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삼정산능선(영원사~삼정산~실상사)


1:25,000지형도=대성. 대덕. 가흥


2004년1월18일 일요일  오전맑고,오후눈(-2~8도)  일출몰07:37~17:42


 코스=삼정마을12:00<4.5km>비끼재14:00<2.0km>삼정산1225m16:10<4.0km>약수암17:30<2.5km>실상사주차장17:00
                             [도상13.0km/5시간소요]
           


영원사 앞뜰에서 본 삼정산 능선


개요: 지리산 국립공원 주능선상의 삼각고지(1462m)에서부터
시작하는 삼정산능선
일명 중북부능선으로도 불려지는데, 이 산자락에는 크고 작은 절집이
일곱 개나 깃들어 있다.


삼정산능선이 임천강의 만수천에 발 담그는 곳에 자리한 천년고찰
실상사를 비롯,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 영원사, 도솔암이
그것이다.


삼각고지에서 실상사까지는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과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도 경계를 이루며
굴곡 심한 능선이 북쪽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영원령까지의 능선길엔
산죽이 주종을 이루고 중반부는 각종 활엽수림이 무성하다. 후반부는
침엽수림이 울창하고, 군데 군데
전망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이번 코스의 대표격인 삼정산(1225m)에서의
조망이 압권이다. 삼정산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감동이다.


크고 깊은
계곡이 발 아래로 펼쳐지고,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장대한
주능선과, 반야봉. 만복대. 세걸산. 바래봉으로 용솟음치는 광경은 크고
넓고 깊다.


무덤터 개활지에서의 삼정능선 후반부


가는길: 삼정마을에서 올라가는 이번 코스는 영원사를 경유 영원령으로 곧장 오르면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이 길은 지리산자연휴양림으로 가기직전의 삼거리에서 [영원사3.5km]이정표를
보고 오른쪽 도로를
따라간다.


10분쯤 가다보면 또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벽소령
종단도로이고 오른쪽의 영원사쪽 도로를 따라가야한다.


중도에 다리를 하나 건너 조금 더 가면 계곡을 따라 영원사까지 옛 소로길이
열려있다. 초입의 전봇대엔 [영원사방향등산로]라고 페인트로 써 놓았다.


영원사 소로길 초입


중간중간에 빨치산들의 굴비트와 산죽비트 안내판이 나타나다가
다시금 영원사로 가는 포장도로로 올라서면 만나는 이정표[두트굴1km/상무주암2.3km/영원사0.5km]에서
영원사로 향한다.   


도로따라 가다보면 합수지점에 폐타이어로 방호벽을 설치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도솔암은 이곳에서 왼쪽의 계곡을 건너면 된다. 작은 팻말도
있고 산길은 아주 잘 나 있어서 한시간이면 도솔암에 도착할 수 있다.


도솔암에서 샘터위로 올라서면 주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다. 왼쪽으로
한시간정도 치오르면 삼각고지로 올라설 수 있고, 오른쪽은 영원령으로
내려 설 수 있다.  


영원사 전경


해발920m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영원사는 한 때는 100칸이
넘는 9채의 건물이었으나 한국전쟁당시 소실되었다. 양지바른 이곳에선
화장실 옆의 우물에서 식수보충하고 곧장 영원령을 향해 치올라야 한다.


오름길에 [비끼재]라는 명칭의 영원령 사거리 안부에 닿으면 오른쪽의 상무주암쪽으로 방향을 튼다.
한참을 산허리를 싸고 돌다가 [상무주암0.1km/영원사2km]이정표를 만나면
왼쪽의
삼정산으로 올라서야 한다.


삼정산능선을 고집하지 않고 사찰순례산행을 하고싶다면 상무주암을
거쳐서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을 거쳐 실상사로 내려가도 무방한데
비교적 산길이 완만해서 많은 분들이 즐겨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가파른 언덕을 치오르면 널찍한 헬기장에 삼정산 표지판이 있지만
,정작 정상은 좀 더 진행하면 전망좋은 바위에 별도로 [삼정산1210m]표시판이
초라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삼정산 정상


그러나 최고봉(1225m)은 아무런 표시도 없고 잡목 무성한 육산일
뿐이어서 악천후일 경우 분간 해 내기란 쉽지 않다.


