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산행 : 진해 천자봉-수리봉-시루봉

 

 

 

 

                    코스 : 진해 대발령 고개 - 천자봉 정상 - 수리봉 정상 - 바람재 - 시루봉 정상 -

                              바람재 - 자은초등학교

 

 

                               거리 : 대발령 - 천자봉 : 2.2 Km

                                    천자봉 - 시루봉 : 2.5 Km

                                    시루봉 - 바람재 : 0.6 Km

                                    바람재 - 자은초 : 2.1 Km

 

 

                    2006년   1월  1일

 

                    혼자산행

               

 

 

 

 

 

 

                   < 산행 들머리에서 >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일텐데 정초에 굳이 예비산행을 할 필요가 있나.

 

               P 선배님이 만류하셨지만,  들날머리에 몇가지 체크할 사항도 있고, 기왕 산에 가는 것,

               연 2 주 같은 산이면 어떻랴 싶어 10 시에 느긋하게 출발하였다. 단체의 역량을 고려해

               산행코스를 짧게 잡았지만 짧은 시간에 혹 힘들지 않을까 우려도 되는 바였고.....

 

 

               입구에는 산불감시원이 지키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왼켠의 가파른 곳에 초소를 두고 옹

               색하게 자리 잡았는데, 금년에는 낮은 쪽 공터에 제법 위세를 갖추고 입산자 명단도 틀림

               없이 챙긴다.

 

 

               - 통털어 세군데 밖에 입산허가가 나질 않어. 부산사람들은 죄다 이리로 오르더라구.....

               진해사람들은 안민고개나 자은동으로 가고.....

 

 

               도심지 뒷산에 어찌 허용된 들머리가 세군데 뿐일까만은, 그래도 주요한 요지에 배치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꺾을 수 없어, 크게 감탄사를 내며(이런 버릇은 나의 진솔

               한 습관이기도 하다.) 맞장구를 치고 다음 주에 다시 뵙겠노라 인사를 나누고 임도길을

               재촉하였다.

 

 

 

 

 

                    < 대발령은 어디인가? >

 

 

               대발령은 진해 주변의 산을 잇는 시작점과 종착점으로 삼을 만한 지형에 위치해 있다.

               대발령-천자봉-시루봉-불모산-용지봉-대암산-정병산 잇는 남북 종주코스도 괜찮고

               대발령-천자봉-시루봉- 안민고개-장복산 잇는 진해 시계 코스도 매력이 넘치는 코스다.

 

 

               대발령은 웅산과 시루봉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가 천자봉에서 힘껏 솟구친 다음

               바다로 내리는 산줄기의 마지막 고개다. 바다 앞에 203.7 봉이 있지만 대발령 고개에 4

               차선 대로가 지나가고 203.7 봉 쪽으로 "만남의 광장"이 드넓게 주차장과 광장으로 넓혀

               져 있다.

 

 

               바로 이 "만남의 광장"이 대발령 표지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차를 세우고 천자봉으로 오

               르는 입구로 건너갈려면 목숨의 1/5 은 내놓고 길을 건너야 한다. 건널목도 없는 커브길에

               다가 중간에는 중앙분리대용 막대기도 일렬로 세워 두었기 때문이다.

 

 

              "만남의 광장"은 누가 누구를 만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해 군항제를 비롯한 벚꽃놀

              이 관광객이 진해를 떠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널리 알려진 산행로

              을 위해서라면 부산방향에서 올때 좌회전 진입로나 신호대 있는 건널목 하나쯤 있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든다.

 

 

 

 

-웅동을 지나면 멀리 시루봉과 웅산이 보인다.-

 

 

 

               신항만과 녹산공업단지는 산업과 무역에 관한 약속의 땅이다.

               약속하여 일을 꽤하는 사람도 긴장하겠지만, "약속"을 언질 받은 사람에겐 장밋빛 희망과

               아울러 회색  불안감도 있을 뿐 아니라, 때론 황색 절망감조차 준비해야 하는 각오까지

               요구되는 수도 있다.

