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봉과 시설물, 도심 속 녹지대를 지나간 고속도로-

 

 

수리산 <천지만물이 나고 이루어진 근원인 太乙>에 당당히 서다

제2013038038호     013-08-01(목)

 

자리한 곳 : 경기 군포, 안양, 안산

지나온 길 : 수리산역-능내(터널 위)정-철쭉동산-능내정-임도5거리-슬기봉(국가시설물)-태을봉-관모봉-수리약수터-금정역

시간및거리: (12:06 ~17:41) 5시간 35분(산행:11.7km),  금정역(도보 2.5km:38분) <총거리:13.9km : 6시간13분>

함께한 이 : 계백혼자

날       씨 : 대체로 맑음

 

날씨오보에 준비 없이 맞은 휴가 첫날을 망치고 둘째 날

휴가 첫날인 어제는 기상예보와 날씨가 엇갈려 종일토록 방구석에서 뒹굴었더니 온 삭신이 어디서 몽둥이로 실컷 얻어맞은 것처럼 뻐근하고 전신이 축늘어져 누워 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에야 느릿느릿 움직여 조반을 챙겨먹은 다음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며 안양의 수리산으로 산행지를 일단 정하고 응암역으로 향한다.(10:05)

합정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도림역에서 다시 1호선(수원방면) 전동차로 옮겨 타고, 들머리를 정하지 못하여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전동차는 달려 안양, 명학역을 지나 금정역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하차해, 산본역을 목표로 4호선을 기다려 갈아타고, 노선안내도를 살펴보니 산본역 다음이 수리산역으로 목적지와 이름이 동일해 기왕이면 다홍치마 라고 한정거장 더 진행해 수리산역에 도착한다.  전동차 문이 열리자 냉방중인 차내의 쾌적함과 현저한 기온차로 뜨거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숨이 막힌다.

 

들머리를 잘못 잡아 짧은 산행을 억지로 늘려 철쭉동산

빈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등산화 끊을 졸라매고 자외선 차단용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색안경과 안면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는 중무장을 끝낸다. 역구내 벽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수리산안내도를 살펴보니 온전하게 수리산을 종주하려면 산본역을 들머리로 잡았어야 순리였는데, 정보부족으로 수리산역을 들머리로 산행을 해야하므로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 때문에 얼마 전 친목회에서 다녀온 수리봉을 빼놓으니 거리가 너무 짧다, 고육책으로 능내터널 위에서 철쭉동산을 왕복(3km)해 부족한 산행거리를 억지로 늘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수리산역 3번출구를 빠져나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아파트 단지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12:06)

 

-수리산 능내 터널 위에서 철쭉동산(8단지사거리)까지 늘린 구간-

 

이정표 안내에 따라 능내터널이 지나가는 야외식탁과 사각정자가 자리한 쉼터에서 우측 철쭉동산(1500m)으로 방향을 잡아 잘 정비한 산책로를 이어가 용진사갈림길을 지나 자산홍나무가 푸름을 자랑하고 키 큰 나무들과 고층아파트가 숲을 이룬 철쭉공원 둔덕에서 도로까지 내러가 8단지입구4거리를 확인하고, 뒤돌아서 왔던 등산로를 되돌아나와 사각정자(능내정)앞 쉼터 의자에 배낭을 내러놓고 준비해온 빵과 야쿠르트로 점심을 때우며 휴식을 취한다.(13:27)

 

구수한 입담으로 세태를 풍자한 할머니들

산책하던 할머니2분께서 사각(능내)정자 한쪽에 자리를 잡으시며 토해내기 시작한 넋두리가 호응해 주는 산꾼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신명나  자기아들 가게를 찾은 젊은 여자 손님들의 흡연과 과다노출도 모자라 문신까지, 세속의 지나친 꼴불견들을 적당히 육두문자를 적절하게 섞어가며 구수하게 엮어내는 숨은 재주꾼 할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서민의 소리에 매료되어, 25분간의 늘어진 휴식을 끝내고 이정목(↖슬기봉 3,260m ↖수리사 4,700m / ↗수리산역 890m / 감투봉 840m↓)을 뒤로하며 오르막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슬기봉으로 향한다.(13:52)

 

 

-능내 터널 위, 한북정맥 구간 무성봉-

 

추억의 한북정맥 수리산 군포시 구간 진행

낡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등산로가 나란히 가는 중간 중간이 서로 연결되어 철조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리송하다 생각하며 둔덕안부에서 삼각점(특별한 표시 없음)과 이정목(무성봉: 한남정맥 군포시구간)을 지나자 철탑산불감시초소를 만나며, 가벼운 내리막을 짧게 내려서자 사각(하늘정)정자가 편하게 쉬어갈 자리와 그늘을 제공해준 임도5거리를 만난다.(14:24)

 

 

-한북정맥(무성봉에서 임도 5거리까지)-

 

특이한 모형을 자랑하는 이정표 영상으로 간직하고 군부대로 이어지는 포장도로 위쪽 능선에, 이정목 화장실(한북정맥 수암봉길)가는 도로를 따르다 사각정자(슬기정)가 자리한 언덕에서 슬기봉을 올려다보며, 도로건설 터널공사장을 곁눈질한 후, 화장실을 지나자 가파르고 날카로운 바위들로 험하지만 양쪽으로 로프를 설치해 심리적으로 안전한 바위능선에 관통하느라 30여분간 상당량의 땀으로 값을 지불하고서야, 군부대철조망이 가로막은 슬기봉(한남정맥 안내판)에서 ‘수암봉 가는길’ 데크를 만난다. (15:03)

 

 

