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이 상스러운 구름을 타고 내려온 서운산

 

 


  서운산 개요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과 금광면 그리고 충북 진천군 백곡면의 경계를 이루는

서운산(瑞雲山, 547m)은 안성시에서 남쪽으로 약 12㎞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산세가 부드럽고 해발이 높지 않아 가족동반 산행지로 적당하며,

4월초가 되면 계곡과 능선에 진달래가 피고 5월로 들어서면 철쭉이 군락을 이룹니다.


  사람들이 주로 찾는 남쪽 산 입구에는 고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지었다는

청룡사가 있는데, 청룡이 상스러운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해서

산 이름을 서운산, 절 이름을 청룡사(靑龍寺)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비를 피한 산행

  

  2006년 8월 20일 일요일 아침, 제10호 태풍 "우쿵"이 어제 오후 울산 앞 바다에서

소멸되었다는 뉴스를 보았지만 이의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곳에 따라 한 때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는 마음은 우울합니다. 우중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필자는 산행을 하면서 비를 맞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아침하늘을 보니 잔뜩 흐려있기는 해도 당장 비가 내릴 기미는

아니어서 배낭을 챙깁니다. 산행 대상지를 물색하다가 이틀전과 마찬가지로

월간 산(2006년 8월호)에 소개된 안성의 서운산으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경부고속국도를 달리는 도중 차창에 가랑비가 몇 차례 흩뿌렸지만 안성인터체인지를

나와  34번 국도를 타고 충북 진천방면으로 가다가 청룡저수지에서 좌회전해

그럴듯한 몇 개의 음식점을 뒤로하고 청룡사 주차장에 도착한 때는

이미 비는 그쳤습니다(09:45).       

  

  

  


  청룡사∼연적암

  

  개천 맞은 편에 위치한 청룡사 답사는 하산 후 하기로 마음먹고는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주차장에는 이미 20여대 이상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어 이틀 전

칠장산과 칠현산 등산을 할 때처럼 산행 내내 외톨이로 걷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주말에 서울 근교의 산에 가면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짜증이

날 정도인데, 그래도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인지라 인적이 끊긴 산일 경우

사람이 그리워짐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산세가 부드러워서인지 어른들의 손을 잡고 오르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임도를 따라 들어가다가 Y자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합니다. 월간 산에서 제공한

산행안내도에 의하면 산행 들머리에서 왼쪽으로 서광사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이를 찾을 수도 없고 또 산행 내내 서광사에 대한 이정표는

한번도 보지 못합니다.


  임도를 계속 걸어가니 샘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10:15). 왼쪽의 좌성사로

 가는 대신 오른쪽 은적암으로 가는 호젓한 길로 접어듭니다. 필자의 앞뒤로 가는

사람들은 모두 좌성사방면으로 가고 필자 홀로 은적암으로 발길을 돌려

위로 오르는 길을 두고 거의 수평으로 가다가 내려서니 은적암입니다(10:27). 


  조그만 대웅전 기둥에 "서운산 은적암"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몇 사람이 쉬고 있습니다. 그 아래 샘터에서 생수 한잔을 마시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샘이 있는 임도상의 삼거리>

  

  

  <은적암>

  


  금북정맥 능선

  

  은적암 옆 등산로에 서 있는 큰 나무 밑둥치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누가 그랬는지

몇 개의 돌을 집어넣어 보기가 영 좋지 않습니다. 은적암에서 위로 오르면

바로 서운산 정상으로 연결되지만 필자는 가능한 한 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등산로를 길게 잡습니다. 따라서 은적암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비탈면을 따라

서서히 올라갑니다. 이 곳은 그야말로 인적이 하나도 없는 매우 조용한 길입니다.

오늘 이 시각까지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듯 얼굴에 거미줄이 자꾸만 걸려

스틱을 훠이훠이 휘두르며 나아갑니다.   


  은적암에서 출발한 지 약 10분 후에 금북정맥 능선에 도착합니다(10:43).

최근에는 백두대간뿐만 아니라 정맥산행도 인기라서 그런지 이 능선의

남북으로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신작로 수준입니다.

  

   <나무등걸의 구멍>

  

  

  <정맥능선의 등산로>

  

  


  서운산 정상의 이상한 표석

  

  북쪽으로 몸을 돌려 세워 오르막을 걷습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나무의 등걸에

이끼가 끼어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는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고산에서나

봄직한 현상인데 그 만큼 이 산이 인간들에게 덜 오염되었다는 증거이겠지요.