 

 

               절대로 이땅 이 민족만의 특징은 아니다. 어느나라 어느 사회라고 그런 일이 안벌어지겠

               냐마는 지역과 관련된 신항만의 명칭문제로 수 년간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걸 보면, "미

               래"에 관해 더해지는 불안감도 불안감이지만, 이런 명분싸움도 과연 다이내믹 코리아답다

               라는 생각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오래 전 진해의 산을 다닐 때는, 그 이름도 어려운 "여성토[餘成土]" 라고 팻말을 세워 쌓

               아둔 흙더미 사이의 좁은 왕복 2차로로 정말 어렵고 더딘 원정산행을 했다. 참으로 발전이

               란 이런 것이라는 격세지감을 느끼는 곳이 녹산-진해 구간이다.

 

 

               사정이 그러해서인지 이 "대발령"은 올 때마다  긴가민가하여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 코너를 돌면 다음 모퉁이가 대발령 산행 들머리라고 확실히 알게된 것은 불과 1년전의

               성과였다. 길 눈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이곳은 잦고 빈번한 공사가 행해지기 때문이

               기도 하다.

 

 

 

 

               시원한 도로를 굽이치며 달리다보면 해양공원길 입구(신호대 건너편 갈색표지)판이 보이는

               곳이 GS 칼텍스 주유소 사거리다. 길 끝의 산(203.7m)이 도로로 내려서는 곳이 대발령 즈음

               이다. 끝에서 휘어지는 커브가 마지막 커브. 

 

 

 

               그 커브를 돌면 다시 길이 휘어지는데 그냥 휘어돌면 산행 입구는 지나치게 된다.

               물론 지나쳐 어느 정도 진행 한 다음, 되돌아와 만남의 광장에 주차를 해보면 길건너의 입구

               는 또렷하다. 시외버스를 이용해 올 때는 대발령 만남의 광장에 하차를 부탁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시내서 택시로, 혹은 시내버스로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하면 되겠다.  

 

 

 

               다음 주 우리 단체는 이곳에 임시 정차를 안전하게 확보한 다음, 회원들을 내려둔 후 날머리

               인 자은초등교로 이동하게 해야겠다.

 

 

 

 

                    <산행의 시작>

 

 

 

                              -산행지도-

대발령에서는 단순하게 임도로 진행한다. A 지점은 첫번째 커브인데 이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 길은 콘크치트 뼈대만 남은 건물구조가 있는 곳인데 이쪽으로

진행하지 말고 윗쪽으로 비스듬히 오르는 길로 진행해야 한다.(아래 이은 사진)

 

 

 

B지점의 끝에서는 진해시를 조망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길끝으로 C 지점으로

질러가는 산길이 있으나 커브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C 지점에서도 모퉁이 끝에 산으로 직등하는 길이 있다. 이 길은 꽤나 경사가 급

하다. 임도길은 제법 길지만 주변경관이 좋아 차라리 흙먼지나는 산길보다 더

나은 측면이 있다.

 

 

마지막 커브인 D 지점은 갈림길이 보이고 벤치도 있다. 우측 자갈길로 가지말고

오름길인 임도(임도는 내내 시멘트길이다)로 가야한다.(아래 사진)

 

F 에 도달하면 목조 정자와 행사를 위한 넓고 유용한 광장이 펼쳐진다. (아래사진)

 

 

 

구글지도를 캡쳐하였다.

 

A :  대발령 만남의 광장

 B : 임도 오름길

 C : 천자봉 아래 안부

 D : 천자봉 

E : 시루봉 

F : 자은초등학교 인근

 

 

 

 

                    < 천자봉 정상에서 >

 

 

               공원 같은 안부에서 천자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상당한 비탈이다.

               몸이 무거워 서너번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날이 차거워도 눈맛이 시리도록 맑으면 바다를 바라보는 재미도 있을 텐데.....

               역광에다가 뿌연 대기가 시원찮은 조망을 펼친다.  

 

 

D 지점이 천자봉 정상 철탑 앞이다.

C 지점이 안부의 드넓은 평상(목판 무대)이며

B 지점이 대발령 고개 만남의 광장이다.

