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감


1) 1월 17일 토요일 영주를 거쳐 강원도로 진입할 때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밤새 펑펑, 그리고 일요일 내내 눈이 내려 원없이 눈내리는 풍경을 구경하였습니다. 특히 눈덮인 산을 휘돌아가는 국도를 1시간 30여분 동안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태백산 겨울산행을 조용하게 하기는 힘들 것 같더군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말입니다. 눈꽃과 눈을 밟아보았다는데 만족할 정도이고,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 정상에서 주변 산세를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치이고, 시야가 좁아 산행 자체는 기대에 비해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하였습니다.

3) 눈꽃 축제는 역시나 우리나라 지방 축제가 그러하듯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참석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11회로 연륜이 쌓여 무료 셔틀버스 운행, 저렴한 입장권, 무료 주차, 행사 요원들의 체계화 등등은 축제로서 정착이 되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마침 눈내리는 시기에 방문한다면 추천할만한 축제로 생각됩니다.

4) 친척 분 렉스톤 차량을 빌려서 다녀왔습니다. 차도 차지만, 차량 내부에 고급형 오디오 시스템, 네비게이션, DVD player, SkyLife 등 최첨단 시스템이 모두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먼 거리였지만 앞, 뒤에 빽빽이 자리를 차지한 아이들과 가족들이 심심하다는 불평없이 조용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할까 봅니다.

2. 정보

1) 숙박

a) 장산콘도; http://www.jangsancondo.com/, 이번 여행 때 숙박한 곳입니다. 태백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만항재(414번 국도)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14-5채의 통나무 콘도가 있는 곳입니다. 타 업소에 비해 숙박비는 비싸지만, 추천할만 합니다.

b) 태백산 민박촌; http://seecomes.com/rest/rest_sp_03.htm, 저렴하며 태백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콘도식이며, 당골광장 아래에 있어 산행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식당, 사우나 등이 있어 선호하는 숙박지라고 하는군요.

2) 가는길 등

a) 태백 시민들은 눈이 오더라도 체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군요. 차를 멈추지만 말고 천천히 움직이면 별 문제가 없다는군요. 그리고 눈꽃 축제기간에는 제설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부담없이 방문해도 됩니다.

b) 축제 기간이라 차량 정체를 걱정하였지만, 전국에서 모이지만 떠날 때도 각각 다른 길을 이용해서인지 한적인 드라이브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 눈꽃 축제

a) 당골 광장에 마련된 눈꽃 축제는 아침 9시에 산행을 마치고 내려올 때 보니 매우 한산했지만, 11시에 가족과 함께 갔을 때는 사람이 매우 많아 조금 일찍 도착하면 주차도 편할뿐만 아니라 조용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 시베리아 개썰매는 12시가 되니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9;30-10시경 도착해서 먼저 구경하고 내려오면서 태어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3) 산행

a) 1월 18일 새벽 5;20분에 유일사 매표사에 도착해보니 전국에서 모인 단체산악팀으로 인산인해를 이뤄 산행 내내 줄을 서서 올라갔습니다. 산행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홀로 산행을 원하는 분들은 아마도 새벽 3-4시경에 오르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지만 새벽 3시에 올라본 사람의 얘기로는 그 시간에도 복잡했다고 하니, 겨울 태백산행을 평일에 시도하지 않는 다음에는 홀로 산행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b) 기타 산행기의 소개처럼 완만한 코스였습니다.

c) 이번 눈산행을 위해 거금을 주고 아이젠을 구입했지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눈이 많이 왔지만, 금방 내린 눈이라 아이젠 없이도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신발에 줄하나로 묶는 간편형 아이젠을 사용하는데, 얼어붙은 산행길이 아니라면 몇천원 정도의 아이젠만으로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d) 등산화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스패츠(spats)'는 겨울산행에 필수품이었습니다. 좋은 제품을 구매하면 등산화 윗부분까지 덮기 때문에 신발 방수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e) 등산용 내복을 이용해보았는데 상당히 유용하였습니다. 땀배출이 자연스러워 항상 깔깔한 느낌을 유지하였고, 차를 몰고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다 마를 정도였습니다. 겨울 산행 및 평소에도 추천할만 합니다.

f) 산행코스 및 시간(3시간 20분)
; 유일사 매표소 - 1시간 - 유일사 휴게소 - 50분 - 천제단(10분 휴식) - 15분 - 망경사(10분 휴식) - 55분 - 당골광장
; 천제단에서는 초코파이, 쿠키 한 개, 뜨거운 물한잔, 담배 1개 그리고 망경사에서는 자판기 커피(500원), 담배 1개로 휴식을 취하였고, 그 외 산행은 잠시도 쉬지 않고 오르고 내렸습니다. 산행기에는 보통 4시간 산행으로 나와 있습니다.

g) 천제단을 바람막이 삼아 버너로 컵라면을 먹는 산행인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리고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단종비각 역시 아침먹는 장소로 사용되었고, 망경사에는 간단한 휴게소가 있어 컵라면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길 주변에서 숨을 곳이 없어 망경사 화장실을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h) 눈꽃 축제 기간에는 당골광장과 유일사 매표사를 한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됩니다. 축제 기간이 아니면 당골에서 시내버스로 내려가 다시 한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로 갈아타는 등 번거로운데 축제 기간에는 당골과 유일사를 오기가 상당히 편리합니다. 이날은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내 혼자 큰 관광버스를 타고 유일사로 돌아왔습니다.

