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32   봉래산(蓬萊山 410m) -전남 고흥군 봉래면

 

산 행 일 : 2004년 6월 15일 화요일
산의날씨 : 맑음
산행횟수 : 초행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3시간 31분 (식사휴식 1시간 06분포함)

 

통신중계소 <0:17+0:19> 쉼터봉 <0:25> 삼각점봉 <0:18> 봉래산 <0:18> 용솔 <0:05> 시름재
<0:43> 안부(안내도)

 

* 5.3km(이정표상의 거리) - 중계소 <1.4> 봉래산 <1.2> 용솔 <0.5> 시름재 <2.2> 중계소

 

"오늘은 시원한 계곡 물이 있는 산에 다녀오면 어때요?"
호남정맥 노독이 채 가시지 않아 보이는지 선수를 친다.
"염려 말어. 계획대로 할 테니까"
하지만 도선을 이용해야하는 약산도(조약도) 삼문산 산행계획은 시간상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외나로도에 있는 봉래산을 산행지로 바꿔 집을 나서 고흥읍에서 녹동으로 직진하는 27, 77번 국
도를 버리고 좌회전 15번 국도를 따라 마복산 자락을 지나고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나로도 제1대
교(연륙교)가 보인다.

 

검문소가 있는 다리를 건너면 동일면인 내나로도이고 덕흥해수욕장(성천해수욕장으로 더 잘 알려
져 있다)이 유명하고 나로도 제2대교(연도교)를 건너면 외나로도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돼 있다.

면소재지에서 교동까지의 길은 말이 국도(15번)지 아직 투둘투둘한 1차선 콘크리트 포장으로 큰
차는 서로 교행하기가 벅찬 그런 길이다.

 

'우주센터' 팻말만 보고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가 없고 도로가 좋아지는 교동에 이르면 높은 중계
탑이 등대 역할을 해준다.

국도에서 오른쪽 사잇길로 들어서 조금 더 진행, 중계소 앞 공터에 차를 세우고 계기판을 보니
면소재지로부터 5.5km를 달려왔다.

 

10 : 12 '한국통신 여수지사 나로도 중계소' 왼쪽 임도를 따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 시름재 2.2km  용솔 2.7km * ↑ 봉래산정상 1.4km'

 

널찍한 안부에 세워놓은 안내도에 의하면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어도 될성싶고 정상으로 먼저 오
른 후 삼림욕을 하며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

 

 

                                        등산안내도 이정표 등이 있는 안부

 

10 : 17 비탈진 숲속으로 들어서니 이미 널리 알려져 버렸는지 리본이 가끔 보이고 길도 좋다.
10 : 29 멋진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납작한 바위가 있는 첫봉에 올라 메모를 하려는데 안
부에서 사용했던 수첩이 없다.
배낭을 벗어두고 주변을 살펴보며 안부까지 내려갔지만 꼭꼭 숨어버렸다.
오늘은 편한 산행을 하겠다고 여겼는데 내 복에 무슨-

 

10 : 48 다시 오르다 풀숲에 떨어진 수첩(양지사 New PD로 휴대는 물론 사용하기가 좋아 몇 권
째 애용한다)을 찾아 오이를 깎아 놓고 기다리는 아내 곁으로 멋쩍게 웃으며 다가간다.
바로 위는 작은 공터로 뜨거운 햇빛이 쏟아져 얼른 숲속으로 들어갔는데 정상에 이르기까지 나무
그늘이 없는 곳을 상당히 걸어야했다.

 

10 : 56 문이 잠긴 산불감시초소 앞을 통과
10 : 59 앞을 막아선 바위 오른쪽 사면 길을 따르지 않고 암벽 밑으로 가니 석문이 있고 밧줄 대
신 나무기둥을 비스듬하게 걸쳐둔 곳을 조심스럽게 오르면 조망이 트인다.

 

전방은 삼나무 수림이 울창하고 왼쪽 하단부에는 저수지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인데 거의 마무리
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육산인 듯 하면서도 암릉이 나타나고 잡목이 갑갑하다 싶으면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린다'는 곳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11 : 04 염소 똥이 곳곳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를 넘고 커다란 바위 오른쪽을 돌아 느슨하게 내려
가면 가시덤불이 절전된 작은 안부가 나오나 성가시게 굴지는 안했다.

