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8. 833봉, 깃대봉(858.5m) - 전남 순천시, 광양시

산 행 일 : 2004년 2월 3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흐림. 바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16분 (휴식 30분포함)

심원. 도로 끝 <0:16> 미사치 <0:57> 3개 面경계 <0:08> 깃대봉 <0:10> 833봉 <0:12> 깃대봉
<0:44> 미사치 <0:34> 708봉 <0:29> 미사치 <0:16> 도로 끝

기온을 뚝 떨어뜨리고 눈발을 뿌려대면서 게으름을 피우게 만들어버린 날씨 탓으로 보림사 답사
를 겸한 가지산 산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눈이 그치고 햇살이 가끔 비치자 정혜사를 기점으로 오를 수 있다는 계족산을 찾아 늦으
막하게 집을 나섰다.
서면 삼거리에서 순천IC 쪽으로 꺾어 교도소 입구를 지난 신호등 있는 지본삼거리 왼편 -호남고
속도로 지하통로- 에 '계족산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졌는데 계족산 뿐만 아니라 미사치 주변 호남
정맥길도 표기돼 있다.

정혜사 길 입구에도 같은 등산안내도가 있으나 계족산 길에 빨간 가위 표시를 해 놓았다.
"입산금지인가? 차라리 호남정맥 길이나 밟아보자"
도로공사가 한창인 곳 저지선을 넘어 -통제하지 안했다-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는 도로 끝 지점
절개지 앞에 이르자 이곳에도 등산안내도가 있다.

12 : 42 순천 한마루산악회 휘장이 걸린 언덕으로 오르니 서너 개의 리본 가운데 며칠 전 '여수지
맥' 산행기를 올린 강성호님의 '... 산줄기를 따라가며'라고 적은 노란 표식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호젓한 솔밭길을 침범한 잔가지를 베어내 휘파람이 절로 났고 대밭도 통과한다.

12 : 58 '← 갓꼬리봉 * ↑ 황전 회룡 * ↓ 심원 1,700m * → 계족산. 깃대봉 2,535m'
미사치로 올라서니 차갑고 매운 북풍이 몸을 움츠리게 하나 순천 서면산악회서 세운 스텐레스 표
지를 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헬기장을 지났다.
잘록한 곳에 측량표지가 있는데 터널공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높은 산줄기를 깎아 내겠다
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 방면에 문외한인 내 눈에는 지상으로 길을 내기가 어렵게 보였다.

송전탑 밑을 통과하여 낮은 언덕을 내려서면서 부터 등산로 주변은 물론 남쪽 산자락에 베어버린
잡목이 어지럽게 널렸는데 모르긴 해도 송림 보호 차원에서 간벌작업을 한 것 같으며 산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능선 좌우로 니땅 내땅 구별이라도 하듯 남쪽은 소나무가 울창하고 북쪽은 참나무 등 잡목이다.

13 : 41 '← 계족산. 깃대봉 685m * ↑ 등산로 아님' 표지가 있는 능선으로 오르자 계족산 줄기
와 함께 순천만과 광양만 바다가 조금씩 보이고 지리산 종석대와 노고단이 희미하다.

13 : 55 처음으로 만난 바위지대 밑을 지나 3개면 -순천시 서면, 황전면. 광양시 봉강면- 경계봉
우리 표지가 미사치에서 2.3km를 지나왔고 왼쪽으로 보이는 깃대봉까지 235m라고 알려준다.
여러개의 리본 중 작년에 이곳을 탐방하고 글을 올린 분들의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등산초입에서
봤던 강성호님의 표식이 가리키는 계족산 반대 쪽 깃대봉을 향했다.

14 : 03 '깃대봉 858.2m * ↑ 갈미봉. 구례 간전 * ↓ 계족산. 정혜사. 미사치(2,535m)'
삼각점이 박힌 정상은 넓으나 잡목 울타리가 조망을 방해한다.
나무가지 사이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니 오히려 더 갑갑하다.

