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4. 3. 4(목) 맑음


〈산행자〉san001


〈산행요약〉
◆ 산행코스 : 효자비→밤골능선→염초봉→대동사→북문→효자비
◆ 산행시간 : 4시간 11분


〈일정〉

10:33 효자비
10:55 295봉
11:02 사거리안부
11:07 삼각점
11:10 가팔라짐
11:16 바위지대 : 급경사 시작
11:24 바위봉 : 쉬어가기 좋음
11:29 출발 : 바로 6m, 8m 정도의 바윗길
11:38 큰바위 앞 : 좌측으로 돌아가는 좁은 길, 이어 20m 정도의 바윗길
11:44 염초1봉
12:46 돌아섬
13:03 두껑바위, 식사하는 공간
13:20 백운대 올라가는 길 : 이정표 백운대 0.9km 위의 지점
13:50 출발
13:52 이정표 : 백운대 0.9km, 산성매표소 3.3km
13:56 대동사 : 백운대 1.4km
13:59 상운사
14:05 기존 등산로와 만남
14:08 북문 : 원효봉 0.2km, 산성매표소 2.9km
14:16 갈림길, 119안내판 47-02 : ←계곡길, ↑능선길
14:20 바위지대, 소나무 한그루
14:22 계곡길, 능선길 합치는 지점 : 이어서 우측으로 계곡을 건넘
14:28 너른 암반지대 : 좌측으로 계곡 건넘
14:30 우측으로 계곡 건넘
14:32 희미한 갈림길 : 좌측은 효자골, 우측은 밤골능선
14:33 갈림길, 47-01 : ↘밤골능선(사거리안부로 향함), ↑효자비
14:37 무덤
14:39 갈림길 : ←효자골, →효자비
14:44 효자비


〈산행기〉

북한산 능선 중 예전부터 호기심을 갖은 능선이 있다. 일명 밤골 능선(정식명칭 아님, 염초봉능선이라 부를 수도 있는 있음). 효자비에서 원효봉능선상의 염초봉 3개의 봉우리 중 첫 번째 봉우리로 연결되는 능선이다. 가고픈 마음을 뒤로 한 것은 염초봉 릿지를 가 본 경험이 없어 설사 올라가더라도 그 다음 수순을 어떻게 밟을 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어나는 호기심... 어려우면 올라간 길로 다시 내려온다는 생각이다. 잠시 시간을 나는 틈을 타 효자비로 향한다.

효자비 앞에 차를 세우도 밤골능선의 꼬리에 붙는다. 완만한 길. 잠시 오르막을 지나 295봉을 오르면 이내 사거리안부이다. 여기서 좌측은 밤골계곡으로 가서 숨은벽암릉으로 가거나 백운대로 향하고, 우측길은 효자골 방향으로 향해 북문으로 가는 길이다. 직진하는 길... 밤골능선으로 입구에 위험구간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처음 7분 정도는 소나무가 많은 완경사길이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닌 듯 길이 뚜렷하다. 본격적으로 가팔라지는 길을 따라 6분 정도 오르면 주위가 터지는 바위지대가 나온다. 원효봉은 물론 반대편으로 숨은벽암릉과 그 너머 상장능선, 오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어떤 길을 감상하려면 떨어져서 보아야 한다고... 깎아지른 절벽 위의 성벽 같은 숨은벽암릉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능선이다.

위로 봉우리가 가로막고 있어 염초봉은 보이질 않는다. 8분여 급경사를 오르면 바위봉우리... 쉬어가기 좋은 쳔혜의 쉼터이다. 평평한 암반과 소나무, 흙이 적절히 조화되어 20여명이상도 충분히 쉬어 갈 수 있다. 잠시 휴식...

출발하자마자 맞이하는 건 슬랩길.. 처음 6미터 정도의 슬랩 초반은 평이, 윗부분이 조금 치켜들었지만 나무를 붙잡고 쉽게 오를 수 있다. 물론 우측은 낭떠러지. 이어서 7미터 정도의 슬랩길... 고래등바위 형태로 폭은 약3미터 양쪽이 직벽이다. 바위의 접착감은 좋으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겁을 먹을 수 있는 길이다.

슬랩을 지나면 정면 돌파하기 어려운 큰 바위가 길을 가로막는다. 좌측으로 바위를 돌아가는 좁은 길이 지나면 거의 60도 정도의 흙길... 나무를 붙잡고 오른다. 바짝 마른 나뭇가지가 힘없이 부러진다. 조심해야 할 듯...

잠시 숲을 지나면 약20미터 정도의 바위암릉길이다. 우측 낭떠러지 방향으로 약간 기울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바윗길에 신경쓰면서 오르다 문득 위에서 사람말 소리가 들린다. 알고보니 염초봉 세 개의 봉우리중 첫 번째 봉우리. 이상한 방향에서 불쑥 나타난 나를 보고 궁금한 듯 어디서 올라왔는지 묻는다.

