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하회원님들 병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안전산행 하세요.

 

눈 속에 파묻혀 신음하고 있는 방장산

 

 

눈 속에 파묻혀 신음하고 있는 방장산

 

2005-12-24

 

방장산개요

전라북도 고창군,정읍시와 전라남도 장성군 북이면의 경계에 있는 산. 높이는 743m로, 벽오봉이 라고도 부르는 방문산(640m)과 능선이 연결되어 있다. 《고려사악지》에 실린 다섯 편의 백제가요 중 방등산곡(方登山曲)이 전하는데, 도적떼에게 잡힌 여인이, 남편이 자기를 구하러 오지 않아 애통하다는 내용이다. 산이 신령스럽고 산세가 깊어 옛날에는 도적떼가 많았다고 한다. 방등산이라고 불렀다가 근래에 들어 산이 넓고 커서 백성을 감싸준다는 뜻으로 방장산이라 고쳐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산기슭에 세 개의 계곡이 있다. 이 중 서쪽 기슭의 용추폭포가 흐르는 용추골이 제일 유명한데, 수심이 깊어 용이 승천하였다고 전한다. 폭포 아래 웅덩이의 깊이까지 치면 높이가 20m 정도 된다. 경치가 아름답고 경사가 가파른 협곡이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봉우리가 많고 경사가 심하므로 산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가르는 고개인 장성갈재에서 시작하여 497m봉에 오른 뒤 안부로 내려와서 능선을 따라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고창고개에 이르는데, 여기서 북쪽은 용추폭포로 가는 길이고 남쪽은 장성군 북이면 청운리로 가는 길이다. 방문산을 들러 하산한다면 고창고개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된다. 하산은 방문산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상원사로 곧장 내려가거나, 597m봉을 지나 양고살재로 내려가면 된다.

장성갈재에서 시작하여 양고살재로 하산하는 코스는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변에는 내장산국립공원, 선운산도립공원, 석정온천, 고창읍성, 장성 입암산성, 백양사 등 명소가 많다. -한국의 山-


 

방장산행 실패기

금년겨울은 서해안에 집중적으로폭설이 내렸고 동해안은 눈은 고사하고 가뭄으로 먼지만 날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동해안 눈산행을 광고했던 대부분의 산악회들이 회원 유치 때문에 모두들 호남지방으로 산행지를 변경하여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도 눈이 없이 먼지만 날라고 있는 강원도 산행보다는 눈꽃도 마음껏 즐기고 형용하기 어려울 예술작품을 모델로 멋진 사진도 촬영하는 덤까지 주어지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산행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 육산으로 산세가 온화하고 눈이 많이 내려 설경이 장관이라는 소문을 들었던 방산으로 금요일 저녁 늦은 시간에야 확정하고 W산악회에 전화를 걸어 좌석 하나를 예약하고 공지된 산행코스를 지도로 확인한다.

예정코스: 양고살재-별봉-벽오동-방장산-쓰리봉-갈재 (소요시간 4~5시간)이였다.


 

책상 위에 디카를 놓고 온 황당함

버스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배낭을 뒤졌지만 디카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카메라를 물으니 책상 위에 얌전하게 자리하고 있단다.

예비 배터리는 챙기고 디카를 빠트리고 왔으니 낭패였다.

관심은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는 산객뿐이다.

다행히 바로 옆자리에 산객께서 디카로 설경을 열심히 담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사정을 얘기하고 풍경(설경)사진 몇 장이라도 이 메일로 보내주기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받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다.


 

백색의 공포 눈 눈

경부, 천안 논산간 민자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호남고속도로를 거침 없이 달려 전남 장성군의 808번 지방도로에 들어서니 차장에 보이는 것은 온통 눈뿐이다 집들은 온몸으로 눈을 받쳐들고 힘겹게 버티고 서있고 자동차는 눈 속에 파묻혀 형체만 보였고 눈 천지의 왕복 2차선 지방도로는 소형차가 겨우 비켜갈 만큼의 제설작업은 빼꼼히 되어있었고 그나마 중간중간에 아직 손이 못 미친 도로에는 쌓여있는 눈이 그대로 있어 버스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진과 전진을 반복하여 오던 길로 나갔다 동구 밖에서 다른 길을 찾아가다 새마을금고 앞에서 정기노선버스와 교행하지 못하고 버스2대가 교대로 10여분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후 에야 비켜서 지나갈 수 있었다.