오른쪽 정맥길인 배티고개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나자 서운산 정상입니다(11:00).

  

 

     <이끼가 낀 나무>

  


  서운산성 안내판 옆에는 큰돌로 표석을 세워 놓았는데 한마디로 실망스럽습니다.

 받침돌까지 만들어 올려놓은 표석에는 "해발 547.4m"라고 음각되어 있을 뿐입니다.


  산 이름을 표기한 후 해발고도를 병기해야함에도 해발고도만 달랑 적어 놓은

 이런 표석은  난생 "처음 보는 것"입니다. 물론 표석 옆에는 목재로

서운산 정상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기에 이곳이 서운산 정상임을 모를 리는 없겠지요.

정상 옆 바윗돌에 올라가 보니 서쪽 방향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서운산 정상 표석>

  

  

   <서운산 정상 이정표>

  

  

  

  가슴을 씻어낸다는 탕흉대

  

  정상에서 되돌아 나와 좌성사방향으로 진입하니 큰 헬기장입니다(11:10).

이곳에서는 남쪽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터집니다. 저 아래에는 청룡저수지가

잔잔하게 빛나고 있고 진천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가 시원스레 뻗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철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름 모를 높은 산도 조망됩니다.

  

  <남쪽의 청룡저수지>

  

  

  <남쪽의 산세>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갑니다.

등산로는 거미줄 같이 연결되어 있지만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지도를 꼼꼼히

살핀다면 길을 헷갈릴 염려는 없습니다. 삼거리에 도착해 좌성사방면으로 가지 않고

탕흉대로 갑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등산로에 마음마저 차분해 지는 것 같습니다.

높은 나무에 앉아 울어대는 매미는 꼭 내 머리 위를 따라 오면서 우는 것처럼 들립니다.

도처에 매미가 많다는 증거이겠지요. 서서히 고도를 낮추다가 마지막으로

살짝 높은 등성이에 오르니 탕흉대입니다(11:40).

  

   <탕흉대 가는 길>

  

  

  <탕흉대 이정표>

  

  

  <탕흉대 노송>

  


  탕흉대에서는 서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34번 국도를 타고 청룡사로

오는 길에 왼편에 서 있던 높은 건축물도 가까이 보입니다.

서운산 최고의 전망대인 이곳에 서면 안성, 평택, 성환, 천안까지 시야에 잡힌다고

하는데 현재 약간 흐려서 분간하기는 어렵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홀로 앉아서 과일을 깎아 먹습니다. 약 20분간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데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다가 일어서려는 순간

북동쪽 능천사방면에서 한 사람이 올라와서는 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바로 오른쪽 아래로 종종 걸음으로 사라집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주민인 듯 합니다.

 

   <서쪽 조망>

  


  팔각정과 서운산성

  

  탕흉대에서 급경사 내리막을 조금 내려오니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데

그 옆에는 오래된 석조여래입상이 보입니다. 이 불상은 조각의 수법 등을 고려할 때

통일신라 불상조각의 영향을 받아 고려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팔각정>

  

  

    <석조여래입상>

 


  그리고 불상 가는 길에는 서운산성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는 서운산 정상에서 본 것과 동일합니다.

여기가 서운산성의 지휘본부가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서운산성(북산리성)은 임진왜란 때

이 지역의 의병장으로 활동한 홍계남(洪季男)장군이 북쪽으로 올라오는 왜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쌓은 토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쪽의 조망이 트이는 좌성사    

         

  좌성사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어

또 다른 선경(仙境)으로 인도된 느낌입니다. 서운산을 오르는 중요한 길목의 하나인 좌성사는

백년정도의 역사를 지닌 비교적 근대에 세워진 기도사찰입니다.

축대에는 큰 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나무사이로 바라보는 남쪽과 남서쪽의 전망이

눈이 시리도록 깨끗합니다(12:15).


  소규모 대웅전과 요사채에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곳입니다.

다만 간간이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입니다.


  대웅전 아래까지 임도가 연결되어 있는데 RV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울창한 원시림(1)>

  

  

  <울창한 원시림(2)>

  

  

  <좌성사 대웅전>

  

  

  <남서쪽 전경(1)>

  

  

  <남서쪽 전경(2)>

  

  


  찾지 못한 서광사

  

  이제 필자는 월간 산에서 표시한 서광사를 경유하여 하산하려고 합니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는 5-6명의 사람들로부터 익모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서광사를 물어보니 모른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곳을 여러 차례 올랐다고 하여

지도를 보여주자 그 쪽은 사람들이 다니기는 하지만 절은 출입금지라고 말합니다.

