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가을은 한없이 조용하며 포근하다


2004.10.18~19(1박2일)


10.18(월, 구름많음)


경부터미날(06:30)→강릉터미날(09:20)→소금강 종점(10:20)→십자소→연화담(10:45)→금강사→식당암→구룡폭포(11:20)→백운대(12:00)→만물상→선녀탕(중식)→낙영폭포→노인봉 대피소(15:30)→노인봉(15:40~16:00)→진고개 휴게소(17:20)  1박


10.19(화, 맑음)

진고개 기상 조식(05:00~06:40)→동대산(07:30)→차돌바위(09:00)→제1헬기장(09:30)→제2헬기장(10:20)→두로봉(10:50)→샘터(중식11:15~12:00)→446지방도로(12:45)→제3헬기장(13:00)→상왕봉(13:40)→제4헬기장(14:20)→비로봉(15:00~10)→적멸보궁(15:50~10)→상원사(16:30~10)→버스정류장(16:40~17:20)→진부터미날(18:10)





지난번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점봉산 줄기를 바라보면서 오대산 신령님도 찾아뵈어야 했는데 겨울이 오기 전에 그 유명한 월정사와 상원사도 볼겸 그곳에 가보고 싶다.

주초엔 구름이 많지만 주말쯤엔 저기압이 통과한다니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며 오대산 관련 인터넷 정보를 조사해보니 오대산은 소금강지구와 월정사지구로 나누어지는데 산장이라곤 노인봉 대피소밖에 없다고 한다.
잘됐다 이번에도 가다 어두워지면 적당한 곳에서 비박하는 것으로 하니 한결 자유롭다.
강릉에서 소금강행 버스가 09:00, 09:30, 10:00에 있고 전후로는 약 한시간마다 있다는 것만 기역하고 무작정 집을 나선다.(05:50)

06:30분발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니 2시간 50분만에 강릉도착이다.
곧바로 시내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소금강행을 물으니 그분도 기다리고 있다며 소금강행 버스는 송정리에서 출발 강릉시내를 경유해서 오는데 곧 도착될 것이라 한다. 다행이다.
버스를 타자마자 이곳 특유의 말씨가 들려오는데 통상적인 대화중에도 ~한다니 하며 말끝을 살짝 올리는 것이 이채롭고 재미있게 들린다.

사천을 지나 연곡천을 따라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가니 드디어 소금강 종점이다.
매표소 여직원의 친절한 환영인사을 받고 계곡길 따라 오르다보니 그 옛날 총각시절(79년)이 생각난다.
지금의 애인과 함께 이곳에 와서 어딘지 모르지만 계곡물가에서 폼 잡으려고 했는지 웃통 벗다가 안경이 함께 벗겨지면서 안경유리가 바위면에 그만....

계곡의 아름다움과 젊은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시동을 걸다보니 십자소가 지나고 연화담 금강사 식당암 구룡폭포 만물상을 스치듯이 지나간다.
오늘안에 진고개까지 가야하고 처음가는 길이고 해서 아쉽지만 그만....







휴식을 취하러 오신 분들은 대개 이곳 만물상까지 오셨다가 내려간다.
만물상 주변을 둘러 보는데 아직 혜안이 열리지 않아서인지 만물의 형상은 아니 보이고 귀면암에서 사람 얼굴 옆모습을 발견한 것이 전부다.


낙엽이 모두 진 다음에 마음에 여유를 갖고 찾아보면 또 다른 만물의 형상이 보일 테지만....

선녀탕 부근에서 발을 식히고 커피도 한잔하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짙은 안개를 뚫고 간간이 내비치는 햇빛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 자기를 보고 가라고 야단들인데 그 녀석들도 어느덧 절정기가 지나고 있음이 역역하다.





낙영폭포를 지나니 능선을 따라 급경사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하산하시는 산님들과 자주 만난다.
진고개에서 올라 당일로 하산하시는 산악회분들이 대부분인데 큰 배낭을 지고 급경사를 오르는 모습이 딱해보이는지 어떤 분은 음료수도 건네며 말을 걸어 온다.


