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덕유산 종주


일  시 :  2004년 10월 16일(6:00) - 10월 17일(21:30).
날  씨 :  16일 쾌청, 17일 약간 흐림. 바람 세게 불다.
참석자 : 창원51 회원 7명

 


산행코스 :

    16일 : 육십령휴게소-할미봉-서봉-남덕유산(1,507m)-월성치-삿갓재대피소 (1박)

    17일 : 삿갓재대피소-무룡산-동엽령-중봉-덕유산 향적봉(1,614m)

 


구간별 거리 및 소요시간


16일 :

육십령휴게소-2.3km/75분-할미봉-2.9km/75분-교육원삼거리- 2.1km/125분(전망대통과)-서봉(장수덕유)-1.5km/40분(남덕유삼거리통과)-남덕유산-1.4km/40분(남덕유삼거리통과)-월성재-2.9km/95분-삿갓골재대피소(1박). 총 13.1km/7시간 30분

17일 :

삿갓골재대피소-2.1km/50분-무룡산-4.2km/110분-동엽령-2.2km/60분(칠연삼거리통과)-백암봉(송계사삼거리)-1km/40분(덕유평전통과)-중봉-1km/25분-향적봉. 총 10.5km/4시간 45분


산행참고 지도

 


 

 


다른 산행참고 자료 (지도, 산행로, 산행기 등)
.........아래 자료에서 전북지역의 "덕유산"과, 경남서부지역 "남덕유산" 참조

 

 


산행후기 (작성자 : 창원51k)


 

한 달 전부터 준비(?)해 온 덕유산 종주 드디어 오늘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산청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 차에 CH네가 동승하고, BH가 운전하는 차에 WI네가 동승하기로 되어 있다. 몸살 감기로 산행을 망설이는 집사람을 설득하느라 힘들었는데.... CH가 혼자 나타난다. 저쪽은 WI네가 좀 늦어진단다. 운전기사 실력으로 보아 오히려 잘 된 편이다. 큰 무리없이 산청휴게소에 비슷한 시간에 도착될 것이므로...

휴게소에서 비빔밥, 국밥, 두부찌게로 아침을 떼웠다.

이곳이 바로 우리들의 주말 단골 식당인 셈이다. 산청 휴게소를 서둘러 출발하여 육십령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8:45분이다.


백두대간 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산행로 입구에서 단체로 포즈를 취했다.

나무판 이정표에는 삿갓골재대피소까지 거리(13km)와 소요시간(7-8시간)을 적어 두었다.

9시 이후에는 입산을 금한다는 경고 문구까지 곁들여 놓았다.

  


16일 : 육심령 휴게소 - 삿갓봉 대피소


9시 정각 할미봉을 향해 산행 시작하다.

  

갈대숲이 가을의 정취를 북돋운다. 대진고속도로와 육십령고개와의 거리와 위치를 가늠해보면서....

산행로 왼쪽은 전북 장수군 오른쪽은 경남 함양군이다.

  

평범한 산행로를 따라 얼마간 가 능선에 도착했다.

멀찍이 바위들 모둠이 보였다. 할미봉이다.

  

쾌청한 가을 날씨라 산행하기 그지없이 좋은 날이다. 할미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첫 번째 간식을 먹으면서... 오늘은 간식을 각자가 알아서 먹기로 했다. 배낭 무게 때문에 양도 풍부하지 못하고, 종류도 동일한 것들이다.


 

 

할미봉 모습

 



휴식을 하는 동안 10여명의 등산객이 지나간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25명 일행 중 선두 그룹이란다.

  

산자락에 덕유교육원이 위치해 있고 산꼭대기 쪽을 바라보니 높다란 봉우리 두개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왼쪽이 서봉, 오른쪽이 남덕유산이다.

날씨가 맑아 가까이 보인 탓도 있고, 들떤 기분 탓도 있어 가볍게 정상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다.


 

 

할미봉에서 올려다본 서봉(왼쪽)과 남덕유산

 

 


할미봉을 내려서자마자 급경사에 밧줄이 걸려 있고... '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한꺼번에 탄성이 튀어나왔다.
급경사를 무사히 통과하니 다소 평탄한 산행로였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밟는 소리를 즐기며 제법 긴 거리를 오르락 내리락하였다.

  

덕유교육원 갈림길이 나타났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벌써 CH는 멀찌감치 서봉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25명 일행 중 중간그룹이 우리를 앞질러간다. 이들과 경쟁할 실력도 없거니와 그럴 생각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팀의 장점(?)이다.

상쾌한 산행이지만 배낭 무게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한다.

교육원삼거리에서 서봉 정상까지 이정표상으로는 2.1km 크게 먼거리는 아니다.

  

 

이정표 (교육원 3거리에서)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고, 능선을 타고 올라갈수록 정상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

전망이 괜찮은 곳이면 빠짐없이 쉬었다.