이후론 아무런 표시없는 정성재까지 날등타고 내려간다. 중도에 전망좋은
바위에서 내려설 땐 암릉구간이어서 한겨울엔 보조자일이 필요하다.


왼쪽 삼화마을로 내려가는 능선길이 있는 삼거리를 정성재라고 한다.
그곳을 지나쳐서 한참 내려가면 최근에 조성된 가족묘지의 널찍한 개활지를
통과한다.


삼엽송 무성한 소나무 숲길을 한참 내려오면 약수암가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약수암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그냥 도로를 횡단해서 오솔길따라
실상사로 내려가면 시간절약에 도움이 된다.


남원군 산내면의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사찰이다.
암자인 약수암과 백장암의 문화재를 포함하여 경내가 비좁으리만치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실상사의 동.서삼층석탑과 석등


그 중에서도 동.서삼층석탑과 석등이 유명하다. 동.서삼층석탑은
거의 같은 규모와 수법으로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의 우아하고 섬세한
탑이다.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상륜부가 가장 완벽하게 남아있다.


또한 8엽의 연꽃잎이 조각된 석등은 석등앞에서 불을 켤 때 디딤돌로
사용했던 돌계단이 놓여 있다. 이와같은 장치는 다른 석등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어서 특이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약사전에 모셔진 철조여래좌상이 가장 유명하다.
실상사 창건 당시인 9세기 중엽에 수철스님이 4천근이나 되는 철을 녹여만든
높이 2.7m의 거대한 철불로, 약사전 문을 열면 지리산 천왕봉을 응시하고
있다.


이 철불상의 특징은 광배가 없고 좌대도 없다. 일설엔 일본으로 흘러가는
땅의 기운을 막기위해 도선국사의 풍수지리설에 따라 일부러 맨땅에
불상을 세운 것이라고도 전해 오는데,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땀을 흘린다고 한다.


실상사 철조여래좌상


산행후기: 처음엔 지리산 광대골로
진입하여 삼각고지로 올라서서 삼정산능선을 종주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사찰순례팀을 먼저 보내고 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국립공원 순찰차량의 제지로 돌아서야만 했다. 작년에만도
세차례나 이곳을 깃점으로 주능선엘 올랐더랬는데 이리도 완강하게 저지당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별 수 없이 영원사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도솔암가는 길로 능선자락
하나 올라타고 가도 되지만, 너무 늦은 시각에다 소복히 쌓인 적설량으로
무리를 해선 안되겠다싶어 그냥 조용하게 옛길따라 영원사로 올라간다.


오공능선 너머의 주능선


조망이 확트이는 영원사 앞마당에선 오공능선 너머로 지리산 주능선이
천왕봉을 향하고 있고, 애초에 진행하려던 삼정산능선의 일부가 가시권으로
들어와 아쉬움을 더해준다.


언제고 다시한번 더 찾아와서 지금까지의 오름길 왼쪽능선을 타고올라
삼각고지에서 광대골로 한번 내려가 봐야지! 하면서 후일로 미룬다.


주능선상의 높은 봉우리들은 모두 희뿌염한 안개 속으로 사라져서
더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맑은 날씨라면 조망이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린다.


영원령 혹은 비끼재


비끼재로 올라서자 혹독한 북서풍이 불어와 황급히 중무장으로 온몸을
감싼다. 오름길의 전망대에 올라서자 모든 산록이 하얗게 치장하고 반기는
모습이다.


금년들어 처음 맞이하는 심설산행에 만발한 설화는 자주 발길을 멈추게한다.
언덕을 너머 상무주암 가는길에 마주보이는 괴암 하나는 무척 괴이하다.