안개속을 한참 오르다보니 갑자기 옆으로 노인봉 대피소건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대피소 산장지기분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팔고 계시는 것 같은데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옆에 써놓은 것을 보라 하신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인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홀로 사시며 이곳을 지켜온 그 분의 애환을 잠깐 상상해보고 이내 노인봉을 향한다.

노인봉(1338)에 오르니 정상석이 반갑게 맞아주는데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남으로 한국공항공사의 둥근 무선지표 시설물이 보이고 서쪽으로 황병산 봉우리가 잠시 선명히 보였다가 감추어진다.
순식간에 열리고 닫히는 비경을 디카에 담으며 자연의 신비를 만끽한다.
남쪽 멀리 선자령이 구름사이로 잠깐 보였다가 또다시 가리워지고.....


노인봉에서 진고개가는 길은 완만하고 돌 하나 없는 비단길이다.
동해안쪽은 안개로 자욱한데 서쪽은 그런대로 시야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쾌청한 편인데 가깝게 보이는 저 언덕이 선자령 고개인가 보다 그 넘어가 대관령일 것이다.
언젠가 저 능선길을 걸으며 동해바다의 수평선과 사면에 형성된 목장과 고랭지 농촌풍광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다.

완만한 능선길이 급경사길로 바뀌면서 한참을 내려가니 구릉지 밭이 보인다.
무엇을 재배했던 밭인지 모르지만 마치 버려진 듯이 잡초만이 무성하다.
사실 요즘 농촌에서 경제성 있는 소득을 올린다는 것이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게다가 일손도 말이 아닐테니
조상 대대로 그들의 생명줄이 되었던 귀한 논밭이 저런 모습으로 방치되다시피하니 무척 안타깝다.
밭이랑을 덮었던 검은 비닐이 바람에 날려 주변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

차소리가 가깝게 들리면서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진고개 휴게소 건물이 저만치 보인다.
휴게소 옆 야외식탁 한구석에 배낭을 내려놓고 불려간 4끼분 쌀을 몽땅 넣고 정성을 드리다보니 이내 어둠 속에 빠져든다.

허기를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메밀꽃술이라는 이색적인 곡주 병이 보인다.
이곳에서만 맛 볼수 있는 막걸리다. 얼른 한 병 사서 몇 잔 마셔보니 내가 바라는 정통 막걸리 맛이다.

휴게소에 들르는 차량수가 제법 줄고 휴게소를 밝히는 전등도 하나둘씩 꺼진다.
7시가 지나니 짙은 안개와 어둠이 깔려 조금 전까지도 외롭지 않았던 이곳이 갑자기 침묵의 바다로 깊이 빠져버린다.
어쩌다 한대씩 지나치는 차량이 뿜어대는 엔진소리만이 밤의 적막감을 깰 뿐이다.
주변이 온통 캄캄하니 하는 수 없이 강제로 잠자리를 펼칠 수밖에 없다.

바닥이 평평하니 이곳에 비닐 깔고 메트래스 그 위에 침랑을.....
침랑속에 들어가 한 두시간 자고 나니 안개가 걷히고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하다.
이젠 통과차량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척 뜸해졌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그때마다 별자리가 조금씩 이동되어 보인다.
한참을 잣다싶은데 깨어보니 새벽1시다.
참으로 산중에서의 밤은 길기도 하다.

어느정도 자다보니 얼굴로 물이 떨어진다. 이상하다 비도 아니 오는 청명한 하늘인데....
밤이슬이 침랑을 덮은 비닐막 위에 물 뿌려 놓은 듯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비닐 막의 경사도를 조절해 놓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 깨어보니 아침 5시다.
잠도 아니 오고해서 일어나 젖은 침랑과 비닐막을 휴게소 처마 밑으로 옮겨놓고 아침준비를 한다.
따끈하게 라면끌여 밥먹고 커피한잔 하다보니 주변 능선의 윤곽이 선명해 지면서 노인봉쪽 하늘이 밝아온다.

