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산하가족모임).......................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다 

  

  

날짜: 2004/10/17(일)

동행: 산하가족

날씨: 맑음..스모그

산행경로

윗양명-1봉~8봉-돈내미재-천봉암-윗양명

산행거리: (?)

산행시간: (?)

 

 

  

 

1.설레임 속에 두려움


 

새벽에 눈을 뜨니 새벽5시 ...오늘은 처음으로 한국의 산하 가족 산행모임에 참가하여 전북 진안에 있는 구봉산에 가는 날이다. 온라인상에서 댓글을 주고받고 희희낙락하며 온라인이 가져다주는 익명성에 의탁해 산행기만을 올리고 있었는데.....처음으로 얼굴들을 보아야하고 내 용안(?)을 내보여야하니 설레임과 두려움이 생긴다. 내 필명이 如如(있는 그대로의 진실)인데 무대뒤에서 숨어있다 조명이 밝은 무대 앞으로 나가는 날.....여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긴장하고 있는 내가 재미있다.


 

 

 

2. 만남 그리고 편안함


 

마눌과 함께 사당역 5번 출구에 도착하니 강서여객 버스 2대가 서있고 온라인 사진에서 뵈었던 친숙한 얼굴들이 눈에 띈다. 먼저 반바지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차림의 귀여운(?) 권경선 총무님과 인사를 나누고....김정목님,산001님,한국인님.산초스님,초이스님.운해님,청파윤도균선생님 그리고 웃음이 너그러우신 김용관 선생님께도 처음으로 인사를 드린다. 설레임 속의 편안함이라고나 할까?.....17분 넘긴 7시... 1호차 2호차는 사당을 출발한다. 내가 탄 1호차는 오늘 처음 산행모임에 나온 분들이라나?........처음 나온 것 같지 않은데 나보고 처음 나왔다니.....온라인에서 대화를 해서 그런가?.....버스안에서의 산초스님과 한국의 산하 운영자님, 관리자님의 인사말씀이 있고  내 차례가 되어 필명이 “여여‘입니다. 라고 하니 웅성웅성........알아봐들 주시니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고....목동황님! 장명희님! 카나리아님! 극공명님! 조대흠님! 몇 분의 부부님들...차례대로 각자 자기소개의 간단한 상견례를 마친다.

  


 

3.산이 우리사이의 대화를 대신하고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구봉산주차장에 도착하니 부산 대구 순천......전국 각지에서 모인 산하가족들....잠시 이두영회장님의 인사말씀과 안내멘트 후 구봉산산행을 시작한다. 자연스레 줄지어 산행을 시작하니 수십 미터의 행렬....주차장에서 올려본 구봉산만큼이나 장관이다. 바로 앞에 선 사람을 보니 웬 꼬마 학생?....아하! 히어리님의 산친구인 인범이(산행기에서 이름을 기억해 내고)가 분명하다는 생각에 앞쪽의 아빠를 보니 아니나달리 히어리님.....반갑게 인사를 한다. 히어리님은 나만큼이나 숙기가 없으신지....반갑게 인사를 한 후 말없이 오른다. 오히려 말이 없는 게 편하게 느껴진다....같이 산행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대신 구봉산이 이야기를 해주니.... 과거 내 대학 동기들 중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대학산악부 출신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별 말수가 많지 않다. 말없는 것이 산악인들의 하나의 전형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사실 이미 그들은 산을 오르내리며 말이 필요하지 않음을 체득하였음이리라.....

 


 

4.“여여”에서 “남남”으로 바꾸면 여자분 들의 조회수가 늘어날까?


 

마눌은 오랜만에 산행을 해서 그런지 초입부터 힘들어하고....나는 마눌을 띄어놓고 다니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으려 마눌과 같이 천천히 오른다. 오름길에 문종수님과 인사를 나눈다. 산행기를 여러 번 본 것 같은데 그분이 이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문종수님 산행기를 떠올리며 아는 척 할까하다 오버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뜨뜨미지근하게 대화를 하지만 머릿속에는 @@@@...... ”여여가 무슨 뜻입니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필명을 알아봐 주시니 이거 몸둘 바를 모른다.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것이 자세가 안되어 있는 것이다. 대충 설명을 드리고 ”여여“란 필명으로 글을 올리니 여자인줄 조회수가 많았다가 점점 줄어든다고 농담을 하니...문종수님께서  ”여여님이 조회수에 신경이 많이 쓰이시나봅니다“(조회수는 그냥 농담인데....쩝.......)라고 관리자님께 이야기하신다. 유머러스하신 관리자님은 한술 더 뜨신다. ”여여님을 “남남님”으로 하면 조회수가 더 늘어날텐데....“ ...........???..............

