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지리산종주 !!!!!

   

     보수한운인취림(步遂閒雲人翠林)

           송풍간수세진금(松風澗水洗塵襟)

                 유유부세무지기(悠悠浮世無知己)

                       지유산금해아심(只有山禽解我心)

      걸음걸음 구름 따라 숲속으로 들어오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세상 사람들 누가 나를 알아주랴

                        오르지 산새만이 내 마음 알아주리.

                                                <<유창(劉敞)이라는 옛 시인의 시>>


 

  지루하던 장마 비는

  어느덧 꿈인 듯 사라지고 뜨거운 땡볕만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이

  연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30도를 훌쩍 넘기며 침실까지 찾아와

  온 세상 사람들을 맥없이 만드는구나.


 

  꿈속에서만 간직하고 그리던 지리산 종주계획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실행에 옮기고자

   

  평소 이용하던 내 고향 청주의 북문웰빙산악회에서

  마침 남원 땅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산장까지 등정한 후

  원점회귀산행을 한다기에


 

  2006년 8월 첫째주 토요일

  이른 새벽 3시가 조금 지났을까 떠진 눈은

  들뜬 마음에 좀처럼 감기지 않고 온몸을 뒤척이다가

  4:30분쯤 거실로 나와 T,V 채널을 돌려보지만 그저 그렇기에

  배낭이나 일찍 정리한다고

  허둥대는 바람에 새벽잠이 많은 아내까지 잠을 설치게 만들어 것만

  출발하기 5분전에 겨우 약속장소(청주체육관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는 보이지 않고 산악회장을 비롯한 몇 분 만이 눈에 띈다.

  알고 보니 버스기사와 연락이 잘 안되어 7시30분에 출발한단다.


 

  난 수양이 들 된 관계로 30분이라면 이렇게 바쁘게 나오지 않아도

  되는 건데 하고 약간은 마음속으로 약이 오른다.


 

  동행할 분들이 다 오셨는지 7시20분이 조금 지나니 청주를 출발한다.   

  청주를 떠난 버스는 3시간만인 10:20분에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한다.


 

  무박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작년에 발이 탈도 나섰고 여름산행이라 잘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되고

  거기에 한신계곡 산행은 처음인지라.

  가슴속 깊은 곳에서 가고픈 마음이 용솟음치고(천왕봉은 올라보았기에)

  또한 동행키로 한 부부께서 강력히 주장하기에 못이기는 척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해발1915M)을 빼먹은 체

  세석산장에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이빨 빠진 종주산행을 결심하고 10:30분경 매표소를 통과한 일행은

  젊은 산 벗(우리들의 도우미 전속사진사)께 부탁하여 종주산행을

  기원하는 기념사진까지 한 장 찍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신계곡을 지나는 길은 산이 깊은 탓에 연신 시원스럽게

  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뜨거운 날씨 탓인지 숨은 콱콱 막혀오고

  눈은 뜨지도 못하도록 땀으로 범벅이 된다.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옛 시인의 싯귀절을 마음속으로 응얼거리며 30여분을 걸었을까

  몸도 어느 듯 산기운에 순응이 되는지 처음보단 훨나게 개운해진다.


 

  시시청수청불염(時時聽水聽不厭) 성색중간호양념(聲色中間好養恬)이라!

  때때로 물소리는 들어도 싫지 않으니,

                          소리와 빛깔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곡을 따라 걸으면 걸을수록 다리가 힘이 솟는 듯 한결 사푼사푼

  해진다.


 

  1시간여를 걸었을까

  계곡을 건너 산과 산을 잇는 반대쪽으로 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그 곳에선 젊은 친구 둘이서 왕성한 혈기를 자랑이라도 하 듯

  3~4M 다리 밑 계곡물로 뛰어내린다.


 

  그 아래 용소(목욕소)에선 아리따운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행복에 겨운 듯 물장구를 치며 노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동행한 우리일행도 잠시 짬을 내어 쉬어가기로 하고 처음으로 물속에

  발을 담근다.        

  

  아리따운 여성에게 산행일정을 물어 본다.

  이틀 전에 성삼제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천왕봉까지 등정코자 했으나

  발이 탈이 나는 바람에 천왕봉을 올라보지 못하고

  세석산장에서 쉬었다가 아침 일찍 내려오는 길에 물이 너무 좋아

  물놀이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단다.


