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일시
2004년 7월 23일(금요일)/오전 5시 40분∼오후 3시 50분

◆ 산행코스
소공원-비선대 (3km/35분)    
비선대-금강굴 (0.6km/25분) (금강굴에서 5분 유선대에서 5분 경관 감상)
금강굴-금강굴 갈림길 (0.15km/10분)    
금강굴 갈림길-식수보충지점(2.55km/1시간30분) (잠깐씨 수차 휴식. 물보충)
식수보충지점-마등령정상(0.5km/13분) (경관 감상)
마등령정상-오세암 갈림길 (0.2km/7분) (오세암 1.4km/백담사 6.0km 표시)
오세암 갈림길-희운각 대피소 (5.1km/2시간45분) (잠깐씩 수차 휴식)
희운각 대피소-소청봉 (1.3km/1시간 8분) (희운각에서 물보충. 점심식사 15분)
소청봉-중청봉 (0.6km/17분)
중청봉-한계령 (7.7km/3시간)

◆ 산행거리/산행시간
21.7km/총 소요시간 10시간 10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구간별 거리/시간
◎ 05:40 소공원 매표소
   (3km)
◎ 06:15 비선대(1507m)
   (0.6km)
◎ 06:40 금강굴(금강굴과 유선대에서 경관 감상)
   (0.15km)
◎ 06:50 금강굴과 마등령 갈림길
   (2.55km)
◎ 08:20 마등령 정상아래 식수보충지점
   (0.5km)
◎ 08:33 마등령 정상(1,320m)(간식)
   (0.2km)
◎ 08:40 오세암 갈림길(오세암까지 1.4km/백담사까지 6.0km)
   (1.1km)
◎ 09:13 희운각까지 4.0km지점
   (0.6km)
◎ 09:28 희운각까지 3.4km지점
   (0.4km)
◎ 09:42 1,275봉 (간식)
   (0.2km)
◎ 10:09 샘터 (설악 03-06 현위치번호 표시위치에서 15분 휴식)
◎ 10:45 잦은바위골 갈림길
   (1.7km)
◎ 11:02 신선봉
   (0.9km)
◎ 11:20 무너미 고개(1,020m)(비선대까지 5.3km/대청봉까지 2.7km)
   (0.2km)
◎ 11:25∼11:40 희운각 대피소(점심식사)(대청봉까지 2.5km)
   (1.3km)
◎ 12:33 소청봉(1,550m)
   (0.6km)
◎ 12:50 중청봉(1,676m)(끝청갈림길/1,600m)
   (1.2km)
◎ 13:14 끝청봉(1,604m)
   (1.4km)
◎ 13:37 한계령까지 5.1km 지점
   (1.0km)
◎ 14:00 한계령까지 4.1km 지점
   (1.8km)
◎ 14:45∼14:55 귀때기청봉 갈림길(귀때기청봉까지 1.6km/대승령까지 6.7km)
   (2.3km)
◎ 15:50 한계령

