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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종주라...

華嚴寺와 大源寺를 그러니까 우리나라 남부의 최대 山群을 품고 있는 지리산의 동서를 잇는 최장 길이의 약 46km 종주 코스를 이름입니다.

물론 지금이야 산경표가 알려지면서 정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산줄기로 100km니 200km니 하는 종주 코스가 즐비하지만 예전에야 뭐 그런 게 있었겠습니까.

지리산만 하더라도 뱀사골, 피앗골, 백무동, 중산리 등을 이어가는....

이렇게 단순한 코스를 즐기고 주릉 코스라고 해 보았자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최장 코스였을 때 이 화대종주를 하는 산객들은 그야말로 지리나 설악의 서북능선종주를 하는 이들에게는 신화적인 인물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군사 비상도로에 그쳤던 성삼재 도로가 열리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연 파괴는 시작이 됩니다.

이른바 주릉코스는 관광버스를 타고온 이들에 의하여 성삼재~중산리로 바뀌었고 또한 대간길이 열리면서 J3라는 엄청난 꾼들이 태극종주라는 코스를 개척하면서 중거리 코스에서 장거리 코스로 한 단계 up하면서 감마로즈니 태달사니 하는 산객들이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그룹을 이뤄 여러가지 이름으로 그 뒤를 잇습니다.

여기서 시작된 지태(지리태극)가 설(악산)태니 덕(유산)태 그리고 소(백산)태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꾼들이 즐기는 코스는 그만큼 다양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코스는 대부분 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는 것이다 보니 대부분의 코스가 탐방제한 구역에 걸리게 되고, 그런 만큼 자유로운 산행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더 많은 제약이 생긴 셈이 됩니다.

   

이런 지리의 고전적인 코스인 화대종주.

마지막으로 그 화대종주를 1박 2일로 진행을 하고 난 후 거의 20년이나 지난 지금.

나이가 오십하고도 중반에 있는 제 나이에 무박으로 아니 한방으로 진행할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으로 보기에는 말에 어폐가 있는 것이 본디 제가 산에 든다고 하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춘천지맥으로 들어야 정상이지만 갑자기 화대종주를 계획하고 실행에 든 것은 순전히 제가 활동하고 있는 약간은 토속적인 영어명의 ‘Solo climbing 즉 홀로산행’의 케이선배님 덕입니다.

 

지난 주말 산행에서 선배님이 가지고 오신 지리 화대의 그림들은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저를 과거로 내몰았고 그런 저로 하여금 화대를 진행하게끔 만들었던 것입니다. 

저와 같이 단순한 산꾼이 계획이고 뭐고 세울 시간이나 있겠습니까.

사무실 일만 대강 정리하고 바로 짐을 꾸립니다.

아니 짐을 꾸릴 게 없습니다.

무게를 조절해야 하니 갈아입을 여벌 옷 하나와 주전부리 할 것만 챙깁니다.

기차로 구례구역으로 가서 화엄사로 접근하는 정통적인 방식보다는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하동을 잇는 심야버스입니다.

2012. 12. 7.  22:00에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차에서 단 몇 분이라도 잠을 청하기 위하여 저녁을 반주로 막걸리를 마셔 이른 산행에도 덜 배가 고프도록 미리 배를 불립니다.

익일 01:00가 조금 넘자 버스는 불이 꺼진 구례터미널에 4명의 승객을 내려줍니다.

대기해 있는 택시(심야 할증요금 적용 9000원 정도)를 타고 화엄사로 향합니다.

혹시나 영업하는 식당이 있으면 뭘 좀 먹고 가려고 했는데 인근의 식당에 불켜진 곳이라고는 단 한군데도 없군요.

 

산행 개요

1. 산행일시 : 2012. 11. 8. 목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지리산 화대종주 (화엄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4. 산행거리 : 44.3km

지 명

거 리

도착시간

소요시간

비고

화 엄 사

01:20

노 고 단

7(km)

03:47

147(분)

연하천(대피소)

10.5

07:12

205

벽소령

3.6

08:32

80

세 석

6.3

11:09

157

장터목

3.4

12:37

88

천왕봉

1.7

13:50

73

중봉

0.9

14:31

41

치밭목

3.1

15:35

64

대원사

7.8

17:38

123

44.3(km)

16:18

실 운행시간

 

산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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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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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

택시에서 내려 행장을 갖춥니다.

