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계곡 1) 2009년 아침가리골  http://blog.daum.net/yooyh54/143

(여름계곡 2) 2009년 십이선녀탕계곡 http://blog.daum.net/yooyh54/26

(여름계곡 3) 2009년 지리산 칠선계곡 http://blog.daum.net/yooyh54/144

(여름계곡 4) 2010년 감악산계곡 ☞  http://blog.daum.net/yooyh54/304

(여름계곡 5) 2010년 석룡산 조무락골 http://blog.daum.net/yooyh54/308

(여름계곡 6) 2010년 도일봉 중원계곡 http://blog.daum.net/yooyh54/310

(여름계곡 7) 2011년 만수봉 만수골 http://blog.daum.net/yooyh54/379

(여름계곡 8) 2012년 구만산 통수골 http://blog.daum.net/yooyh54/431

(여름계곡 9) 2012년 낙영산 http://blog.daum.net/yooyh54/433

(여름계곡 10) 2012년 명지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35

(여름계곡 11) 2012년 십자봉 덕동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38

(여름계곡 12) 2012년 월성봉 수락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40

(여름계곡 13) 2013년 아침가리골 http://blog.daum.net/yooyh54/490

(여름계곡 14) 2013년 어비계곡 http://blog.daum.net/yooyh54/494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백운계곡에서 일일선(一日仙)

 

산 행 지 : 산청 백운계곡

산행일시 : 201384()

누 구 랑 : 무궁화산악회

산행코스 : 산청 백운동계곡

사 진 은 ? : 산꾼님, 남양홍님, 럭키님, 본인

 

 

▲  백운계곡

 

   장마비는 계속되고 날씨 또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이다. 휴가를 마쳤다는 따스한마음을 비롯하여 몇몇이 먼걸음님이 수확해온 곰취 쌈에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털어넣고 있던 중 느닷없이 다른 쪽에서 소주로 복다림을 하고 있던 도널드덕님의 전화에 마련된 산행이었다. 전날 조강지처 광교산의 품에서 하루를 보냈기도 하고 일기예보는 비를 예보하고 있어 하루쯤 쉬어볼까 하던 참이었는데 그예나 따라 나선 길이다.

 

 

▲  백운계곡의 폭포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및 경남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등 3개도에 걸쳐있는 산으로 한반도에서 그 품이 가장 넓다고 한다. 높고(1,915m), 넓고(동서50km, 남북32km, 둘레320km), 깊은 산을 합쳐 놓은 것이 지리산이다. 삼남 땅을 감싸는 큰 지붕이 곧 지리산이다. 그러기에 지리산 자락에는 수많은 계곡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 운우지정을 나눌 곳은 산청군 단성면과 시천면 경계에 자리잡은 백운계곡이다. 백운계곡은 지리산의 한자락인 응석봉(1,099m)에서 흘러내려 골짜기를 이룬 곳이다. 지리산의 기라성같은 칠선계곡, 뱀사골계곡, 대원사계곡등에 비하면 작지만 많은 폭포와 소가 이어져있고 풍광이 멋진 숨은 비경이라 한다.

 

 

▲  선비의 풍류를 만끽할 수 있는 백운계곡

 

 

 들머리는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의 점촌마을이다. 도로에는 빼곡이 차량으로 뒤덮혀있어 한참 아래부터 걸어 올라야 한다. 거기다 계곡 초입은 모두 사유지여서 출입이 제한된 곳도 많다. 그래도 일단 계곡이 만나지는 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니 별유천지가 따로 없다. 조선시대 유산기(遊山記)로 현존하는 유산기는 대략 560편인데 그 중 금강산을 유람한 기록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지리산에 대한 글이라 한다. 지리산에 대한 글 중에서도 조선 중기 성리학자이자 영남사림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이 남긴 <유두류록>이 대표적이다. 두류산은 지리산의 또다른 이름이다. 그 중에서도 남명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남겨진 곳이 이곳 백운계곡이라 한다. 그는 이곳에서 푸르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으며, 계곡 곳곳에 백운동(白雲洞), 용문동천(龍門洞天),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이라는 글자를 암석에 새겨 남겼다고 한다.

 

 

▲  남명선생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  22명의 용문계원(龍門契員) 이름이 새겨진 바위 

 

▲  등천대(登天臺)

 

 원래 산악회의 목표는 백운계곡을 따라 약 5km을 오르다가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저녁 급조된 일행 일곱명은 마지막 민가에서 100m떨어진 곳에 물줄기가 좁아져 급류와 폭포를 이루는 옆 평평한 바위에 여장을 푼다. 주변에는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 용문계원(龍門契員) 22명의 명단이 암석에 새겨져있는 명소로 이 주변이 이른바 등천대(登天臺)로 불리우는 곳이다. 물론 등천대라는 글자도 어디엔가 있다는데 발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백운동(白雲洞)의 또다른 이름인 용문동천(龍門洞天)에서 동천(洞天)은 계곡물이 맑고 풍취가 수려한 절경(絶景)에 붙이는 이름으로 신선이 사는 곳을 가르키는 말이라 한다. 등천대(登天臺)는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곳이니 아주 옛날에는 신선들이 살았을 것이고, 조선시대에는 남명 조식이 그의 제자들과 탁족을 하며 학문을 논하고 나라를 걱정했을 것이고, 남명의 제자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여름날 머슴이나 하인들에게 술단지를 지우고 이곳을 찾은 22명의 선비들이 풍취에 반하고 약주에 반해 시를 읊다가 흥에 겨워 그들의 이름을 새기고는 계를 결성하였을 것이다. 22명 중의 누군가인지 아니면 또다른 누군가를 시켜 바위에 이름을 새기게 하였을 것이니 그들의 치기가 부러울 뿐이다.

