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 앞서


 

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면 산행이 끝날때쯤 느껴지는 아쉬움을

누구나 한번씩은 느껴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나의 경우  체력의 여유에서 오는 여유나 자만심은 분명 아니고

그냥 산을 내려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어쩌면 산에 대한 갈증이

다 채워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며칠씩의 지방원정 종주산행은 체력도 체력이고 게다가 현실여건이

따라주기 힘들다 보니 그 대안으로 불수도북을 그려보게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불수도북에는 좀 문제가 있는 것이

불.수.도.북을 연결하지 않고 단산으로 많이 다니긴 했어도 늘 다니던

몇개코스이외는 지리가 어둡고 연결부분도 한두번 정도의 경험뿐이라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코스를 도상으로 연결해놓고 그걸 해보려하니 사실

<불수도북>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부끄러운 산행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내자신이 불수도북이 가능한지 테스트해 본다고나 할까.


 

또하나 이번산행은 홀로산행이 되어버렸는데  김소장은 무릎 때문에 불수도북이

좀 부담스럽다 하였지만 사실은 둘의 선호하는 산행스타일에 좀 차이가  있어서일

것이다.

나는 워킹 자체에서 만족이 되는데 김소장은 릿지를하며 새로운 코스를

찾아나가는데 매력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사실 불수도북하면 장시간을 그저 무작정, 좀 심하게 말하면 무식하게 걸어야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 김소장은 북한산의 다른 코스를 산행하여 오후2시에서 2시반사이에

백운대에서 만나기로하고 나홀로 불수도북을 시작한다.

 

 



 

1. 불암산공원 ∼ 불암산정상 (03:23 -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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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암산 공원입구                                                      능선안부     

 

 

 

  

새벽4시쯤 시작하려 했던 것이나 이리뒤척 저리뒤척 선잠속에 눈을 뜨니 2시다.

어차피 남은 시간에 숙면은 힘들겠고 간단히 세면하고 배낭정리해서 그냥 집을 나선다.


 

도로로 나서니  거리는 가로등 불빛속에 적막하고 간간히 차들만이 지나친다.

쓸쓸한 거리에 홀로 서니 불수도북의 이름이 주는 위압감으로 내 자신이 더욱

작고 미약하게 느껴진다.


 

불암산공원에 들어서며 마치 수능시험보는 수험생의 마음이 된다.

체육시설이 있는 약수터 까지는 등산로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헤드랜턴을 켜고 정상 바로 아래부분에 도달해 기억을 더듬으며 정상으로 릿지를 하는데

손발에 닿는 바위의 느낌과 몸의 균형이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2. 불암산정상 ∼ 동물이동통로 (04:26 -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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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암산 정상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소리만 들리는 적막한 어둠속의 정상.   그 정상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란......


 

보통은 진행방향으로 정상을 넘어서 가야 하는데 두달전에 넘었던 곳이 웬지 생소해보이고

갑자기 어둠속에 보이는 바위들이 느낌이 안좋다.  우회로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랐던 코스를 다시 내려가 우회로를 찾아 석장봉을 향해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거대한 슬랩이 눈앞에 펼쳐진다....   잘못 들어선 것이 틀림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진행했지만 또다시 그 대슬립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몇차례를 반복하고 나니 마음은 혼란스럽기만하다.  헤드랜턴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비춰보지만 희뿌연 대슬랩이 위압감을 주며 눈에 들어올뿐이다.


 

차라리 정상까지 다시 올라가 내려가는 길을 찾는게 낫겠다싶어 정상으로 되돌아 가는데

바위에 걸려 있는 흰색 로프가 눈에 띈다.  드디어 길을 찾은 것이다. 그 로프가 얼마나

반갑던지......


 

이곳에서 알바한 시간은 대신 30여분 일찍 산행을 시작한 것으로 위안을 삼고 동물이동통로를

향해 진행한다.  이 길도 두 번밖에 경험이 없는데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한참을 진행하는데 바닥에 등로는 확실한데 점점 잡목이 밀실해진다.  한참전에

내려섰어야할 갈림길에서 무심코 지나친것 같다.   아무리 어둠속이라 하지만

불암산에서만  두 번씩이나 알바라니...... 


 

기운이 쏙 빠져나가면서 한편으로 자존심 구겨지는 소리와 함께

나자신에 대한 한심한 마음이 일어난다.


 

다시 길을 찾아 한참을 진행하니 저 멀리 도로의 불빛과 함께 동물이동통로의 모습이 보인다.