다행히 그 어둠 속에서도 119 소방차나 주변 가로등으로 인하여 행장을 갖추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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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

화대종주의 시작은 이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이 됩니다.167BE540509BC697274615

그 루트는 이곳에서 화엄사를 출발하여 노고단을 거쳐 천왕봉~중봉~치밭목대피소~유봉마을~대원사까지의 약 44.3km를 진행하게 됩니다.

약 110리라...

자, 시작합니다. 11261340509BC699022387

역시 남쪽이라 그런지 대나무 숲이 양옆으로 즐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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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은 이렇게 토사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돌을 박아 놓아 산객들의 무릎을 상하기 아주 좋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돌들로 인하여 산행 내내 시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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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500m 간격으로 119 구조목이 설치되어 있어 지리산에서 조난을 당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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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

차도가 나오는군요.

연기암으로 빠지는 사거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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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기암이 원래 화엄사의 초기 암자였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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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

예전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려 참샘물을 마셔보려고 하였으나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 없어 그냥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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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유래를 알 수 없는 국수등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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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5

낮이면 멋진 지리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을 법한 집선대를 지납니다.

그러고 보니 4.5km를 진행하는데 1시간 25분이 걸렸습니다.

이제 코재도 거의 다 온 것 같고...

지리산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의 거리는 100% 신뢰하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거리는 보통의 이정표들의 도상거리가 아니고 국공파들이 50m 줄자로 실측을 한 것이기 때문에 GPS를 지니고 실제로 거닌 것과 그다지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비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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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드디어 코재입니다.

너무 가파라 코가 땅에 닿을 정도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여기까지 정확하게 2시간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여기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멀리 돌을 얼기설기 붙여 약간은 회색빛이 나던 노고단 산장이 보이고 그 산장에 도착하면 백구 진돗개 한 마리와 같이 이곳 주변의 쓰레기를 주우시던 함태식 선생님이 생각 나는군요.

여기서 쫓겨서 피아골로 내려가셨는데 아직도 강건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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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5

그때보다 훨씬 넓어진 즉 차도라 부르는 게 더 옳다고 할 -자연보호인지 파괴인지-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우측으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화장실의 불빛과 출입문 앞의 등만이 불을 밝히고 있는 현대식 시설의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자고 있을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발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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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장 옆을 지나 바로 등로로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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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7

노고단 고개 진행 방향 바로 왼쪽에 있는 케른을 봅니다.

원래 노고단은 오른쪽 정상이고 그 정상에는 1등급 삼각점(운봉 12)이 케른 옆에 있다고 하는데 출입금지 구역이기도 하여 찾기를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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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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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0

이 출입문을 들어서면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으로 다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 길이 정확한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아니지만 어쩝니까 국공파들이 노고단을 막아놓고 이리로 길을 만들어 다니게 하니 이 길이 대간 마루금으로 생각하고 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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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걸령 방향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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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보는 눈입니다.

사실 오늘 이 눈때문에 천왕봉 너머 중봉 ~써리봉 방향으로 진행하기에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약간 주저한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지리인만큼 많은 산객들이 이미 길을 터 놓았을 것이라 믿고 무조건 강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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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08

지도 #2의 '가'의 곳으로 이곳을 통하여 왕시루봉으로 진행을 하게 되는 곳인데 지금은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왕시루봉이면 예전에 외국인 선교사들의 별장이 몇 동 있었던 게 기억이 나는군요.

그냥 시루봉도 아니고 지리(智異)라는 명성에 걸맞게 '왕'자를 넣었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그런 분위기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어쨌든 왕시루봉은 왕시루봉입니다.

아무런 제한이 없이 다닐 때가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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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밭을 지납니다.

이런 고전적인 루트를 이용하여 산행을 하다보면 과거에 이 길을 걸을 때의 감흥이 되살아 나 추억으로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군요.

머릿속으로 마냥 예전 산행을 할 때의 재미 있던 추억을 생각하느라 심심하지 않아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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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

곧 이어 너른 곳이 나오고 이곳이 돼지령입니다.

지도 #2의 '나'의 곳입니다.

예전에 이곳에 원추리가 많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돼지인지 멧돼지인지 이 녀석들이 그 뿌리를 파먹던 곳이라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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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연이어지도 #2의 '다'의 1412봉에 위치한 헬기장을 지나면서,19775E3C509C257032B844

그 뒤의 마루금으로 나가는 방향을 보니 또 이런 표지판입니다.

