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덕유산

어느날 : 2013년 8월11일 일요일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잠보,겨우달려,행복쟁이.

어떻게 : 덕곡제~검령안부~만선봉 갈림길(1223봉)~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가새봉~임도~덕곡제

 

-후기-

초록잎새 왈~

행복쟁이가 덕유산을 가고 싶어 한다고 같이 가 달랜다.

나야 무쟈게 좋지....

가는김에 내차 만땅 채워 가도록 당신이 알아보라니 금방 한차 만땅이다.

덕유산...

원하는 조건이 붙었다.

산행은 짧게 그리곤 계곡에서 삼겹살 구워 먹으며 놀다 오는거로.

덕유산은 아무리 짧은 코스라도 그런곳은 없다.

단 한군데 덕곡제 원점휘귀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가본지가 참 오래됐다.

내 브로그를 검색해 보니 2005년도 봄날 철쭉산행으로

가새봉을 거처 향적봉 정상을 오른 다음 곧장 내리는 코스로 다녀온 기록이 있다.

 

옛기억만을 더듬어 찾아든 덕곡제....

초입의 주차장은 예전이나 변함 없어 그곳에 차를 주차후 걸어 오르기 시작했는데...

 

 

 

임도가 훨~ 넓어 진것 같다.

 

 

 

그런데 이길 맞나 ~?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봐도 지형이 많이 다르다.

예전 몇번의 걸음이 있던 터라 들머리 찾는건 문제 없을거란 자신감이 순간 불안감으로 변한다.

 

 

 

예전 채석장의 자리...

넓직한 공터로 조성돼 있어

행락객들이 이곳까지 차를 몰고 와 야영과 물놀이가 한창이다.

 

이쯤에서 들머리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이곳이 그곳여~ 라고 가르키는 광고판(?)이 눈에 띈다.

히유~!!!

들머리를 찾았으니 얼른 몸을 숨긴다.

 

그런데....

여기서 큰 실수를 했다.

초입에서 분명 검령과 향적봉의 갈림길이 있었을 텐데 그걸 놓쳤다.

 

 

 

얼마쯤 진행하다 방향이 틀어짐을 알고

길을 잘 못 들었슴을 알았으나 등로가 뚜렷하니 그냥 오르기로 했다.

조금 더 올라선 조망처에서 내려다 보니

예전 재넘이와 함께 이곳을 들머리로 향적봉을 거처 적상산까지 걸었던 옛기억이 되살아 난다.

그때도 초입의 길을 잘못 찾아들어 이곳까지 올라선 뒤 다시 뒤돌아 내려가 향적봉을 향했던 일이 있었다.

 

뚜렷하게 이어지던 오름길.

어느순간 희미해 지더니 길도 사뭇 거칠어 진다.

그래도 우리의 산우들 불평불만 없이 잘도 따라 오른다.

그런뒤 올라선 능선 안부.

두무산 아래의 검령부근이 분명하다.

이곳은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한번 와 본 사람이면 누구나가 기억할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을 오며 준비했던 지도 한장.

니나 가지라며 겨우달려에게 줬는데 여기가 어딘가 열심히 처다 보고 있다.

예전 한겨울 이곳을 통해 하산했던 나의 산우들이면 다들 눈에 익은 장소라 겨우달려도 금방 알아본다. 

 

 

 

아름드리 송림이 우거진 숲속길을 걷는건 참 기분 좋다.

길도 찾았으니 이젠 열심히 오르기만 하면 된다.

푹푹 찌는 더위도 이곳 능선에선 잠시 그걸 잊게 하는 고마운 바람이 있다.

역시 높고 넓은 큰산에 들면 느낌부터 다르다.

 

 

 

 

시원한 바람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갈증.

더는 참을 수 없어 다들 걸음을 멈추고 시원한 맥주로 달래 본다.

 

 

 

 

밀밭 곁에만 서도 휘청대는 잠보가

오늘은 다들 황홀하게 드셔주는 모습에 참을 수 없었나 보다.

