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산 동편평지에서 본 앞산-산성산-청룡산능선, 대구시가지 그리고 멀리 가산-팔공산능선.






대구 가창의 최정산(905m), 2004년 2월 29일(일요일).




일주전 일요일(2월22일)날 가려했던 최정산을 비 때문에 연기하여 29일 가게되었다. 비슬산에서 헐티재를 거쳐 동북쪽으로 이어진 산이다.
같이 가기로 한 아이들이 아침부터 늑장을 부렸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섰다. 신천대로 찻길도 많이 막혀 시간이 더 지체된다.



12:44 가창저수지옆 산자락에 있는 광덕사 마당에 주차하고 서쪽으로 길이 잘 나있어 들어섰더니 개 키우는 산영감님이 움막같은 집에서 나와 길이 아니란다. 다시 되돌아 절로 갔다.



12:58 광덕사 생수수도꼭지 뒤로 등산길이 나 있다.

초입길은 경사가 좀 급한 편이다. 산길은 왼쪽으로 굽으면서 능선 위쪽으로 붙는다. 계속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왼쪽은 정우사, 오른쪽 오르는 길로 들어선다.



1:19pm 정우사 삼거리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경치가 좋다. 능선 위에 큰 바위가 군데 군데 있어 올라가 보면 가창저수지, 앞산, 대구 시내, 용지봉, 팔공산 등이 잘 보인다. 가창저수지 물은 여전히 황토빛이다. 가창 길가 포장집에서 샀던 도나스를 한두개씩 먹었다.



2:20 묘지봉에 도착.

묘지봉에 와 보니 여러 해 전, 더운 여름 날 와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묘지 조금 지나 자연농원쪽으로 하산 했던 적이 있다. 여기서 짐을 내리고 경치 구경 좀 하다가 컵라면을 먹었다.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와서 보니 마음에 안든다. 처음에는 여기가 주암산인가 했는 데, 지도를 펴 놓고 보니 방향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가 주암산 정상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린다. 식사 다하고 꽈배기 도나스도 먹고 한참 쉬었다.



3:17 짐을 다시 꾸려 묘지 뒷길로 간다.

이제는 경사가 좀 덜 급한 편이다. 산길에서 처음으로 노부부 두 사람을 만났고 그후 하산할 때까지 아무도 만난 사람이 없었다. 계속 가면 동쪽으로 뻗은 능선과 만난다. 여기서 캔디바를 한 개씩 먹고 휴식을 하였다. 다시 남쪽으로 난 길을 계속 간다.



4:30 주암산 텐트기도장.

여기에 오니까 능선 위에 큰 바위들이 많이 있다. 여기가 주암산 정상(846m)인 모양이다.그 바위 위에 그리고 바위 사이 사이에 텐트들이 쳐져 있는데, 기독교 주암산 기도장이니 주의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텐트는 여러 겹으로 되어 있어 웬만한 추위에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텐트 속에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여기에서 상원산-용지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조금 지나면 내리막 길이 나오고 그 다음은 거의 평지라고 할 만한 산길이 꽤 길다. 나무 사이를 헤치고 계속 간다. 지도를 보니 하산 길이 가장 먼 지점 정도 될 것 같고, 해 있을 때 하산을 끝 낼 수 있을런 지 걱정이 되지만 계속 강행한다. 남쪽 방향이 잘 보이는 지점에 오니 삼각점 표석이 있다. 4:37pm 삼각점(대구338-1994재설)



5:13 최정산 정상옆 평지.

평지에 있는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양갱을 하나씩 먹었다. 여기서는 최정산의 커다란 철탑들과 군부대가 한 눈에 들어 온다. 가야산도 잘 보인다. 군부대쪽으로 가는 길에 비석이 있으나 무슨 비석인지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친다.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었지만 교환하지 않고 하산길을 서둘렀다.



" 군부대를 비껴 지나려다가 오른쪽에 리본이 보이길래 들어섰다. 처음에는 많이 질퍽했으나 흐릿하게 길이 있었다. 조금 지나서부터는 길이 불확실한 곳이 많았다. 시간도 부족하고 지도상에 가장 짧은 하산길인 것 같아 그냥 들어 섰는데 큰 실수였다. 계속 내려가니 경사가 아주 급한 내리막이고, 길도 전혀 보이지 않아, 그냥 계곡으로 들어선다. 용계천 계곡이다. 아마 태풍 매기가 할퀴고 갔던 모양이다. 계곡이 큰 바위덩어리로 너덜지대를 이루고 그 돌 사이를 한참 내려 간다. 최악의 하산길이다. 중간 중간에 계곡을 올라서면 길이 있었던 흔적이 약간 있으나 이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내려간다. 그냥 '한발 한발 조심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말 안해도 스스로들 잘 아는 모양이다. 대견하고 고맙다. 어두워지고 있지만 운흥사 종소리도 들리고 하늘에 반달이 보여 약간은 안심이 된다. 절 근처에 오니 원래 길이 많이 살아 있어 걷기가 수월했다. 다 내려올 무렵에는 제법 많이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꺼내 앞장 서는 큰 아이 머리에 씌워 주었다. 한결 걷기 좋단다.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이는 데, 아이들 말이 아직 갈길이 저만치나 되냐고 한다. 어쨌거나 부지런히 내려 간다. 산길이 끝나가니 찻길과 자동차 한 대가 보인다. 이제는 안심이다. 길 끝에는 철망으로 울타리를 쳐 놓았고 문이 있으나 잠겨져 있다. 조그마한 바위로 올라가 큰 아이, 작은 아이, 나 순서로 철망담을 넘었다. 이 방향에서는 산길 입구를 완전히 폐쇄해 놓았다.



7pm 운흥사 아래 철조망 넘어 포장길.

이제는 그냥 천천히 내려가면 된다. 어두워도 걱정없다. 마을(오리) 근처에 오니 무슨사 할매집이라는 식당도 있고 인가가 조금 있다. 옆의 용계천을 보니 수해가 대단하다. 포크레인 몇 대가 있으나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마을 근처도 수해 복구가 멀은 상태이다. 용계천 등산길은 복구를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다. 대로를 만나는 삼거리에 와서 작은 아이는 힘들다고 하나, 큰 아이는 힘이 많이 남았다며 광덕사까지 걸어 가겠단다. 포장도로를 따라 모두 같이 내려갔다. 광덕사에 오니 차는 세워둔대로 잘 있었다. 작은병 3개에 생수를 받고 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저녁은 손짜장을 먹기로 두 아이가 합의를 한 모양이다. 시내의 손짜장집으로 갔다.



9pm 손짜장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근처 동네수퍼에 들러 아이들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