6시가 조금지나 한대의 승용차가 도착하고 이어서 산악회 버스도 주차장에 들어와 제법 인기척이 돌기 시작한다.
젖은 침랑을 서둘러 넣고 떠날 채비를 완료하니 06시40분이다.
동대산 정상으로 통하는 소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건너편 능선 위에서부터 아침햇쌀이 내려온다.

정상(1434)에 도착하니 사방이 쾌청한 햇쌀로 멀리 설악산 대청봉도 아스라이 보이고 건너편으로 노인봉과 대관령 무선기지국도 한 눈에 들어온다.
저 앞의 두로봉 넘어로 아득히 멀리 설악산 대청봉도 가물가물...


이곳에서부턴 전에 보지 못했던 무척 오래된 듯한 신갈나무와 가문비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마치 과수원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퍼져 있는 나무군락지가 이곳의 옛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듯하다.

가문비나무 가지와 몸통이 아침 햇쌀로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로 하얗다.
두로봉으로 가다가 서쪽 맞은편에 위치한 비로봉과 상왕봉 능선을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무척 예쁘다. 떨어진 열매를 먹어보니 약재인 듯 텁텁하면서도 약간 달콤시콤하다. 도토리도 껍질이 벗겨져 한 두개씩 보이길래 주어 먹으니 먹을 만 하다.


능선길은 돌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데 여기저기 산돼지들이 파헤친 자국이 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가서 양지쪽 사면에서 산돼지들이 나를 보자 커다란 짐을 진 이상한 사람이 자기들을 잡으러 온 것으로 착각했는지 서둘러 도망친다.
이 놈들의 예쁜 얼굴을 디카에 담으려고 기대했었는데.......

낙옆이 수북하고 돌이 없는 산길을 이리저리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흰색 돌무더기 아침 햇살로 더욱 희게 반짝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차돌바위다.


산에서 이런 순수 차돌바위를 보는 것은 여기가 처음인데 자세히 보니 작은 결정체가 뭉쳐져 있고 조금씩 자연적으로 분해되는지 아래쪽으로 조각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헬기장을 지나 안부로 내렸다가 다시 오르니 또 헬기장 저 앞에 봉우리가 두로봉인가 보다.
직진하면 신배령 가는길인데 이곳 역시 출입금지라고 ?


드디어 신배령 가는 표지판이, 상왕봉과 동대산 갈림길 표지목에 두로봉(1422)임을 알려준다.

상왕봉가는 길로 내려서면서부터 눈을 놀라게 하는 수백년 아니 수천년되어 보이는 주목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어떤 것은 아직도 일부 가지가 진록색 잎를 달고 살아 있으니 경외롭기 그지없다.

수백수천년 전에 이곳에 터 잡고 뿌리를 내린 주목은 크기도 장대하고 줄기가 약한 붉은 갈색을 띄고 있는데 무척 단단해 보인다.
모두가 보호수로서 평창군 관리번호가 붙어 있는데 이들의 후에는 어디에 있는지......이들도 언젠가 모두 쓰러져 흙으로 돌아갈 텐데



모두가 낙엽 지고 앙상한 가지만 있는데 군데군데 짙푸르게 보이는 것들은 모두가 이런 주목들임을 알게 되었다.
멀리서 볼 땐 소나무인줄 알았지만.
특이하게도 노인봉에서 동대산을 거쳐 이곳에 오기까지 소나무를 만나본적이 없다. 모두가 태고의 신비를 전하려는 듯한 특이한 나무들의 연속이다.

지방도로(446)로 내려서는 이곳 안부에서 물을 구하지 못하면 상왕봉은 포기하고 북대사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진고개에서 담아온 물은 이미 바닥났고 점심도 해먹야 하니 이제부턴 물을 찾아야 한다.

