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2. 목. / 2명
1. 지금은 입산금지, 12월 15일 경 풀린다고
모처럼의 짬을 어디로 갈까 하다가
출발 직전 계방산으로 낙착.
올해 세 번째다.
9시 반쯤 출발,
홍천(11시) 지나 56번 도로로 갈라져
한적한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다.
자주 다니는 길임에도 언제나 좋다.
서석 지나 운두령 도착하니 12시 경.
고개를 오르는데 응달에는
천만 뜻밖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높이의 의미가 예사로운 게 아님을 새삼 느낀다.
라면을 먹고 올라 가려고
뜨거운 물을 붓는 사이
뒤로 나가 등산화 한 짝을 신는데
포장마차에서 웬 분이 나와
등산할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입산금지라며
등산로 입구를 가리키고
자기가 근무 중임을 알리며
서 있는 갓발 달린 차를 가리킨다.
계단에 큼지막하게 가로 막은 입산금지 표지.
전혀 예상 못한 변수.
어쩌나?
이런 일이 한 두 번인가마는
난감.
-가칠봉에서, 주왕산에서, 서산 팔봉산에서의 일이
순식간에 스쳐간다.
2. 신발 한 짝 도로 벗고 등산 포기.
라면에 부어 놓은 물을 도로 쏟고
-이것도 황당한 일이다-
송어횟집 방향으로 내려 가다.
이승복 생가 쪽 등산로 계단에도 금지 표지가 있다.
지키는 이 없어 잠시
오를까도 생각하다가
그만 두기로.
물통을 부탁하고
산행도 않은 말짱한 몸으로
점심은 잘 먹다.
처음 마셔보는 평창의 감자주로 반주.
아침에 버스 한 대로 온 산행객들도 그냥 돌아갔단다.
눈이 오면 풀리는데
15일 경이면 입산할 수 있다고.
그 사이에 양어장과 집을 수리중이란다.
계방산이 입산통제면 손님이 확 준다고.
송어들은 우리가 자리 잡은 집 아래쪽으로 옮겼단다.
그 많던 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미리 입산여부를 확인하고 싶으면
이 집(033-332-4521/남우수산)으로 물어 보면
좋을 듯.
3. 귀로
아주머니가 언제나 자랑하는
최고의 물을 받아 홍천으로.
가리산이나 방태산을 떠올리다가
오늘은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하고
묵은 티켓이 생각나 홍천온천으로.
오랜 만에 들리니
그 옆 큰 호텔이 운영난으로 닫았단다.
분위기가 밝은 곳이었는데...
오다가 빤히 보이는 화로구이도 어중간해서
바로 귀가하다.
강원도의 맑은 기운을 한껏 느낀 것으로
자족하며.
행정편의상 무조건 입산금지로 해 버림이 아쉬운 현실이지요. 이해는 되지만....
님처럼 산을 내몸처럼 사랑하시는 분들은 전혀 그럴 염려가 없고 오히려 산을 해치는 자들을 잡아내는 파수꾼 역활을 하실텐데 앞으로는 산을 진정 내몸처럼 사랑하시는 분들에 한해 입산자격증을 발행해 주어서 야생동물 보호도 하게 하면 좋겠지요.
산하가족 명의로 국립공원 관리공단 등에 건의라도 해보면 좋겠는데.
저희들처럼 산을 진정 사랑하는 자들이 어디있을까요. 관리공단 직원도 잘 하시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