 

  

  

 


 

5.아름다운 명산 구봉산


 

오름길 쉼터에서는 오라산님의 입담에 웃음이 가득하고.....다시 된비알 오름길 뒤에서 ”아이구! 여여님.. 반갑심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들린다. 내 직감에 분명히 코스모스님으로 들린다.못오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동생분이 꼭 나를 만나고 오라하셨다나??.........코스모스님이 나를 보고 싶었던게 아니라 동생분이..... 기분이 나쁘지 않고 영광이란 생각이 든다. 하여간 애나 어른이나 자기를 알아주어야 기분이 좋으니.......반갑게 손을 잡고......마치 내가 발 접질린 현장을 본듯 발은 괜찬냐고 여쭈고.....1봉에 오른다. 구봉산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명산이란 생각이 든다. 몇봉을 오르내렸을까? 청파님께서 따라주신 소주 한잔을 마시고 밧줄에 의지하여 오르락 내리락.......마눌을 호위하랴 사진을 찍으랴..멋진 풍광을 보랴....참 시간가는줄 모르고 권총무님과 이야기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돈내미재에 이른다.

  

 

 


 

 

 

 

 

 

 

 

 

6.돈내미재에서 판초를 깔고 점심을 먹다.


 

마눌과 나는 제일 후미조에 속해 구봉산 정상을 올라야하는지 아니면 천봉암으로 내려가야하는지 결정을 해야하는데.....마음 같아서는 정상에 후딱 오르고 싶지만 마눌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니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쪽을 택한다. 일만선생님께서도 정상에 오르시려는 것을 문종수님이 같이 있자고 만류하시고......운해님이 가져오신 판쵸겸 매트리스를 깔고 일만선생님,히어리님,인범군,운해님,산거북이님,권경선총무님,극공명님,문종수님과 함께 오순도순 앉아 점심을 먹는다. 인범군은 감기가 들었는지 코를 훌쩍인다. 우리가 가져온 컵라면을 따뜻한 국물에 주고.....일만선생님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으며......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7. 젊은 이수영 선생님과의 만남

 

김용관 선생님 그리고 부산에서 늦게 도착하신 이두영회장님,통영에서 오신 이수영님내외분이 돈내미재에 도착하셔서 인사를 드린다. ”여여입니다“.......”이수영입니다. 반갑습니다“......이수영선생님 산행기를 처음 접했을때는 5학년 5반 내외가 아닐까하여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이게 되었고 최근에 올라온 산행기를 읽으니 당신 나이가 50살(양띠)임을 밝혀 선생님이란 호칭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직접뵈니.......50살이 아니라 40살의 동안이다......허걱!.........나보다 다섯살이나 더 어려보이다니......참 젊어 보이신다.....주민등록증이라도 확인해봐야하나?.......사모님도 웃음이 해 맑으시다. 부부는 오래살면 얼굴이 닮는다 하던데....하기야 산을 그렇게 좋아하시고 오래타시니 두분다 그렇게 젊어보이시나?란 생각이 든다.

 

 

 

 

8.저수지 물위에 비친 가을


 

이두영회장님께서 가져오신 가오리회에다 소주를 몇잔 무전취식하고..... 천봉암으로 내려오는 가파른 길을 지나 호젓한 길에 들어서서 위를 쳐다보니 구봉중 몇봉인지는 모르지만 걸상한 봉우리들이 우리를 보며 웃고있다. 암자정도로 볼수 있는 천봉암을 들러 저수지로 내려가니 단풍이 막 시작하는 산의 실루엣이 저수지 물에 반사되어  물에 두둥실 떠 있다. 아름다운 한폭의 가을 정물화................산거북이님의 친척집(?)에 들어가 운장산의 기를 받아 씨가 없는 연시 감을 얻어먹고 주차장에 도달한다.

 

 

 

 

 

 


 

9.산하모임을 여러 번 그리고 오래 할 수 없는 이유를 알다.