 

  우리가 계획한 산행코스를 반대쪽에서 짚어온 것이기에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덕담과 산행에 따른 정보 등을 나누고 좋은 산행 되라는

  인사를 끝으로 또다시 산행 길에 오른다.


 

  갈수록 산이 깊어지는 관계로 처음시작 할 때 보단 시원한 기운이

  온몸에 느껴진다.

  남들은 뜨거운 여름에 무슨 산이냐고 반문을 하지만

  산을 즐겨 찾는 산객들이야 이러한 시원함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찾고 또 찾아 자연을 벗 삼으며 뒹굴다 가면 그만이지

  오길 잘했어!!!! 서로 자화자찬들이다......

  역시 여름엔 계곡산행이 최고야!!!!!


 

  계곡물소리를 벗 삼아 콧노래를 부르며 가다 쉬다를 거듭하며

  배가 고프면  떡에 초코렛을 먹고 양파쥬스로 목을 축이며

  출발한지 2:30여분만인 오후1시50분에

  오늘의 1차 목적지인 세석산장에 도착하였다.


 

  세석산장에 도착한 일행은 주-욱 둘러앉아 각자 싸온 밥과 반찬

  그리고 떡 뿌스러기까지 펼쳐 놓고

  거기에 종씨동생께서 준비한 매실주를 나누며 오늘 종주를 하겠다고

  나서는 우리부부와 산 벗 부부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해준다.


 

  이 곳 에서 함께한 조모여사께선 분위기에 취했나, 산에 취했나

  갑자기 우릴 따라 지리산종주에 동행하겠다고 따라 나서겠단다.

  

  그리하여

  졸지에 지원군까지 한분 더 얻어 5명이 함께 하기로 하고

  이곳에서 동행했던 여러 산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오후2:30분에 세석산장을 출발하여 벽소령으로 향하자

  출발한지 30여분도 되지 않아 갑자기 하늘이 노했나.

  우랑탕탕 쾅쾅쾅.......

  연신 폭발음을 내며 소나기라도 곧 쏟을 듯 잔득 겁을 준다.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며칠간 파란 하늘에 땡볕이라 비가 쏟아질 것은

  생각 자체도 안했기에 우비는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하늘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계속되는 쿵쾅 소리에 애간장은 타고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지기는

  쏟아질 것인데

  조금만 참아주면 좋겠다 생각하며 영선봉을 거쳐 칠선봉까지

  가까스로 지나치는 듯하자 빗방울이 우두둑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빗방울도 굵지 않고 숲이 너무 좋아

  빗방울이 나뭇잎을 통과하여 떨어지기 때문에 옷은 별로 젖지 않는다.

  가는 동안 천둥소리는 계속하여 요란스럽고 번개는 번쩍거리며

  겁을 주지만 소리에 비해 빗방울은 가늘게 대충 대충 떨어져

  옷은 흠뻑 젖을 정도는 아닌 것이 복이라면 복이다 생각된다.


 

  빗방울을 피하여 서두른 탓에 선비샘을 통과 하면서도 물 한 모금할

  여유도 없이 세석산장을 떠난지 3시간이 조금지난 오후 5:40분에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니 많은 인파로 넘쳐 난다.

  거창군에서 오셨다는 부부산객에게 인사를 건네니 대뜸 세석 쪽에서

  오는 길목은 비가 안 왔는가 보네요? 하고 반문한다.

  뱀사골 쪽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고 말씀하신다, 아시다 시피 우린

  우비도 안 입었지만 옷도 별로 젖지 않고 등산화도 깨끗하지 않느냐고

  반문해준다.


 

  10여분정도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마치고 연하천대피소(약3.6KM)까지

  가기로 결정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연하천으로 가는 길목은 비도 그치고 출발한지 30여분이 지나자

  서서히 산 전체를 어두컴컴하게 감싸던 구름도 서서히 거치며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을 하나 둘 드러내주기 시작하였다.


 

  엄청나게 뻗어 있는 산!!!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니 온 천지가 산인 듯싶다.....

  거기에 하늘엔 어느새 반달까지 높이 떠 산행의 고단함을 달래주니

  우리일행은 한층 기운이 쏟는 듯 발걸음을 재촉한다.


