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4) - 계룡산(삼불봉)

山 이야기(4) - 계룡산(삼불봉)

청량사지로 오른 여름 아침의 삼불봉

 

 
▲ 삼불봉에서 산친구 반려와 함께

일 시

2004년 7월 31일(토) 05:15 - 11:32 (6시간17분, 휴식시간 1시간30분 포함)

날 씨

맑음, 구름조금 (해뜸:05:35, 해짐:19:41)

코 스

주차장 - 청량사지 - 삼불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주차장 (9.5km)

동 행

반려와 나

무더운 여름의 불청객 열대야가 열어주는 새벽 3:30. 휴일 새벽의 여유로운 시간, 반려와 나는 달콤한 새벽 잠 대신 산행을 선택한다. 주섬주섬 산행 준비를 한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밀목재를 넘어 동학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직은 어슴푸레한 분위기가 남아있다. 매표소가 보이고 반사적으로 지갑을 찾는다. 아차 지갑을 집에 두고 왔군 어쩌나... 관리원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매표소를 지나서 주머니에 지갑이 있음을 확인한다. 나이 따라 가끔씩 찾아오는 건망증, 반갑지만은 않은 친구이다.

시원한 새벽 공기 속의 산행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동학사 계곡을 따라 일주문, 불교문화관을 지나고 관음암, 미타암을 지나 동학사 직전의 갈림길에서 남매탑으로 방향을 잡는다. 오르막 등로에서는 속도가 떨어짐을 느낀다. 계속 이어지는 돌 계단길, 벌써 땀은 비오듯한다. "바람도 없네". 반려도 이제 조금씩 힘이 드나보다. "바람이 없는 걸 보니 오늘은 무풍도사가 오려나." 내가 늘 하는 말이다.  숲 사이로 보이는 아침 햇살을 담는 카메라 플래시에 새들이 깜짝 놀라 푸드득거린다. "미안하다 새들아 지금부터는 조심할께". 고도를 높이면서 한 두차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사이 부부의 연 대신 남매의 연을 맺은 상원스님의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남매탑(청량사지 쌍탑)에 이른다. 아침 햇살의 후광을 받은 계명정사는 상서로운 모습이다.

 
▲ 아침 햇살 가득한 계명정사
 
▲ 남매탑

남매탑을 뒤로하고 삼불봉 삼거리를 거쳐 풍수상의 계룡 주봉 삼불봉에 오른다. 동학사 쪽에서 보면 세 부처의 형상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의 삼불봉에서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천황봉과 쌀개봉 능선, 신선봉과 장군봉 능선, 갑사 골짜기와 양화저수지, 공주, 유성, 계룡....너머로 아침 운무가 수평선 처럼 드리워져 있다. 상쾌한 기분이다. 남매탑에서 만난 청년 2분과 곧이어 관음봉 방향에서 오신 부부 2팀에게도 기념 사진을 부탁한다. 그 인연의 고마움에 거듭 감사드린다.

 
 
▲ 삼불봉 직전 안부에서 천황봉, 쌀개봉 능선 조망
 
▲ 삼불봉 직전 안부에서 상신리 조망
 
▲ 삼불봉 직전 안부에서 계룡시 조망
 
▲ 삼불봉에서 장군봉 능선 조망
 
▲ 삼불봉에서 양화저수지를 배경으로

삼불봉에서의 조망을 마치고 관음봉 방향으로 가는 자연성능길은 동학사 계곡과 갑사계곡의 분수령이다. 주위를 조망하면서 아기자기한 암봉들 사이로 잘 정비된 계단길과 암벽 위를 걷는다. 볼수록 멋진 주위의 풍광, 바위와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들, 새삼 자연의 신비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제 시원한 바람 대신 덤덤한 바람이 불어온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사진촬영시간도 많아졌지만, 근래에는 보속이 많이 느려졌음을 느낀다.

 
 
▲ 삼불봉을 지난 안부에서 천황봉, 쌀개봉 조망
 
▲ 갑사 계곡의 조망
 
▲ 자연성능, 관음봉, 쌀개봉, 천황봉
 
▲ 자연성능, 관음봉
 
▲ 삶의 균형을 잰다는 천칭소나무
 
▲ 바위와 소나무
 
▲ 암릉길의 원추리
 
▲ 바위 틈새의 생명들
 
▲ 고사목과 대자암

자연성능을 지나면 바로 관음봉으로 오르는 철계단이다. 이곳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자연성능 길의 저 끝에 삼불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관음봉에 올라 동학사 계곡, 갑사계곡, 신원사 계곡, 연천봉, 천황봉과 향적산, 쌀개봉에서 이어져 나간 황적봉과 치계봉 능선 등을 조망한다.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반려는 하산길을 "천황봉, 머리봉, 숫용추 계곡 아니면 쌀개봉, 황적봉, 치개봉, 밀목재로 하면 어떨까?" 하고 제의를 한다. 쉬면서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조금은 안심이 된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 관음봉 계단길에서 돌아보는 자연성능과 삼불봉
 
 
▲ 관음봉에서 조망하는 동학사 계곡
 
▲ 천황봉과 향적산

관음봉에서의 조망을 마치고 관음고개 주위의 아늑한 쉼터를 찾아 허기를 달랜다. 식사후 졸음이 온다. 새벽잠을 설친 탓이려니. 시원한 그늘과 자장가 처럼 들려오는 매미소리를 벗삼아 휴식을 취한다. 관음봉에서 반려의 제의에 대해, 나는 "오늘 무더워 힘들거야, 다음에 다시 새벽 산행을 하자"고 달래면서 하산길을 동학사 계곡으로 정한다. 관음고개에서 은선산장까지 1.0km 거리는 바위부스러기가 만든 미끄러운 보살너덜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이 그늘길 이란 점이다. 은선산장 아래 물이 마른 은선폭포의 모습은 애처로운 '용의 눈물'이다. 비가 와야 할텐데....아래 계곡에도 수량이 많이 줄었다. 언제보아도 단정한 동학사에는 예불소리가 한창이다. 감로수에 목을 축이면서 오늘도 무사한 산행에 감사드린다.  점점 늘어나는 계곡의 피서객들, 계룡은 늘 삶에 지친 중생들을 감싸안는 휴식처이다.

 
▲ 보살너덜
 
▲ 은선산장
 
 
▲ 은선폭포
 
▲동학사 대웅전
 
 
▲ 동학사 계곡
 
▲ 미타암과 학바위
 
▲ 관음암
 
▲ 일주문

찾을때 마다 항상 새로운 모습의 계룡산. 산뜻한 단청의 동학사 산문을 뒤로하고 오늘 산행을 맺는다. 계룡의 예지와 기상으로 오늘도 열심히 살아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