 

뒷풀이 장소 토지가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왁짜지끌한 잔치집 분위기...............혼자 오신 극공명님이 아는 분이 없다며 앞에 와서 앉으시고 평상시 뵙고 싶었던 산초스님과 산사랑방님,극공명님,오라산님, 북한산연가의 산001님 그리고 바쁘게 일하시는 코스모스님께도 한잔 올리고....... 처음 나오는 나로서는 술잔을 들고 시간을 쪼개서 잔 올리기 순회공연을 한다. 청파선생님, 이두영회장님, 김일래선생님, 서디카님, 이수영선생님, 진맹익님,김용관선생님,권경선총무님,초이스님,유종선선생님,한국인님....한잔을 올리고 한잔을 받으니......@@@@@산행기 댓글에 한잔 올리겠다고 했으니.....어휴!....그렇게 1시간 30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너무도 짧고 벌써 정신이 @@@@@@@.... 아하! 이래서 산하 모임은 일년에 두 번밖에는 모일 수 없구나! 자주만나고 만나는 시간이 길면 이 즐거운 시간을 견뎌 살아서 집에 돌아가기 힘드니..........

 

 

 

 

 

10.일어설 때 산하가족들이 내는 “아이~구구구!” 소리에 웃다.


 

아쉬운 1시간 30분이 끝났음을 알리면서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서는데.........일어나는 거의 모든 분들이 “아이구구구~” 80살 먹은 노인들이 일어날 때 내는 소리를 내며 굼뜨게 일어난다. 명색이 산에 그렇게 많이 다니시는 분들의 모임자리인데........???????......산에 많이 다녀서 무릎들이 거의 다 나간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칼한 이 광경에 웃지 않을 수 없다. 한잔씩 하시고 나간 넓은 마당에서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상봉하여 짧은 만남을 가졌던 이산가족들의 헤어지는 이산장(?)........악수와 포옹...사진촬영.......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 서울로 출발한다.........

 

 


 

 

 

11.커피를 사느라 마눌이 버스에 타지 않은 것을 모르다.


 

서울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15분간 쉬었다간다는 총무님의 멘트를 듣고 마눌과 나는 같이 나와 휴게소 매점으로 들어가 마눌은 화장실에 가고 나는 뒷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하며 캔커피 40개를 싹쓸이하여 비니루 봉다리에 넣고 늦지나 않았나 하면서 헐레벌떡 뛰어가니 1호차 2호차 모두 다 승차한 상태......2호차에 커피를 나누어주고 1호차에 올라 만면에 웃음을 띠며 커피를 앞좌석부터 나누어 주는데 버스는 이미 출발한다. “커피드세요....목마르시죠? 헤헤”............중간뒤쪽에 있는 우리자리 근처에 가서 마눌에게도 커피를 주려고 보니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마눌이 자리에 없다?........마눌이 버스를 타지 못한 것이다....... 그 때 황망함이란......버스는 이미 고속도로상에 있고 꽤 많이 온 상태인데.......버스를 급거 좁은 노견에 주차시키고 전화를 해보니 마눌의 목소리는 생각 외로 담담하다. (하기야 느긋하고 담대한 성격이니까.....버스를 안타고 있지....쩝.......) 여기서 권총무님팀 멤버인 독수리 5형제 중 한분과 주왕님이 그대로 쏜살같이 휴게소로 내 닫는다.(두분께 감사드립니다) 마눌은 모르는 산행버스에 두분과 함께 무사히 귀환한다. 버스에서는 박수를 보내주시고.......(박수는 무슨 박수 혼나지 않은 게 다행이지....끙.....버스에서 같이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2.잊지못할 추억의 앨범에 끼워넣다.


 

마눌은 마눌대로 서운하고 나는 나대로 화가나고......그러나 권총무님의 재치있는 멘트와 끝없이 반복되는 노래순번에 모든 것이 풀어져 서울에 도착한다. “당신 오늘 “여여”한 상태가 아니었나봐요.“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마눌이 웃으며 한마디 한다. 별 말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빙그레 말이 없다. (당신 느긋한 성격은 알지만 버스는 좀 제시간에 탑시다)............산행시 길을 잃은 것은 다반사지만 마눌을 잃어버리기는 처음이다. 구봉산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을 보태려고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