서인지 그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판이합니다.

 


 

                         정상 이정표

 


 

                           정상 표석

 


 

                 바위봉에 세워진 정상표석

 


 

              가야할 명지산 제2봉(왼쪽)과 제3봉(오른쪽)


 

             북동쪽의 화악산 정상 뒤로 보이는 응봉과 촛대봉


 

                   정상의 바람서리꽃


 

               정상 암벽 사이로 보이는 조망


 


  명지산은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으로 유명하고, 가을단풍은 가평팔경 중 제4경으로 지정되었으며, 오래된 고목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면서 겨울철에는 적설량이 많아 더욱 매력적인 산이라고 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큰 바위 밑에서 함안곶감으로 요기를 합니다. 전국에는 영동 및 상주 등 유명한 곶감 생산단지가 많지만 필자가 보기에 '함안곶감'이 단연 으뜸입니다. 이 곶감은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면서 매우 부드러워 포장지를 금방 뜯은 후 먹어보면 입에 살살 녹습니다. 경남 함안은 제 고향이지만 산행기를 쓰면서 고향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맛있는 곶감을 소개한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말기를 바랍니다. 평소 곶감을 싫어하던 아내가 함안곶감에 홀딱 반해버렸음을 고백하면 이해하겠지요.

 

 


  명지산∼귀목고개

 

  약 20분간 휴식을 취하고 난 후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정상을 오를 때는 통나무 계단이라 콧노래를 부를 지경이었는데, 내려서는 길은 매우 가파른 눈길 그대로입니다.


  가끔 칼바위 같은 능선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길이 훨씬 많은 등산로입니다. 제2봉으로 가는 길목의 중간쯤에 이르자 바람서리꽃이 상당히 깊게 피어 있어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서인지 아니면 따스한 햇살을 받아서인지 바람서리꽃은 나뭇가지 아랫부분에만 형성되어 있습니다. 흡사 여인의 머리 빗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막대기만 끼우면 대 빗자루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서리꽃(1)


 

                  바람서리꽃(2)

 


 

                 바람서리꽃(3)


 


  명지산(제1봉)을 출발한지 40분만에 제2봉에 도착합니다. 1.2km에 불과한 거리를 오는데 40분이나 소요되었군요. 그래서 겨울산은 정확하게 산행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한 시간에 1.8km를 걸을 수 있습니다. 평소 날아다니는 준족들은 예외이지만 보통의 경우 오르내림이 있는 구간에서 시간당 2km 보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오늘 이를 실감합니다.

 


 

                  명지산 제2봉 표석


 

               제2봉에서 뒤돌아본 제1봉(정상)


 

                      제2봉의 바람서리꽃


 


  제3봉(1,199m)은 군사시설물이 있어 오르지 못하고 우회합니다. 큰 바위에 올라 동남쪽을 바라보니 백둔리계곡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큰 바위를 돌아  갈림길 안부에 이르니 제3봉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입니다(13:49).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아재비고개를 지나 철쭉으로 유명한 연인산(1,068m)으로 이어지며, 명지산 제2봉에서는 0.7km 거리입니다. 또한 가야할 귀목고개까지는 1.8km가 남았습니다.

 


 

                  제3봉 주변 암릉 밑으로 바라본 계곡


 

                     철탑이 위치한 제3봉(뒤돌아본 모습)


 

                               조망대 바위


 

                          길림길 이정표(명지3봉)


  명지산은 정상(1,267m)으로부터 제2봉(1,250m)을 거쳐 제3봉(1,199m)으로 이어지는 1,000미터 급의 산줄기가 형성되어 마치 거대한 성곽을 이루기도 하고, 사방으로 가지를 친 계곡도 제법 길고 넓기 때문에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산이지만, 겨울에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느긋하게 산행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길림길에서 귀목고개로 내려서는 길은 오늘 산행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스입니다. 때로는 가파르고 위험한 칼바위능선으로 이어지다가도 또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하산 길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명지산 제3봉에서 출발한지 55분만에 귀목고개에 도착합니다(14:44). 제3봉에서 무려 400여 미터의 고도를 낮추었고 또 어려운 구간이 많아 하산 길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해발 775m인 귀목고개는 귀목봉과 강씨봉으로 연결되는 산행의 출발지입니다.         