 

 비록 그 옛날의 신선이나 선비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그곳에서 일일선(一日仙)이 된 일곱명이 자리를 잡고 신선흉내를 내본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이라 했다. ‘하루를 맑고 욕심없이 소박하게 산다면 하루일망정 신선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일일선(一日仙)이 된 일행들이 물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급류를 이루는 폭포에서는 물안마를 받기 위해 자리다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곤 다시 반야탕(般若湯: 범어에서 반야는 Prajna로 지혜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반야탕, 즉 술은 '지혜의 물'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의 세계를 맛보기위해 최경자님이 얼려온 맥주병을 딴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다 계곡 위쪽이 궁금하여 슬며시 일행을 떠나 나홀로 계곡 트래킹을 해본다.

 

 

▲  제법 많은 인파로 덮인 백운계곡의 폭포

 

▲  용문동천(龍門洞天)이라 불리우는 수려한 절경(絶景)

 

   <유두류록>까지 남기며 지리산 곳곳을 유람한 남명이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이라 추켜세운 백운계곡이 궁금하기 그지 없어서이다. 백운계곡에는 청의소, 아함소, 다지소, 장군소, 용소 등의 소()와 백운폭포, 탈속폭포, 용문폭포, 오담폭포, 십오담폭포, 칠성폭포, 수왕성폭포 등의 폭포가 있다고 하나 안내판이나 표지판이 없으니 이곳을 처음 찾은 나그네 그냥 수려한 골짜기 풍광을 가슴에 담으며 걷는다. 피서철이어서 사람들로 북적이긴 하지만 맨발로 물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록 폭포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폭포들이 빼어난 모습을 자랑하고 깨끗하고 거센 물줄기등이 구름처럼 널린 흰 바위자락을 타고 넘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백운계곡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어디 그 뿐이랴 또다른 이름인 용문동천이라는 이름값도 충분히 하고 남는다. 그림같이 펼쳐진 반석들은 신선들이 놀다가 하늘을 향해 등천하고도 남음이 있을 듯 하다. 가히 백운계곡은 용문천(龍門川)이요 영남제일천석(嶺南第一泉石)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곳이다.

 

 

▲  백운계곡 트래킹을 즐기고 있는 산악회원들(1)

 

 

▲  백운계곡 트래킹을 즐기고 있는 산악회원들(2)

 

▲  백운계곡 트래킹을 즐기고 있는 산악회원들(3)

 

 

▲  계곡 산행의 백미인 물놀이(1)

 

 

▲  계곡 산행의 백미인 물놀이(2)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가 다시 가던 길을 되집어 일행이 있는 등천대(登天臺)로 향한다. 내 비록 이 백운계곡에서 말년을 보내며 백성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까워 하지 않았던 남명의 생애를 되돌아 보는 일조차 버겁지만 남명의 세상의 모든 권세 앞에 초연했던 선비로서의 참모습은 닮고 싶은 일면이다. 그의 고고했던 역사를 되돌아 보며 내려오다 보니 다시 등천대이다. 그곳에서 아직 신선흉내를 내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일행과 다시 합류하여 신선인 척 해본다. 아니 신선이 아닌 그저 미혼탕에 혼미해진 필부가 되어 바위 틈으로 부서지는 물보라 속에 몸을 담그고 맘껏 피서(避暑)를 즐긴다.

 

 

▲  물보라치는 작은 폭포에서 물안마를 받으며 일일선(一日仙)이 된 회원들

 

▲  등천대(登天臺)에서 미혼탕에 젖어 하늘에 오르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있는 맨발나그네

 

 백운계곡에서의 하루는 비록 서너시간에 불과했다. 오고가는 시간이 대략 9시간이 걸렸으니 아마도 오늘날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효과적이지 않은 경제행위이다. 허나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친해진 벗들과 일일선(一日仙)이 되어 나의 영원한 애인인 산과 함께 함은 행복이다. 산이라는 사랑 약을 복용한지 어언 40여년, 이제는 그 사랑에 중독이 되었건만 아직도 한참을 더 채워야 할 그리움이다. 가끔은 외로움을 달래려 간절한 마음으로 그녀 산의 품에 안기건만 그럴 때마다 넉넉한 품으로 나를 안아 준 연인()이다.

 

 

 아마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그녀()를 사랑하며 살리라. 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오직 사랑하리라. 아니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그날까지 사랑하리라. 오늘 나를 안아 준 백운계곡의 아름다움도 항상 나의 마음 속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세상 한가운데 산과 함께 할 수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아마도 내 삶이 존재하는 그날까지 함께했던 산과의 운우지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의 한 벌 얻어 입고 북망산천으로 떠나는 그날 파노라마가 되어 인생길 마지막을 장식해 준다면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을 것이다. 미혼탕(迷魂湯 : 사람의 지혜를 흐리게 하는 물, 즉 사람의 혼을 미혹하게 하는 음료)의 힘을 빌려 감히 말하건대 오늘도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건강이 있음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