이젠 마을을 벗어나 완만한 경사로를 커브를 돌아 서행하던 가벼운 오르막에서 이번에는 유조차와 마주쳐 1m가까이 눈 쌓인 도로에서 한 시간여를 지루하게 시름한 후에야 겨우 길을 열고 전라남북도계를 이루고 있는 예정한 산행들 머리에 도착할 수 있었으나 시간이 12시25분 이였다.


 

양고살재

이토록 많은 눈이 와서 교통이 마비되고 시설작물들과 주민들의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면 죄송한 일이나 산행을 즐기려는 나그네 입장에서야 고통보다는 호기심이 더하고 설경에 환호했다.

고개이름이 특이하여 장성군청으로 문의 하여 답을 알고 보니 선조들이 아픔이 묻어난다.

양고살재는 병자호란 때 고창 출신 무장 박의(朴義)가 누루하치의 사위인 양고리를 살해했다는 역사적인 연유에서 이름 붙여졌다고 전한단다.

여성산행 대장이 충분히 준비운동을 해야 특히 겨울철에는 몸에 탈이 없다며 호령하듯 구령을 부친다.

대열을 정비하고 하늘을 우러르니 구름 없이 맑은 하늘과 바람 없이 포근하고 오랫동안 내려 풍족한 눈이 어우러진 무아지경을 한발자국 옮겨놓을 때 마다 무어라 형용하기 벅찬 감동에 젖는다.


 

반쪽밖에 못내 주겠다는 방장산에 결국은 무릎 꿇어 정상포기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정확히 12시 37분에 흰 눈에 점점이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걷지만 조금만 어긋나게 디뎌지면 발을 빼기가 어려울 만큼 엄청난 눈길을 헤집고 가파른 고개를 오르는데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나서 선두에선 일행이겠지 생각했는데 눈 위에 그림처럼 텐트가 자리하고 있었고 길을 내며 앞서갔던 주인공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휴식하며 인사대신 보내온 고마운 갈채였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러셀이 안된 깨끗한 눈밭은 무릎을 훨씬 넘어 10m진행도 만만치 않다.

온몸으로 깨끗한 눈 위에 도장도 찍어보며 포근하고 맑은 날씨를 즐기고 별봉에 도달했고 내친김에 벽오봉에 도착했으나 무릎이 훨씬 넘은 눈 때문에 진행이 더디기만 하여 14시가 지난 시간이다.

부지런히 러셀을 하고 순탄하게 산행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양고살재에서 벽오봉까지 소요시간으로 비춰보니 일몰 전에 산행을 끝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벽오령에서 등로를 잘못 들어 산림도로까지 돌아와보니 시간도 많이 흘러갔지만 절반이 넘은 산우님들이 하산을 희망한다

산행대장 팀은 방장산으로 여성대장 팀은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강행군했으나 휴양림이 내려다 보인 지점에서 미미한 인간의 힘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준엄하게 꾸짖는 방장산의 충고를 받아들여 더 이상 산행은 무리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하산을 시작했다.


 

어필로그

귀경하는 버스에서 오늘산행을 정리 해본다.

내린지 오래된 눈이 햇빛에 녹아내려 색깔이 변하고 썩어가고 있어 볼품이 많이 떨어졌지만 워낙 여러 날 동안 내리고 다저저 도로변을 빼고는 그런대로 볼만한 눈 이였다.

개인적으로 디카를 휴대하지 못해 설경을 촬영하지 못했고 방잔산에서 정상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은 산행 이였다.

그러나 눈 구경은 원도 한도 없이 했다고 자위한다.

W산악회는 정감이 흐르는 산악회였다.

정읍휴게소에 정차하기 전에 대장께서 마이크안내를 통해 아침식사는 날씨가 추워 노상에서 식사가 불편하여 도시락을 지급하겠으니 버스 내에서 식사를 하시되 문화인 수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고 하산 후에 W산악회에서 제고해준 식사 그리고 삶은 돼지고기와 충분한 하산주에 훈훈한 마음까지 듬뿍 받아 들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멋진 만남 이였다.


 

산행코스 : 양고살재-별봉-벽오봉-방장산휴양림-휴양림입구 (산행시간 : 3시간20분)


 

~꿈과 희망 그리고 호연지기를 다지며  전남,북을 가르는 방장산에서~ 
 

2005-12-31(을유년 마지막 날 저녁)


 

계백 올림


 


 

 

※. 위 사진은 방장산행을 함께하셨던 이학수님께서 이 메일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이학수님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