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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8.10 (토)

산행인 : 곰님, 돌, 이여사, 석산

산행지 ; 반암산,백운산 

 

 

이여사한테서 메세지가 왔다.

 

 

원래는 산악회가 아니었다.

그저 산 좋아하고 호흡이 맞는 몇몇 사람들끼리 일년에 몇 번 만나

같이 산행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름이 생겼다. oo&guys

oo은 작명을 한 이여사 닉이고 뒤에 guys에 해당하는 멤버들은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나와 석산이 포함된 건 확실해 보인다.

 

산악회의 특징이라면

총인원이 현재 네다섯명이고 앞으로 늘어난다해도 절대로 일고여덟명은

넘지 않을거라는 것 하나하고

산악회 이름이 암시하듯이 여성회원은 오직 oo님 뿐이란 것이다.

 

또하나 이름 있는 산악회가 됐다는 이유로 일년에 몇 번 부정기적으로

만나 산행하던 것을 한달에 한번 정례화한 것인데 설악산 갔다온지

한달도 되기전에.. 2주만에 또 산행하게 됐다.

oo님에게 guy들을 끌어모으는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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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토).6:40 동서울터미널.

 

오늘도 역시 내가 제일 늦게 도착이다.

먼저 설악산에서 비 때문에 제대로 산행을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이번 산행에 모두들 특별한 기대감을 나타내보인다.

 

창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구름이 좀 끼어있으나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백운계곡지나 광덕고개넘어 반암휴게소에서 정차..

하차하는 승객은 우리 네명뿐이다.

 

 

09:00.

 

간단하게 산행준비를 하고

들머리를 찾아 산행 시작.

가파른 산길을 30여분 치고 올라가니 능선으로 접어든다.

하늘이 밝아지며 날이 개이는듯 싶다가 또다시 흐려지기를 반복한다.

오늘의 날씨는 도무지 예측 불가능이다.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 잘못되었다.

등로는 비교적 좋은 편이나 간간히 우거진 수풀을 헤쳐야 하는 곳이 나온다.

중간에 긴바지로 갈아입는 것이 번거로워 그대로 진행했더니

종아리에 여러군데 긁힌 자국이 생겼다.

 

 

 

 

반암산 지날즈음

주변이 짙은 안개로 뒤덮인다.

안개바다를 유영하듯이 나아간다.

등로에 동자꽃, 산나리등과 기타 이름 모르는 들꽃들이 싱그럽다.

 

“밥먹고 갑시다.”

석산이 뒤에서 주문을 하고 곰님이 동의를 한다.

이여사는 도마치봉까지 진행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시간이 12시 가까이 되가는데다

대원들의 압력에 밀려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첫 번째 헬기장이 나오고 자리를 편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바람도 분다.

곰님은 비를 걱정하시는데 당장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점심 먹으면서

다음 산행지를 어디로 할 지 이야기들을 한다.

석산이 칠선계곡 어떻냐고 하니 곰님이 동의한다.

그런데.. 이여사가 자기는 다음주에 개인적으로 칠선계곡을

가기 때문에 다른데로 하자고 한다.

 

“내가 볼때 이 산악회 오래 못갈거 같아”

“아니 왜요?”

“칠선계곡처럼 좋은데는 자기 혼자 가고 대원들은 반암산 같은

이름없는데나 델구 다니는데 대원들이 좋아하겠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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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배낭을 챙길 무렵 갑자기 날씨가 사나워진다.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나기가 되어 쏟아진다.

점심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게 맞춘 꼴이 되었다.

 

한북정맥길로 접어들어 도마치봉에 가까워질 무렵 비가 그치고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정말 편안한 한북정맥길이다.

모두들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자기들만의 산행에 몰입해서 걷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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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님과 내가 선두에 있고

이여사와 석산이 뒤에 쳐져서 보이지 않는다.

백운산에 올라서니 두명의 산객이 보인다.

젊은이 한사람과 좀 나이드신 분.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나이드신 분이 흥룡계곡 가는 길을 물어보며

자기들은 부자지간이라고 소개를 한다.

 

“죄송한데 저도 이곳 지리에 밝지 못해 정확하게 알려드릴수가 없네요.

조금 있으면 우리 대장님이 오실텐데 그때 물어보시죠“

“산행대장님이 따로 계세요?”

“예. 조금 있으면 무지막지하게 생긴 아줌마 한분이 올텐데 그 아줌마가

우리 대장님예요.“

 

조금 후에 이여사가 모습을 나타내고 내가 이 아줌마라고 했더니

그 분. 이여사의 모습을 보고 입가에 실소를 띄운다.

“겉으로 봐서는 몰라요. 겪어보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우리 대원들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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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에서부터는 날씨가 개이는 분위기가 확실하다.

백운산을 지나면서 또다시 대화의 분위기로 바뀐다.

 

곰님이 화두를 던진다.

“우리 산악회 이름의 guy 말인데..

