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니 공룡을 타기 위해 희운각에서 1박을 하신다는 부산에서 오신 부부산님이
지나가신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오르락 내리락 1시간여 정도 진행하니 어느덧 능선
3거리에 도착. 바람도 시원하고 조망도 훌륭하다. 단체 등산객의 식량 공급조(?)라며
크고 무거운 배낭을 맨 산님과 잠시 얘기를 나눈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북
능선을 진행한다. 작년에 백담사에서 수렴동 계곡을 지나 봉정암으로 오르던 기억이 난다.
지루하지만, 그래도 좋다. 집사람은 지난 2시간전의 괴로움은 다 잊은듯 너무 좋아 한다.
(그래도 데려오길 잘했어..)
2시간여 정도면 끝청에 도착하고 3,40분 정도 가면 중청에 도착 할거 라는 예상으로 걷지만
참으로 시간이 더디게 간다. 중간의 너덜봉우리를 지날 때 나는 그곳이 끝청인줄 알았다.
하지만 좀더 가서야 황량한 돌무더기의 진짜 끝청에 도착하곤 무섭게 불어오는바람을 맞으며
다 왔다는 안도감에 미소를 지었다. 참외를 깎아 먹으며 쉬엄쉬엄 걷다 보니 중청의 흰 공이
눈앞에 보인다. “ 이 사람아, 저게 뭔지 알아? 다 왔다는 표시야. 힘 내”
잠시 돌아가는가 싶더니 중청대피소의 지붕이 보이면서 3거리 이정표 말뚝이 나타난다.
(왜 이 말뚝을 작년에는 못 봤을까?)
◆ 중청대피소와 대청에서,
11시 30분에 대피소 앞마당에 도착해 보니 많은 산님들이 식사하느라 분주하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 물을 끓여 즉석 김치 국밥을 먹고 나니 살 것 같다.
집사람은 그 와중에 커피도 한잔하고..나는 매점에 가서 초코바랑 과자 한봉지를 사서 배낭에 넣고
12시경에 대청을 향해 출발을 한다. 날씨는 화장하다. 그래서 새벽에 안개가 그렇게 많았나 보다.
역시 설악의 바람은 알아줘야 한다.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을 등지며 오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색이라네”라는 표지석도 작년엔 못 보았는데 이번에 똑똑히 보았다.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 준비를 한다. 무릎이 조금씩 시려온다. 걱정이다.
◆ 오색으로,
12시30분경 오색을 향해 내려간다. 많은 분들이 오르고 있다. 역시 오색코스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나 보다. 급경사에 철계단에 목제데크로 이루어진 코스라서 오르는것도 물론 쉽지
않지만 내려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계단식으로 된 코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이 든다. 두 무릎이 너무 시큰대서 중간에 휴식시간이 는다.
집사람도 아프다고 호소를 한다. 그러면서도 집사람은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힘든 길을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찬다. 지도에는 하산시간이 3시간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3시간이 넘도록
내려와도 입구는 요원하다. 1시간여를 더 내려와서야 오색매표소 입구가 보인다.
정말 반갑다! 매표소야. 무릎은 시큰시큰, 다리는 후들후들 .
집사람 얼굴 표정을 보니 올림픽 1등선수의 표정이다. ( '나 대청봉 찍고 왔어. 알아?’)
어땠었느냐고 물으니 힘은 많이 들었지만 진짜로 멋진 산행이었다고 말한다.
시간을 보니 16시 30분경이다. 이렇게 해서 집사람과의 서북능선 산행은 끝이 났다.
피곤해서 운전할 자신이 없다. 다음날(6/19)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묵었던 모텔에 다시 방을
잡은 후 근처 식당으로 가서 소주에 감자부침으로 등산 쫑 파티를 하였다.
다음 산행은 흘림골을 가기로 했다. 멋진(?) 폭포가 있다던데….
벌써 설악이 그리워진다.
◆ 후기
설악산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다만 오르는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 일부분을 저와 집사람이
잠시 빌렸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설악으로 남기를 그저 바랄뿐입니다.
능선에 뿌려져있는 많은 쓰레기들... 조금이라도 수거해오지 못함을 무척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도 설악을 찿을진대, 그때는 거북이 산행이 될지라도 시간과 관계없이 꼭 수거해서, 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호선 전철안에서도 설악이 보입니다.
헌데 읽기가 좀 힘드네요~
그냥 느낌으로 즐거운산행하셨다라고 느낄께요^^
크게보이는건 "케빈"뿐
케빈님~ 늘 즐건산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