  

올라온 능선이 꽤 좋은 경치를 제공해 주었지만, 우리 일행은 쉬는 것이 더 급했다.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간식을 나누어 먹을 여유도 없어지고...

이때부터는 시간을 물쓰듯 사용하면서 각자의 능력껏 정상?향했다.


 

 

가까이서 본 서봉

 


 

아침식사(7:20)를 한지 6시간이 훌쩍 지났다.

간식을 먹었지만, 에너지 소비가 워낙 많아서인지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먼저 서봉에 도착한 CH가 꼭대기에서 손을 흔들며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약을 올리지만, 약올라 할 힘도 없다.

기진맥진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정상에 도착했다(14:00).

육십령을 출발한지 5시간만이다.

털썩 주저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바로 건너편으로 남덕유가 보였다. 그 너머 멀리로 금원산(?), 기백산(?)이 보인다.

삿갓봉과 무룡산이 겹쳐져 지척처럼 느껴지고, 저 멀리 북동쪽으로 중봉, 향적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쪽으로는 천왕봉이 구름 위에 솟아있고, 거기서 한참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반야봉이 역시 구름 위에 솟구쳐 있다.

지리산보다 가깝게 펼쳐진 산. 산. 산... 이름을 모르니 감흥도 줄어든다.

  

시선을 더 가까이로 돌리니 험상궂던(?) 할미봉이 낮으막하게 솟아있고, 그렇게 힘들었던 산행길 능선이 그림처럼 아담하게 느껴진다.

멀지 않은 곳에 대진고속도로가 뻗어있고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이 더 시원스레 느껴진다.


 

 

서봉에서 건너다 본 남덕유

 

 

 

서봉에서 내려다 본 할미봉(사진 한가운데)

 

 



서봉에서 단체 기념촬영, 이정표 사진 찍기, 늦은 점심식사(단체로 주문한 김밥이라 별특색이 없었음)를 하였다.

그래도 체력에 여유(?)가 좀 있는 CH와 함께 식수를 떠왔다.

약수터라는 팻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의 양이 적었다.

등산객들은 서봉에 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기를...

삿갓봉대피소를 향하여 서봉을 출발하였다(15:05).

출발하자마자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갔다. 모두들 생기를 좀 되찾긴 했지만, 식곤증에다 내리막길을 내려 오느라힘을 썼기에 다리가 후들거린단다.

남덕유 정상은 희망자만 올라가고 나머지는 월성재로 직행하기로 했다.

나와 CH가 대표(?)로 남덕유산에 올랐다.

몇 년 전에 영각사 방향에서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 하도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꽤 위엄있는 봉우리로 머릿속에 남아있는데, 오늘 와서 보니 너무 평범한 봉우리이다(서봉에서 너무 기라성같은 산들을 조망하고 온 탓도 있을 것이다).

 

 

 

남덕유산

 

 

 

등산객들도 우리 둘을 합해 4명 이렇게 호젓하게 높은 산 봉우리를 구경하기는 처음이다.

지나온 서봉을 돌아 보았다. 그저 점잖게 그냥 서 있었다. 서봉에서 느꼈던 갖가지 감정들은 그저 우리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듯이...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남덕유에서 서봉을, 서봉에서 남덕유를 번갈아 쳐다보며, 이 두 산이 서로에게 느끼는 우정에 나도 끼어들고 싶어진다
.


남덕유에서 뒤돌아 본 서봉

 


 

남덕유에서 월성재까지는 한 번 와 본 길이고, 군데 군데 사진을 찍느라 일행에서 뒤쳐졌기에 1.4km 내리막길을 정신없이 달렸다.

 

월성재(1240m)에는 등산객들이 붐비었다.

향적봉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이 남덕유를 코앞에 두고 마지막 숨을 고르고, 삿갓재골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는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체력과 시간을 체크하면서 상대방의 산행코스에 대해 물으며 대화하는 곳이다.

황점매표소로 내려가는 길과 그 반대편 길(표지판 뒤편으로 난 길)이 있어 산행로의 요지인 셈이다.


 

 

월성재

 

 



월성재에서 삿갓봉까지는 몇 번의 오르내르막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오르막 길이다.

석양에 비친 남덕유와 서봉이 색다른 풍광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짙어져 오는 어둠에 쫒겨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햇살로 빛나고 있는 삿갓봉을 볼 수 있는 것이 위안이다.

 

 

 

삿갓봉에서 본 으스름의 남덕유(왼쪽)와 서봉

 

 

 

 

 

석양에 비친 삿갓봉

 

 

 

삿갓봉 -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 지친 몸들이었지만 지나칠 수 없었다(일부는 삿갓골재 대피소로 직행함).