 

11 : 18 '광도21 1993재설' 건설부 2등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는 지도상의 393.2봉으로 여겨지며 남
서쪽으로 더 높이 솟은 봉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내려섰다 다시 치고 오른  길은 큰 나무보다 키 작은 나무가 많아 그늘을 걸을 때는 천천히
햇볕으로 나가면 자동적으로 빨라진다.

 

11 : 36 '봉래산 정상 393m.  ↑ 용솔 1.2km 시름재 1.7km * ↓ 중계소 1.4km'
봉화대답게 돌들이 쌓였고 맨 위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만들어졌다.
393.2m로 표기한 삼각점 봉우리보다 이곳이 더 높으니 안부 안내도에 표기된 410m가 더 설득력
있으며 원래 이름 없는 산을 봉래면에서 두자를 따와 봉래산으로 이름지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정상 길목의 이정표.  높이가 궁금하다

 

육지를 바라보면 가까이 있는 마복산 왼쪽 뒤로 딸각산과 천등산, 오른쪽으로는 팔영산이 건너다
보이고 동쪽에는 올 여름 탐방하기로 작정한 옥녀봉과 대부산이 있다는 여수 금오열도가 남쪽은
다른 봉우리가 막아섰고 서쪽으로는 거금도 적대봉은 뚜렷하나 점점이 떠 있는 수많은 섬들은 흐
릿하다.

 

 

                                             정상 돌무더기와 지나온 능선

 

 

 

                                   왼편 마복산과 중앙 우측으로 팔영산이 조망된다.

 

 

               

                           저수지 공사가 한창이며 바다 건너 금오열도가 아련하다.

 

11 : 48 정상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면서 식사를 했으면 좋으련만 작렬하는 태양열이 훼방을 놔
용솔을 향해 내려선다.

 

11 : 59 잠시 후 나타난 바위 봉에 올라 주변을 대충 둘러보고 신비스런 용솔을 얼른 만나봐야겠
다는 일념 하에 오솔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12 : 10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굵은 팔은 절단되었고 새끼줄이 칭칭 감긴 몸뚱이는 말라 비틀어졌으며 링거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와 빨갛게 퇴색해 버린 바늘잎, 누가 이리 만들었는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다.
기념촬영을 하겠다고 나무위로 기어올라갔을 것이고 대롱대롱 매달려 괴롭히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럴수가..."  가슴 아픈 일이다.

 

이승의 경치에 매료되어 승천 시기를 놓쳐 소나무로 환생했다는 전설을 가진 수령 100년쯤 된 소
나무는 앞산 너머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로켓보다 먼저 하늘로 가 버렸다.
그늘 밑에 만들어 놓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이름 모를 산 새 한 마리가
한동안 구슬프게 울어대다 그마저 떠나버리니 무거운 침묵만 흐른다.

 

            

 

                                            링거가 꽃인체 죽어가는 용솔

 

12 : 55 '세상 모든 것이 언젠가는 하나 둘 없어지기 마련이라지만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 잘
못'이라는 아쉬움을 간직한체 용솔과 작별하고 물을 먹이려고 늘여놓은 가느다란 호스와 왼편 방책을
끼고 통나무 계단 길도 지난다.

 

13 : 00 풀이 뒤덮인 작은 운동장 같은 시름재.
임도 포장을 하는 작업자들이 보이고 오솔길로 들어섰다 10여분만에 임도로 내려서 조금 가면
'등산객 가시는 길' 팻말이 있는 지점에서 다시 숲속으로 들어선다.

 

 

                            시름재를 내려가다 본 삼나무 삼림욕장의 울창한 수림

 

일제시대 시험림으로 조성되었다는 80년 이상된 삼나무 편백 3만주가 울창한 숲을 이룬 삼림욕장
에는 곳곳에 긴 의자가 설치돼 있고 향냄새가 우울한 기분을 씻어준다.

 

 

                           아름드리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기분을 맑게 해준다.

 

13 : 20 외딴 집 앞 골짝에서 삼림욕을 끝내고 잡목사이를 지나간다.
만든지 오래된 녹슨 철망이 걸린 쇠기둥 문을 통과 모퉁이를 돌자 통신탑이 보인다.