-한북정맥과 작별, 말도 안된 곳에 자리한 슬기봉 표기판-

 

잘못된 슬기봉 안내판이 부끄럽지도 않는지 서 있다

앳된얼굴이 여고생 정도로 추정된 여학생 둘이 험한 이곳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르겠지만 겁먹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산객들을 붙들고 길을 묻느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수암봉 가는 데크길, 도로를 따라가면 안전하다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형편상 지난 6월 친목모임 때 다녀온 수암봉 답사는 다음으로 미둔다. 태을봉으로 방향을 잡아 10여분을 진행, 남쪽으로 조망이 트린 봉우리에서 삼각점(안양 436 / 1981 재설)을 확인했는데, 요즘에 설치한 것으로 생각된 잘못된 안내판이 당당하게 서 있다.(15:13)

 

-슬기봉에서 태을봉까지 1.9km 가량 바위능선들-

 

슬기봉은 국가주요 시설물이 자리한 곳으로 수리산에서 태을봉에 이어 제2봉이나, 군부대 시설물 보호 목적으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므로 출입이 불가하다.  이해를 돕고자 무명봉에 짝통 슬기봉 표지판을 설치한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따라서 사실을 밝히는 적절한 설명글을 개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함이 과격한 생각일까???  좌우로 시원하게 트인 칼바위와 병풍바위능선들을 차례로 즐기느라 많은 땀을 쏟아 등산복이 흠뿍 젖어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다리에 감겨 힘든 날갯짓으로 태을봉 안부에 닿다.(16:27)

 

-거대한 태을봉 정상석과 일등 삼각점-

 

너무 당돌해 말문이 막힌 별난 여자를 만난 태을봉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식수를 마음껏 들이켜 갈증을 달래주며 가쁜숨을 고르는데, 얇은 등산복이 땀으로 완전히 젖어 민망한 모습에 달랑 부체만을 손에 들고 올라온 여자가 따지듯 묻는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디 갖느냐?고 

식수를 나눠주며 10여분간 충분한 휴식을 끝내고, 수리산등산안내도, 커다란 정상석과 일등삼각점(안양 11 / 79.11 재설)을 확인하고 太乙峰(489,2m) 설명글을 훑어보고 대형헬기장을 지나면서 부터 매미들의 사랑노래에 발맞춰 관모봉에 이른다.(17:05)

 

-관모봉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수리약수터-

 

무뢰한 여자 때문에 수리약수터로 하산지 변경

태극기는 미풍으로 가볍게 펄럭이고 고추잠자리는 하늘이라도 메우려는 듯이 사방에서 끝없이 모여들고, 동쪽으로는 뻗어가는 외곽순환고속도로가 엷은 박무의 영향으로 도심속의 녹색지대를 바이올린 선율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풍경이 신비감으로 가득하다.

태을봉에서 부터 동행한 여자분의 도움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하산방향을 수리약수터로 잡아 녹음 짙은 삼림욕을 즐기느라 느린 걸음으로 3개의 수도꼭지로 감로수를 쏟아내는 수리약수터에서 한바가지 약수로 타오르는 갈증을 달래며 수리산행을 접는다.(17:41)

 

더위보다 정치혐오감 때문에 더욱 힘들었던 산행

수리산 삼림욕장 안내판을 뒤로하고 콘크리트 숲으로 걸어 들어간 육교입구에서 한시간 가량 동행했던 여자분이 산본역과 금정역으로 가시려면 육교를 건너가라는 길안내에 즐거운 산행했다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스틱을 접으며 종종걸음으로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보도블록 대용으로 바닦에 깔아 푹신한 육교를 건넌다.(17:43)

행인들에게 두 번이나 물어 금정역으로 가는 길목의 어느 재래시장을 지나는데 가게들은 하나같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유일하게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서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이 발동해 살펴보니 족발가게다. 종업원이 호출하기를 기다려 번호표를 확인받고 포장해준 족발을 흐뭇한 표정으로 받쳐 들고 귀가하는 서민의 모습에서 잔잔하게 전해오는 평안함을 읽으며 금정역에 닿아 전동차를 기다리다.(18:20)

냉방기가 양호하게 작동하는 전동차에 오르자 상쾌함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해 금새 생각이 깊어진다. 산행 때마다 느끼지만 오늘은 유독 힘든 산행이라 여겨짐은 당연히 무더위 때문이겠지만 마음에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 가볍게 넘기지만, 나이 들고 못자진자의 정치권에 대한 끝없는 불만이 깊이 배어 있음을 결고 부인하지 않겠다고 중얼거리며, 귀가하는 것으로 준비 없이 맞은 여름휴가 둘째 날을 비교적 조용하게 마감한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지만 찾아가 안기면 언제나 포근하기만 한 을 찾아서~

2013-08-07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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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13.08.09 10:10
곽향섭
워낙 더운 기온이라 집에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하루종일 보고 싶지 않은 TV도 봐야 하고....
차라리 산바람을 쐬고 싶은 것이 산꾼의 마음인가 봅니다.
근교산이라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모습들이
아쉽긴 하지만 툭 터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세상풍경이
마음의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휴가중 다녀오신 발걸음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2013.08.12 12:24
계백
곽향섭님 말복날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로 힘든 시간입니다

인류는 지나치게 춥거나 더운 기후에서는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겨울은 춥고, 여름은 무더운 기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더위 피하기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 문화 전반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쳤다. 는
기록들을 살펴보고 공부하는 도중에 죽부인을 발견했답니다

곽향섭님 오늘 시장에나가 죽부인 한분을 보셔다 시원하게 보내시면 어떨련지요?
말복 날입니다 시원하게 보내시고 안전산행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