무척 오래된 주목에 놀라며 내려가는데 샘터표지목이 어서 오라한다.
왼쪽편으로 조금 내려가니 실개천이 졸졸 흐른다. 산행중에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물인데 얼마나 반갑고 소중한지

한데 버려진 라면봉지가 있고 가스통이....
도대체 누구의 소행인가 백두대간 한다는 산꾼일까? 아니면 놀러온 자들일까? 아니면 약재 채취하시는 분들일까?
하기사 동대산에서 두로봉까지도 역부러 흘린 듯한 작은 비닐 포장지들이 자주 눈에 띄였다.

주변을 청소한 후 젖은 침낭을 양지쪽에 펼쳐 널고 물가 돌밭으로 이동한다. 버려진 가스통으로 라면 2개 끌여 밥과 함께 꿀꺽하고 메밀꽃 곡주도 3잔 하니 혼자이지만 흥얼흥얼 기분이 좋다.

저편에서 반가운 사람소리가 나길래 나도 야호로 응신하니 한 분이 자신의 동료인줄 알고 다가오더니만 내가 인사해도 대꾸도 없이 다시 되돌아 간다.
아마 놀러오신 분 아니면 약재 채취하시는 분 같다.

물이 풍부하니 커피향도 즐기며 느긋하게 휴식하며 바로 앞의 조그마한 실개천을 보니 높은 곳에 위치할 뿐 그야말로 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내려가면서 세력이 더해져 대단한 물소리를 내며 한강으로 흘러들 것을 생각하니 처음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인생사 모든 것이 처음과 끝이 있는데 저 시냇물처럼 되어 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물은 그저 법칙에 순응하며 아래로 내려갈 뿐인데 자연적으로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며 종국적으로는 바다를 형성하고 햇볕을 받아 다시 왔던 곳으로 올라갔다가 추워지면 다시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온갖 것들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실개천을 이루는 순환을 거듭하니 참으로 묘한 자연의 이치로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맑은 밤에도 이슬이 내린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1년 내내 밤에도 이슬같은 미약한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니 흙도 없는 높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살아가는 비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역시 식물이 살아가는 원동력은 햇볕과 순환하는 물이다.
이를 잘 조화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몸에 익혀야 만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다.


곧바로 진부와 내면을 연결하는 비포장 지방도로(446)가 나타나고 건너편으로 올라 헬기장을 지나 다시 오르니 시야가 확트인 상왕봉(1491)이다.
저 멀리 설악산 대청봉도 구름속에 아른거리고 구불구불 양양 넘어가는 구룡령도 보이고 두로봉에서 구룡령까지의 능선을 보니 하룻만에 갈 듯하다.


동대산에서 이곳 상왕봉을 거쳐 비로봉까지의 능선은 거의 반 타원형태로서 설악산에서 봤던 바위암봉은 하나도 만날 수 없고 오로지 육산이다.
봉우리도 둥굴둥굴하고 산 전체가 나무 옷이 입혀져 있음이 특징이다.
시골 처녀처럼 수덤분하지만 봉우리까지 생명체를 키워 내며 풍요롭게 보인다.

이상하게도 산마다 느낌이 다른데 바위암봉이 많은 산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접근이 까다롭고 자칫 실족하면 곧바로 생명을 앗아가 버린다.
헌데 이곳 오대산은 돌하나 찾아보기 힘든 육산이니 실족해 봤자 죽이지는 않는다.
또한 당장 드러나는 비경은 아니 보일지라도 낙엽이 수북히 쌓인 능선길에서 자주 만나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고목를 바라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어 오대산 역시 좋은 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 어느 산인들 나쁜 산이 있겠는가
찾는이의 마음상태에 따라 깊이와 폭이 좌우될 뿐이다.

뭇사람의 시선을 끌 정도로 아름다우면 당장 수많은 산객들의 짓밟힘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수덤분한 시골 처녀같은 이곳 오대산 능선길은 찾는 이가 드물어서인지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한사람도 만나보질 못했다.
다행이다. 몰지각한 행락객이나 산꾼들이 낮이고 밤이고 마구 짓밟고 다닌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연속에 내재된 비밀을 조용히 탐색하다보면 흩트러지고 상처난 자신의 마음도 절로 바로잡히고 자연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인데 급한 마음으로 높은 곳에만 빨리 오르려고 경쟁해대니....

