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 많다가 오랜만에 아침부터 맑은 날씨를 보이는 4월 19일(금요일), 오른쪽 어깨의 힘줄이 파열되어 한동안 고통을 겪다가 수술을 하고 회복기에 접어들어 가벼운 산행을 해 보려고 9시 45분경에 집을 나선다.

 무릎에 이어 어깨까지 다치고 나니 산행에 크나큰 회의를 느끼게 되어 거의 1년 가까이 산행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낮은 산의 가벼운 산행이나마 해 보고 바닷바람도 쐬어 보고 싶어서 긴 산책을 하는 가볍고 담담한 마음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홍대입구역에서 다시 공항철도로 갈아타서 운서역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 나오니 11시 30분경. 차도를 건너서 편의점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10분쯤 기다리니 매시 40분에 출발하는 221-1번 버스가 도착해서 10분 가까이 차도를 달려서 11시 50분경, 삼목선착장 앞에 닿는다.

 신도를 경유해서 장봉도까지 가는 배는 매시 10분에 출발하는데 삼목선착장에서 바로 앞에 신도의 구봉산이 바라보인다. 배는 12시 13분에 느지막히 출발하는데 10분 만에 신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을 빠져 나와서 바다를 보니 썰물 때지만 물이 조금씩 차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도를 따라 걷다보면 오른쪽에 농로가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망설이다가 한 무리의 산행객들이 농로를 따라 걷고 있어서 그 길로 접어들지만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산행객들은 차도로 직진하고 앞서 가던 산행객들은 이미 골목 안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차도는 다시 만나게 되어 결국 길을 멀리 돌아서 들머리에 닿게 되어 흙을 밟으며 산길을 오르는데 오랜만에 맡는 산의 풀 내음에 취해서 잠시 몰아의 지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헬리포트를 지나면 곧 세 갈래의 임도와 만나는 사거리에 닿게 되고 직진하면 임도는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포장이 되지 않은 오른쪽의 산길로 오르면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넓은 임도를 지루할 정도로 걷다가 구봉정에 닿게 된다.

 

배 위에서 바라본 신도 구봉산.

 

오늘 트래킹할 세 섬의 안내도.

 

바다와 개펄, 신도선착장.

 

차도 삼거리의 구봉산 들머리.

 

헬리포트.

 

완만한 산길.

 

삼거리.

 

진달래.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

 

 세 갈래의 임도가 나 있고 구봉산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있는 사거리인 이곳에서 빵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며 잠시 쉬고 나서 땅이 패인 곳에 나 있는 통나무다리를 건너서 능선으로 오른다.

 구봉산에서는 벚꽃은 볼 수 없고 군락지는 아니지만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보라색의 진달래가 참 곱다.

 짧은 바위지대를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에 닿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쌓다 만 돌탑과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두 번째 봉우리에 닿으며 여기서 3분 만에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178.4 미터의 구봉산 정상에 닿게 된다. 여기서 무심코 직진해서 내려서다가 제 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서 산불감시초소의 오른쪽에 나 있는 길을 확인하고 그 길로 내려서니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 닿아서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의 콘크리트 포장 임도로 내려가게 되는 것이다.

 

세 갈래의 임도와 구봉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 있는 사거리의 구봉정.

 

구봉정 앞에서 바라본 정경.

 

구봉정 앞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산길.

 

진달래가 곱게 핀 산길.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두 번째 봉우리.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구봉산 정상 - 해발 178.4 미터.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산길.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성지약수터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과 신시도연도교.

 

 만성 관절염을 앓는 무릎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내리막은 무척 아프고 더디다. 관절염도 심해질 때가 있고 가벼워질 때가 있는데 통증이 심할 때라서 성지약수터까지 내려가는 5분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느껴진다.