이 마루금으로 진행하면 바로 피아골 산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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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키가 큰 산죽 밭 등로는 지난 번 온 눈이 어제 낮에 녹아 오늘 새벽의 찬바람에 살짝 얼은 듯 밟으면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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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그러고는 돼지령으로 표시된 곳을 만나는데 이곳은 지도 #2의 '라'의 곳으로 그저 1384봉에 불과한 곳이지 정확한 돼지령의 위치는 아까 '나'의 곳이 국립지리정보원 지도에 표기된 '돼지령'인 만큼 국공파들이 자기들 임의로 지명을 바꿔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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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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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3

일단 그 돼지령을 넘어서면 피아골로 진행하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군요.

그런데 피아골이라고 하면 '피바다'와 같은 뭐 좀 섬뜩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피 즉 직(稷)인 피밭의 한자어 稷田에서 유래하여 피밭골이 피아골로 바뀌어진 것입니다.

다은 설에 의하면 한국전쟁 운운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좀 엉뚱하신 분들이 갖다붙이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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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0

그 피아골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조금 더 진행하면 임걸령이 나옵니다.

임꺽정이 연상이 되기도 하는 이 임걸령은 옛날에 녹림호걸(綠林豪傑)들의 은거지가 되었던 곳으로 의적(義賊)두목인 임걸(林傑)의 본거지였다 하여 '임걸령'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혹 어느 글을 보면 마천에 사는 인걸이라는 청년이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웠던 '선녀와 나뭇꾼'의 이야기에서 보는 바와 똑 같은 사건을 저질렀다고 하는데에서 유래 한다고도 하는데 이는 금강산 사건에서 차용한 것 같기도 하고 이름도 인걸보다는 확실하게 '임걸'이라고 표기함에 비추어 전설(前說)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 임걸령은 지금은 산뜻하게 단장이 되어 지리산 최고의 수질이라는 명성의 샘물이 콸콸 나오지만 예전에 이곳은 야영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이 임걸령 물을 식수로 하여 하룻밤 유하고 가던 곳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쓰레기와 인분이 주위를 뒤덮기도 하였고 어떻게 보면 국립공원 내에서 이렇게 야영을 금지시킨 것이 긍정적인 면이 있기도 합니다.

그 임걸령 샘에서 물을 한통 담아갑니다.

사실 오늘 제가 화대종주를 하면서 가장 염려스러웠던 부분이 배낭의 무게로 불필요한 것 가령 접이식 의자나 지도주머니, 볼펜 등 사소한 것 까지도 과감하게 뺐고 물도 이 임걸령과 연하천 산장 그리고 선비샘에서 보충하면 되므로 물을 많이 지고 가거나 음수 조절을 잘못하여 불필요하게 벽소령이나 세석 그리고 장터목 산장에서 샘터까지 갔다가 오는 수고를 더는 데 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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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반야봉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입니다.

이 노루목은 반야봉에서 내려오는 산줄기가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예전 분들은 작명도 참 잘 하셨다는 느낌입니다.

이제부터는 공히 전라남도 구례군 땅을 벗어나 구례와 남원시의 경계 즉 전라북도와 남도의 도계를 따라 삼도봉까지 진행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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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노루목서 700m 그러니까 10여분 정도 더 오면 아까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을 만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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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그러고는 곧 삼도봉입니다.

이 이름도 좀 그렇습니다.

원래 이 봉우리의 이름은 국립지리정보원의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날라리봉으로 어엿한 자기 본연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곳입니다.

국공파 사람들은 '날라리봉' 하니까 곧 양아치 뭐 좀 그런 이름을 연상하였나 본데 사실은 원래 그 봉우리가 ‘낫’의 ‘날’같이 뾰족한 모양이었다고 하여 낫날봉으로 불리다가 음운이 변하여 날라리봉으로 불리던 것을 어쨌든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하여 국공파들이 개명작업을 추진하여 현재의 삼도봉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입니다.

뒤로 진행을 하면 불무장등(1446m)과 통꼭봉이 나오고 그 마루금은 당재를 지나 황장산을 넘어 화개장터와도 연결이 된다고 하는데 저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고 그 길은 지금은 입산금지구간입니다.

지날 때 국공파에 단속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편 우리나라에 산(山)이나 봉(峰)이라는 이름 대신 등(嶝)이라는 이름을 단 것이 있는데 제 기억에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주라이등 영알의 시살등, 함박등 등이 생각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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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불무장등으로 등로가 연결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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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삼도봉이라 이름 붙여진 곳이 두 군데가 더 있습니다.