  

   <좌성사 앞 익모초>

  

  


  임도로 따라 가다가 고개 마루를 넘자 이들은 오른쪽 숲 속을 가리키며

길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임도를 벗어나니 호젓한 숲 속으로 연결되는데

길은 이외로 뚜렷하지만 또 다시 외톨이가 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한참을 들어가니 사립문처럼 생긴 것으로 길을 막아 놓고

"수행중이니 등산인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구가 붙어있습니다.

필자는 남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파출소에 한번 가본 일이 없어 법 없이도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사찰이 어떤 모습인지 보지도 못하고

그냥 왼쪽으로 하산하기에는 너무 아쉬워 살짝 사립문 옆으로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갑니다(12:40).

  

  <사찰 출입금지 안내문>

  

  

   <이름 모를 사찰>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을 약 15m 정도 돌아가니 저 아래에 1960년대

새마을운동당시 개량주택을 연상시키는 초라한 집 두 채가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처마 밑 방문 앞에는 고무신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을 뿐입니다.

 불청객이 찾아들어 수행에 방해가 될까봐 암자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마당으로

 내려서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립니다.


  다시 호젓한 산길을 내려오니 아침에 올랐던 임도와 만납니다.

산행후기를 작성하면서 지도를 살펴보아도 필자가 방문했던 이곳이

서광사인지 아닌지는 확인 할 길이 없습니다. 월간 산 답사팀이 엉터리로

산행개념도를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필자가 미처 서광사로 가는

산행 들머리를 발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서

 야생화 달맞이꽃, 전호, 마타리 그리고 누리장나무, 무궁화 등을 만납니다. 

  

    <달맞이꽃>

  

  

   <전호>

  

  

   <마타리>

  

  

  <누리장 나무>

  

  

   <무궁화>

  

  

  <등산로 입구의 돌탑>

  


  청룡사 대웅전과 꽃구경

  

  청룡사 주차장을 빠져나와 마을회관 쪽으로 내려오니 청룡사 사적비가 서 있고

들어오는 방향에서 오른쪽에는 부도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다리를 건너 청룡사로 들어섭니다.

일주문을 지나니 바로 대웅전입니다(13:20). 

  

  <청룡사 사적비>

  

  

   <청룡사 부도탑>

  

  

   <청룡사 일주문>

  


  청룡사는 고려 원종 6년(1265) 명본국사가 지어 대장암이라 하였으며,

그 후 고려 공민왕 13년(1364) 나옹화상이 크게 다시 지어 청룡사로 고쳐

부르게 되었습니다. 절 안에는 대웅전, 관음전, 봉향각, 명부전 등이 있고

대웅전 앞에는 조선 현종 15년(1674)에 지은 5톤 무게의 구리로 된 종이 있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2.2m 높이의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는데, 대웅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지만 고려 때 명본국사가 세운 것으로

그 당시 불탑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자료: 경기도 홈페이지).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대웅전의 측면을 바라보면 구부러진 기둥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형 나무를 가공을 하지 않고 원래 모양 그대로 건축한 점이 매우 특이합니다.


  경내에는 배롱나무, 군자란(클리비아 미니하타), 백일홍, 로프록스, 원추리 등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대웅전>

  

  

   <괴목을 그대로 사용한 대웅전 기둥>

  

  

   <범종각>

  

  

  <원추리>

  

  

  <배롱나무>

  

  

  <군자란 (클라비아 미니하타)>

  

  

  <백일홍>

  

  

  <로프록스>

  

  

   <고목과 일주문>

  


  에필로그 

  

  오늘 산행에 3시간 3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을 길게 하려했지만

산의 규모가 적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등산로를 답사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산행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청룡사주차장/임도/좌성사삼거리/은적암/금북정맥능선

/서운산정상/헬기장/탕흉대/팔각정/좌성사/임도/무명암자(서광사추정)/임도/청룡사입니다.


  자동차를 몰고 청룡저수지 곁을 지나는데, 저수지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시선을 끕니다. 1번 국도를 계속해서 타고

수원을 경유해 귀경하려다가 경부고속국도로 차 머리를 돌립니다.

상경하는 길에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려면 아무래도 고속국도휴게소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서운산은 두루뭉실하게 부드러운 육산이어서 산세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탕흉대와 좌성사에 올라 남쪽과 서쪽으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며,

솔잎 향기 가득한 숲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런 산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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