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충격적인 산행을 한 광양 쫓비산, 갈미봉, 매봉코스

산행일 : 2006. 2. 28(화). 흐리고 눈 그리고 비

같이 간 사람들 :  삼인산님내외분과 함께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청매실농원 (11:15)

  ☞ 매실농원 뒤 왼쪽능선 (11:35)

  ☞ 전망 좋은 무덤 (12:20~12:31)

  ☞ 쫓비산 (12:50~12:53. 537m)

  ☞ 물개바위 (14:15~14:17. 물개바위 前 능선에서 점심식사)

  ☞ 갈미봉 (14:22~14:25. 520m)

  ☞ 배딩이재 (14:40)

  ☞ 헬기장 (15:14~15:20. 약 515m)

  ☞ 매봉능선 삼거리 (16:13~16:15)

  ☞ 매봉 (16:20~16:24. 867m)

  ☞ 삼거리 (16:28)

  ☞ 들개 습격장소와 길 잃은 곳 (17:04~17:10)

  ☞ 계곡 길 (17:23)

  ☞ 죽천마을 (18:00)

총 산행시간 : 6 시간 45분

산행지도

매봉에서 자주색선으로된 코스로 내려갔어야하는데 나침반을 보지 않는 실수를 하여 북동쪽 능선으로 내려가서 잠깐동안이나마 길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가게된다.
 

산행기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잔뜩 꽃망울을 머금은 것이 다음주부터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실농원 장독대 앞에서는 예쁘게 생긴 하얀 발바리 한 마리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왼쪽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사자 같은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사정없이 짖어대고 있다. 밤나무 과수원사이의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리본이 계속 매달려있어서 길 잃은 염려는 없지만 묵은 길이라 주의 깊게 살피며 길을 따라가야 한다. 발바리는 계속 우리와 같이 능선을 탄다. 태백산에서의 쭈쭈 생각에 아마 이 개도 끝까지 산행을 같이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청매실 농원의 청매. 다음주부터 피기 시작할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저 항아리들에 할미꽃이 심어져 있었는데...

 

 

                                            홍매화, 며칠 후면 개화할것으로 보인다.

 

  청매실 농원의 매실 장독대

 

  매실 항아리

 

  아까부터 저 발바리가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어슬렁 거리고 있다.

 

왼쪽 산책로로 올라가면 송아지만한 맹견 두 마리가 엄청난 소리로 짖어댄다. 쇠줄이 굉장히 튼튼해보이긴 하지만 워낙 힘이 좋은 놈들이라서 줄을 뽑고 달려들것만같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나간다.

  밤나무과수원에서 뒤돌아본 섬진강

 

               작년 가을에 따지 않은 엄청난 양의 밤들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다.

 


  조금만 따라오다 내려갈줄 알았지만... (매실농원 위 밤나무과수원을 지나면서...)

 

  울창한 숲 속, 컴컴하고 희미한 능선 길은 조망이 전혀 되질 않아 지루하기 짝이 없다.

삼거리가 나오면서 길은 넓어지고 뚜렷해진다. 섬진강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무덤에 도착하니 독수리 두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호남정맥 끝자락이라 길은 좋지만 잡목 때문에 매봉까지 가는 동안 조망은 별로다. 간간히 섬진강과 억불봉이 보일뿐이다.

        

산행로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영지버섯

  

 전망좋은 무덤 위를 맴도는 독수리 (줌 촬영)

  

 

              유명한 하동 백사장과 송림(왼쪽 다리 위)이 보이고, 멀리 금오산도 보인다. (전망좋은 무덤에서)
 

  쫓비산에 올라 한참을 가다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점심을 먹는다. 발바리에게도 삼인산님이 보온도시락 뚜껑에 음식을 담아 놓아주니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던 녀석이 어느 순간에 먹어치웠는지 음식이 보이질 않는다.

갈비봉을 내려서면서부터는 급경사를 한참이나 내려간다.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작은 봉우리를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매봉 동쪽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오르면 매봉을 거쳐 백운산 상봉에 이르는 길이요, 오른쪽 능선 하산 길은 고사리로 내려가는 길이다. 배낭을 나무에 걸어놓고 삼인산님과 같이 맨손으로 매봉을 올라간다. 매봉 바로 전에는 눈이 1m가량이나 녹지도 않고 쌓여있다.

      

쫓비산 정상

  

산행 중 내내 왼쪽에 간간히 보이는 억불봉. 잡목때문에 보기가 힘들다.

  

섬진강 건너 보이는 구재봉(왼쪽 뒷산.768m)과 분지봉(오른쪽 앞산)

  

터지기 직전의 생강나무꽃

  

물개바위 (?)