즉 백두대간 상의 소사고개와 대덕산 사이에 있는 삼도봉(1250m)은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그리고 경상남도 거창군이 만나는 곳으로 초점산이라고도 불리는 곳인데 그곳과, 또 다른 하나의 삼도봉은 민주지산 바로 옆에 위치한 그것(1176m)으로 이곳은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그리고 전라북도 무주군이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도(三道)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라 이해한다면 실질적인 삼도봉은 민주지산 옆에 있는 곳일 것입니다.

어쨌든 이곳이 전라북도 남원시와 전라남도 구례군 그리고 경상남도 하동군 등 삼개도의 경계가 되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구례를 버리고 남원시 산내면과 하동시 화개면의 경계 즉 도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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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입을 지나면 바로 나무데크를 밟고 진행을 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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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1

그 등로는 이내 뱀사골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로 이어집니다.

뱀사골..

뱀의 한자어 蛇를 연상하여 뱀같이 긴 물줄기가 계곡을 한참이나 이뤄 달궁까지 가는...

뭐 그런게 연상이 되기도 하지만 실은 실상사의 말사나 아니면 암자에서 수행을 하시던 스님들이 동안거를 하기 위하여 이 뱀사골(예전에는 다른 이름이었겠지만) 위의 암자로만 가면 내려와야 할 해제 날짜가 되어도 오지를 않았고 이런 일이 수년 계속 반복이 되자 어느 고승 한분이 동안거를 떠나는 스님 옷에 그 스님 모르게 독약을 바르게 되었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뱀이라는 녀석이 한찬 수행 중이던 스님을 잡아 먹고는 그 독에 의해 죽었다는 전설에서 이 골짜기가 뱀사골 즉 뱀사(死)골이라 불리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이 길로 내려가다 보면 바로 뱀사골 산장을 만나 휴식(숙박도 가능했었음)을 취할 수 있었고 그러고도 한나절을 힘들게 내려가야 마을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사람 힘빠지게 하는 그런 계곡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어쨌든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와도 관련이 있는 이곳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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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그 화개재를 지나면 바로 토끼봉을 만나게 됩니다.

토끼라.

뭐 모양이 토끼같다거나 이 주위에 토끼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지리의 정중앙인 반야봉에서 볼 때 24방위 중 가장 정동쪽에 있어 묘방(卯方) 즉 토끼 방향에 있는 봉우리여서 토끼봉이라고 명명이 되었되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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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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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육안으로는 어렴풋이 붉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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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을 넘어서는데 적설량이 갑자기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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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에서의 일출 시간은 06:35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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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2

그 토끼봉을 지나 운봉무덤을 지납니다.

운봉무덤이 어디있는지 딱히 찾을 수는 없지만 이 운봉무덤이라는 지명이 아마도 남원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상권 세력을 형성했을 법하고 우리가 백구대간을 하면서 지나쳤던 운봉읍의 그 운봉사람들에 관한 일화가 묻혀 있는 곳입니다.

조상 3 대가 소금장수인 운봉사람이 일흔 살에 화개에서 소금을 지고 운봉으로 넘어가다 화개재에 이르러 지쳐 소금을 진 채 쓰러져 죽었는데 손자가 할아버지를 그 자리에 묻고 정성을 다해 큰 묘를 만들었다고 한다. 화개재 언저리의 큰 무덤을 두고 그 소금장수의 무덤이라 해 운봉무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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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운봉무덤이 있는 곳을 지나다 뒤를 볼아보니 반야봉이 머리를 드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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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명선봉에 오릅니다.

이 명선봉에도 지리산 마루금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삼각점이 있지만 이런 눈속에서 그것을 찾는다는 것은 쓸데 없는 시간 낭비일 것 같아 그냥 지납니다.

그런데 노고단에서 여기까지 10.1km인데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그리 빨리 걸은 편은 못 되는군요.

사실 오늘 제가 구간별 시간이나 총 소요 시간을 기준으로 잡은 기록은 '소백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소백산에 관한 한 누구보다도 지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고 있는 '청&뫼'님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준족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잃어 자신의 예상 기록보다 3시간이나 늦은 15시간으로  마무리를 하였으므로 저의 기량이 '청&뫼'님에 미치지 못하므로 16~17시간을 잡았습니다. 

다만 대원사에서 운지까지 가는 버스가 19:30에 끝나므로 17시간에 마무리하여야 대원사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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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봉을 나서자마자 바로 긴 나무데크가 나옵니다.