나도 달라더니 아주 조그만 잔으로 한잔을 드셔 준다.

역시...

갈증엔 시원한 맥주가 최고다.

더구나...

겨우달려는 살얼음 동동 뜨게 만드는 냉동맥주의 노하우가 있고

그 무거운것도 아주 쉽게 지고 오를 수 있는 강인한 포터 체질이라 이런 여름 산중엔 보배로운 나의 산우다.

 

 

 

겨우달려표 살얼음 동동 맥주캔으로 갈증을 달랜 우린....

 

 

 

잠시 가던걸음 멈추고

소나무의 정취에 빠저들며 충분한 휴식으로 힘들 비축한 뒤...

 

 

 

 

사뭇 거칠어지기 시작한

향적봉을 향해 능선길을 걸어 올랐다.

 

 

 

 

오늘은 머슴같이 힘좋은

겨우달려가 있어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앞세워 놓으면 거미줄이 제거되고 때론 길을 막고 있는

비암도 여자들이 알면 겁을 먹을까 아뭇소리 않고 슬며시 쫓아 내 주는 자상함도 있는데

다만...

너무 힘이 좋다 보니 어떤땐 지 혼자

십리는 달아나곤 해 가끔 내가 불러 세워가며 진행을 해야 했다.

 

그렇게 걸어 올라선 삼거리 갈림길....

1223봉의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진행방향 좌측을 향하면 무주 스키장의

3코스 시발점이 되는 제상루가 있는 1232봉의 만선봉으로 향한 길이다.

이젠 설천봉이 지척이나 경사는 급해지고 암릉도 만나게 되는 힘든길을 나서야 하건만

이곳 1223봉 갈림길의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

다들 가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좀 더 쉬었다 갈래도

땀이 마르자 다들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로 춥다.

이게 한여름 산행의 묘미다.

가끔 사람들이 그런다.

이 더운날 어떻게 산행을 하나고...

산에 가면 시원하고 때론  춥기까지 한다면 다들 미친넘 보듯 한다.

ㅋㅋㅋㅋ

 

 

 

사람들이 쉽게 다니지 않는 구간이다 보니

아주 가끔씩 확인되는 골수 등산객의 시그널 한두개 외엔 흔적을 볼 수 없다.

당연....

등로를 침범한 수목들로 인해

반바지 차림의 겨우달려 종아리가 온통 상처 투성이다.

거기다 오늘은 쐐기까지 쏘였다.

나역시 긴바지가 불편해 반바지를 입은 종아리가 쓰리다.

한겨울과 봄날에 이길을 걸었던 기억과 경험만으로 찾았던 산행 복장의 실수다.

한여름엔  등로가 이렇게 까지 변할 줄 난 정말 몰~랐었네 다.

 

 

 

그래도....

짙은 원시림을 걷는 산우들의 얼굴엔 힘겨움을 숨긴

기쁜 얼굴들 일색이라 이런길로 이끈 나의 미안함을 감춰 주고...

 

 

 

 

그렇게 올라선 설천봉을 앞둔 헬기장을 지나

 

 

 

 

 

설천봉의 휴게실에 우린 안착을 했다.

 

 

 

그리곤...

또다시 이어진 우리들만의 파~티.

 

 

 

겨우달려의 맥주가 동이 나자

내 베낭의 뚱땡이 맥주가 등장을 하셨는데...

이런~!!!

살얼음이 너무 많다.

아직 더 녹아야 하는데 그래도 먹고 싶으니 병뚜껑을 딴다.

 

 

 

오늘은 내려가서 맛좋은 삼겹을 먹어 주실라믄

약간 배가 고파 주셔야 된다는 산우님들의 의견에 간식만 준비했다.

그래도...

초록잎새표 쑥떡은 주식같은 간식으로 우리들의 배를 든든하게 만든다.

 

 

 

 

 

이젠 덕유산 정상을 향한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의 태양은 지글 지글 끓는다.

그러나...