3. 간략 산행기

토요일 저녁 도착 후 다음날 새벽 일찍 태백산 겨울산행을 시작하여 아침 9시경 돌아오면 가족들이 그때쯤 깰테니 함께 식사 후 눈꽃 축제를 구경할 생각으로, 말하자면 내 홀로산행과 가족과 함께를 동시에 만족시킬 계획으로 한달전 숙소를 예약해놓았습니다.

17일 대구에서 2시 출발하여 태백산 도립공원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재인 만항재를 거쳐 정선 카지노로 향하는 414번 국도변에 있는 '장산콘도'에 저녁 7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영주를 지나 청옥산 자연휴양림 부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서행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1시간이나 초과하였습니다.

숙소인 장산콘도는 3년전 개장한 통나무 콘도로 2-3가족이 함께 하루를 보내기에는 나무랄 때가 없었습니다. 도착하였을 때 이미 10cm 이상 눈이 쌓여 아이들은 좋아라하며 눈장난과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을 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폭설온다는 소식에 친척분이 비싼 체인을 구입해주었는데 착용하려니 자동차바퀴와 맞지 않는 종류였습니다. 콘도 관리인의 조심해서 몰면 별 문제 없고 자신도 지금껏 체인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말은 나에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어 다시 고개를 넘어 체인 구입하려 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다음날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20분간 눈쌓인 차량을 정비하고 4시 4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한적한 눈쌓인 국도를 시속 10-20km로 서행하면서 유일사 휴게소까지가는데 30분이나 소모되었습니다. 그냥 달리면 5분 거리 정도인데 말입니다. 유일사 휴게소에는 엄청나게 많은 관광버스가 모여 인산인해였습니다. 차를 겨우 주차하고 등산준비를 마련해서 나서는데 그 새벽에 매표소 입장료를 받더군요.

그런데 실수로 그만 지갑을 두고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서행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 막막해서 복작거리는 사람들 한켠에 서서 눈내리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매표소 관리인이 '00팀 들어오세요'라는 고함을 치면 수십명이 단체로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그냥 섞여 들어갈까 싶다가도 혹 발각되면 난감할 것 같고, 단체 산행팀은 모두 명찰을 달고 있어서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발길을 돌릴 수는 없고, 산행팀이 좀 한산해진 틈을 노려 관리인에게 다가가 모자를 벗으며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꾸벅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틈새를 몰아 "요기 아래 장산콘도에 묵고 있는데 . . . . 그만 지갑을 두고 왔지 멉니까? 혹 공짜로 태백산을 오를 수 없을까요?"라고 묻자 무슨 소린가 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더니 그제서야 의미를 알아듣고는 말없이 그냥 웃더군요.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앞선 산행팀을 따라 바로 올랐습니다.

매표소에서 유일사 휴게소까지는 완만한 잘 닦여진 넓은 길이었습니다. 다만 눈이 상당히 쌓여 한걸을 한걸음 신경이 쓰여 얼마가지 않아 발걸음에 무리가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단체산악팀의 시끄러운 소음이 싫어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계속 올랐습니다. 얼마나 사람이 많았는지 산행 내내 가져간 랜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앞뒤로 훤했으니 말입니다.

유일사 휴게소에 도착하니 다른 코스인 화방재에서 오르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어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고, 이후 장군봉까지는 한사람만 갈 수 있는 오르막이라 줄지어 오르게 되었습니다. 장군봉에 오르자 가벼운 발걸음만으로 충분한 능선길로 주변에는 눈꽃이 핀 주목들이 줄지어 장관을 이루어있었습니다. 천제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태백산이란 비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그기다 카메라를 빌려주고서까지 찍기는 어려울 것 같아 비석만 찍고 망경사로 다시 향하였습니다.

망경사로 향하기 전 문수봉을 거쳐 하산도 생각해보았지만, 1시간을 더 소모하면 가족에게 도착시간이 늦을 것 같아 안타까움을 무릅쓰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쉬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망경사에서 잠시 휴식 후 종종 오궁(비닐포대를 이용한 오리궁둥이 썰매)를 즐기는 하산팀을 보면서 하산을 했습니다. 어느 한분은 내리막길을 오궁으로 내려가다 멈추지 못하여 길을 빗겨나 우측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걷다 고개를 들면 장관이고, 멋진 장관을 보다 지치면 말없이 눈길을 걷고 . . . . . 9시에 당골광장 아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막 유일사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도착하더군요. 축제기간 중 무료로 운행됩니다. 한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니 놓쳤다면 이날 계획에 상당한 차질과 함께 아이엄마 잔소리를 꽤 들었을텐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모든게 계획대로 탁탁 맞아떨어지는게 삼재가 지난게 실감났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어디갔다왔는지 관심도 없이 친척 아이들과 이미 눈장난을 한차례 마치고 통나무집 안에서 떠들고 있었습니다. 나도 별 할말이 없더군요. 이 글을 적으며 나 자신도 산행 자체에 대해서는 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 틈에 진을 빼버린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홀로산행이 내 성격에는 어울리는가 봅니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 지리산 세석산장 산행(거림코스), 한라산 산행을 계획해놓았는데 마침 내가 갔을 때 한산하길 기대해봅니다.

4. 사진을 올리는 방법을 몰라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bbs.freechal.com/ComService/Activity/BBS/CsBBSContent.asp?GrpId=2473978&ObjSeq=1&PageNo=1&DocId=785322


▣ 해바라기 - 자상한 내용과 산행정보가 있어 많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 신홍기 - 수고하셨습니다. 태백산 산행준비 중인데 소중한 자료가 될것 같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소개하신 님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