그모습은 또 얼마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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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이동통로

 

 

3. 동물이동통로 ∼ 수락산정상 (05:56 - 07:41)


 

동물이동통로를 지나고  군부대 철책을 따라 첫 번째 철탑을 지난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아래의 양궁터로 내려가 동막골 관리사무소거쳐

도안사쪽으로 오르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해도 양궁터로 내려가는 길을찾을수가 없다. 

여기서도 몇 번의 알바를 하고 그냥 철책을 따라 능선으로 진행한다. 


 

이번산행이 즐길수 있는 산행이 되리라곤 꿈도 안꿨지만  또한 초반부터

이렇게 알바를 거듭하며 기운을 뺄줄이야 생각도 못했다.


 

알바한 시간만  한시간반가량은 되는것 같다.  김소장과 약속한 시간은 고사하고

불수도북 완주에 대한 회의감 마저 찾아든다.


 

6시30분경 김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내가 출발이 좀 늦었으니 백운대에서

만나는 시간을 3시에서 3시반으로 조정하자고 한다.

속으로는 김소장과의 만남도 염두에 두지말자고 생각하니 일단 마음이 편해진다.


 

저 멀리 해가 떠오르고 마음이 편해지자 발걸음도 리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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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봉을 지나고 치마바위, 철모바위를 지나 수락산 정상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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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봉                                                            철모바위

 

 


 

4. 수락산정상 ∼ 장암역 (07:41 - 09:13)


 

수락산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로 도봉이 보이며 그 사이로 운해가 흐른다.

청량한 새벽공기와 기운속에  산행초반 알바의 기억을 모두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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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정상에서 도봉산 전망

 

 


홈통바위와 석림사쪽 갈림길.  정통의 코스라면 홈통바위를 거쳐 동막골로 내려가

다시 회룡쪽으로 해서 도봉에 들어야 하나 산행기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그냥

석림사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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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림사방향의 내림길


 


 

석림사 계곡에 내려서 맑은 물에 머리를 담그니 청량한 기운이 몸속 가득 퍼진다.

계곡에 앉아 잠시 단풍이 짙어가는 수락산 계곡의 새벽공기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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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림사계곡에서

 


 

석림사를 지나고 노강서원을 지나서 조금 있으니 간선도로 건너편으로 장암역이

보인다.

께획에는 도봉산까지 건너가서 아침을 해장국으로 하려 했으나 워낙 시간을 많이

소비한 터라 그냥 장암역 옆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때운다.

 

 


 

5. 장암역 ∼ 도봉산역 (지하철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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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역

 


 

6. 도봉산역 ∼ 신선대 (09:40 - 11:33)


 

도봉공원에서 다락능선 방향으로의 좌우로 나무가 우거진 등로와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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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 매표소 지나 광륜사                                                    등로



 

오늘의 암릉구간은 전에 없이 힘에 겹다.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이럴때에는

멈춰서 쉬는것보다 속도와 보폭을 조절하여 느리게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평지에서는 느리게 걷는 것이  휴식의 효과까지 있다.  느릿느릿 걸으며 다시

체력을 회복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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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능선을 지나 포대에 도착하고 Y계곡을 내려서는데 그렇게 붐비지는 않는다.

계곡 밑에서 쳐다보니 수직으로 뚤려있는 통로가 보인다.  skkim님이 소개해주신

그 통로같은데 지금의 체력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쳐다보기만 하다가 그냥

아주머니 뒤를 따라 쇠줄을 잡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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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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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계곡

 


 

곧이어 신선대와 자운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자운봉을 대신하여 신선대에 오르려

하는데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릿지를 하면 바로 신선대로 갈수있지만 좀 자신이 없고

아니면 저 밑에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데 ....... 어찌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몸매 날렵한 젊은언니 하나가 맵시있게 몸을 날려 릿지를 한다.  순간 나도 용기를 내어

신선대로 바로 직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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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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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서 본 자운봉

 

 


7. 신선대 ∼ 우이매표소 (11:33 - 13:50)


 

신선대를 지나 우이동을 향해 도봉 주능선을 따라 걷는데 시간을 보니 12시를

넘어서고 있다. 우이동에서 도선사까지 택시를 탄다해도 김소장과 약속한

3시에서 3시반까지는 너무나 빠듯하다.


 

몸은 따라주지 않는데 또다시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지자

발걸음도 질서가 없고 호흡도 어지러워진다.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소장과 통화를 하니 불통이다.

문자로 시간연장을 통보해 놓고  다시 마음을 느긋하게 해본다.


 

1시쯤 한적한 바위한편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는다.  김밥 두줄에 사과 한 개.

반주로 산사춘 한잔하려고 꺼내드니  잔을 빠트리고 왔다.  하는 수 없이

볼상 사납게  병나발로 반병을 비운다.  안주는 쥐포.