 


 

                귀목고개 이정표

 


  귀목고개∼귀목봉

 

  왼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길을 따라 조종천계곡이 있는 상판리 방면으로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산악회에서 지정한 중간 탈출로인 오뚜기령까지 가기 위해서는 귀목봉을 올라야 합니다.


  아침부터 5시간 정도 산행을 했기에 다리가 매우 뻐근하여 오르막  길은 힘이 많이 듭니다. 중간지점에 통나무로 만든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가면서 쉬기는 안성맞춤입니다. 전망지점에 서니 청계산(849m)으로 이어진 산줄기 너머 명산인 운악산(936m)의 마루금이 선명합니다. 다리에 힘을 주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니 귀목봉(1,036m)입니다(15:40). 귀목고개에서 1.1km 거리인 귀목봉에 오르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계곡과 능선길이 모이는 곳을 '길목'이라 하는데, 이 길목이 변해 '귀목'이 되었고 귀목봉은 이 귀목고개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해설이 그럴 듯 합니다. 

 


 

            청계산 뒤로 보이는 운악산 마루금


 

                귀목봉 표석


 

                귀목봉 이정표


  귀목봉∼오뚜기령

 

  귀목봉에서 청계산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하산 길은 가파르고 긴 계단을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등산로의 상태는 제법 부드러워 졌지만 가야할 길이 매우 까마득합니다. 중간에 쉬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시계의 시침은 벌써 오후 4시를 지나고 있어 해가 지고 나면 곧 어두워 질 것입니다. 특히 내 배낭 속에는 그 동안 비치해 두었던 손전등도 없습니다. 지난주 산행 후 책꽂이에 올려 둔 것을 깜빡 잊고 그냥 집을 나섰기 때문입니다.

 


 

                      눈이 쌓인 등로 


 


  눈앞에 보이는 고지에 오르니 왼쪽은 한북정맥의 산줄기인 청계산으로 가는 방향과의 갈림길이입니다(16:15).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뚜기령(고개)으로 갑니다. 뒤돌아 서서 방금 내려온 귀목봉 너머 명지산의 하늘금을 바라보며 오늘 참으로 많이 걸었음을 실감합니다.

 


 

                 삼거리 갈림길


 

                 북쪽으로 바라본 조망


 

     뒤돌아본 조망(왼쪽은 귀목봉, 오른쪽은 삼거리갈림길, 뒤는 지나온 명지산)


  가야할 방화선구역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고 또 매우 가파른 내리막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평소 스키를 배웠더라면 비교적 쉽게 내려 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스키에는 문외한이라 거의 엉금엉금 기다시피 합니다. 사실 엉덩이를 눈 비탈면에 대고 앉아 있으면 저절로 미끄러져 내려올 상황이자만 남자 체면에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빨리 해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것이 신통합니다. 그러다가 브레이크가 잡히지 않아 사정없이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넘어지면서 오른손에 잡고 있던 등산스틱의 위쪽 부분이 오른쪽 광대뼈를 치는 바람에 볼때기가 얼얼하기도 하였지만 지은 죄가 없어서인지 자기 전에 약을 발랐더니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가야할 방화능선(1)


 

                     가야할 방화능선(2)

 


 

                     가야할 방화능선(3)

 


 

                    뒤돌아본 방화능선(왼쪽은 귀목봉)


 


  계속하여 내리막으로 이어지던 눈길은 다시금 오르막으로 변하여 지친 등산객의 진을 빼더니 이 등성이를 넘어가자 오뚜기령입니다(16:47). 좌대 위에 세워진 커다란 표석을 보니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오뚜기령(고개)

 

 


  오뚜기령∼무리울

 

  산악회에서 놓아둔 안내표시를 따라 '무리울'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평탄한 임도로 들어서니 웬일인지 고도가 거의 낮추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다시금 오른쪽의 산 속으로 들어갔더니 이제는 발목까지 푹 빠질 정도로 낙엽이 많이 쌓여 있는 급한 경사의 내리막을 통과합니다.