 

  엄청난 태산준령의 고개를 넘고 넘어 오늘 하루 유(遊)하고자 하는

  연하천대피소에 밤 8시가 다되어 도착한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는 적은데 사람은 어떻게 많은지

  방은 고사하고 마당 한쪽 켠을 잡기도 곤란할 정도다.

  시간이 늦은 관계로 뱃속도 허전하고 일행은 라면에 찬밥 덩어리를

  마러 먹기로 하고 우선 배낭을 내려놓는다.

  매점에서 라면 7개를 사서 3개는 오늘저녁

  4개는 내일 아침에 끄려 먹기로 한다.

  펄펄 끊는 물에 라면을 넣고 먹다 남은 배추김치까지 몽땅 넣는다.

  허기가 져서 그런지 오늘따라 라면국물에 마러 먹는 밥의 맛이란

  한마디로 죽긴다 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된다.


 

  저녁까지 해결을 했으니 잠자리가 걱정이 된다. 내 생각 같으면

  그냥 한 두어 시간 쉬었다가 노고단(성삼재주차장)까지 갔으면 좋으련만

  여성동지들께서 죽어도 못 가신단다.

         

  저녁은 잘 먹었고 구석구석을 살피던 중 창고 같은 곳이 보이길래

  가보았더니 취사장인데 바닥에 여러 팀이 자리를 깔고 잠을 주무시려고

  누워계신다.


 

  마음 좋아 보이는 아저씨께 여기서 자려면 어떻게 해야되는냐고 슬쩍

  물어본다(아저씨는 얼마나 고단하신지 코피까지 흘리면서 지리산을

  두루 섭렵하시는 분임⇒충남 아산에서 왔다함).

  아저씨께서 그럭저럭 자세히 알려주시기에


 

  주인장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말씀을 드린 끝에

  주인장께서 좁디좁은 취사장 바닥을 정리 정돈하여

  우리일행의 잠자리를 마련해주신다(무척 고맙다는 말씀 밖에).


 

  빕디 비좁은 취사장 바닥이지만 이곳이 호텔방보다도 더 근사하고

  아늑하다는 생각이 든다(바로 이 순간만은 !!!).


 

  꼼짝없이 밖에서 이불도 없이 땅바닥에 앉아서

  밤을 세워야 했을 것인데 하고 생각을 해보니........

  이곳이 지상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바닥에 누워 자리를 양보해주신 맘씨 착한 아저씨(띠동갑),

  그와 동행하는 정유생 동갑내기 아줌씨의 산행이야기 및 자문을 듣는다.


 

  우리에게 아줌씨께서는 연하천에서 출발하면 시간적인 여유 있으니까,

  그러고 어짜피 구례역에서 기차를 타고 청주를 가신다면

  기왕에 온 거 화엄사 쪽으로 하산하라고 극구 권하신다.


 

  화엄사 쪽은 내리막길이며 흙길로 길이 넓고 숲도 좋아 너무너무

  좋다고 하신다,

  어짜피 천왕봉도 들리지 못하고 왔기에 화엄사로 내려가 보자고

  다짐하며 잠자리를 청한다.


 

  잠자리를 청해 보지만 왜 그렇게 추운지 발이 시리고

  허리, 어깨가 결려 도무지 잠은 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벗었던 등산화를 신고 누우니 조금 난 것 같다.

  옆에 있는 동료 산 벗께서도 추운지 도무지 잠을 청하지 못하고

  일어나 나무토막 의자에 가 앉는다.

  11시 12시가지나 겨우 깜빡 잠이 들어었나 하두 춥고 어깨가 결려

  눈을 뜨니 1시가 조금 넘었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고 해서 밖으로 나가니,

  마당엔 발 딛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비니루 등을

  바닥에 깔고 덮고 잠을 청한다.


 

  하늘을 처다 보니 하늘에 왠 별이 그리 많은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온 천지가 초롱초롱한 별들뿐이다.

  내 어렸을 적(60년 후반쯤) 여름 밤 마당에 모깃불 놓아놓고

  멍석깔고 할머니 무릎에 누워 찐 옥수수 먹으며

  보았던 반짝 빤짝 빛나며 초롱초롱한 그별을 연하천 대피소에서

  40여년 만에 볼 줄이야 누가 알아 쓰랴......


