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10) - 갑장산


나옹화상의 흔적을 간직한 경북 상주의 갑장산(790.7m)


 
▲ 갑장산 정상에서 산친구 반려와 함께

 

갑장산(806m)은 경북 상주시 지천동과 낙동면 비룡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상주는 慶尙道(慶州의 “慶”자, 尙州의 “尙”자)의 뿌리로 긍지높은 선비의 고장이며,쌀, 누에고치, 곶감으로 유명한 三白의 고장으로, 또한 전국제일의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다.

  

상주를 대표하는 삼악(三岳)은 갑장산, 노음산(725m), 천봉산(436m)인데, 갑장산은 그 중의 으뜸이자 수호신 역할을 하는 안산(案山)으로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고려 충렬왕이 승장사에서 잠시 쉬었다 가며 "영남의 으뜸산" 이라 하여 갑장산이라고도 하며, 갑장사 절의 이름을 따서 갑장산이라고도 한다. 또한 마르지 않는 샘터인 구룡연에서 유래되어 연악산(淵岳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갑장산 정상부에는 갑장사가 있고, 산허리에 용흥사 및 휴게시설(연악산식당, 주차장 등)이 있다.산 아래에는 각종 자생식물과 잡목이 우거져 있으며 동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 백길바위가 있고, 남쪽으로는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기이한 암석이 있는데 이를 시루봉이라 하며 동쪽으로는 낙동강이 굽이쳐 흐른다.

  

또한 갑장산은 지극한 효성으로 유명한 나옹화상을 생각나게 하는 산이다. 고려 말 공민왕 때 선종의 고승인 나옹은 뛰어난 문재로도 유명하다. 갑장산은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오는 갑장사와 극락보전을 불사했다고 전해오는 용흥사의 두 고찰을 자락에 품고 있으며, 연꽃 모양의 산봉우리와 정상 부근 암봉들의 수려한 모습이 아담하면서도 비룡리 방향의 절벽단애는 웅장하고도 아찔한 모습으로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등산 코스는 ① 갑장사와목  ③ 굴티 그리고 종주 코스 등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되어 있다. 그 중 일반적인 코스가 갑장사 코스와 종주 코스 2가지이며, 출발점은 모두 용흥사 입구 주차장이다.

 
 
▲ 등산지도

 

일 시

2004년 10월 10일(일) 10:10 - 15:50 (4시간 40분, 휴식시간 1시간 20분 포함)

날 씨

대체로 맑음

코 스

용흥사주차장→용흥사→삼거리→전망바위→바람문→날등→나옹/백길바위→정상→갑장사/상사바위→740봉,문필봉,상산→용흥사주차장

동 행

반려와 나, 경북 경산의 이웃 사촌들(최애숙, 이혜오, 김성옥, 이향임, 이운자)

 

 찾아가는 길

 

오늘 갑장산 산행길은 옛날 경산의 이웃들과 함께한다. 주로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 사촌들인데 지금은 각기 다른 아파트에 살며, 특히 우리는 먼곳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소중한 이웃 사촌들이다. 김천역앞에서 만나 그 동안의 경산소식들을 전해들으며 3번 국도를 따라 지천동 상주 남부초등학교 직전에서 우회전하여 용흥사 주차장까지 도달하는데 약 40분 정도 걸린다.

계룡(07:55)→서대전IC(08:09)→대전남부순환고속국도→경부고속국도→김천IC→김천역(09:20)→갑장산용흥사주차장(10:00)

  

용흥사를 둘러보고 삼거리로 오르는 길

 

오늘은 반시계 방향으로 종주를 하기로 하고 주차장을 출발한다.(10:10) 용흥사 쪽 진입로를 따라 20m쯤 올라가 왼쪽 갈림길을 따라 간다. 오른쪽은 기독교대학선교회로 가는 길이다.
용흥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절 앞 연못 공터 오른쪽 사면으로 올라간다. 용흥사 들머리에서 삼거리까지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로 종주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11:00) 삼거리를 지나면 비교적 평탄하다.