약1시간10분이 걸려 생전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염초봉에 올랐다. 소나무가 있는 원효봉 방향의 바위로 올라서면 바로 앞은 절벽. 원효봉에서 오는 사람들이 좌측 방향에서 오르는 것 같으나 좌측도 거의 수직에 가깝다. 일단 위로 조금 올라가 다른 등산객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관찰한다. 길을 모른다고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게 막상 올라오고 나니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몇 사람이 약15미터 정도의 직벽을 올라온다. 발디딜 곳과 잡을 곳을 확실히 안다면 올라 올 수도 있겠으나, 만약 내려간다면... 너무나 위험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원효봉 사고 중 이 구간에서 사망사고가 빈번한 곳이라 하니...

조금은 난감한 마음... 일단 앞으로 전진한다. 스스로 갈 수 있는 부분까지만 가자는 기분으로... 처음 가는 길이어서 첫 구간부터 막힌다. 약1.5미터 정도의 직벽, 어떻게 오를까 궁리... 바위를 보자 발디딜 수 있도록 일부런 파낸 흔적이 있다. 잠시 연구 끝에 무난히 오르고... 다음 바위도 또한 1.5미터 정도의 직벽...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크랙은 있지만 팔힘 만으로 오르는 건 무리... 역시 잠시 연구 끝에... 발을 사용하여 오른다.

그 바위 위로 오르자 정말 난감한 장소가 나온다. 책의 가운데 부분을 연상케하는 클라이밍다운 구간. 문득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린다. 억지로 내려갈 수는 있겠는데... 염초봉 암릉구간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고... 만약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다시 클라이밍 다운 구간을 오르기는 불가능.

일단 다시 내려와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경험자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길일런지는 몰라도 처음 오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숙제... 내가 지나온 길과 클라이밍다운 구간을 어떻게 지나가는가 관찰하는게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차갑다. 가만히 있으면서 손까지 얼어오고... 마침내 나타난 한무리... 겉으로 보아선 두 명의 경험자가 일행 6명 정도를 끌고 지나간다. 물론 시간은 한참 걸리고... 뒤이어 나타난 사람 4명... 알고 보니 2명의 남자들은 먼저 온 일행을 무심결에 쫓아오고... 뒤의 여자 2명은 앞의 남자를 무심코 쫓아 왔다하니...

나야 정 안되면 탈출로라도 알고 있지만 무작정 올라온 그 사람들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뒤따라온 4명과 뒤돌아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고...

직벽으로 내려가는 길은 불가능. 옆으로 완만한 경사의 크랙코스가 있다. 몇 명이 하산을 하며 지체가 된다. 크랙 옆의 염초봉 바위벽 방향으로 직벽에 가깝지만 내려가는 길이 있다. 잡고 디딜 곳이 풍부하여 쉽게 내려온다.

염초봉 하단부분을 따라 잠시 걸어가자 거대한 바위가 뚜껑을 덮은 듯한 바위가 나온다. 암벽꾼들의 식사장소... 이후 길은 산사면을 따라 이어진다. 낙엽이 많아 길 흔적이 확실치 않다. 길은 계곡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17분 정도 내려오자 백운대 올라가는 등산로와 만난다.

근처의 너럭바위에서 여자분들이 가져온 점심과 남자분들이 준비해온 막걸리와 과일로 잠시 같이 내려온 동료로서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그 분들은 위문을 거쳐 우이동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혼자 발걸음을 돌려 내려간다.

차를 회수하기 위해 대동사에서 다시 북문으로 향하고... 북문에서 효자골로 떨어지는 짧은 지능선을 탄다. 중간에 계곡으로 하산하는 갈림길(119안내판 47-02)이 있지만 결국 다시 만난다.
계곡을 세 번 건너지만 마지막에는 밤골능선의 좌측 사면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아름답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효자골로는 등산로가 확실히 연결되지 않는다.
119안내판 47-01에서 밤골능선상의 사거리안부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약6분 정도면 다시 갈림길.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효자골, 우측길이 효자비 방향이다.

오늘 산행은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밤골능선을 답사한 산행이다. 마지막 암릉구간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는 무난하나 겨울철에는 상당히 위험한 코스이다. 그리고 염초봉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경험하면서 경험자 없는 릿지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몸소 느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알지 못한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고, 염초 1봉에서 하산하는 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 다음 산행을 위한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잠시 짬을 내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였지만 의외로 소득이 많은 산행이다.


▣ 산초스 - san001님의 북한산에 대한 열망은 끝이 없으십니다. 염초봉 위험한 구간을 홀로 답사하시느라 수고하셨는데 그래도 안전산행이 최고입니다. 이번달에는 다시 숨은벽과 호랑이굴을 가봐야 겠습니다.
▣ 김정길 - 산 날씨와 산길상태 위험천만인데도 님은 늘 틈새만 보이면 위험한 북한산을 더구나 미답코스를 거니시는군요, 산초스님의 말씀대로 님의 북한산에 대한 사랑은 가이없습니다. 기대속에 아끼고 사랑하는 san001님의 건투를, 북한산연가팀의 무탈산행을, 양질의 발전을,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씩씩하고 멋진 북한산연가 팀원들과, 아울러 산초스 팀원들과의 상면을 기다리면서...
▣ 김찬영 - 북한산소식을 접하게되니 마음이 설레이는군요. 아직은 염초봉및 뒤편길이 위험할터인데요 ....곧 북한산연가팀과 산초스팀을 만날생각에 또 설레입니다. 김정길 선배님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