내가 볼 땐 그거 개로 읽는게 맞아“

 

“아니 개라니요? 그럼 우리가 개란 말예요?”

“아직도 모르고 있었어? 우리 산행하는거 보면 몰라? 개가 맞아”

“아니 저는 산악회 이름치고는 참 멋있다고 생각햇는데요”

“....”

“어쩐지~ 좀 이상하단 생각은 들었어요.

여기 산악회 올 때마다 항상 목에 줄 같은게 묶여져서 끌려다니는 느낌이었거든요“

“아니~ 선배님! 돌! 왜들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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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을 지나고 우리가 목표로 했던 덕골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나오는데

이여사가 무학봉이라는델 들렸다 가자고 한다.

조망이 기가 막힌 곳이란다.

 

계곡쪽으로 빠지지 않고 조금 더 진행하자

암릉으로 진행하는 길과 뚜렷하지 않은 우회길이 나온다.

이여사가 산행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이여사도 초행이라

무학봉의 정확한 위치와 등로는 모르는 상태다.

 

곰님과 이여사는 우회길로

석산과 나는 암릉으로 나눠서 진행한다.

 

암릉을 따라 진행하니 조망이 터지는 암봉이 나오고 부서진 나무판에

고도를 써놓은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 무학봉이 맞는 것 같다.

곰님과 이여사를 불러올려 단체사진 한 장 찍고 조망을 즐긴다.

비가 내린 다음이어서인지 공기도 더 깨끗해진것 같다.

햇빛도 강하게 느겨진다.

 

아~ 덕골계곡으로 내려가 풍덩하면 얼마나 시원할까...

이여사가 덕골계곡에서의 알탕을 이번 산행의 미끼로 던졌었다.

 

 

 

 

 

무학봉을 내려와 아까 봐뒀던 계곡길로 빠지려고 하는데

석산이 무학봉 우회로처럼 보이는 길로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이여사가 그쪽길은 확실하지 않고 잘못하면 능선을 잘못 타서 산행이

길어질수도 있다고 하자 곰님도 그 말이 맞다고 하며 이여사쪽에

힘을 실어준다.

 

계곡길을 5분정도 내려갔을까 뚜렷하던 길이 갑자기 부러진 나무들과

우거진 수풀로 막혀버린다.

석산이 배낭을 벗어놓고 길을 찾아보겠다고 혼자 내려가본다.

한참 후에 석산이 땀에 범벅이 된 얼굴로 올라와서는 예전에는 길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부러지고 넘어진 나무들하며 수풀이 우거진데다

바닥도 잘 확인이 되지 않아 잘못하면 부상당할 우려도 있다고 한다.

계곡길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몇가지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누다

먼저 석산이 제안했던 뚜렷하지 않은 능선길로 진행하기로 한다.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판명이 났다.

간간히 오래된 표지기도 보이고..

이 길은 진행되는 능선길이 아니고 덕골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었다.

이 길이 원래 정상적인 등로였던 것이다.

 

“곰님! 아무래도 석산은 족보 있는.. 비싼 개같아요.

저하고 곰님은 잡견밖에 안되네요 ㅠㅠ“

“돌님은 그래도 잡견이라도 되지. 나는 잡견도 못되는 변견이라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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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물소리가 들리고 덕골계곡으로 내려선다.

이여사만 아는 물많고 은밀한 장소로 이동.

그런데 사람 들어가는 탕과 개들 들어가는 탕이 따로 있다네..

개면 어떠냐.. 개라도 좋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으~ 아~ 그래 바로 이 맛이었어!!!!

이렇케 짜릿할 수가!! 정말 맑은 물이다.

 

1급 청정수에 산행으로 덥혀진 몸을 식히고 나니

슬며시 다른 욕구가 일어난다.

 

“이여사! 오늘 뒤풀이 메뉴는 뭐야?”

“일단 이동까지는 택시로 이동해야될거 같아요 그리고 이동에서 식사까지

끝내고 가는게 편할거 같네요“

 

이동하면 이동갈빈데...

모두들 이동갈비를 생각하고 있는데

석산이 그냥 갈비탕이나 한그릇씩 먹고 가자고 한다.

갈비냐 갈비탕이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를 불러

이동으로 이동한다.

 

“기사님! 서울가는 버스 막차가 몇시에 있어요?”

“8시oo분이 막찬데요”

 

밥먹을 시간이 한시간도 안남았다

도저히 갈비 먹을 시간이 안된다

“곰님! 석산이 비싼 개가 틀림 없는 거 같아요. 확실히 감이 틀린데요”

 

이동에 도착해서 이여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옆에서 들어보니 이여사 아들인 것 같다.

이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모양인데 비즈니스가 끝나고 혼자 있는 것을

호출해서 우리 일행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다.

잘하면 시간 구애받지 않고 버스 대신 이여사 아드님 차로 갈 수 있을거 같다.

 

“곰님! 잘하면 우리 갈비 먹고 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