 

  안으로 들어가니 일행들도 추워서 뜬눈을 밤을 지샜는지

  모두가 앉아 있다.


 

  차라리 추운데 라면이나 끄려먹고 일찍 떠나자 하고

  라면에 햇밥 그리고 먹다 남은 신김치까지 몽땅 넣고 라면아닌

  죽을 끄려 먹으니 속이 더워지며 살 것 같다.

    

  새벽2시40분 일행은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어두컴컴하여 사람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여 등산로를 살핀다.

  이정표를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기에 어제 올라왔던 길을 따라 내려가며

  살펴도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잘못 내려 왔구나 생각하고

  다시 등산로를 살펴야 되겠구나, 연하천 대피소까지 돌아와 살펴보니


 

  이정표 밑엔 산객들이 고단 한 듯 잠을 자고 있고,

  이정표엔 옷가지를 말리려는 듯 잔뜩 걸어나 글씨가 보일 듯 말 듯하다.

  내려가던 길로 다시 내려가 일행을 불러올리니

  20여분 후딱 지나가 버렸다.


 

  3시가 다되어 정상적으로 노고단 가는 산행 길에 접어들었다.

  야간산행 시 늘 느끼는 일이지만 여름엔 오히려 한 낮에 걷는 것보다

  힘도 들고 오늘같이 운 좋게 초롱초롱한 별 빛을 받으며 걸으니

  한층 기분이 상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운 산길을 얼마를 걸었나 약 1시간정도 걸었을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불빛이 보인다 대피소를 떠난 후 처음 만나는 산객이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안녕하십니까? 야밤에 대단하십니다.....

  하며 인사를 나누니,

  옆자리에서 주무신 마음씨 착한 띠동갑 아저씨 일행일 줄이야!!!!

  20여분 허둥대는 동안 앞서서 산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 곳부터 화개재 계단까지 오는 동안 뒤따르며 동행했다.


 

  5:20분에 화개재 계단에 도착한 일행은 10분간 휴식을 하기로 하고

  나무의자에 등을 깔고 드러눕는다.

  난 피곤한 몸을 풀기위해 스트래칭을 하고 물구나무서기로

  2차례에 걸쳐 10여분을 버티니 몸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듯하다.

       

  조금 있으니 무박산행으로 천왕봉 가신다는 대전에서 오셨다는

  두 분이 와서 주린 배를 달래 듯 찐방을 드시며 먹어보라며

  권하신다,

  남의 식량을 빼앗아 먹는 것 같아 안 먹으려 하니

  구지 동료 산 벗과 나에게 하나씩 주신다.

  하는 수 없어 받아먹으니 새벽에 먹는 찐빵 맛도 달착지끈한게

  맛은 그만이다(아마도 그 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깃 들인 탓이리라).


 

  주무시는 여성동지 두 분을 깨워 삼도봉에 올라 해돋이를 보려고

  갈 길을 서두른다.

  하지만 600여개의 계단 탓인지 오르는 속도가 늦어 550여계단을

  오르는 중에 태양은 어느새 중천에 떠오른다.

  5분만 일찍 떠났어도 삼도봉 위에서 편안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 볼

  수 가 있었을 텐데 하는 여운이 남는다.


 

  삼도봉에 올라 한 달 전에 올라 월드컵 4강을 기원하며

  삼도(전라남북도, 경상남도)를 향하여 만세 3창씩 외쳤던 일을 생각한다.

   

  삼도봉에 올라 지나온, 갈 길을 짚어보며 저기는 천왕봉(비록 안같지만)

  앞에 보이는 곳은 토끼봉, 옆에는 반야봉, 저멀리 보이는 곳은 노고단 등.


 

  화개재 부터는 아무래도 한 달 전에 걸었던 길이라

  한결 정감이 가고 수월 한 듯하다.

  노루목을 지나 임걸령 샘터에 도착한 일행은 시원한 물로 목도 축이고

  고양이 세수도 하고 여성동지들은 구루무까지 찍어 발르며

  한층 여유를 부린다.