저 데크에 몰라서서 편히 진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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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

연하천산장입니다.

아무리 날씨가 가물어도 사시사철 풍부한 수량의 식용수가 있는 곳.

이곳에서 흐르는 물이 천이나 강과는 관계가 없는 것을 보니 이 연하천은 장터목산장의 연하봉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니 煙霞泉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일 터이니 그 이름만큼이나 맛있는 물일 것입니다.

취사장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과자 부스러기로 요기를 한 후, 그 입감이 좋은 연하천 물로 입안을 행구고 다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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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대피소는 벽소령이고 그 벽소령 대피소에서 햇반을 하나 데워서 가지고 온 김치와 김을 반찬으로 빨리 먹고 움직이기로 계획한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나는 길에 조망이 좀 트이는 곳에서 지리산 남부 지역의 제가 모르는 산들을 봅니다.

바람은 센데 온통 구름으로 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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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삼각고지입니다.

이름만 놓고 보면 그저 이곳이 경남 하동군의 화개면과 함양군의 마천면 그리고 전라북도 남원의 산내면 등 삼개군이 경계가 되는 삼군봉(三郡峰) 정도로 이해하면 아무 것도 아닐텐데 이곳은 참으로 우리나라의 불행한 역사가 깃든 곳입니다.

즉 명선봉부터 이곳을 거쳐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이른바 '피의 능선'이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1949년부터 5년간 10,000회가 넘는 교전이 있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곳입니다.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 된 곳도 이곳에서 바로 남쪽에 있는 마을인 화개면 대성리였고 북쪽에 있는 마천면의 삼정 즉 음정, 양정 그리고 하정의 하정마을에는 인민재판으로 즉결재판이 자행되던 곳이며 저의 오늘 산행이 마감되는 곳인 유평리에는 남로당 경남도당, 야전병원 등이 있었던 곳이니 그 저항군들이 빨치산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세상이 과연 무엇이었던지 이 삼각고지에서 생각을 하게 합니다.

'노찾사'의 '지리산'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참 멋진 음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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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날씨가 걷히는 것 같아 뒤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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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6

부자 바위 가운데로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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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형제봉 주위를 구름이 에워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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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곳을 지나다 보면 저 아래에 있는 굴속에서 침낭만 깔은 채 자는 사람도 볼 수 가 있었는데....

어쨌든 이제 국립공원 안에서는 야영이 일체 금지된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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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방 저렇게 구름이 벗어지는군요.

은은한 색깔이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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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2

조금 허기가 느껴지는 순간 벽소령에 도착합니다.

밤에 이곳에서 잠을 잔 본적이 없어 과연 이곳에서 밤(宵)에 뜨는 달이 그렇게 파란(碧) 빛을 띄는지 모르겠는데 언젠가 그 달밋을 확인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피에스의 배터리가 벌써 떨어지는군요.

날씨가 추워진 탓입니다.

대피소에서 배터리와 햇반 하나를 사서 취사장에 가서 주린 배를 채웁니다.

사실 오늘은 배가 고프기 전에 미리미리 초콜렛이나 쿠키 등 간식을 계속 먹으면서 왔기 때문에 그렇게 허기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고프기 전에 미리 먹자."는 슬로건이 적중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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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에서 숙식을 한 부자산객이 오늘의 산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수능일이군요.

학교를 가지 않고 아빠와 함께 지리산에 든 것 같습니다.

마냥 즐거워 하는 아들에게 "이따도 그렇게 좋은 마음 가짐으로 산행을 하라."고 하자 "감사합니다. 아저씨도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반듯하게 컸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는 취사장을 나옵니다.

아침을 먹는데 30분 정도 걸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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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철에는 바글바글하던 탁자들이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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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군사도로로 사용되던 벽소령 도로가 이제는 점점 그 형태를 잃어가며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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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름이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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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9

덕평봉을 오르는데 또...

아!

이놈의 돌길.

아무리 토사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돌로 바닥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정말이지 이런 길을 걸으면서 그 충격이 허리로 전달되어 이런 길을 오래 걷다보면 디스크라도 걸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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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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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0

세석으로 가는 길의 그 덕평봉을 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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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에 선비샘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곳이 오늘 산행의 마지막 급유장소나 마찬가지입니다.

500ml 통 세 개를 다 비워 이 맑은 청정수로 채웁니다.

오늘 제 앞을 가시는 몇 분의 산객들.