상무주암 가는길에서의 괴암


불어오는 찬 바람을 의식해서일까? 굳게 꽉 다문 입술이 [침묵은
금이다!]로 항변하는 모습이다. 저 아래 삼정마을에선 벽소령으로의
산판도로가 지그재그로 하얀길을 내며 올라가고 있다.


언덕을 넘어서자 강풍은 잦아들고 설국길을 에돌아, 삼거리 이정표에
도착하자 앞서간 일행들이 바람을 피해서 중식중이다. 오랜만에 나타난
신과장의 라면을 배부를만큼 뺏아 먹는다.


다시금 가파른 비탈길을 치올라 헬기장에 섰더니, 또 다시 세찬 바람과
함께 함박눈이 펑펑 내리쏟는다. 쫓기다시피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정작
최고봉은 놓치고 마는 우를 범하고 만다.


전망바위에서 본 입석리마을


지금부턴 내리막길을 급준하게 내리쏟는다. 서너차례 엉덩방아를
찧고나서야 전망바위로 올라서서 실상사가 있는 입석리마을을 내려다본다.


건너편의 바래봉능선은 농무속으로 숨어들어 모습을 보여주질 않고오른쪽의
산야들도 희미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로 곁의 솔잎에 듬뿍 묻어난
설화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겨울 야생화의 화려함


등산화 끈 조여매고, 아이젠 착용하고, 두툼한 장갑으로 갈아 끼고
선두가 설치해 놓고 간 보조자일에 의지해 바위 벼랑길을 내려선다.


눈길에 정성재도 놓치고 광주에서 오신 한 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족묘지의 널찍한 개활지로 내려서서, 사찰순례팀에서 처진분들과
함께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턴 빽빽한 소나무 숲길이다. 하얀 눈밭에 앞서간 이들의 갈지자
길흔적이 흡사 커다란 이무기가 지나간 것처럼 꼬불꼬불 이어졌다. 풋신푹신한
갈빗길은 사뭇 내달려도 전혀 충격을 주지 않는다.


이무기가 지나간 길?


약수암가는 도로로 내려섰지만 모든이들이 그곳은 외면한체 소나무
숲길로 접어든다. 그제서야 알아챘지만 아까부터 연이어진 낙락장송의
이 소나무들은 한결같이 삼엽송으로도 불리는 리기다송이다.


잔가지없이도 세 개의 바늘을 가진 솔잎이 나무등걸에 듬성듬성 돋아나는
이 나무는 흔하면서도 귀한 수종이다. 그도 이렇게 높이 웃자란 밀생지역은
처음보는 모습이다.


 리기다(삼엽송) 숲길


숲속을 빠져나오자 백운산을 마주보며 농로개울을 건너선다. 왼쪽으로
실상사가 보인다. 경내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그 유명한 철조여래좌상이
보이질 않는다.


온 뜨락을 다 뒤진 끝에 한분의 신도님께 여쭈었더니 저쪽 모퉁이의
약사전을 가리킨다. 그냥 사찰 뜨락에 모셔진 줄로만 알고 후원의 연못까지
해맸던 것이다.


잠시 합장하고 철불와상의 시야따라 눈길 주었더니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질 않는다. 때마침 사찰순례팀과 조우하여 그들과 함께
오늘산행을 마감한다.


싸락눈이 싸라락~ 싸라락~ 내리고 있다.


실상사 후원의 연못


위로
    
다른
산행기,사진보기



 







▣ 문창환 - 문종수 선배님! 오랫만에 눈덮힌 지리 잘 보았습니다. 삼정산의 눈꽃이 너무나 멋지군요! 올려주시는 산행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겨울산행에는 항상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박창연 - 많은도움되는산행기 잘 읽었습니다/저희가 지난번 삼각고지에서 가파른내리막 길로하여 벽소령중간부근으로 하여 음정으로 하산하여 대간종주팀이기에 다시오르려면 좋은길이 없을까 걱정하였는데 도솔봉 길을 안내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많은 도움되겠습니다/새해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이정택 - 눈꽃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산행 계속 기되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