도봉산입구에서 족발이라도 사올걸하는아쉬움이 생긴다.


 

우이매표소에 도착하니 1시 50분.  어찌하면 3시반까지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8. 우이동 ∼ 도선사광장 (택시이용)


 

우이동에서 택시에 올라 도선사를 말했더니 난색을 표한다.

자기차는 뽑은지 얼마 안되는 개인택신데 도선사까지 가면 미션 다버린다나

뭐나하면서 요금을 더준데도 싫단다.


 

하는수 없이 다른택시(회사택시)에 타니 마침 자기는 길을 잘 모르니 알려 달랜다.

속으로는 또 승차거부를 당할까봐 걱정했는데 내심 쾌재를 부른다.


 

도선사 오름길을 계속 오르자 기사가 하는 말이 이런 길인줄 알았으면 안오는건데,

요즈음 개스값도 비싸고 어쩌고 하면서 불평을 한다.

일단 출발했는데 그런얘기 해봐야  소용없고 저위에 올라가면 다시 태우고 내려올 손님도

많다고 하며 불평을 누그러뜨린다.


 

도선사까지 미터요금 2100원,  3000원을 건네주니 기사분 얼굴이 조금 펴진다.

이 자리를 빌어  그때 그기사님 고마웠슈.

 

 


 

9. 도선사매표소 ∼ 백운대 (14:14 - 15:32)


 

도선사매표소를 지나며 이제는 마지막 고비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발 한발 하루재를 넘어 인수대피소를 지난다.  지금은 거의가 내려오는

산객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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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선사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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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주변의 단풍들이 역광을 받아 유난히 선명하고 눈이 부시다.

북한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위문을 향해. 그리고 머리위로

드디어 백운대가 눈에 들어온다.

 

 

 


10. 백운대 ∼ 소귀천매표소 (15:32 -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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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 김소장이 두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로 맞아준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김소장이 준비한 정상주를 나누며 서로의 오늘 산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김소장의 오늘 산행도 대단하다.


 

북한산의 새로운 코스를  여러개 답사해 놓고  다음에는 나를 안내하겠다고 한다.

사실 김소장 덕에 공짜 공부를 많이 한다. 


 

저번주에는  보통은 생각하기 힘든 <상장능선을 타고휴양소로 내려와 다시

밤골 능선으로 갈아타고 숨은벽으로.....>

정말 볼수록 정이 가는 친구다.


 

백운대에서의 하산코스는 어차피 이번산행이 종주로서의 의미는 없는 것인 만큼 

산성 주능선을 타다가 소귀천매표소쪽으로 빠지기로 한다.

소귀천계곡에 이르자 주위는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이제까지의 산행기를 마치며


 

불수도북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연코 말하되 어느정도의 정기적인 산행을 해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완주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체력에서 오는 어려움보다는

산행도중 불수도북이라는 이름이 주는 압박감,  주행시간과 속도에 대한 조급함,

산행자체에 대한 회의감. . .  이런 것들이 넘기 어려운 고비가 될 것이다.


 

이런점에서 skkim님의 불수사도북 24시간 종주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나는 산하의 산님들 모두가 시간에 구애됨 없이 마음에 여유를 갖고 불수사도북에

한번쯤 도전해 성취감을 얻기 바란다.


 

또한 불수사도북이 아니면 어떠랴.  산과 자연에 동화되어 자신을 순화시킬수 있는

산행이라면  뒷동산의 산책이라 할지라도 불수도북이나 백두대간보다  결코 그 의미나

가치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산하의 산님들 모두가 자신의 산을 통하여 자신을 순화시키고 그 산과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저의 산행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산행기록표


 

1. 불암산공원 ------------------- 03:23

2. 불암산주능선 갈림길 깔닥고개 --- 04:06

3. 불암산정상 ------------------  04:26

4. 동물이동통로 ----------------- 05:56

5. 도솔봉 ---------------------  07:11 

6. 철모바위 -------------------- 07:33 

8. 석림사방향갈림길 ------------  07:51

9. 석림사 ---------------------  08:45

10. 장암역 ---------------------  09:13

11. 도봉산역 ------------------   09:40

12. 도봉매표소 ------------------ 09:47

13. Y계곡 ---------------------- 11:15

14. 신선대 ---------------------- 11:33

15. 우이매표소 ------------------ 13:50

16. 도선사매표소 ---------------- 14:14

17. 위문 ----------------------- 15:17

18. 백운대 --------------------- 15:32

19. 소귀천매표소 ---------------- 18:20.

 

 

 


진행한 산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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