정말 힘들이 장사이십니다.

2년 전인가 대전에서 왔다는 친구 3인이 산행을 하시는데 그 배낭에 소주만 2리터 짜리로 몇 통이 들어 있었는데 저 배낭 속에도 다 먹을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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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이용하여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다른 등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군요.

국공파들만이 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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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계단을 손쉽게 올라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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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지리 최고의 조망터인 칠선봉입니다.

여기서는 북쪽만 좀 조망이 가렸을 뿐 동서남이 다 뚫린 곳인데 오늘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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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제석봉 방향은 이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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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측도 그저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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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음지 쪽에는 눈이 장난이 아니군요.

그렇다고 아이젠을 하기에는 좀 불편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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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지도 #5의 '바'의 1564봉을 오릅니다.

이정표 뒤로 멋진 바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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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신봉 일대의 바위 군들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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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전에는 마의 구간이었던 이 직벽 구간을 나무 계단으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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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75개의 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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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골 계곡을 보기는 합니다만 저곳도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니 무조건 아름답다고만 생각할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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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

1562봉을 지나자 1592봉 일대의 바위지대를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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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나무계단만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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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9

낙남정맥이 빠져 나가는 영신봉입니다.

여암 신경준님의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의 맥이 대륙으로부터 이입되는 백두산부터 시작하게 되고 그 줄기가 백두대간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산경표는 그 대간이 지리산의 천왕봉에서 그치게 되어 있는데 이는 '나라의 물줄기를 동서로 나눈다.'는 대원칙에는 부합하지만 모든 줄기는 물에서 끝난다는 원칙에는 맞지 않으므로 박성태 선생님은 '신산경표'에서 대간을 여기서 더 연장하여 하동의 금오산 줄기에서 끝나는 것으로 그래서 그 줄기가 남해 바다로 들어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 줄기는 남해로 들어가 남해 금산 옆까지 진행을 하여 천황산에서 완전히 끝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신백두대간은 낙남정맥의 영신봉~옥산 구간을 포함하게 되며 낙남정맥은 옥산부터 진행하는 결과가 됩니다.

그렇다고 하여 천왕봉이 백두대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므로 별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줄기가 하동군과 산청군의 군계가 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의 군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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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오를 수 없는 영신봉 방향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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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석평전이 보입니다.

뒤로 안개가 낀 촛대봉이 희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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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은 그냥 통과합니다.

물도 충분하고 굳이 대피소에 드러 딱히 할 일도 없으니...

북쪽으로는 한신계곡을 통하여 백무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예전에는 한신곅고을 지날 때 신발을 벗고 최소한 무릎까지는 차오르는 계곡을 건너 진행을 하여 여름철 장마때에는 이곳으로 진행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지금은 나무 다리를 만들어 놓았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체크해 봅니다.

'청&뫼'님은 세석까지 09:13이 소요되었는데 저는 09:49이 소요되었습니다.

3여 분 차이가 나므로 지금 정도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목표된 시간에 대원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군요.

희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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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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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구상나무와 철쭉이 지천인 세석평전에는 예전에는 철쭉축제를 할 때 온 평전을 텐트들이 뒤덮었고 그야말로 장터를 방불케 하였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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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와 그것을 받느라 약 10여 분을 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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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

촛대봉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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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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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드디어 구름도 지나가고..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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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의 환대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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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에서 갈리는 지맥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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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뒤의 천왕봉이 깨끗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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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반야봉이 머리를 보이고 그 왼쪽의 노고단까지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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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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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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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드디어 장터목입니다.

시천면 사람들과 마천면 사람들이 봄, 가을 이곳에서 장을 열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장터목...

그런데 문제는 너무 돌길을 걸어와서 그런지 허리가 좀 당깁니다.

대피소 매점에서 에어파스를 사서 좀 뿌리니 마취가 되어서 그런지 통증이 덜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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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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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장터목을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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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지리의 줄기가..

그것도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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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의 구상나무를 보며 오릅니다.

그런데 좀 힘이 드는군요.

쉬엄쉬엄 오릅니다.

고사목이 예전에 그 우창하던 전나무와 구상나무의 잔재를 보니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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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을 다녀오는 많은 사람들과 산인사를 나누면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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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정상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좀 다행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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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9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입니다.

천왕문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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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통천문을 지나면서 대간 줄기가 일직선으로 선 느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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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으로 오르는 길도 이렇게 돌밭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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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는 응봉산의 덕풍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계곡 중에서 가장 긴 칠선계곡입니다.