 

  임걸령 샘터를 출발하여 1시간여를 걸었을까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구름이 수를 놓아 말로만 듯 던 지리산의 운해를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이 지리산의 그 유명한 운해로 군아.

  난 글이 짧아 무어라 더 표현을 못하겠고.


 

  여기서 옛시인의 글을 빌으면

     백운운리청산중(白雲雲裡靑山重) 청산산중백운다(靑山山中白雲多)

     일여운산장작반(日與雲山長作伴) 안신무처불위가(安身無處不爲家)

     흰 구름 가에는 푸른 산이 이어져 있고

                        푸른 산 속에는 흰 구름도 많다.

     날마다 산과 구름을 벗하고 지내니

                        몸이 편안해 어딘들 네 집이 아니랴

         

  별 빛을 길라잡이로 여기며 숲을 친구 삼아 그럭저럭

  6시간여만 인 아침 9시에 노고단(노고할매)까지 당도하니

  나뿐이 아닌 일행 모두는 마음에 욕심이 생기는 듯

  내 친 김에 서방질까지 한다고

  화엄사까지 내려 가보자고 무언의 합의를 본다.


 

  성삼재 주차장 가는 길목에 화업사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와 안내문을 살펴보니 대충 화엄사 가는 길목은 경사도가 심하고

  너덜지대(돌계단 및 돌 투성이 길)로 이어져 관절이 좋지 못한

  허약 체질 등산객은 이용을 삼가 해 달라는 요주의 문구가 표시돼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난 동료 산 벗에게 5KM가 넘는 길이 모두

  그럴라고 하며 가봅시다.

  하고 내려서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500여M를 내려갔을까?

  올라오다 심이 드는지 쉬고 있는 산객에게 물어본다.

  이런 너덜지대가

  얼마나 계속 됩니까 하고 물어보니 한 2KM정도 계속된단다.


 

  그래도 내려온 게 있는데 죽기 아니면 가무러치기지 하면서

  강행을 했다.


 

       지족상족(知足常足) 종신부욕(終身不辱)

               지지상지(知止常止) 종신무치(終身無恥)

        넉넉함을 알고 항상 넉넉하게 살면

                      죽을 때까지 욕됨이 없을 것이고

        그침을 알고 항상 그칠 줄 알면

                      죽을 때까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다. 하였거늘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다 물집이 생겼나 발은 화끈거리고.

  죽기 살기로 이를 악물고 내려가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성동지들은 쉬어 가자고 날리고

  한 2KM정도 내려 왔을까 아닌게 아니라 흙길이 보인다.

  이젠 끝나구나 하고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불과 30여M를 내려오니 또 시작

  내려오면서 어제저녁 동갑네기라던 아줌씨가 극구 권했던 화엄사 길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권했을까,

  아니면 지리산의 찬 맛을 한 번 맛보고 가라고 권했을까.

  올라오는 산객을 만날 때마다 물어본다,

  이런 너덜지대 어디까지 계속되는가 아니면 다른 길은 없는가 하고.

  어느 산객은 이 길이  지리산의 최고의 비단길이란다.

   심장병도 고친다나.

   계곡물은 계속 흐르고 있으나 등산로와는 거리가 있고 경사가 심헤

   발도 한 번 담그어 볼 생각조차 못한다.


 

   3KM이상을 내려와 겨우 발 담굴 곳을 찾아내려 갈 수 있었다.

   계곡가로 내려가니 골이 깊은 탓에 물 또한 맑고 깨끗하며

   목욕소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 놓아 피로를 확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여성동지들은 윗 탕에 남친들은 폭포아래에서 안마 써비스까지

   받으며 누적된 피로를 풀 수가 있었다.


 

   목욕재개까지 마치고 남은 햇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남은 힘을 다하여 나머지 2KM정도를 오후 1시가 다되어


 

   백무동에서 시작하여 세석산장을 거쳐 벽소령대피소⇒연하천대피소⇒

   화개재⇒삼도봉⇒노루목⇒임걸령⇒노고단⇒화엄사(華嚴寺)이르는

   약 34KM의 긴여정(약 산행시간 20시간 육박 쉬는 시간 포함)의

   이빨(알맹이가) 빠진 지리산 종주를 한명의 낙오자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2006.  8.  8,

                                         청주에서   촌(산)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