 성지약수터로 내려와서 나무벤치에 앉아 한참 쉬다가 일어서서 이 약수터의 물은 식수로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산행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마시지는 않고 땀에 젖은 얼굴만 씻고 나서 다시 산허리를 굽이굽이 도는 임도로 나아간다.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 직진하여 신시도연도교 쪽으로 향하면 커다란 물탱크가 설치돼 있는 곳을 지나고 시도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내리막길도 지나서 등산로 입구로 내려서게 된다. 그리고 해변의 차도에 닿아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연도교 쪽으로 걷는다. 썰물 때지만 물이 조금씩 차 오르고 있는 바다를 보면서 연도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어져 제방 위를 걸으면 논과 개펄 사이를 걷다가 넓은 염전을 지나치게 된다. 염전의 가장자리에는 하얀 소금기가 흙 위로 드러나 있는 게 보인다.

 

성지약수터.

 

진달래꽃밭.

 

길게 이어지는 임도.

 

임도의 끝에 다다르면 시도와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신시도연도교의 정경.

 

신시도연도교.

 

제방 위의 길.

 

염전.

 

 제방 위를 20분쯤 천천히 걸으니 제방을 벗어나서 왼쪽은 수기해변, 오른쪽은 개질이라는 방향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해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갈대밭을 지나서 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개펄을 보면서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해변을 걷게 된다. 바다 건너편의 마니산을 쳐다보면서 돌들과 바위들로 바닥이 울퉁불퉁한 해변을 조심스럽게 걷다보니 슬픈 연가 촬영지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그냥 직진해서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해안에 낮은 돌담을 만들어서 밀물 때에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갇혀서 잡히게 되는 독살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고 흰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는 수기해수욕장이 나온다. 여기서 계속해서 해변을 따라 전망대까지 가서 능선을 따라 산행하다가 모도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나 회복기의 체력이 허용하지 않아서 독살 안내판옆의 길로 올라 염전을 지나고 주택가를 지나서 고개를 넘어 모도로 향한다.

 시모도연도교를 건너서 왼쪽으로 꺾어져 걸으니 곧 여기서 조각공원까지 1.2 킬로미터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어림잡아서 왕복 36분 거리다. 시계를 보니 16시 50분인데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18시 30분발 막배를 타려면 모도쉼터의 버스 종점에서 17시 40분발 마을버스를 타야 하니 시간이 5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모도의 명물인 조각공원을 구경하고 사진으로 담아 오고 싶은 욕심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아픈 무릎으로 조각공원 앞까지 걸어갔지만 10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으로는 제대로 구경할 수도 없을 듯해서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다시 마을버스의 종점인 모도쉼터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다시 모도쉼터로 돌아오니 17시 30분경.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산행객 몇 사람은 아마 10분 이상 늦게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이미 떠났는지 아무도 없고 해가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기울어가니 오슬오슬 추워진다. 옷깃을 여미고 17시 40분이 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조금 멀리 떨어진 민가에 나타난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려다가 갑자기 버스가 오면 놓치게 될 것 같아서 기다리니 17시 48분경에 시모도연도교를 건너온 버스가 종점에 도착한다. 현금 1천원을 버스 요금으로 내고 19분 만에 신도 선착장에 도착해서 왕복 승선료 4천원을 내고 18시 30분발 막배를 기다렸다가 탄다.

 삼목선착장에서 내려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이미 대기하고 있던 버스는 18시 50분이 되자 출발한다. 운서역에서 내려서 전철을 타고 귀가한다.

 오늘의 산행은 10개월 만에 간 산행이었지만 덤덤한 마음으로 해변 트래킹을 겸한, 비교적 짧고 가벼운 걸음을 했다. 그러나 수술 후의 회복기라서 이런 산행도 현재의 자신에게는 피로하고 부담스러운 것이었고 앞으로는 나이와 신체 상태를 생각해서 가급적 산행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가벼운 산행만 해서, 건강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건강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겠다고 내심 다짐해 본다.

  

호젓한 해변.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는 해변.

 

바다 건너편의 마니산.

 

조류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독살.

 

수기해수욕장.

 

시모도연도교.

 

조각공원 앞까지 걸어갔다가 18시 30분발 막배를 타기 위해서 조각공원을 구경하지 못하고 17시 40분발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되돌아온 모도쉼터의 버스 종점.

 

오늘의 산행로 - 검은 색 선은 왕복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