입산통제가 되었다가 지금은 사전예약에 의한 예약자에 한하여 탐방이 허용되는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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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드디어 지리산다운 지리산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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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떼가 창공을 날고 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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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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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

드디어 천왕봉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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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자켓까지 입고 장갑도 끼고...

한 가족이 함께 온 가족들에게 부탁을 하여 인증 샷도 날립니다.

신발...

선물로 받은 외국의 'A'사에서 제조한 신발인데 바위와 돌하고는 친하지 않은지 걷는데 영 그렇습니다.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 비브람 창 같습니다.

이 신발 때문에 허리에 충격이 오는 것 도 같고...

어쨌든 하산하여 찻시간을 맞춰야 하므로 중간 소요 시간을 계산해 봅니다.

'청&뫼'님의 소요시간이 11:34인데 저는 12:30으로 약 한 시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아주 희망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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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유를 느끼며 바로 아래에 있는 헬기장에서 1등삼각점(운봉 11)을 찾으려 바닥을 다 뒤져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군요.

이 돌 속에서 돌을 찾으니...

다른 분들이 볼 때 잃어버린 동전을 찾는다고 오해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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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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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중봉 방향입니다.

이곳부터 웅석지맥이 시작되고 예전에는 지리 동부능선이라 불리던 곳을 저는 화대종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벌써 네 번째 가는 곳이니 길은 이미 눈에 익은 곳이어서 별 불편함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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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음지의 곳이라 눈이 많아 진행이 약간 더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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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남동쪽을 보니 이 중봉에서 갈리는 제가 진행하여야 할 써리봉이 국수봉으로 진행하는 써리단맥(11.8km) 마루금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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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1

중봉에 오릅니다.

이 중봉은 함양군 마천면과 산청군 시천면과 삼정면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이제부터 화대종주는 마천면을 버리고 산청군으로 들어와 삼장면과 시천면의 경계를 따라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중봉에서 직진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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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봉을 지나 독바위봉, 밤머리재를 거쳐 웅석봉으로 오른 다음 덕천강으로 그 맥을 가라앉히는 약 54.5km의 웅석지맥이 됩니다.

오늘은 마루금 산행을 하닌 것이 아니므로 여기서 우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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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철계단이 고도를 낮추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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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을 지나면 바로 고도를 낮춰 무조건 하산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모든 마루금 산행 즉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등이 그러하듯이 산줄기 산행이 쉽게 끝을 보여주지 않듯이 오늘 산행이 그래도 명색이 화대종주인데 그리 만만하게 산행을 마무리 짓게끔하여 줄 리 만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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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늘 산행은 이 구조목이 500m마다 자리하고 있어 진행하는 산객의 피로를 조금은 덜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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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중봉과 왼쪽의 천왕봉을 봅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듯 스카이라인 위로 볕만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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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봉우리를 대여섯 개 정도 넘은 다음에야 오늘의 마지막 이름을 가지고 있는 봉우리인 써리봉을 만납니다.

써리봉이라는 뜻은?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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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

아직도 해발 1602m 정도를 지키고 있는 봉우리인 만큼 이 부근에서 가장 높다는 수리봉에서 발음이 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그나저나 아직도 해발 고도가 이렇게 높으니 언제나 내려갈 수 있을지 좀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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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

이 갈림길에서 급좌틀합니다.

거의 직각입니다.

지도 #7의 '사'의 곳인데 이곳에 이르러 화대종주 길은 공히 삼장면 유평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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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

치밭목 대피소입니다.

그 유명한 진주사람 민병태님이 지키고 있는 이 치밭은 취나물에서 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잠시 민선생님께 찻시간에 대해서 문의를 하고는 서둘러 배낭을 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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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km를 3시간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으려나?

이제부터 돌 그리고 바위와 계속 싸우면서 진행을 하여야 하는 정말이지 힘든 난코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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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무시무시한 바윗길이 시작됩니다.

허리가 뻐근해 올 정도로 돌에 닿는 느낌이 허리로 전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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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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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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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

바위가 없는 곳에서는 뛰듯이 속도를 냅니다.

그러다 보니 지도 #7의 '아'의 곳인 무재치다리를 지납니다.

부근에 있는 폭포는 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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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

그러고는 곧 새재 갈림길을 만납니다.

이 새재로 들어서면 바로 새재마을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아스팔트 포장을 만나고 편히 걸을 수 있지만 그 지루함이란....