 

13 : 43 안내도가 세워진 안부로 돌아왔다.
"우주센터가 들어선다는 곳을 구경하고 갈까?"
"아직 아무것도 없을 텐데 뭐하러 가요. 차라리 해수욕장에나 들렸다 가지"
알만하다.
재작년 여름 마복산 산행 후 성천해수욕장에 들려 물 속에 들어가 게도 잡고 고동도 줍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성천 해수욕장 부근에서 게를 잡느라 여념 없는 아내

 

▣ 김정길 - 으흐흐흐흐 정상 돌무더기 옆의 웃음짓는 여인!! 드디어 친구님의 부인이 미인임을 확인합니다.

맨날 옆모습 뒷모습만 감질나게 보여주더니 오늘 어쩔라고 보여주냐? 나는 외나로도의 장포산과 마치산을

돌아볼 샘으로 내려갔다가 원전인가 우주위성인가뭔가 반대운동에 현수막으로 산하를 도배질 해 놓은 남단

해변의 마을까지 공사중인 비포장을 들어다니며 고생을 하다가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나와서, 지도책에는

없고, 고흥군에서 만들어 놓은, 예정에도 없었던, 전혀 알지도 못했던, 길거리의 안내판이 있어서 거기에서

알게된, 봉래산을 돌아본 몇 년 전의 그 때 그런 저런 추억들이 떠 오릅니다. 칭구님 수고하셨고 부부산행

추카합니다.

 

*  정상에서의 조망도 조망이지만 울창한 삼나무 숲이 참 좋았습니다. 역시 섬 산은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마눌. 미인이라구요?  천만의 말씀. 친구님이 만나 보시면 실망할 걸요?  못 미인이라서 말입니다.

가끔 연락 드릴 것을 약속하고 즐산, 안산하시길 바랍니다.

 

▣ 운해 - 죽어 가는 용솔의 모습이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인간의 부질 없는 욕심이 또 하나의 귀중한

생명을 떠나 보내는군요. 형수님과 함께하시는 산행 줄거워 보입니다.

외나로도에는 낚시에 미쳐 있을 때 자주 가던 곳인데................

 

*  정말 속이 상하더군요. 하지만 어쩝니까. 고흥에는 외지 사람들이 낚시를 많이 오는데 특히

부산 낚시전문 대형 버스들까지 자주 다니느것을 봤습니다. 어종이 다양하고 씨알도 굵은데다 무엇보다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모르지요. 운해님도 가끔이라도 동부인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 빵과 버터 - 안타깝습니다.....용솔이여.....용솔이여....

 

*  글이 뜸하다 했더니 역시 지리산 품에 안겨 이틀밤을 보내셨군요. 산그늘 님께서 무척 좋아 하셨겠지요? 

두 분께 재삼 축하드립니다.

 

 ▣ 브르스황 - 어허 어쩌다가 용송이 죽어가는지 안타깝습니다. 저도 3년전에 가보았지만 그땐 아주

건강했었는데.... 형수님이 정말 미인이십니다. 올여름 금오도산행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정성어린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  저도 기다려집니다. 이러다 소문이 나 식구가 불어날지 모르겠네요 허허허. 확실한 날을 잡아

연락하도록 하십시다. 안전산행 바랍니다.

 

 ▣ 두타행 -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호남정맥종주 산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발자취를 따라 걸어 가 보고 싶습니다.

힘이 드시겠지만 호남정맥 종주를 하시면서 시간, 거리, 길찾기, 주의할 곳 등 자세한 내용 부탁드리겠습니다.

종주하시는 그날까지 무탈 즐산하시기 기원합니다.

 

*  반갑습니다. 나름대로 메모해서 글을 올리나 미흡한 부분이 많을 줄 압니다.

단체산행을 하다보니 늘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러나 보람은 크답니다. 님의 금남.호남, 호남정맥 기대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 미성 - 좀더 일찍 손 썼더라면...

 

*  저도 링거, 물을 주기 위한 호스 등을 보고 님과 같은 생각을 했답니다.

쇠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죠. 무탈무사 산행 기원합니다.


▣ 서디카 - 용솔 .. 나무 뿌리가 기이하게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