   
   
▲ 용흥사 ▲ 연못

 

 전망대에서의 시원한 조망과 암릉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

 

제1전망대에 올라 맞은편의 갑장사와 상사바위, 정상부의 나옹바위와 백길바위를 조망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11:55-12:09) 전망바위를 지나면 석문 형태의 바람문을 2차례 통과하게 된다. 갑장산의 매력은 그 바람문들을 지나자마자 깎아지른 절벽단애로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갑장산 정상까지는 암봉과 암릉이 반복해서 이어지는 구간이다.

  

775봉 부근의 암릉위에서 아찔한 절벽 아래쪽을 바라보면 용포리 마을 뒤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시원스레 지나가고 그 너머 들판 가운데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신오리 마을 뒤로 고개 넘어 대원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에 선영이 있는 고향마을 앞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또 선산의 황금들녁을 지나서 반려의 고향 마을이 어림되고, 멀리 구미의 금오산도 조망된다.

  

정상부로 고개를 돌리면 나옹바위와 백길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도포를 걸친 노승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옹바위를 바라보며 그가 남긴 불후의 명시를 떠올려 본다. 욕심을 버리고 대자유인이 되어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라고 노래하는 그의 시는 심연에서부터 은은하게 전해오는 감동으로 가득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날등을 지나 나옹바위와 백길바위 위에 올라 절벽 단애 아래 펼쳐진 풍광을 감상한다. 맑은 하늘 아래 평화로운 산과 들판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유유히 흐르는 강물, 막힘없는 시계속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산을 좋아하면서도 고향 근처에 이렇게 아담하고 멋진 산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오다가 이제서야 찾은 사실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늦게나마 이 산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문명 위에서 건전한 산행문화를 일구어 가는 산을 사랑하는 여러 산님들 덕분이다. 그 분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바로 이어지는 정상은 경방초소와 통신시설물로 조금 산만하게 보이지만 그곳에서의 전망은 한치의 막힘이 없다.(12:35) 이곳에서 넉넉한 가을을 담은 들판에 자리한 상주시내를 바라보며 철없던 시절 고향친구의 결혼식(1978년경)에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잠시 그때의 상념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북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산객들이 늘 동경하는 대간 줄기가 보인다. 황악산에서 추풍령을 건너와 용문산, 국수봉을 지나 화령재, 속리산으로 이어가는 대간을 바라보며 즐거운 산행을 꿈구어 본다.

   
   
▲ 전망대에서 갑장사와 상사바위 조망 ▲ 전망대에서 나옹바위 조망
 
 
▲ 전망대에서 기념

 

   
   
▲ 바람문 1 ▲ 바람문 2

 

 
 
▲ 나옹바위(좌), 백길바위(우), 나옹바위 아래 날등 조망

 

 
 
▲ 중부내륙고속도로, 대원저수지, 선산읍 부근, 구미 금오산 조망

 

   
   
▲ 정상석 ▲ 안내문

 

 
 
▲ 정상에서 기념

  

 갑장사를 둘러보고 하산하는 길

 

정상 아래 갑장사로 내려가는 길옆 숲속에서 오랜만에 푸짐한 야채쌈으로 점심식사를 한다.(12:50-13:50). 이웃들의 정겨운 수다를 안주삼아 반주도 곁들이고 정신적 포만감까지 가득 안은채 갑장사로 내려간다.

  

천년고찰인 갑장사를 둘러보고 상사바위 위 휴식터에서 오늘을 기념하고(13:55-14:16), 다시 740봉으로 올라, 문필봉(695m), 상산(694m)을 거쳐 하산하는 길에 몇 번의 작은 전망대에서 걸어온 길과 갑장산의 모습을 돌아본다. 큰 소나무가 짙은 솔향과 가을 내음이 반겨주는 숲 길에서 가을 상념 속으로 빠져들어 걸으면 어느새  산행 기점인 연악산식당 뒤로 내려서 용흥사 주차장에 도착한다.(15:50)  오랜만에 완전하게 산의 한 바퀴를 도는 산행을 맺는다.

  

주차장 옆 개울에서 세족을 하며 피로를 풀고, 김천역으로 가서 경산의 이웃들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16:50)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텃밭에서 가꾼 배추와 치커리, 호박 같은 채소를 담은 보자기가 남아있다. 시골 정취로 가득한 정겨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김천 시내를 지나 추풍령IC로 올라 계룡에 도착했다.(18:40)

   
   
▲ 갑장사 ▲ 상사바위 윗부분 쉼터

 

 
 
▲ 문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