어둠 속에 내리막 계단을 더듬으며 삿갓골재대피소에 도착했다(18:20). 우리도 해냈다 - 모두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대피소에는 사람들이 붐비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니 1층은 거의 다 차고, 2층에 여분이 있었다. CH가 주워온 손전화 주인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고맙다고 음료수 3개를 건넸다. 맛있게 나누어 마셨다.

지하층의 식당에서 소주 파티(?)를 벌였다. 목이 말라서, 잠을 잘 자기 위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사양 않고 한 잔씩 들이킨다. 얼큰한 찌개에다, 낮에 남긴 김밥을 곁들여 마시는 소주맛은 별났다.

워낙 낯선 잠자리라 모두들 쉬 잠들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WI는 신나게 잠을 잤다.(잠의 깊이와 코고는 소리는 비례한다던가?).

새벽2시, 5시 두 무리의 산행팀이 떠나면서 잠자리의 분위기를 완전히 휘저어 놓았다.


 


17일 : 삿갓봉 대피소 - 향적봉


 

아침 식사 후 짐을 챙겨 산장 밖을 나오니, 바람이 세게 불었다.

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무룡산을 향해 산장을 나섰다(8:00).

무룡산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었다. 배낭은 좀 가벼워졌지만, 무직한 다리에 식곤증까지 겹쳐 얼마가지 않아 모두들 지친 기색이다.

이제 얼마 왔다고. 흐릿한 날씨, 세찬 바람... 오늘 산행이 험난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무룡산 정상에 이르는 나무 계단길.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풍경에 세 찬 바람까지. 폭풍의 언덕을 연상하게 했다.

  

 

 

무룡산 올라가는 길

 

 


숨을 몰아 쉬며 꼭대기에 도착했다. 돌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무룡산 해발1491.9m.' 오늘 산행코스 가운데서는 높은 곳이다.

여기서는 “무룡산에서 뒤돌아본 삿갓봉, 남덕유, 서봉.... 또 무룡산에서 정면으로 차례로 동엽령, 백암봉, 중봉, 향적봉 등” 하면서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흐릿한 날씨,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산 안개로 시야가 너무 짧았다.

머리와 마음으로 어림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엽령까지는 거의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오늘 날씨는 장소에 따라 추위를 느꼈다가 더위를 느꼈다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느끼게 하는 날씨였다.

파카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모자를 썼다가 벗었다가, 지퍼를 잠갔다가 열었다가...


단풍은 별로 없고, 산죽(山竹)이 산행길을 따라 지천으로 널려 있다. 철쭉이 많은 것으로 보아 덕유산은 봄 산행이 제격일 것 같다.

무룡산에서 출발하여 쉬엄 쉬엄 2시간 가량 걸어, 오늘 산행 코스 중에서 가장 낮아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동엽령이다(뒤로 무룡산, 앞으로 백암봉, 왼쪽 내리막으로 칠연폭포).

사철이 섞인 복장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다시 오르막길을 1시간 가량 오르니 제법 전망 좋은 봉우리에 도착되었다.

백암봉(송계사삼거리)이었다.

  

앞으로 중봉, 향적봉이 지척처럼 가까워 보였다. 뒤로는 동엽령이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높은 봉우리(무룡산인듯)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는 송계사로 하산하는 길이 나 있다. 백두대간은 이 길로 이어진단다. 가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으나, 눈요기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 번 가 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덕유평전(철쭉이 아주 많음)을 지나면서 산행객들이 많아졌다.

평지를 여유있게 가로질러 마지막 힘을 내어 급경사 길을 올라 봉우리에 도착했다.

중봉이다.

송신탑, 향적봉과 대피소가 코앞에 다가왔다.(중봉 조금 지나 산행길에서 빗겨난 곳에 점심 식사. 낮잠 즐김)


 

 

중봉

 

 


인파 속을 겨우 겨우 헤치면서 종착지인 향적봉에 도착했다(14:05).

삿갓봉재대피소를 나선지 6시간 5분만이고(실제 산행시간 4시간 45분), 육십령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총 23.6km를 무사히 산행을 마치는 순간이다.

향적봉은 너무 많은 인파로 말미암아 산꼭대기 휴게소일 뿐이다.

정상에서 사진 한 장 마음 놓고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비었다.

돌아갈 차편 문제도 있고(육십령휴게소에 주차해 두었음), 백련사-삼공리 코스는 몇 번 다닌 길이기 때문에 스키장으로 하산하였다.

 

 


23.6km 종주를 마무리하며 (향적봉)

 


YH의 봉사로 운전기사들이 수월하게 육십령까지 갈 수 있었다.
오후 5시경에 무주리조트를 출발하여, 산청-의령을 거쳐 창원에 도착한 시간이 21:30이었다.

오는 길에 의령의 국밥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 모두들 덕유산 무사 종주를 자축하면서....

너무 떠들다가 쫒겨나지 않았더라면 귀가 시간이 더 늦어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