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로 걸어본 만복대~ 노고단 이야기

 

 

 

-일시: 2013. 8. 16/17/18

 

-누구랑: 나 홀로

 

 

 

한동안 개인적인 일로 내 마음을 붙들어 놨던 지난 시간들

연이어 장마가 시작되고 남부지방은 계속 폭염 찜통더위는 꺾일 줄 모른다.

모처럼 행복한 피서를 꿈꾸는 사이 마치 마눌님께서는 출타 중이다.

늦은 이시간 가장 접근이 용이한 곳, 궁리끝에 만복대를 선택했다.

 

 

 

 

산상의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했던가.

저 아래 세상 폭염찜통과는 달리 뿌옇게 펼쳐지는 운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예측불허다.

빛 바랜 동자 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내 정녕 너의 슬픈 애환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찌하오 리...

짐 벗어 그의 뺨에 붉은 키스세례를 퍼 붓는다.

 

 

 

한동안 지리산을 멀리해서 더는 이상 못 가겠다.

걸음도 더디고 마음도 더디는 데 어찌 멀리갈수 있으랴

오늘은 만복대에서 그만 멈추고 내 너와 이야기 하리라

어둠은 짙게 깔리고 만복대 돌탑 사이로 운무의 행렬은 이어지면서 행복한 소리를 질러본다.

~ 춥다.

 

 

 

만복대 斷想(단상)

 

저 아래 세상은 아직도 찜통더위에 잠 못 이루건만

만복대 가을은 더위에 들키지 않도록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서고 있다.

풀벌레 울음소리와 풀잎 스치는 바람소리

슬피 우는 가을 귀뚜라미는 내 청력을 무너뜨리고

운무에 휩싸인 만복대의 돌탑이 긴 서러움에 울부짖는다.

 

 

美景(미경)속의 묵묵하기만 한 이 밤

자연은 그렇게 노래하고 있건만

나는 무엇을 기다릴까.

어느 旅程(여정)의 어귀에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

 

구름에 달은 가고 아득한 그리움만 쌓이는데......

 

 

2013. 08. 17

만복대 돌탑에서...

 

 

 

아침 새소리와 갈라진 운무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해는 떠 오른다

숨소리 멈추며 반갑게 맞아주는 아침햇살과 운해의 춤사위를 앵글에 담는다.

생각지도 않은 불청객 난입으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이내 동능 아래로 몸을 숨긴다.

적당한 장소에서 몇 시간을 소비해야 하기에 다시 자리를 편다.

지리산에 머물러 있을 때까지는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하면서...

 

 

 

아침 겸 점심으로 좋아하는 고구마와 풋사과를 입에 물고 깊은 상념에 잠긴다

그 동안 미워했던 사람도 산에 오르면 용서가 되고

나 또한 그들에게 용서 받고 싶은 마음과 희망을 걸어보는 지금의 심정이다.

항상 가까이 있어 고마운 줄 몰랐던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맙고

내 삶의 취미와 생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내 직장과 동료들에게 고맙고

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산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서둘러 자리를 비우고 성삼재를 향한 오름 짓은 이어진다.

그렇게 많은 忍苦(인고)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내 감정만은 初心(초심)에 머물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둥근이질풀과 물봉선화. 며느리밥풀 꽃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여유

얼마 전 카톡으로 보내준 "축의금 만삼천원과 사과봉지" 이야기를 보면서

내 감정은 아직도 순수 그 자체를 알고 있었다.

 

 

 

행락객들이 모여든 성삼재에 닿았다.

내일 아침은 라면이기 때문에 오늘 저녁은 미리 비빔밥으로 땡겨 먹기로 한다

이런 곳에 무슨 메이커 커피점이 있나

과연 누가 사 먹을까 했는데 정녕 내 자신이 기꺼이 허락하고 만다.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시원한 어름 맛을 보고 싶어서이다 씹쓸하기만 하다 ㅋㅋ

요즘 주 능선에서도 맘 놓고 머물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니 어서 서둘러야겠다.

 

 

 

그렇게 또 다시 밤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오늘밤은 덕분에 여물어가는 둥근 달을 원 없이 볼 것만 같아 기분이 업 되어 있다.

삽시간에 어둠이 밀려 오면서 풀벌레는 애처롭게 울부짖는다.

손등에 물들인 빠~알간 물봉선화가 누님처럼 다가온다.

갑자기 봉선화의 노래말 가사를 타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 또 다른 아침 세상이다.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물질이라 하지만

사람을 감동 시키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山上(산상)에서 만나는 위대한 일출은

새벽과 함께 만나는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능선을 타고 흐르는 운무의 물결을 보면서 어찌 감동에 귀 먹지 않겠는가

 

~ 이제 아쉬움을 접고 뚜벅 걸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2012. 8. 18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청산의 바람흔적" http://blog.daum.net/jeon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