갈미봉 정상

  

소나무 가지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

  

                                             매봉과 고사리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
 

  매봉은 넓은 헬기장이고 정상석은 없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쟈스민님과 합류하여 본격적인 하산을 한다. 두 번째 봉우리에선가 갑자기 표지기가 보이질 않고 길도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길이 있으니 그 길을 따라 급경사 능선길을 내려간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 같다. 그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약간만 돌아가면 고사리 구성말(다압중앙초교)로 내려가는 능선길인데, 북동쪽 능선길로 계속 내려간 것이다. 나침반을 한 번만 봤어도 길을 잘못 들지는 않았을 것인데, 남동쪽 능선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말이다. 눈이 쌓여서 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려고 표지기도 보이지 않았나보다.

      

매봉의 삼인산님과 순한 백구(발바리)

  

매봉 주변은 눈이 1m가량이나 녹지 않고 쌓여있다.

  

                                                                 춘설 (春雪)
 

  급경사, 눈길, 빙판길을 내려서니 경사가 완만한 능선 위(해발 약 700여m로 추정)에 제법 큰 짐승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있다. 이상하다. 발바리는 분명 내 뒤에만 따라왔는데…….

“형님! 방금 전에 큰 짐승이 우리 앞을 지나갔네요.”

“그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고함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송아지 만한 들개 두 마리(그레이하운드와 셰퍼드의 중간모습으로 털 색깔은 누르스름한 바탕에 호랑이 무늬처럼 검은 털이 옆으로 길죽길죽하게 얼룩무늬처럼 많이 있었음. 덩치가 진짜 큰 송아지 만하여 우리도 겁을 먹었을 정도였음)의 습격을 받아 발바리는 혼비백산하여 능선을 타고 위로 도망가 버렸고(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사진 찍을 겨를도 없었음), 우리가 소리를 지르며 개들을 쫓자, 한 마리는 능선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계곡으로 내려갔으며, 다른 한 마리는 능선 위로 도망가는 발바리 쪽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쫓아 올라가 세 마리 모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우린 발바리를 애타게 부르면서 기다리다 지쳐 하는 수 없이 하산을 하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발바리가 무사하기만을 기원하는 일 밖에 없었다.

     

                     들개들의 습격현장. 어지러운 발자국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개들이 사라진 능선 위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계신 쟈스민님은 얼마나 놀라셨을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조금 더 내려가니 능선이 갈라진다. 왼쪽능선으로 내려가 보니 길이 없다. 오른쪽 능선엔 희미하게 길이 있는것도 같아 나침반을 보니 정서쪽이다. 나침반만 믿고 무조건 이 능선을 타고 급경사를 내려가는데, 저 아래 계곡 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형님! 사람소리 안 들립니까?”

“그러게요. 사람소리 맞구만. 야호!”

계곡 쪽에서 곧바로 답이 온다.

“길 잃으셨습니까?”

“네에~~.”

“저희 소리 나는 곳으로 무조건 내려오세요.”

능선에서 오른쪽 대각선으로 치고 내려가니 중년의 부부가 우릴 맞는다.

“약초 캐는 분들이세요?”

“아니요. 등산객입니다. 청매실농원에서부터 쫓비산, 갈미봉, 어쩌고저쩌고…….”

장화를 신은 그들 부부는 우리의 산행코스를 듣고 약간 놀라는 기색이다.

  그들은 고로쇠수액을 채취하러온 마을주민이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조금 더 헤매였을텐데,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나야 이런 일을 하도 많이 겪어놔서 별 두려움은 없었지만 삼인산형님 부부는 무척이나 당황하였을 것이다.

그들 부부의 도움으로 그들을 따라 무사히 하산한 마을은 예정된 날머리에서 3km나 북쪽에 위치한 죽천마을이었다. 눈은 비로 바뀌기 시작한다.


   고로쇠수액을 채취하시는 마을주민덕분에 길을 찾아 뒤따라 내려간다.

 

  시멘트 임도를 터덜터덜 내려가는데, 아까 그 부부가 트럭을 몰고 내려오면서 우릴 태워준다. 덕분에 우리 세 사람은 트럭 뒤 짐칸에 앉아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차가 세워진 다압중앙초등학교까지 갈 수 있었다.

헌데 그 부부는 우릴 내려주더니 차를 돌려 다시 당신네 마을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비를 맞고 내려가는 우리들이 안타까웠는지 일부러 다압초등학교까지 태워다준것이다.

세상에는 참 고마운 분들도 많다.

     

죽천마을의 우중매 (雨中梅)

  

                                   고로쇠부부의 배려로 그분들의 트럭을 타고 다압초등학교로...
 

  잡목 때문에 조망이 거의 없고 지루한 능선코스라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봄철 진달래는 지천에 필것으로 예상되어 진달래산행은 괜찮겠지만, 지도상으로만 본다면 서쪽으로 백운산 능선이 동으로는 섬진강과 지리산이 멋들어지게 보일법도 한데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