A 지점이 203.7 이다, 만약 대발령이 터널로

길을 냈다면, 우리는 A 지점을 너머 산행을

연장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되도록 터널공법으로 길을 낸다하니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실제로 A 지점 203.7 봉이 대한 호기심에

직접 가보았더니(재작년 여름) 아래와 같은

구조물이 정상에 있었고 동남방향으로는

조선소가 눈에 들어왔다.

 

 

 

               천자봉 정상에서 돌출 암봉인 수리봉 너머 시루봉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시루봉까지 보행거리 약 2.5 Km 이다.

               더멀리 송신탑이 보이는 불모산이 보이고 좌측으로 멀리 대암산도 보인다.

               불모산 대암산 지나 머나먼 여정을 걸을 때에는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비장한 생각에

               사로잡혔었는데 지금은 시루봉 까지만 간다고 생각하니 따뜻한 겨울 날씨에 졸음이

               올 지경이다. 그래도 산거북이가 꾸역꾸역 가야지 졸음에 겨워해서야 어디 어울리기

               나 할 것인가. 

 

 

 

               지난 여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싱그럽기 짝이 없는 아침이다.

               해뜬 직후라 동쪽에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천지에 가득했다.

               계절에 따른 산과 초목의 변신을 눈으로 비교해보는 느낌이 괜찮다.

 

 

 

-천자봉 정상에도 동편의 아침햇살이 가득하여 눈을 크게 뜰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여름, 진해 대발령 - 창원정병산 종주기)

 

 

가까이 들여다보면, 바람재에서 일차 목책계단이 있고

안부에서 다시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목책계단이 잘 보인다.

 

 

 

 

                    < 수리봉 정상에 오르다 >

 

 

 

               천자봉에서 수리봉까지의 아기자기한 암릉과 돌길이 이 코스의 매력을 돋운다.

               천자봉에서는 약간 왼쪽으로 내린 후 거친듯한 바윗길을 이어가야 한다.

               산행에 경험이 적은 일부 회원들이 좀 긴장 할 지 모르겠지만, 산을 즐기려면  이 정도는

               즐거워해야 할 것인데 조금은 염려가 된다. 

 

 

               수리봉이 다가온다.

               예전까지 이곳은 쉽게 오를 수 없는 곳인 줄로만 알았다.

               그것은 무지에 의한 부끄러운 오류였다.

 

 

 

-시루봉은 수리봉에 가리우고....

수리봉은 꼭대기에 오르도록 되어 있질 않다. 수리봉은 우측 산릉을 돌아서 가는데,

군대군데 조망터로 오르는 능선샛길이 나있다.-지난 산행기에 이렇게 적었으나.....

 

 

               이것은 멍청한 기록이었다. 겨울에 보니 한번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등로는 두어번 망설여졌지만 뚜렷하게 오르내림이 잘 새겨져 있

               었다. 수리봉의 조망은 천자봉보다 훨씬 좋았고 정상부의 공터도 꽤나 넓었다.

 

 

 

 

               F 지점까지는 정상등로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 두어군데 있어 쉬 올라갈 수 있었다.

               F ---> E 지점으로 마른 잡목 가지에 얼굴을 맞아가며 가파르게 오르면 C 지점까지

              무난한데, 머리 위 큰 바위덩이 아래서 길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절벽쪽으로 붙지 말고, C ----> D 방향으로 침착히 진행해보면 길 자욱이 뚜렷해진다.

              D 방향에서 A 정상 방향으로 오르면 리번도 보이며 더욱 길이 뚜렷해진다.

 

 

              B 지점으로 암반에오면 더 조망이 좋고 하산길을 찾을 수 있다.

              하산길을 억지로 만들어 내려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우회로를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았다.

 

 

              이번에는 긴장감 없이 올라보니 결코 어려운 길이 아니다. 다만 녹음기에는 길 찾기가

              쉽지 않겠다. 정상에 다시 올라 충분히 조망을 즐기고, 수리봉 초등의 기쁨을 만끽하였

              다.  하산로를 다시 되짚어보니 처음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수리봉 정상에서의 진해만 조망

 

 

수리봉 정상에서 천자봉 조망

 

 

수리봉 정상에서 가야할 능선과 시루봉 바라보기

 

 

수리봉을 지나서 되돌아보니 여느때보다 더 근사하게 생겼다.