작년 가을 봉강 성불교에서 구례 간전으로 이어졌다는 길을 따르다 나타난 꽃사슴 산장 위 '하조
-토지 통행금지' 표지가 있는 곳에서 '형제봉 1.96km' 이정표를 보고 철망문을 넘어 계곡으로 들
어섰다가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고생께나 하며 올랐던 형제봉은 도솔봉 기세에 억눌러 끝자락에
꼬리 사리고 엎드렸다.

북쪽에 있는 봉우리로 가면 지리능선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지금까지 없던 얼어붙은 눈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833봉에는 잔가지가 많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했고 상황은 더욱 나빠 왕시리봉 능선만 겨우
보이니 안타깝다.

다시 깃대봉으로 돌아왔으나 얼굴을 할퀴는 찬바람이 등을 떼미니 오래 머물 필요가 없었다.

14 : 39 3개 면 경계지점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허전하다.
"갓꼬리봉 까지 갔다 올까?"
"저기 삼각형같이 삐쭉 솟은 봉우리?"
"나도 확실한 건 몰라. 미사치 표지에 거리표시도 안됐고"
"되게 힘들겠는데..."

호남정맥 산행기에 의하면 오름 길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장난이 아닐 것 같다
'3개 면 경계', '등산로 아님' 표지가 세워진 지점을 지나면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15 : 23 송전탑 밑을 통과하고 헬기장을 거슬러 미사치로 내려섰다.
밑에서 올려다 본 삼각봉은 진을 빼고도 남을 것 같아 아내를 바라본다.
"천천히 따라 갈게"
"그래? 쉬엄쉬엄 오르지 뭐"

지나온 길과 달리 싸리 등이 있는 길은 좁고 몹시 가파르며 반죽한 흙이 얼어붙은 모습과 흡사하
여 녹아 내린다면 줄줄 미끄러지기 십상이었다.
바닥에서부터 줄기를 뻗은 노송이 많다. 땅이 척박해서 그럴까?
누군가가 검정 매직으로 노각나무 등걸에 '갓머리봉 708m, 갓꼬리봉 688m'라고 써 놓았다.

15 : 48 전망대 바위를 거쳐 삼각봉으로 올랐지만 날씨가 추워 땀 한 방울이 안 났고 바위주변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 앞에 있는 봉우리를 종점으로 삼고,
15 : 57 조금 내려섰다 부지런히 치고 오르자 산불감시초소는커녕 역시 아무 표시가 없다.
갓꼬리봉에 초소가 있다고 했으니 이곳이 708봉인 듯 하다.
뒤따라 오른 아내도 푹 꺼졌다 다시 오르게 되는 세 개의 봉우리를 보고 "그냥 돌아가자"고 한다.
그래, 오늘만 날인가?

16 : 23 삼각봉 턱밑에 있는 전망 좋은 바위가 오늘 산행 중 유일한 조망지로 여겨지나 날씨가
협조를 안 해준다.
아쉬운 대로 근경만 필름에 담고 깎아지른 내리막길로 들어서,

16 : 42 미사치를 지나
16 : 58 컨테이너 옆에 세워놓은 차로 무사히 돌아왔다.


▣ 김정길 - 님의 산행기를 보고 나서, 저의 개인 산행기록부를 열어보니 2002년 4월 11일 오산~둥주리봉~천황산~갈미봉~월출재~858.5(동고산)~708(갓머리봉)~갓꼬리봉~농암산~송치까지 봄 가믐 속, 지긋지긋한 황사가루와 싸우며 겁없이 거닐었던 기억이 떠오르니 너무 반갑습니다. 그날 저는 순천승주 동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이름이 없길래 884m조계산이 순천승주의 서쪽높은산(서고산)이니, 858.5m봉은 동쪽높은산이라는 뜻으로(동고산)이라고, 688갓꼬리봉 보다 높은 708봉은 갓머리봉이라고 이름지어 검정메직으로 써 둔 것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니 감동 신통하군요. 확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사모님께서 등산을 잘 하시니 매우 부럽습니다. 두분 계속 건강하시며 즐거운 산행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 최선호 - 이곳 저곳을 살피면서 산행을 하다보니 뜻밖의 산에서 산 선배님의 족적을 발견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이제 틈나는대로 내고장 산을 찾아볼 생각인데 가끔 자문을 구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고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요새 산행글이 통 없어 몹시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