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산행일 : 2005. 12. 24

2.장소 : 바래봉


 

별이 총총한 새벽

어디로 오를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군데군데 빙판을 이룬 도로를 조심스레 속도를 높힌다.

폭설이 왔으니 입산통제는 뻔 한 것이고

뱀사골계곡이나 둘러볼까? 반야봉까지?

영하13도를 오르내리는 임실과 남원을 지날 무렵

혹시나 하여 공단에 전화해보니 당연히 통제.


 

옛길로 오르면 못갈 것 도 없지만

혼자 산행이니 무리수는 둘 수 없고 조망도 괜찮으니

그냥 편하게 바래봉으로 가자.

거긴 누구하나 시비 거는 사람이 없고 겨울엔 서북릉이 제격이 아닌가?

운봉읍을 통과하여 운지사로 가는 길은 완전 빙판이고

도로가 끝난 주차장을 지나 오르는 길.

눈이 수북한 좁은 길은 바퀴에 밟히는 눈 소리가 경쾌하다.

이미 시간은 8시가 넘고 있고 운봉 읍내는 날이 밝았다.


[운봉의 아침]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짐승 발자국만 깊어 보이니

차마 저 길을 헤칠 엄두가 나지 않아 탄탄대로의 넓은 길을 택했다.

어제 두어 명이 내려왔는지 길 가운데로 이어진 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운봉읍]

오늘의 날씨라면 그토록 아름답고 힘차게 뻗어간 서북릉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운봉 벌판을 거침없이 달려온 겨울바람 때문에 눈물이 핑 돌고

컥컥 나오는 마른기침을 참을 수 없지만 한시라도 빨리 오르고자하는

조바심에 쉴 틈이 없다.


 

드디어 능선


[능선]


[낮달]

아침햇살에 영롱히 빛나는 눈가루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제야 마음이 편안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리산을 제법 찾고 있건만

몹쓸 것 에 중독된 환자가 주사를 찌르고 안정을 찾듯이

이곳에 서야 만 머리가 맑아지니 나로서도 어쩔 수 가 없다.


 

파란 하늘에 남아있는 반달을 바라보며

이마에 땀이 흥건하게 젖을 무렵 팔랑치로 가는 길을 만났다.


[팔랑치가는 길]

도데체 바람이 얼마나 몰아다 놓았는지 길은 높낮이가 없고

그냥 펑퍼짐하다.

샘터로 가는 편한 길.

하얀 눈꽃을 핀 낙엽송

또 눈밭에 사열하듯 줄지어선 어린 나무들

흰 산과 코발트빛 하늘.

온 몸에 찌릿하게 흐르는 전율을 느끼며

입을 떡 벌리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달랜다.


 





























[샘터에서]

허벅지까지 푹 빠지는 길에선 가슴이 또 철렁 내려 앉고

넋 빠진 사람처럼 흥얼거리며 바래봉에 올랐다.


 

정상!

표지목을 잡고 천천히 한바퀴 돌아본다.

삼봉산, 하봉, 천왕봉, 주능과 반야봉, 그리고 노고단.

서북릉.


[정상]











[운봉읍]


[덕유]




정상에 섰으면 이제 내려가야 하지만

오늘은 그러기가 싫다

또 서둘러 내려가야 할 이유도 없다.

배낭을 열어 우모복을 꺼내 입고

혼자 마시는 술 한 잔이

이렇게 넉넉할 줄이야!

10분이 흐르고

30분, 한시간

그리고 두시간이 지났나 보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바램 하나..

나중에 나 다시 태어나도 이 곳에.....

  

  

한그루의 나무이건, 하나의 바위

아니 한줄기 바람일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