◆ 산행후기
아침 5시 20분경 설악산 입구 해맞이 동산에서 바다로부터 솟아오르는 해를 보는 행운을 안고 설악산 소공원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이 5시 40분이다.
입장료를 강제징수 당한 기분으로 출입증을  교부받고 출입문을 들어선다.
표 받는 아저씨가 이렇게 일찍 혼자서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공룡능선으로 해서 한계령으로 간다고 하니 약간 염려하는 눈치다.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익숙한 길을 재촉한다.
비선대까지의 길은 속초에 일 때문에 갈 때마다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도 걷던 길이다.
금강굴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아침 햇살이 너무나 청명하기에 금강굴에서 설악산을 보고자 오르기로 작정하고 계단을 밟는다.
금강굴과 유선대에서 바라보는 햇살 가득한 설악산의 기암봉우리들이 발걸음을 잡는다.
청명한 날씨에 불어주는 바람 또한 나 홀로 산행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한다.
금강굴에서의 여운을 안고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 설악의 봉우리들을 감상하면서 능선에 오른다.
능선 길에서 마중 나온 바람을 안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마등령에서 자주 만난 뱀이 또 나타날까봐 마음 졸이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1시간정도 오르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앞서가는 나 홀로 산행의 남자 분을 만난다.
금강굴을 다녀오는 동안 먼저 앞서간 듯 하다.
이 코스는 초행이라면서 공룡능선으로 해서 천불동계곡으로 가신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이런저런 대화에 벌써 마등령이 가까이 다가온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마등령 아래에는 식수를 보충하기에 충분한 물이 흐른다.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500m를 오르니 마등령 정상이다.
정상 바위에서 설악의 봉우리들을 감상하고 공룡능선을 바라보면서 잠깐 같이 온 남자분과 작별 인사를 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반대편에서 몇 번 왔던 기억을 더듬어 오르고 내리면서 한눈에 보이는 설악의 경관들을 혼자서 마음껏 감상한다.
날씨가 너무나 청명하여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어서 행운인 듯 하다.
1,275봉을 지난 샘터에는 물이 흐르긴 하여도 식수로 사용하기엔 부족한 물이다.
물에 손 한번 씻고 언덕을 오르는데 왼편 바위에 글귀가 박혀있다.
바위 가까이에서 보니 강남대 OB 산악회에서 이곳에서 산사람으로 고인이 된 친우(1961년 12월 6일생인 권지운)에게 보내는 追慕의 글이 마음을 찡하게 한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山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우리 어찌 잊으랴.
                             1986. 8. 16 친우일동」

「함께 나누던 막걸리만큼이나 털털했던 형의 모습을 이제 볼 수 없지만
  영원한 산사람이 되어버린 형이 잠든 이곳에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여기 담아 지운형께 바칩니다.
                       1991. 8. 15 강남대 OB 산악회」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린 25세의 꽃다운 청년을 생각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벗하여 한참을 휴식한다.(설악 03-06 현위치번호 표시위치에서)
잦은바위골 등산로는 입산금지로 표시되어 있다.
신선봉에 오르니 공룡의 긴 자락이 보인다.
산행시간 5시간 40분만에 무너미 고개에 도착한다.
희운각에는 한계령에서 새벽에 출발한 일행들과 천불동으로 올라온 몇 명이 아침인 듯 점심인 듯 식사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을 먹었기에 희운각 대피소 앞 계곡에서 식수 보충하고 간단히 이른 점심을 먹는다.
공룡능선에서 함께 해준 바람도 희운각에서부터 소청까지는 흔적도 없다.
소청까지의 길이 어찌 그리 멀고 힘들든지....
이틀 전 소청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지척이 보이질 않더니만 그래도 천지가 환하게 보이고 설악의 골짜기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니 힘들었던 기억은 순간에 불과하다.
소청에서 중청까지 가는 동안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곳곳에 눈 도장을 찍는다.  
끝청 갈림길에서 한계령까지 7.7m의 표시가 있다.
한계령에서 역코스로 여러번 왔던 기억과 서북주능선 코스로 산행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한계령을 향해서 발을 내딛는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단체 산악회의 일행들을 여럿 만난다.
그들은 많이 지쳐 있어 대청봉까지의 산행 길을 힘들어하면서 남아 있는 거리를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묻는다.
날씨가 너무 덥고 바람이 없는 탓에 많이 지친 것 같다.
조금 덥고 힘들어도 설악산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일 텐데....
귀때기청봉 갈림길에 도착하니 더 가야할 거리가 2.3km이다.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함께 하니 한참을 휴식하고 마지막 간식을 한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물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입맛이 전혀 없다.
등산장비가 부실한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왁자지끌 하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혼자 왔냐고 묻고는 많이 놀란다.
아마도 소풍산행을 나온 것 같다.
조심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내리막길을 천천히 50분 정도 내려오니 한계령이 저기 보인다.  
산행시작하고 10시간 10분이 지난 오후 3시 50분에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틀 전에도 약 21km를 산행해서 인지 무릎에 무리가 온 듯 하다.
노선 버스시간이 맞질 않아 지나는 승용차를 죄송한 듯 세웠는데 마침 숙소가 있는 낙산 해수욕장까지 간단다.
땀내 나는 중년 아줌마를 숙소 앞까지 태워주신 멋진 신사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나 홀로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