저는 이정표의 표기대로 직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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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지겨운 코스입니다.

전에는 그냥 멋모르고 이 길을 뛰어 갔는데...

그냥 걸으려면 한도 없고 끝도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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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듭니다.

통증도 더해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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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당골 계곡을 보니 한숨부터 납니다.

비록 이 장당골의 끝이 오늘 제가 목표하는 산행의 끝인 대원사일지라도 이 구간이 치밭목 뒷편으로 이어지는 소위 치밭목능선 마루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분명 아까 새재마을로 빠져서 대원사로 진행을 하였을 것입니다.

몇 번 가본 길이기 때문에 인내하고 진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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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이곳을 다녀간 게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지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

이런 나무 데크로 계단이며 다리를 무지 많이 설치하여 놓았습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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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

산죽밭이 나타나며 등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으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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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7

드디어 이 등로의 입구인 유평리가 이정표에 나타납니다.

지도 #8의 '차'의 곳입니다.

이 팻말 뒤로 진행을 하면 아까 그 장당골과 만나게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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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팍 떨어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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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

산의 밤은 일찍 오는군요.

아직 5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사위가 어두워 옴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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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다리를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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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

유평마을인데 이곳에서는 치밭목입구로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지겹게 차도를 따라 1.5km를 더 진행을 하여야 합니다.

다 끝냈다는 안도감이 저를 담담하게 만드는군요.

지금까지 15:50 걸렸으니 목표했던 시간에 초과 달성입니다.

처천히 여유 있게 걷습니다.

여유가 있으니 어둠도 즐기게 됩니다.

혹시나 지나가는 차가 저를 인식하지 못하까봐 일부러 랜턴을 켭니다.

용수동 마을을 지나고 계곡의 물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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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8

드디어 대원사에 도착합니다.

화대종주의 뒷 글자인 대원사의 첫 글자인 '대'에 도착한 것입니다.

기록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마는 기록 자체가 역사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므로 저의 화대종주 44.3km의 기록(GPS로 측정한 거리도 별반 차이 없었음) 은 16시간 18분이 걸렸습니다.

제거 오늘 한 이 '화대종주'가 뭐 A급 선수들이나 산악 마라톤 하시는 분들 그리고 제가 전에 한 것과 같이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하신 분들과 뭐 차이가 있겠습니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량의 차이가 있으므로 이런 기록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 분들이나 제가 느끼는 감정은 매 한 가지일 것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고마운 이 산에 와서 땀을 흘리고 쉬는 이 호흡과 한 발 한 발 내딛는 이 발걸음을 아무 소리 안 하고 받아준 자연에게 감사를 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자축하는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일행이 여러 명이든 혼자든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혼자 이렇게 여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을 걸어와도 하나도 외롭지 않은 것은 노고단의 마고 할머니도 화엄사나 대원사의 부처님도 아닌 그저 나무와 풀과 흙과 돌 그리고 바람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대원사 주차장까지는 익히 걸어보았기 때문에 그 거리를 짐작합니다.

하산주가 그립습니다.

선비샘에서 가지고 온 물리 아직도 500ml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눈이 약간은 흠이긴 하였지만 그래도 첫눈도 보았으니 날짜 선택을 아주 적절하게 한 것 같습니다.

케이 선배님께 고맙다고 하여야겠군요.

선배님 아니었으면 올해에 화대종주를 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였을 거니까 말입니다.

시간도 널널하니 약 2km가 조금 넘는다고 하는 주차장까지 걸어갈 생각도 하였으나 그러느니 차 몇 대만 시험해 볼 요량으로 지나는 SUV차량을 향해 손을 들어봅니다.

예상 외로 첫 번 째 차량인 흰색 차량의 운전자는 아주머니였고 조수석에는 남편인 듯한 아저씨가 흔쾌히 탑승을 허락합니다.

"너무 고맙고 항상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곶감을 말리느라 한찬 작업 중인 대원사주차장 매점 아주머니로부터 서울까지 표를 끊고는 콸콸 나오는 물에 머리도 감고 깨끗하게 세안과 상체를 씻고는 옷을 갈아 입습니다.

곶감을 사서는 그것을 안주삼아 캔맥주 한 통을 입에 털어넣고 18:30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에 탑승합니다.

원지에서 19:20에 도착하는 서울행 우등버스에서 편하게 티브이 시청까지 하면서 서초동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22:10이군요.

서울을 떠난지 24:10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