자연이 최고의 인생 스승임을 깨닫게 될 때 자연 앞에 함부로 행동하거나 훼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사찰주변과 비로봉과 상왕봉까지 올라 사진찍고 하산하는데 최고봉인 비로봉(1563)은 사진 찍는 분들로 시종 떠들썩한 분위기다.


아침에 오른 동대산 능선넘어 흰구름 사이로 선자령과 항공무선기지국이


서쪽으로 계방산, 북쪽으로 설악산, 동쪽으로 동대산과 노인봉 그리고 대관령 항공기지국에 눈인사를 건내고 그만 하산해야 할 것 같다.
호령봉과 방아다리 약수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가보고 싶은데 식량이 바닥이다. 오늘 저녁 먹거리만 남았고 라면 끌일 물도 문제이다.


눈인사로 대신하고 진부행 버스막차 시간(17:20)에 맞춰 천천히 구경하며 급경사 계단길을 한참 내려 가니 우측위에 적멸보궁이 보인다.
마당 그득히 소원성취를 바라는 신도분들의 오색등이 줄줄이 달려 있고 안에는 스님과 신도분들이 무언가 열심히 소원을 빌고 있다.

저마다 바라는 소원이 그 누구인들 없으랴
대입 취업 등등 갖가지 연속되는 시험경쟁과 건강문제로 잠시도 편안할 날이 없을 테니......

나역시 아들 녀석 대입을 앞두고 있지만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처분만 바랄 뿐이다.
한정된 테두리안에 자신의 욕심을 채워 넣으려 고집하는 것은 또 다른 이에게는 탈락을 비는 격이 아닌가.
경쟁적으로 복을 빌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며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을까

적멸보궁 아래 나무로 테두리를 해 놓은 샘터가 보이는데 바닥에 조금 고여 있을 뿐이다.
참고 조금 더 내려가니 크게 중개축중인 사자암이 보이고 길옆으로 펌프로 올려진 듯한 물이 쏫아진다.
시원한 물 한바가지 몽땅 마시고 상원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향하는데 빨간 단풍잎이 어느새 빛을 잃고 떨어지기 직전이다.

드디어 상원사가 보이는데 이곳도 소원을 비는 많은 신도분들로 떠들썩하다.
차량이 이곳 마당까지 올라 주차되어 있고 건물 전체가 최근에 신축한 것처럼 대리석 기둥에 현대식 건물이다.
내가 상상했던 적멸보궁과 상원사가 아니다. 밤에도 눈을 뜨고 잔다는 물고기가 바람에 날리면서 연신 풍경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그 풍경소리는 아애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고 여기저기 복전을 넣어야 드나들 수 있는 것 같다.
상처받은 마음을 털어놓고 돈 없이도 상담할 만한 곳도 있으면 좋으련만....

막차시간 30분전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친목회 차량들이 줄지어 드나든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비포장 도로도 내가 바라던 그 길이 아니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시냇물 따라 내려가다 문을 여니 그래도 깊은 산중인지라 상큼한 공기가 얼굴 맛싸지를 해주며 잘 가고 조용할 때 또 오라 하시는데 어느덧 월정사를 지나면서 여기저기 불이 켜지며 어둠이 찾아 든다.


*단풍은 먼 산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동네 뒷동산까지도 프르던 잎이 노랑색으로 변해가고 어떤 것은 벌써 떨어지기도 하고.....
어디에 숨어있다해도 세월의 흐름앞에는 그 누구도 꼼짝못하고 변화된 기운에 순응하려는 몸짓을 하고 있습니다.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거쳐 두로봉에 이르는 길은 희미하고 낙엽이 바람에 날려 덮이면 길을 잃을 위험성이 있으니 여러 산님 절대 안전에 주의하시고 좋은 산행으로 심신이 늘 평온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상원사 주차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이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진부행 버스 시간: 09:20  10:30   11:30   12:40   14:00   15:10   16:20  17:20(막차)
진부터미날에서 동서울행 동해고속 출발시간: 16:42  17:53   19:01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