이전에는 거친 암봉으로만 여겨지더니 정상에서 친하게 지내고 보니 금새 사귄 친구같다.

 

 

 

 

                    <시루봉으로>

 

 

               시루봉을 지나 우측 산사면으로 산책길이 나 있으나, 얼마 안되는 산행인지라 철저히

               능선산행로를 따랐다. 작은 오르내림인데도 삼각대가 설치된 삼각점봉에 오르니 제법

               숨도 차고 다리도 뻑쩍지근하다. 여름날에 이래가지고 25킬로 천자봉-불모산-정병산

               종주를 어떻게 했는 지 아득하다.

 

 

               역시 짧게 간다고 작정하나, 길게 간다 작정하고 종주산행을 결행하나 정신적인 피로도

               는 유사한 것 같다. 바람재라 불리우는 정자 안부에서 준비해간 식사를 하고, 마지막 피

               치를 올려 목책로를 후닥닥 올랐다가 내려올 마음 자세를 가다듬었다.

 

 

               어차피 웅산 쪽으로 진행 못할 바에야 속도전으로 해치우고 느긋하게 자은초등학교 쪽

               으로 널널 하산하고자 하였다.

 

 

 

정자언덕(바람재) 못 미친 안부에서 바라본 시루봉과 전위봉

 

 

시루봉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지나온 길. 역광으로 반사된 멀리

천자봉부터 수리봉 그리고 능선길이 빤하다. 

 

 

해병의 "병"자만 드러난 지루봉의 남사면, 전위봉의 바위에서 바라보았다.

 

 

이 시루봉이 부산의 엄광산, 승학산, 백양산에서도

맑은날 맨 눈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저토록 뻐기듯 의기양양타.

 

 

시루봉 한바퀴 돌면서 안민고개와 장복산을 바라보았다.

희끄므레한 시야가 아쉽지만 A-무학산,  B-천주산 자태가 드러난다.

저 산줄기가 진해의 배산(背山)인 셈이다.

 

 

시루봉의 북면에서 웅산과 불모산을 바라본다.

언제나 하염없는 산행의 욕망을 불러 일으키던 곳.

 

 

동남쪽 부산과 낙동강 하류, 그리고 화살표한 신항방면, 가덕도까지.....

 

 

 

                    <추억의 자은초교 하산로>

 

 

               자은본동에서 오르는 길은 내가 산행기를 쓰기 전에 두 번 올랐던 코스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은 생강나무와 반지르르한 등산로 밖에 없다.

               산행 전에 집사람에게 물었더니, 측백나무길, 차나무, 약수터 쉼터 등등... 그녀도 역시

                매우 조각난 기억만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산행기를 쓰고 안쓰고의 차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사진의 힘도 기억의 강화하는데 깅력한 힘을 행사한다.

                더구나 그 사진을 한장한장 정리하고 레벨링하면서 보관하는 작업까지 합치면 산행기는

                머리와 가슴으로 산을 한번 더 다녀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진을 귀찮아하고 컴퓨터 작업을 번거롭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런 면에서 산행기를 위한 사진찍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자은 초등학교까지는 능선으로 계속 직진이다.

               몇 년 간 안내려 서 본 길. 그 사이에 양켠의 차나무가 쑥쑥 자랐다.

               자은동 등산로는 정말 잘 꾸몄다. 길가의 차나무는 처음엔 당황스런 컨셉이었으나

               사철내내 푸른 빛을 내며 시듦이 없는 점에서 매우 깜찍한 발상이었다.

 

 

 

등산로는 자은 초등학교 정문까지 친절하게 나있다.

 

 

진해 행암동은 언제나 사진에 담을 풍경들이 많다.

 

 

 

 

               짧은 산행, 널리 알려진 산행길의 산행기를 이토록 세세한 잔소리를 늘어 놓으며 쓰는 것

               을 보니 한살 더 먹은 표시를 확연히 드러내는 것이 아닌 지 스스로 흠칫한다.^^ 다만 내가

               겪었던 초행의 난감함이 절실해지면 가끔 이렇게 부분부분 꼼꼼한 산행기를 적는다. 누군

               가 도움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