  오늘 산행을 하며 지겹도록 많은 눈길을 지나왔기에 푹신한 낙엽길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다시 임도로 나와 큰 헬기장을 지나자 임도는 거의 고도를 낮추지 않은 채 구절양장처럼 꼬부라진 길을 돌고 또 돌아갑니다.


 

                 푹신한 낙엽길



  이러다가 언제 하산을 완료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으며 바삐 발걸음을 옮깁니다. 벌써 주변은 완연한 어둠에 갇히고 아랫마을에 간간이 보이는 불빛만이 목적지가 가까워 왔음을 알려 줍니다. 어느 순간 임도가 내리막으로 변하자 몇 차례 눈길에 내동댕이쳐질 기회를 가까스로 모면하면서 겨우 몸의 중심을 잡고 어둠을 헤쳐 나갑니다.


  가축의 분뇨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축사인 듯)에 이르니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먼저 하산한 등산객들 몇 명이 모여있는 무리울입니다(18:00). 오늘 산행은 개 짖은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소리를 들으며 끝을 맺습니다. 금일 산행에 8시간 27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무박 산행이 아닌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정말 하루해가 꼬박 걸린 날입니다.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해서 걷느라고 다리 힘을 많이 쓴 탓에 다리가 매우 뻐근합니다.


  그 동안 호남 서해안 지방에만 많은 눈이 내려 경기도 가평과 포천지역은 별로 눈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산행을 하면서 하루 종일 눈과 씨름을 하였습니다. 특히 등산로가 이어진 능선에는 세찬  바람이 눈을 두텁게 쌓아올려 갈길 바쁜 등산객의 걸음을 더디게 하였지요. 겨울 산행의 진수라는 설화(雪花)와 상고대도 별로 보지 못한 채 지겹도록 발걸음을 잡아채는 눈과 악연을 맺은 하루였습니다.

 

 


  강씨봉을 넘어 완주한 사람들

 

  등산버스를 타고 포천군 일동으로 가서 조그마한 식당 겸 가게로 들어갔더니 P회장이 식당을 빌려 컵라면을 먹도록 배려해 놓았습니다. 배도 출출하고 목도 마르던 차에 컵라면을 먹고 나니 숨쉬기가 한결 나아집니다.


  나중에 들은 소식이지만 오늘 귀목봉에서 북쪽의 강씨봉(830m)을 거쳐 당초 계획대로 완주를 한 사람은 십여 명이며, 그 중에는 여성도 1명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두그룹도 약 8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들은 정말 대단한 실력자들입니다. 3개의 산을 완주하고서도 중간에 탈출한 것보다 이른 시각에 하산하였으니 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귀목봉과 강씨봉을 묶어 당일 산행을 하고, 명지산은 단독으로 산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를 전부 연계하여 산행 계획을 수립한 것은 산악회가 과욕을 부린 것이지요. 나중에 P회장이 산행소요시간을 잘 못 측정한데 대하여 사과하면서 하루를 마감했지만, 필자는 언젠가는 강씨봉을 다시 찾아야 할 것입니다.

 

 


  2005년도 산행 결산

 

  연초부터 정말 부지런히 산에 다닌 결과 모두 72회의 산행을 했습니다. 대부분 안내산악회를 따라 다녔지만(57회) 가족(4회) 및 학교동문(1회)과 함께 하거나, 카페(1회)회원과도 조우했으며, 나머지(9회)는 순수하게 홀로 배낭을 매고 나섰습니다.     


  72회의 산행을 하며 새로운 산 71개를 올랐습니다. 산을 오른 후 한번도 빠짐없이 산행기를 작성하였고, 주5일제가 시행된 후부터 주말 이틀연속 산행을 한 적도 있었지만 새해에는 다소 쉬어가면서 1주일에 한번 산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할 계획입니다. 이제부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산행이 아니라 내 스스로 즐기는 산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한해를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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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말씀>

 

  지난 한해동안 여러모로 부족한 제 산행기를 읽고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병술년 새해를 맞아 여러분의 가정이 언제나 웃음으로 가득 찬 행복이 넘치는 한해가 되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하며, 뜻하는 모든 바가 전부 이루어지는 기분 좋은 나날이 계속되기를 빌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병술년 2006년 1월 1일

           산이 좋아 산을 찾아 떠나는  이석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