고지대라 그런지 태양은 따가워도 와닿은 바람은 서늘하다.

 

 

 

 

향적봉을 향한 계단길...

뽀죽구두와 샌달차림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의 복장이 다른 사람에겐 아주 이상해 보였나 보다.

어떤이가 우리들을 가르키며 하는 말에 다들 웃음..

 

"아니 이런델 옴시롱~!"

" 어째 저 사람들은 등산 차림일까~?"

 

 

 

 

 

향적봉 정상...

다들 정상비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그래서 우린 한참 비켜난 자리에서

단체로 증명사진 한장 남겨 주시고 하산을 서둔다.

 

 

 

 

내려서다

요즘 이 포즈가 대세라니

뽀다구 제대로 나는 겨우달려를 세워 놓고 한방 박아 봤다.

그런디...

웬지 활 쏘는 폼이 어색혀~!!!

 

 

 

 

 

향적봉 대피소는 그냥 바로 패스~

이젠 내림길을 찾아야 한다.

덕곡제로 향한 제일 빠른 내림길의 이정표가 됐던 통신 시설탑이 철거된 자리에서

난 그만 망연자실 내림길 들머리를 찾아 못찾겠다 꾀꼬리를 불렀다.

분명 이길이 맞긴 한데 등로는 완전히 잡목과 가시덤풀에 침식당해 그 흔적조차 없다.

헤집어 내려가면 되기야 하겠지만 그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난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틀어저 버린 계획된 등로....

덕분에 대충 잡아도 1시간 30분 정도 더 걸어야 할것 같다.

 

 

 

힘겨워 하면서도 다들 잘 따라 준다.

덕유산에서 이길이 제일 아름답다며 넘~ 좋아하니

마음이 놓이긴 하는데 문제는 저 아래에 보이는 백암봉에서 틀어지기 시작하는

가세봉을 향한 능선길이 여름날 무성한 잡풀에 잠식당해 있을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나를 자꾸 상념에 젖게 한다.

 

 

 

 

역시나....

키를 덮는 산죽군락.

등로를 덮은 가시덤풀과 가끔씩 사라졌다 나타나는 등로.

 

 

 

 

고도를 낮춰 갈 수록 높아지는 습도와 온도에 지처가는 산우들...

식수도 바닥을 보이고 배도 고파진다.

딘장~!!!!

 

 

 

 

길바닥에 설치된 눈에 익은 이정표를 지나고...

 

 

 

언제 지났는지

가새봉도 스처 지나고도 한참을 걸어야 했던 불편했던 등로가...

 

 

 

 

 

덕곡재로 향한 방향을 크게 틀며 내리 백히자

사뭇 풍광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름드리 적송들과 부드럽게 밟히는 뚜렷한 등로.

 

 

 

덕곡제가 아주 가까이 왔슴을 직감적으로 느꼈는데...

 

 

 

능선이 끝난 지점엔 임도가 우릴 맞아 준다.

 

 

 

이제부터 힘겨움은 끝나고 행복 시작.

고기 굽는데 일가견이 있는 겨우달려가 삼겹살을 굽는 동안.

 

 

 

시원하게 물속에 뛰어 들었던

여인들이 뭔가를 열심히 다듬는다.

 

 

 

뭐해~?

씨알이 제법 굵직한 더덕이다.

내려오면서 겨우달려가 채취한 더덕인데 찢어서 일부는 술에 담구고

나머지는 고추장에 찍어 삼겹살과 함께 하니 입안에 향이 그득하여 오늘의 미각을 살린 약초다.

 

 

 

 

맛있다.

준비한 음식도 과일이며 맥주와 소주등등... 

푸짐하다.

 

 

 

계획된 산행보다 더 길어진

덕유산 산행 뒷풀이로 이어진 물놀이와

맛난 음식들로 인해 산행에 지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순간에 풀어진다.

좀 힘들었어도 이게 바로 힐링 산행이 아닐까~?

 

한여름 7시간의

장거리 산행을 견뎌준 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