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땜시 지리산에 갔었을까? (지리종주 : 화엄사-대원사)

 

 

간날: 2006. 2. 21() – 2.24() . 34일간

 

밥먹고 술먹고 잠잔 : 연기암(점심) – 노고단(1) – 뱀사골(점심) – 벽소령(1)- 세석(점심)- 치밭목(1)- 대원사매표소(점심)

 

 

 

점심(點心)이라?

 

점심이란 말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말이라는데 도데체 뭐땜시 마음에 점을 찍는지는 모르것다. 요즘 세상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안보이는 마음이니 사랑이니 허는 것들이 사람을 괴롭히는 같다. 아이엠에프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눈에 안보이는 것이다. 혹자는 돈이라는 것은 만원짜리 마냥 눈에 보인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결국 돈이란 어떤것과 교환할 있는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안보이는 것이라고 수도 있겠다.

 

 

운동중독증?

 

얼마전에 운동중독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운동을 몸에서 우리를 기분좋게 허는 어떤 물질이 나와서 거기에 중독이 되는 것인가 보다. 젠장! 운동할 힘만 잔뜩 들더만. 어쨌건 산에서도 치밭목 산장지기님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몇마디만 추려서 써보자먼 이렇게 되것다.

 

    치밭목산장지기님 산에 너무 다니지 마소.

   나 아이구. 나는 게을러서 산에 가뭄에 콩나듯이 가끔 한번씩 밖에 안다녀요. 몸이 약해지는것 같아 일주일에 한번씩 동네 뒷산이라도 갈라고 그런것도 작심삼일이당께요.

   ( )

  치밭목산장지기님 :   산에서 죽기 좋은 세종류 사람을 아시오?

  나 :   ! 모르것는디요. 갤챠주십시요?

  치밭목산장지기님 :   첫째무식한

                               둘째게으른 (! 이건 나다)

                               셋째까부는

    ( )

 

결론적으로 말허자먼 "머든지 적당헌게 좋다" 그말인갑는디 글쎄 나는 속세사람이라서 모르것다. 나는 좋은건 많아야 좋고 나쁜건 없어야 좋든디. 글먼 운동은 좋은 것일까? 나쁜것일까? 이것도 사람따라 다를랑가?

 

 

베낭무게는 나의 업보의 무게라고?

 

사람따라 다르것지만 산에 가는 스타일도 가지가지다.

나는 유독 겁이 많다. 그래서 가기전에 별걱정을 다한다. 만약 가다가 넘어져서 다리라도 부러지면 어떡허냐? 날이 갑자기 억수로 추워져불먼 어떡허냐? 눈이 갑자기 허벌나게 많이 와불먼 어떡허냐? 등등

그러다 보니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것들이 많아져 베낭이 저절로 무거워진다. 게다가 겁이 많다 보니 술기운 빌릴일이 많아선지 또한 좋아한다. 이러다 보니 베낭이 무거워진다. 먹을 술은 지고 댕기야 아닌가?

더군다나 산밑 세상에서부터 억수로 짠돌이라 산에 가서 돈쓰는건 죽기보다 싫다. 누구 표현대로라면 "산밑에서 새는 바가지 산에서도 안샌다" 이거다. 그러다 보니 짐이 무거워진다. 글고 보먼 베낭무게는 두려움과 욕심의 무게라고 하면 맞것다.

 

 

안죽는게 장땡이다?

 

글케 겁이 많다보니 혹시나 발목 삘까 걱정되서 발목 낮은 등산화는 신어본 적이 없다. 허긴 최근에 동네뒷산 댕기먼서 중등산화 신고 다니는 것이 어쩐지 닭잡는데 소잡는 쓰는 같아서 경등산화를 하나 샀는데 그냥 일상생활용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글다보니 항상 마음에 의문이 하나 떠오른다. 산에 가지? 안죽을라먼 가장 안전한 곳에 가만 있는게 장땡이지 헐라고 산에 가냐? 그렇게 따지면 히말라야 등정을 하는 사람들은 뭐땜시 거길 오르는 걸까?

결국은 원하는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 사이의 절충 아닐까 허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어느 정도가 알맞게 마신 정도냐?

 

베낭무게를 줄일라고 궁리궁리 끝에 30 짜리 소주를 사서 21 짜리 중간크기 패트병에다하루저녁에 한병씩해서 세병을 담았다. 글고 비상용 40 짜리 비상용 브랜디와, 혹시나 배가 아프거나, 아주 긴급히 술이 마시고 싶을 한잔할 매실주 담근걸 200미리짜리 아주 작은 소주병에 각각 하나씩 담았다.

문제는 노고단대피소부터 시작되었다. 어울려서 고기굽고 이야기 하다보니 술이 부족한거다. "인물좋다" "영화배우같다" "최재성 닮았다" 이런말에 담날 먹을 소주 한병을 꺼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도 나머지 한병은 절대 놓지 않았다. 어떤 감언이설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치밭목산장지기님의 말씀 한마디를 간단히 요약정리허자면 "댕길때 쳐묵지 마라. 특히 겨울엔 가는 수가 있다. 아니 구조요원들 고생시킨다. 정묵을라먼 저녁에 숙소잡고 조금만 묵어라"

 

 

기쁘냐? 나는 아프다.

 

사랑하는 이가 기쁘면 또한 기쁘다. 하지만 그의 기쁨이 나의 아픔이 경우에는 문제가 약간 복잡해진다.

해지는 노고단정상의 풍경이, 눈내리는 삼도봉의 전경이, 상고대 가득한 형제봉의 풍경에 동행이 만족스러워하면 또한 만족스럽다. 제석, 천왕, 중봉에서 동행이 힘들어하면 또한 마음이 언짢다. 천왕봉을 혼자서 힘들게 오르면 더욱 감격스러울 것이라는 이런 판단들은 옳은 것일까? 나중에 판단을 엄청 후회했다. 도와줘서 쉽게 오르게 아이젠이라도 챙겨주고 올걸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의 취향과 즐거움을 결정할 없다는 것이다. 단지 물어보거나 추측할 있을 뿐이다.

 

 

사랑해서 결혼한다?

 

영등포역에서부터 만난 연세가 58세이신 대한항공 기장님을 먹는 , 자는 곳에서마다 만났다. 인연도 대단하다. 정말 자기관리가 철저하신 분이신 같다. 멀고 쉽지 않은 겨울철 지리산 오리지날 화대종주를 혼자서 해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 치밭목에서 그분과 우문현답이 있었다.

  - 산에 오세요?

  - 좋으니까 오지. 젊은 연인이 결혼하는데 결혼하냐고 하면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 결혼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거기서 가슴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빙빙돌았다. 사랑하죠?

 

 

책에 나온다고 맞냐?

 

동료에게 자주 들은 말중에 "나란놈은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책을 통해서 것을 전부라고 생각허는 책속 인물"이라 했다.

화엄사서 코재가는 길에 차림새가 멋진 총각하나를 만났다. 산행이란다. 지리산종주를 할거란다. 그란데 책에서 화엄사에서 백무동 가는 것이 지리산 종주라고 읽은 모양이다. 가을 모든 등산장비를 장만하고 출격을 지리산 종주로 잡았단다. 화엄사서 대원사가 오리지날 지리종주라고 했더니 결국 친구도 대원사 매표소서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마산 총각도 산행치고는 정말 대단했다.  

어쨋건 글고 보먼 책에 나온다고 맞는 아닌갑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하도 타고난 것만 믿고 몸관리를 안한 덕분에 체력이 많이 부실해졌다. 물론 나이가 탓도 있겠지만. 헬스클럽을 삼개월 끊어서 두달 운동을 하고 후론 다시 근육이 조금 붙어서 이십키로 정도 베낭메고 삼일 꼬박 걷는 것에는 별로 걱정이 없었다. 단지 이것이 올겨울 계획한 마지막 산행이기에 약간 두렵고 심사가 복잡했다. 이번 산행이 끝나면 다시는 즐거운 산행이 없을 같은 느낌이랄까.

겨울 일박산행은 함백태백으로 시작해서 덕유, 계방, 오대, 소백을 거쳐 지리로 마무리 하게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머땜시 지리산에?

 

지리산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그저 아무 말없이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한마디 주고 받기도 하고. 같은 술을 나눠 마시기도 하고모두들 지리산을 찾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친구가 사탕 사준다고 해서 가출했다는 학생이야기를 들었었다. 사탕이 뭐라고? 허지만  학생에게는 엄청난 유혹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쨋건 산행은 나에게 하나의 유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